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65
264
신성 콘스탄틴 제국에서 발발한 내전에 대한 소식은 순식간에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비단 게임 속 뉘르부르크 대륙뿐만이 아니었다.
게임 속 모험가들의 고향인 지구에서도 콘스탄틴 제국의 내전에 대한 소식은 꽤나 핫한 이슈였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BNW의 커뮤니티인 에서는 무수히 많은 국가의 게이머들이 이번 콘스탄틴 제국의 내전에 주목했다.
– [급식전사] NPC들이 싸우라고 판을 깔아주네. 오져따.
– [H×3] OMG!!! 그럼 이제 투기장이나 길드 아니라도 게이머들끼리 싸울 수 있게 된 건가? wow!
– [12331221] 새로운 콘텐츠인가?
– [HulkHogan] 전쟁 콘텐츠???
그도 그럴 것이, 콘스탄틴 제국에서 게이머들을 용병으로 기용한 것 자체가 대륙 최초의 사건이었기에 아무래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BNW는 NPC와 게이머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임이었다.
당장 길드 콘텐츠만 하더라도 게이머들의 분쟁에 골치가 아팠던 NPC들이 만들어낸 것이었기에, 이번 사건은 새로운 콘텐츠의 추가라고 봐도 좋았다.
이에 수없이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 BNW의 개발사이자 유통사인 의 고객센터에 이에 관한 내용을 문의했다.
다음 날 오전.
“안녕하십니까, 게이머 여러분.”
하이브 게임즈 엔터테인먼트의 오펜하이머 부회장은 즉시 기자 회견을 열고 게이머들의 문의에 답했다.
“여러분들이 문의해 주셨던 게임 속 콘스탄틴 제국의 내전은 신규 콘텐츠가 맞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측하셨다시피, 이번 신규 콘텐츠의 이름은 누가 뭐래도 전쟁 콘텐츠일 것입니다.”
“우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오펜하이머 부회장의 정식 발표에 기자 회견장에 있던 게이머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사실 그동안 게이머 여러분들께서는 캐릭터 간 힘의 우위를 확인하시기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PVP의 경우 개인적인 분쟁이 절대 다수였고, 길드 콘텐츠는 길드에 가입이 되어 있어야만 즐길 수가 있었으니까요.”
“물론 결투장이 있기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통제된 환경에서 일대일 대결 위주다 보니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콘텐츠는 다릅니다. 이 신규 콘텐츠에는 다양한 장점이….”
전 세계의 게이머들은 오펜하이머 부회장의 기자 회견 내용에 크게 열광했다.
그의 말마따나, 전쟁 콘텐츠는 기존에 있던 것들과는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1. 길드에 소속되지 않아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2. 진영 선택이 자유롭다.
3. NPC들끼리의 전쟁이기에 목숨을 걸고 전투에 참여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방향으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4. 참가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으며, 오히려 NPC들로부터 보수를 받는다.
5. 레벨 업과 득템이 상당히 쏠쏠할 것이다.
그밖에도 이란 콘텐츠 자체가 무수히 많은 변수가 벌어지는 행위였기에, 게이머들이 열광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BNW는 여러분들과 NPC들이 함께 콘텐츠를 창조하는 게임입니다. 이번 콘스탄틴 제국 내전을 계기로 NPC들이 여러분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변화할지, 앞으로 전쟁 콘텐츠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신성 콘스탄틴 제국의 내전을 계기로, 하이브 게임즈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게이머들의 전쟁 참여를 공식 콘텐츠로 인정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날 저녁.
하이브 게임즈 엔터테인먼트에서는 각종 영상 매체에 신규 콘텐츠에 대한 광고를 때렸다.
[BNW!] [신규 콘텐츠 추가!] [전장의 화신에 도전하라!]…라고.
***
콘스탄틴 내전에 참전하기로 한 지크는 햄찌와 함께 길을 나섰다.
“햄찌야, 가자.”
“뀨! 이번에는 어디 가는 거냐!”
“신성 콘스탄틴 제국? 거기 가려고.”
“뀨우? 갑자기 없던 신앙심이라도 생긴 거냐?”
“미쳤냐.”
지크가 피식 웃었다.
“난 무신론자라고.”
“뀨우? 신은 분명히 있다! 주인 놈 있는 걸 왜 없다고 그러냐!”
“아하?”
지크는 순간 이곳이 게임 속 뉘르부르크 대륙이라는 걸 깨닫고는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무신론자는 아니고. 난 무교다.”
“근데 왜 거길 간다는 거냐?”
“용병 길드에서 용병을 모집하더라고. 그래서 가는 거야.”
“뀨우!”
“모험가만 모집하는 거니까 승구만 데리고 가야겠다.”
지크는 승구를 불러 햄찌와 함께 셋이서 신성 콘스탄틴 제국, 정확히는 교황청이 자리한 서부로 향했다.
웅성웅성-
서부 콘스탄틴의 교황청 앞과 그 일대에는 수없이 많은 게이머들이 개떼처럼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새롭게 추가된 콘텐츠이니만큼, 게이머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 차례차례! 성전사 모집에 지원하신 모험가 여러분들께서는 등급별로 줄을 서주십시오!”
교황청 소속 모병관이 게이머들을 등급에 따라 분류해 줄을 세웠다.
“아! 그리고! 혹시 플래티넘 등급 이상의 모험가 여러분과 그 동료분들께서는 이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지크는 모병관의 외침에 따라 브론즈, 실버, 골드 등급의 게이머들과는 다른 쪽으로 안내되었다.
“플래티넘에서도 1등급 이상의 모험가 여러분과 그 동료분들은 한 번 더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크는 플래티넘 가운데서도 최상위인 Ⅰ등급이었기에, 또다시 다른 장소로 안내되었다.
‘여긴 좀 사람도 적고 시설도 괜찮은데?’
지크와 승구 일행이 안내된 장소는 교황청 내에 마련된 커다란 응접실 같은 장소였다.
교황청답게, 응접실은 과 관련된 각종 미술품들과 하얀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역시. 사람은 등급이 높고 봐야 되나 봐.’
지크는 새삼스레 용병 길드의 등급이 높은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를 깨달았다.
닭장 같은 천막으로 안내되어 차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고, 다과와 함께 좋은 대기실을 배정받으니 역시 사람은 잘나고 봐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모병관입니다.”
“아, 예.”
“성함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아! 프로아 왕국의 국왕 전하셨군요.”
“저를 아십니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들어보긴 했습니다.”
다행히도, 지크를 담당하는 모병관은 프로아 왕국을 듣보잡 취급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래 봐야 얼핏 들어 알고 있다는 정도였지만.
“여기 이 서류에 사인하시면, 정식으로 계약이 되는 것입니다.”
모병관이 계약서를 내밀었다.
“오? 보수가 상당하네요?”
지크가 계약서에 적힌 금액을 보고 놀랐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용병 길드 등급이 플래티넘 1등급 이상인 모험가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저희 교황청은 모험가분들께 언제나 후한 보상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오.”
“이것이 다 주님의 은총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여기서 말하는 이란, 지구의 주님이 아닌 을 가리키는 대명사였다.
그랬기에 똑똑한 게이머라면 지구의 주님과 게임 속 주님을 같은 존재라고 절, 대, 로 혼동하지 않기 마련이었다.
“주님께선 은혜로우시군요!”
“물론입니다! 하하하!”
왠지 같았지만,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자고로 교황청쯤 되는 거대한 종교 단체는 돈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헌금을 내고, 노동력을 제공하며, 각종 음식을 포함한 재화를 재공하기 마련이었으니까.
게다가 콘스탄틴 제국은 이라 이름 붙은 국가답게, 신민들의 신앙심이 매우 두터웠으므로 교황청은 지난 300년간 세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렇게 쌓인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이 교황청으로 하여금 후한 보수를 약속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아,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프로아 왕국의 군대나 소속된 길드의 길드원들과 함께 참전하셔도 좋습니다.”
“그래요?”
“성전에 참전할 성전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이름 없는 신의 은총을!”
“이름 없는 신의 은총을! 하하하하!”
“하하하!”
지크는 교황청의 후한 보상에 자기도 모르게 구호를 외치고 말았다.
‘없던 신앙심도 생기려고 하네. 자, 잠깐! 나 완전 속물이잖아?’
지크는 돈의 위력에 놀랐고, 자신의 속물적인 근성에 또 한 번 놀랐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짤랑, 짤랑!
벌써부터 귓가에 금화가 쌓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으므로, 지크는 쿨하게 교황청의 성전사가 되어 동부 콘스탄틴의 황당파 놈들을 호쾌하게 쳐부수기로 했다.
‘아아, 이게 자본주의 신앙심인가?’
지크는 스스로의 속물적 근성에 치를 떨면서도, 후한 보상과 앞으로 전투에서 획득하게 될 경험치를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쿡쿡!
승구가 지크의 옆구리를 찔렀다.
“혀, 형님?”
“왜? 너도 빨리 찬양해. 이런 좋은 사냥터가 어딨냐? 이름 없는 신의 은총을! 하란 말야! 하하하! 아, 농담인 거 알지?”
지크가 승구에게 농담을 건넸다.
‘주인 놈… 농담 아니라 진짜다. 돈에 신앙을 팔았다.’
햄찌는 지크의 속내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아니, 형님. 그게 아니라….”
“왜?”
“저길 보시죠.”
승구가 현재 지크와 승구가 자리한 곳보다 훨씬 더 호화로운 곳을 가리켰다.
그 응접실은 최고급 가죽 소파와 더불어, 다과를 접대하는 찻잔과 접시마저도 예술품에 가까웠다.
이번 내전에 참전한 VIP, 그러니까 다이아몬드 등급의 게이머들을 접대하는 장소가 분명했다.
“저긴 왜?”
“쟤 ‘그 새끼’ 아닙니까?”
“그 새끼?”
지크의 시선이 승구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그 새끼 맞네.”
지크는 승구가 말한 ‘그 새끼’가 누구인지 한 번에 알아보았다.
***
승구가 가리킨 곳에는 채형석과 교황청의 모병관의 총책임자쯤 되어 보이는 성직자가 아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하하! 주교님께서는 말씀도 참 재미있게 하시는군요! 배꼽이 다 빠질 뻔했습니다! 하하하하!”
“그러셨습니까? 이름난 모험가이자 거대 세력의 지도자이신 디자이어 경께 유머로 칭찬을 받는 날이 다 있군요! 껄껄껄!”
그 광경을 본 지크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형님 표정 보소? 사람이 저렇게 차가워 보여도 되는 건가? 눈빛부터가 싹 달라지시네.’
위잉~ 위이잉~
승구가 본 지크는 파리 떼들에 둘러싸인 상태였음에도 싸늘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마치 칼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자본주의 신앙심을 외치던 익살스러운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렇듯 지크는, 수더분하게 농담을 따먹다가도 무섭도록 차갑게 돌변하고는 했다.
적을 대하는 지크는 아군인 승구가 봐도 무서울 정도였다.
“형님.”
“응.”
“그냥 동부 콘스탄틴으로 가시죠. 저 새끼랑 아군이 돼서 같이 싸울 바에야 차라리 그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승구가 의견을 냈다.
“교황청에 양자택일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잖습니까.”
교황청에게 만약 다음과 같은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다음 중 하나를 고르시오.]1) 지크프리트 + 뚝배기단 + 프로아 왕국군
2) 제네시스 길드
교황청의 선택이야 뻔했다.
위 선택지는 밸런스가 붕괴되어 있었으므로, 지크는 개소리 말라며 쫓겨날 게 분명했다.
굳이 교황청이 아니더라도, 누구나가 제네시스 길드를 선택할 테고.
약자인 지크는 교황청을 상대론 배짱을 튕길 수가 없었다.
그게 힘의 논리였으니까.
“형님. 서로 불편한 동거를 하시느니….”
“아니?”
그렇게 말한 지크가 계약서에 자신의 사인을 휘갈긴 뒤 선언했다.
“오늘부터 적과 동침한다.”
“예?! 혀, 형님!”
“저 새끼더러 깨끗하게 씻고 누우라고 해.”
그렇게 말하는 지크의 주변에는 위잉~ 하고 파리 떼가 맴돌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