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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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환락의 도시 돈데기리에는 웬 소규모 신흥 조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름하여 라 불리는 그 신흥 조직은, 돈데기리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소규모 조직들을 빠르게 통합하며 그 세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이름이 인 이유는, 그 조직의 두목이 몽둥이를 들고 적대 조직원들의 머리통을 박살내길 즐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조직의 이름이 로 지어진 데에는 족제비의 공로가 컸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제 부하고요, 저는 여러분들의 두목이에요. 그러니까 앞으로 두목님이라고 부르세요. 알겠죠?]지크가 조직을 결성하기로 선언한 직후.
“저어… 두목?”
“왜.”
“조직을 결성하기로 하셨으면 조직 이름을 정해주셔야….”
“아. 그러네. 뭐로 하지.”
“들개파 어떻습니까?”
“싫어.”
“그럼 도끼파는….”
“흔하잖아.”
“막가파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너무 무식해 보이잖아.”
“…….”
“뭐로 하지? 난 네이밍 센스가 별론데.”
지크는 스스로를 잘 알았다.
“에라이. 어차피 중요한 것도 아닌데 그냥 대충 짓지 뭐. 우리 조직명은 이제부터 뚝배기파다.”
“뚜, 뚝배기파요?!”
“앞으로 싸울 때 몽둥이로 적 뚝배기만 깨는 거다. 알겠지?”
“그, 그건… 대놓고 연장을 사용하면.”
“깡패 주제에 그딴 게 어딨냐? 그리고 니네 한번 수틀리면 의리고 나발이고 일단 배때기부터 쑤시고 보잖아? 반박 가능?”
“크, 크흠.”
“깡패면 깡패답게 굴어. 의리는 개뿔. 돈 몇 푼에 동료도 팔아넘기고. 마약 같은 것도 유통하고. 매춘도 중개하고. 힘없는 사람들 돈도 뜯고. 사채업도 하면서 자꾸 아닌 척할래?”
“죄송합니다.”
지크의 팩트 폭력에 마리오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깡패는 어디까지나 깡패.
주먹 좀 쓴다는 양아치들이 무리를 이루어 약자들을 착취하고, 또 크고 작은 범죄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지 각종 미사여구가 어울리는 직종이 아닌 것이다.
“그럼 문신은 어떻게 합니까?”
“문신?”
“자고로 조직을 결성하면, 조직의 문양을 만들고 그걸 문신으로 새겨야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럼 쟤로 해.”
지크가 햄찌를 가리켰다.
“해, 햄스터 말씀이십니까?”
“싫어?”
“그, 그건 아니지만… 햄스터 문신을 하고 다니면 돈데기리의 모든 건달들이 두목과 저희를 비웃을….”
“나는 안 할 건데? 니들만 비웃겠지.”
“…….”
“싫으면 죽든가.”
“크흑.”
그렇게 돈데기리에는 왼팔에 햄스터 문신을 새긴 신흥 폭력 조직 가 생겨나게 되었고, 이 환락의 도시는 조직폭력배들 간의 전쟁으로 더더욱 시끌벅적해져야만 했다.
***
그로부터 일주일 후.
“오셨습니까, 형님!!!”
“오셨습니까!!!”
“식사하셨습니까, 형님!!!”
“식사하셨습니까!!!”
왼팔에 햄스터 문신을 새긴 깡패들이 지크를 향해 허리를 푹 숙이는, 흔히들 말하는 ‘조폭 인사’를 해보였다.
그들은 머리에 하나같이 붕대를 감거나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지크의 부하가 되기 전, 한 번씩 뚝배기가 터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깡패들의 숫자가 무려 500여 명.
지크는 불과 일주일 만에 500여 명의 조직원들을 거느린 대규모 폭력 조직의 보스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지크는 새 칭호를 얻게 되었다.
[알림 :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깡패에 꽤 어울리는 이름의 칭호였다.
[비열한 거리]깡패 활동을 열심히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
•타입 : 칭호
•등급 : 유니크
•효과 :
– 카리스마 +250
– 허세 +250
– 찌르기 공격 시 크리티컬 확률 +30%
허세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지만 카리스마와 찌르기 공격 시 크리티컬 확률 증가는 꽤 유용한 옵션이었기에, 지크는 칭호의 성능에 만족했다.
“혀, 형님!!!”
그때, 지크의 오른팔을 자처하는 소매치기 마리오가 황급히 주점으로 뛰어들어 왔다.
“큰일 났습니다!”
“큰일? 뭔데?”
“백호파 두목이 두목께 다이다이를 신청했습니다!”
백호파는 돈데기리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폭력 조직이었다.
“다이다이? 그게 뭔데?”
“맞짱 말입니다, 맞짱! 지는 쪽 조직 전체가 굴복하는 조건이랍니다!”
“아. 짱끼리 한판 붙자 이거지? 그래.”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귀찮았는데, 두목끼리 한판 붙으면 편하지.”
“하, 하지만 두목! 백호파의 두목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닙니다! 들리는 소문에 그는 모 왕국의 기사 출신이었다는….”
“시끄럽고, 약속이나 잡아.”
지크는 백호파 두목이 누구든 가릴 생각이 없었다.
‘도둑 길드 이 자식들은 언제쯤 나한테 접선해오는 거야?’
지크의 관심사는 오직 도둑 길드와의 접촉뿐이었다.
***
그날 저녁.
지크는 거의 1,000여 명에 가까운 깡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호파의 두목이라는 자와 일대일 맞짱을 뜨게 되었다.
유흥 도시 돈데기리의 실질적인 패권을 놓고 벌이는 대결이라고나 할까?
‘어? 세잖아?’
문제는 백호파의 보스가 지크로서도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는 것.
[카를로]환락의 도시 돈데기리의 최대 폭력 조직, 백호파의 보스.
기사 출신으로서, 평범한 깡패가 아니다.
•존재 구분 : 네임드 NPC
•레벨 : 250
•클래스 : 그래플러
•소속 : 백호파
•직위 : 두목
11강 건틀렛을 낀 카를로는, 특이하게도 검이 아닌 그래플링을 주특기로 하는 무투가였다.
“니가 뚝배기파의 보스인가?”
“그렇다면?”
“덤벼라.”
카를로가 지크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잔말 말고 덤비란 소리였다.
“흠. 이거 BGM이라도 깔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지크는 과거 한국에서 대유행했던 모 드라마의 OST를 떠올리며 카를로를 향해 다가섰다.
왠지 ‘바람처럼 스쳐가는~ 정열과 낭만아~’라고 시작하는 노래가 틀어져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지크는 카를로와의 일대일 대결에 나섰고.
“커헉!”
정확히 5분 후에 카를로의 머리통을 부수는 데 성공했다.
“……!”
“……!”
“……!”
“……!”
“……!”
그러자 지켜보던 모든 깡패들이 화들짝 놀랐다.
탈 깡패 레벨의 강자인 카를로가 신흥 조직의 두목에게 쓰러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악도 잠시.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백호파의 조직원들이 하나둘 지크를 향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크는 환락의 도시 돈데기리의 밤을 주름잡는 초거대 조직의 보스가 되었다.
하지만 초거대 조직의 보스가 된 후로도 지크는 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또다시 일주일이 지났을 때, 지크는 폭발하고 말았다.
“아. 조직원들한테 아무리 물어봐도 도둑 길드랑 연락이 되는 놈이 없네. 어쩌라는 거지. 진짜 존재하긴 하는 건가? 아오!”
이쯤 되면 가 실존하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런 지크에게 딱 한 가지 좋은 일이 있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돈’이었다.
[알림 : 상납금으로 2,532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상납금으로 7,901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상납금으로 1,116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상납금으로 792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상납금으로 4,216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상납금으로 1,77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초거대 폭력 조직의 두목이 되자, 사무실에 앉아만 있어도 들어오는 골드의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미쳤네? 돈이 뭐 이렇게 잘 벌려?’
지크는 놀랐다.
하지만 그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도시 경제의 99.9퍼센트가 유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시에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술, 도박, 각종 성인 엔터테인먼트는 요금이 비쌀 수밖에 없었기에 자연스레 조직 폭력배들의 수익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상납금의 대부분이 불법적인 것과 관련된 이른바 ‘검은돈’이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와. 이 정도면 깡패 할 만하네.’
지크가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형님.”
“어?”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제는 지크의 왼팔이 된 카를로가 독대를 신청해왔다.
“뭔데?”
“그게….”
“……?”
“상납금을 내실 때가 되신 것 같습니다.”
“상납금? 내가?”
“예.”
“누구한테? 여기 내 나와바리 아니었어?”
깡패 생활 2주 만에 어느덧 ‘나와바리’라는 단어가 입에 붙어버린 지크였다.
“그게 아닙니다.”
“아니라고?”
“사실 형님께서 오시기 전 돈데기리의 암흑가를 지배하던 사람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을 지배하는 건 형님이 아니십니다.”
“그런 누군데?”
“도둑 길드입니다.”
“……!”
“사실 돈데기리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도둑 길드입니다. 많은 건달들이 생각하기를, 자신들이 이곳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지요.”
“도둑 길드를 알아?”
“아주 조금 압니다.”
“설명해봐.”
그렇게 지크는 의외의 인물인 카를로부터 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
그날 밤.
지크는 책상 위에 금화가 잔뜩 든 자루를 쌓아둔 채 누군가를 기다려야만 했다.
‘언제 오는 거지.’
지크가 슬슬 지루함을 느낄 무렵.
사라락!
창가 커튼이 흩날리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복면을 쓰고 검은색 타이즈를 입은 존재가 어느새 지크의 앞에 서 있었다.
‘빠른 거 보소?’
물론 지크는 그의, 정확히는 그녀의 움직임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지만 말이다.
“전임 두목으로부터 얘기를 잘 들은 모양이군. 이렇게 상납금을 준비한 걸 보면.”
탁하디탁한 목소리…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담배라도 물고 태어난 사람인 것 같은 그런 목소리였다.
“음성 변조?”
지크가 쫄쫄이를 향해 말했다.
“그냥 원래 목소리로 말하면 안 됩니까?”
“워, 원래 목소리?!”
쫄쫄이가 당황했다.
“이게 원래 내 목소리다!”
“아닐 텐데? 딱 봐도 여잔데? 그 목소리가 가능할 리가….”
“아, 아니야!”
“그럴 거면 애초에 타이즈를 입고 오지 마시든가. 몸에 짝 달라붙는 쫄쫄이를 입은 주제에 여자가 아니라니. 몸매가 딱 봐도 여자잖아요.”
지크가 한심하다는 듯 쫄쫄이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도둑 길드 애들이 이렇게 멍청해도 되는 건가.’
지크는 문득 도둑 길드가 그간 생각했던 것만큼 치밀하고 무시무시한 조직은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야!!!”
그때, 쫄쫄이가 버럭! 하고 소리쳤다.
“어딜 봐! 이 변태 자식아!”
“벼, 변태?!”
“곱게 상납금이나 내놓을 것이지, 내 몸이나 훔쳐보고!”
“그게 무슨 개소리….”
“죽어! 이 변태!!!”
그 외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쫄쫄이가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일단 진정하고… 헉!!!”
졸지에 변태가 되어버린 지크는 쫄쫄이의 공격을 피하느라 황급히 몸을 날려야만 했다.
‘뭐 이렇게 빨라?!’
화가 난 쫄쫄이의 공격은 피지컬 괴물인 지크마저도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빨랐고.
‘어? 피해?’
반사 신경은 지크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오히려.
촤악!
가슴팍에 손톱자국을 남겨 놓을 만큼 빨랐다.
주르륵.
할퀴어진 지크의 가슴팍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강냉이를 다 부숴주마.”
지크에게 유효타를 먹이는 데 성공한 쫄쫄이가 자그마한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치 복서처럼.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