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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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화악!
지크의 코에서 시뻘건 피가 확 튀어 올랐다.
쌍코피.
죽빵을 맞았는데 코피가 터질 줄이야.
“아, 씨….”
지크가 흐르는 코피를 닦으며 사상 최강·최악의 목각인형을 노려보았다.
통, 통!
사상 최강·최악의 목각인형은 자신이 마치 이소룡이라도 되는 듯 특유의 통통 튀기는 듯한 스텝을 밟으며 지크의 눈을 어지럽혔다.
그리고는….
까딱, 까딱!
지크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더니 삐걱거리며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따라오라는 건가?”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목각인형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전하? 어디 가시어요?”
“어디 가십니까?”
“전하! 쌍코피가 나시옵니다!”
목각인형을 따라가는 도중 마주친 시녀, 시종, 신하들이 지크를 발견하곤 놀랐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던 일들 마저 하세요.”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계속해서 목각인형의 뒤를 따랐다.
‘어? 여긴 내 개인 훈련장이잖아?’
목각인형이 지크를 안내한 곳은 다름 아닌 국왕 전용 훈련장이었다.
[My name is Bruce, Bruce wood.]그러자 목각인형이 지크를 향해 자기소개했다.
“뭐, 뭐라고?”
[My name is Bruce, Bruce wood.]“부르스라고? 성은 우드고?”
[My name is Bruce, Bruce wood.]“…….”
[My name is Bruce, Bruce wood.]아무래도 사상 최강·최악의 목각인형의 이름은 이고,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그게 전부인 듯했다.
[My name is Bruce, Bruce wood.]…라고 말한 부르스가 지크를 향해 다시금 손가락을 까딱였다.
“덤비라고?”
[My name is Bruce, Bruce wood.]“…….”
[My name is Bruce, Bruce wood.]할 줄 아는 말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뿐인 것 같았으므로, 지크는 곧바로 부르스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리고 신나게 처맞기 시작했다.
“악, 으악, 악, 그, 그만!!! 그만 때려어어어어어어!!!”
평화로운 프로아 왕국에 지크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
같은 시각.
채형석은 병원에서 잠시 외출을 하고, 자신의 집으로 가 캡슐 안에 몸을 뉘였다.
후들후들!
아직은 몸이 채 회복되지 않아 팔다리가 떨렸지만 상관없었다.
왜?
채형석은 게임을 하기 위해서 로그인한 게 아니었으니까.
“혀, 혀엉….”
채형석이 로그인하자 제네시스 길드의 부 길드 마스터인 민우가 울상을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채형석은 민우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짜악!
그저 있는 힘껏 뺨을 후려친 후 어디론가 향했을 뿐….
“형….”
“당분간 내 눈에 띄지 마라. 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채형석은 싸대기를 맞고 쓰러진 민우를 향해 싸늘하게 내뱉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채형석은 붉은 융단이 깔린 곳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런 채형석이 있는 장소는 무척이나 호화롭고, 또 거대했으며, 고풍스럽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럴 만했다.
왜냐하면, 지금 채형석이 무릎을 꿇고 있는 장소는 뉘르부르크 대륙의 최강대국인 마우레키온 제국의 황성(皇城) 깊숙한 곳에 자리한 어전이었기 때문이다.
“황제 폐하 납시오.”
그때, 제국 시종장의 묵직한 소리와 함께 황제가 어전에 등장했다.
슈트카르트 폰 포스테리오레.
게임 BNW 속 세계 최고의 권력자가 채형석을 만나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빌어먹을 황제 새끼. NPC 주제에 만나기 더럽게 힘들군.’
채형석은 내심 투덜거렸다.
황제를 만나기 위해 쓴 돈이 한화로 치면 수억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제국의 모 고위급 귀족에게 청탁을 넣고, 또 다른 귀족에게 청탁을 넣느라 엄청난 양의 골드를 뇌물로 바쳐야만 했던 것이다.
슈트카르트 황제는 일개 게이머가 함부로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채형석은 속마음과는 다르게 매우 공손한 말투로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예를 표했다.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속마음을 들켰다가는 당장에 목이 날아가고, 제네시스 길드는 공중분해 될 것이며, 제국의 척살령에 게임을 접게 될 테니까.
“제네시스의 길드 마스터인 디자이어가 지엄하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채형석이 황제에게 예를 표했다.
“어쩐 일로 짐을 알현코자 한 것인가, 모험가 디자이어여.”
“그것이….”
슈트카르트 황제의 물음에 채형석이 답했다.
“소인 폐하께 억울함을 고하고자 감히 알현을 청하게 되었사옵니다. 부디 소인의 억울함을 굽어살펴 주소서.”
“억울함이라.”
슈트카르트 황제가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무슨 억울함이 있기에 황제씩이나 찾아온 거지?”
“소인 황제 폐하께서 임명하신 어느 왕에게 핍박을 당하고 있사옵니다.”
“짐이 임명한 어느 왕?”
“프로아 왕국의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소인과 소인이 이끄는 길드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통에 하루도 마음 편히 살 수가 없나이다.”
“무슨 사연인지 자세히 말해보라.”
그런 황제의 말에 채형석은 이때다 싶어 그간 있었던 일들을 고했다.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만.
“그런 일이 있었던가.”
“예, 폐하.”
“그래서 짐이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 건가?”
“소인은 그저….”
채형석이 황제에게 원하던 바를 고했다.
“황제 폐하께서 프로아 왕국에 약속하신 보호 기간을 부디 철회하여 주시었으면 하옵니다.”
“흐음.”
“프로아 왕국의 국왕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는 저와 본 길드를 선제공격하였고,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일으켰사옵니다. 이에 소인은 복수를 원하옵니다.”
“복수를 하고 싶은데, 짐이 약속한 보호 기간 때문에 하지를 못한단 말이로군.”
“그러하옵니다, 황제 폐하.”
그랬다.
채형석이 슈트카르트 황제를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제네시스 길드 전체를 이끌고 프로아 왕국을 박살 내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황제가 지크에게 약속한 보호 기간이 없어야 했기에, 부득이하게 청탁을 넣으러 왔던 것이다.
“지크프리트 국왕이 선제공격을 가한 것이 사실이니, 명분은 소인에게 있는 것 아니겠사옵니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황제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짐은 지크프리트 국왕이 왜 너를 공격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
“……!”
“어느 한쪽의 말만 듣고 칙령을 철회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나?”
그런 황제의 말에 채형석은 순간 심장이 철렁! 하고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런 X발! 이게 아니잖아!!!’
순간 채형석은 자신의 판단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는, 멘탈 붕괴를 일으켰다.
황제가 저렇듯 반응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백한 실수였다.
NPC라고 얕보고,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다.
NPC가 살아 있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게임 BNW의 특성을 간과해버린 것이다.
“일단은 물러가도록.”
황제가 채형석에게 명령했다.
“짐이 지크프리트를 한번 만나보고, 따로 자초지종을 조사한 이후에 답을 줄 것이다.”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제 폐하.”
덕분에 채형석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어전에서 천천히 뒷걸음치며 물러나야만 했다.
‘이런 X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
…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말의 훌륭한 예를 몸소 실천해버린 채형석이었다.
***
“그, 그만 때려어어어!!! 아악!!!”
사부가 만든 목각인형인 브루스와의 훈련에 나선 지크는 그로부터 무려 3일 동안이나 밤낮없이 두들겨 맞아야만 했다.
그러던 중.
‘뭐지? 평타가 갑자기 엄청 세졌는데?’
지크는 아무 생각 없이 휘두르던 자신의 평타가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다.
‘뭐지? 이 느낌은? 평타가 강타 같잖아?’
그 순간.
[알림 : 스킬이 액티브 스킬에서 패시브 스킬로 전환되었습니다!]알림창이 떠올랐다.
‘뭐?! 강타가 패시브가 됐다고?’
지크는 너무나도 놀랐다.
주력 공격 스킬인 가 패시브로 전환될 줄이야….
그렇다는 말은, 이제 의 쿨타임이 0이 되었단 말과도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알림 : 스킬이 액티브 스킬에서 패시브 스킬로 전환되었습니다!] [알림 : 스킬의 이름이 로 바뀌었습니다!]지크가 가진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원거리 공격 스킬인 가 만천화우를 배우면서 습득하게 된 로 바뀌었다.
[알림 : 이제 을 사용해 언제 어느 때고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졌습니다!]즉, 와 가 패시브로 전환되면서 쿨타임이 0이 되고 평타의 일부가 된 것이다.
‘스킬이 패시브가 됐단 건… DPS가 엄청나게 높아진단 소린데?’
게임 용어인 DPS는 의 약자로서, 초당 적에게 입히는 피해량을 뜻했다.
그간 쿨타임을 기다려 가면서 썼던 강력한 스킬들을 쿨타임 없이 사용 가능해졌으니, 초당 적에게 입히는 데미지가 엄청나게 증가하게 된 것이다.
“잠깐.”
지크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난 3일 동안 내가 강타랑 플라잉 스퍼만 썼던 거 같은데… 그래서 숙련도가 저절로 올랐던 건가?”
지크는 그제야 왜 와 가 패시브로 전환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신나게 두들겨 맞을 때는 몰랐는데, 지난 3일 동안의 훈련을 떠올려 보니 그랬다.
부르스는 엄청나게 빠르고, 또 다이내믹한 근접전과 원거리 장풍 공격을 통해 지크를 정신없게 만든 뒤 두들겨 팼다.
덕분에 지크는 다른 스킬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와 만을 계속해서 사용해가며 훈련에 임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너 설마… 내가 강타랑 플라잉 스퍼만 쓰게 유도했던 거냐?”
지크가 부르스에게 물었다.
그러자 부르스가 팔짱을 낀 상태에서 짐짓 늠름한 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My name is Bruce, Bruce wood!]역시나 같은 말이었지만, 그 의미만은 분명했기에 지크는 목각인형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좋네.”
지크가 미소를 지었다.
“너랑 놀다보면 더 강해지겠지? 그럼 더 하자, 훈련.”
[My name is Bruce, Bruce wood!]“그럼, 간다?”
지크가 부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
그 후 지크는 부르스와의 훈련-을 빙자한 구타-을 통해 상당한 발전을 이룰 수가 있었다.
와 가 평타로 바뀐 것 말고도, 지크는 자신이 가진 스킬을 언제 어느 때 사용해야 할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즉, 스킬 활용 능력에 대한 능력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이 지났을 때.
[My name is Bruce, Bruce wood!]부르스가 만신창이가 된 지크에게 말하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으응?”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부르스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 지크는, 어느새 의 스킬북이 자신의 오른쪽 어깨 위에 둥둥 떠올라 있는 걸 발견할 수가 있었다.
“스킬북을 보라고?”
[My name is Bruce, Bruce wood!]“그래.”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크는 부르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저 제스처를 통해 알아들은 것일 뿐….
훈련이 끝난 모양이로구나.
스킬북을 펴자 또다시 글귀가 떠올랐다.
좋다. 이제 기본기는 다시 다진 셈이니, 디버프를 더욱 강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도록 하마.
“감사합니다, 사부님.”
지크는 쿤룬산에 있을 사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글귀에 집중했다.
하지만 디버프만 강화하면 뭔가 아쉽지 않겠느냐?
본좌는 하나밖에 없는 제자 녀석이 한 마리 토끼만을 잡는 게 싫다.
일타쌍피는 기본 아니겠느냐?
껄껄!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본좌가 네 녀석이 디버프도 강화하고, 성장도 할 수 있도록 특별한 임무를 하나 준비했느니라.
그러니 임무를 완수하고, 디버프도 강화시키고 성장도 이룩하도록 하여라.
말인즉슨, 스킬 강화와 레벨 업을 동시에 하란 소리였다.
‘캬아! 사부님의 은혜에 취한다!’
지크는 사부뽕(?)에 취한 채 임무가 주어지기를 기다렸다.
띠링!
그러자 알림창이 떠오르고.
[알림 :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사부가 지크에게 주는 퀘스트 내용이 눈앞에 떠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