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68
267
전투가 시작된 직후.
“…미쳤네.”
지크는 채형석이 전장에서 일으키는 임팩트에 혀를 내둘러야만 했다.
쏴아아아!!!
우웅!!!
홀리 세인트의 주력 스킬인 와 핵심 스킬인 을 전개한 채형석은 가히 신(神)이었다.
전지전능!
괜히 채형석을 이나 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대규모 집단전에서 그가 발휘하는 능력이란 정말이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 능력이 교황청의 군대의 사제들, 그리고 성기사들과 조합되자 그 파괴력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비록 개인의 무력이 형편없고, 단지 생명력과 방어력이 높은 돼지에 불과했지만 전장에서 채형석의 존재감은 어느 누구보다도 돋보였다.
약자를 강하게.
강자는 더 강하게.
아군의 전투력을 광범위하게 증폭시켜 주는 채형석의 능력은 신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섭네.’
그런 채형석을 바라보는 지크의 심경은 복잡했다.
‘언젠간 정면으로 부딪칠 날이 오긴 할 텐데. 지금 내 능력으로는….’
지크는 머릿속에서 현재 자신이 이끄는 세력과 채형석이 이끄는 제네시스 길드가 정면으로 맞붙는 상상을 해보았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랄까?
그래서 내린 결론은….
‘전멸.’
인정하긴 싫었지만, 지크가 가진 세력의 전멸이었다.
현재 지크와 뚝배기단, 그리고 프로아 왕국의 힘으로는 제네시스 길드와의 정면 대결은 무리였다.
지크의 디버프는 채형석의 버프보다 훨씬 더 효율이 좋고, 더 강력했지만 문제는 범위였다.
지크의 스킬을 통해 디버프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었지만, 효과는 감소한다는 패널티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채형석은 을 통해 주변의 버퍼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기에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할 수 있었다.
즉, 지크는 좁은 지형에서 유리했고 채형석은 넓은 지형에서 유리한 것이다.
‘이걸 극복해야 돼. 지형적 이점으로 이득을 보는 건 한계가 있어. 언젠가는 넓은 지형에서 크게 맞붙는 날이 올 거다.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
지크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어떻게 하지? 방출로도, 바이터보 세트의 힘으로도 이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순 없는데? 휴우.’
산 넘어 산.
기껏 디버프를 강화시켜 놨더니, 이제는 범위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찾아야 했다.
디버프의 위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범위를 늘릴 방법을 말이다.
“형님!”
그때, 승구가 소리쳤다.
“위험합니다!”
“알아!”
지크가 덤벼드는 동부 콘스탄틴 제국군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은 전투 중.
일단은 전투에 집중해야 했다.
‘그 잘난 버프, 얼마나 쩌는지 내가 직접 경험해 줄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지크는 내친 김에 채형석의 버프를 한 번 경험해 보기로 하고 적진을 향해 뛰쳐나갔다.
타핫!
지크가 땅을 박차고.
[알림 : 아군이 당신을 강화시킵니다!] [알림 : 아군이 당신을 강화시킵니다!] [알림 : 아군이 당신을 강화시킵니다!]지크가 달려나가자 채형석을 포함한 아군 버퍼들의 버프가 지크에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크는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화륵, 화르륵!!!
지크는 버퍼들의 버프를 받은 채로 를 전개했다.
“덤벼라! 교황청의 개!”
그런 지크를 향해 동부 콘스탄틴 제국군 소속인 150레벨의 기사가 달려들었다.
쩌엉!
이 기사의 검과 부딪혔을 때.
‘어?’
지크는 문득 느껴지는 특이점에 당황했다.
쨍그랑!
기사의 검이 깨지고.
퍼억!
이 검을 잃은 기사의 가슴팍을 때렸다.
털썩!
쓰러진 기사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사망.
무려 150레벨의 NPC가 고작 평타 한 방-물론 지크의 평타는 스킬이나 마찬가지였지만-에 죽어버린 것이다.
“디, 딜… 실화인가?”
지크는 제 눈을 의심했다.
“형님? 너무 세신 거 아닙니까?”
“그, 그러게.”
놀란 지크가 기사의 시체를 살펴보았다.
기사의 방어력을 책임져주던 풀 플레이트 메일은 20센티미터가 넘게 푹 꺼져 있었다.
디버프와 버프가 합쳐지자 은 150레벨의 기사의 검을 깨부수고, 갑옷을 찌그러뜨린 뒤 가슴팍을 뭉개버린 것이다.
그것도 한 방에.
“승구야.”
“예. 형님.”
“우리도 뭔가 쩌는 버프 능력자 하나 필요한 거 같지 않냐?”
“있으면 개쩔 거 같은데요? 형님 디버프에 버프가 더해지면… 히익?!”
승구는 지크가 매우 강력한 버퍼와 짝을 이루었을 때를 상상하며, 깜짝 놀랐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지크의 힘이란 정말이지….
“영입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크가 씨익 웃으며 적진을 향해 더 파고들기 시작했다.
“일단 먼저 싸우자. 아, 햄찌야.”
“뀨우?”
“쳇바퀴 좀 굴려 봐.”
“알겠다! 뀨우!”
지크의 말에 햄찌가 마법의 쳇바퀴를 불러내 굴리기 시작했다.
햄찌가 가진 버프 스킬인 을 시전하자, 안 그래도 강해진 지크는 더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한번 시험해보자.’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든 지크가 을 미친 듯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적들이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수수수!!!
마치 부는 바람에 힘없이 흩날리는 낙엽처럼 말이다.
***
부들부들!!!
자신이 진행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의 채팅창을 본 채형석은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왜 다들 저 쓰레기 새끼를 주목하는 거야!!!’
채형석은 차마 입 밖으로 소리를 지르지는 못하고,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 [노쓰우드] 소름;;;;
– [Ink_PS] 개쩐다 ㅡㅡ
– [크크28] 저 사람 쪼렙 때도 피지컬로 랩터 찍어 눌러서 겜 접게 만든 사람 아님?
– [땡취리] 평타로 지금 다 죽이고 있는 거임????
– [Billy Herrington] omg!!! who is that guy!!! so cool!!! ♥♥♥
– [Hiru1121] 혹시 저 사람 지금 방송함?????? 있으면 주소좀 ㅇㅇ
채팅창은 온통 지크에 대한 이야기들로 도배가 된 상태였다.
채팅방을 관리하는 매니저-제네시스 길드원 중 하나-가 시청자들에게 자제해줄 것을 요청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시청자들은 최전방에서 적들을 한 방에 쓸어버리는 지크에게 깊이 매료된 상태였다.
물론 지크는 버프를 받아서 강해 보일 뿐, 거품이라며 채형석 편을 들어주는 몇몇 시청자들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시청자들은 지크의 맹활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뒤에서 버프나 주고 있는 채형석보다야 최전방에서 적들을 호쾌하게 쓸어버리고 있는 지크가 더욱 눈에 띄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록밴드만 봐도 아무리 뛰어난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드러머가 있다고 해도 보컬이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개 같은! 내가 저 새끼한테 판을 깔아주다니! 내 버프로 저 새끼가 주목받게 만들어 주다니!’
졸지에 죽 쒀서 개, 아니 죽 쒀서 지크를 준 격이 되어버린 채형석은 화가 나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쳐 죽여도 모자랄 판국에 전 세계 게임 팬들이 주목하는 큰 이벤트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줄 줄이야.
그것도 제 손으로.
채형석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좀 많네. 큰 거 한 방 가야겠어.”
지크는 적들을 쓸어버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콰앙!
지크의 철퇴가 대지를 찍자 하늘과 땅이 무너져 내리며 이 일어나 전방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냈다.
우르릉, 쩌어억!!!
뒤이어 지진까지!
지크는 적들을 한 방에 패 죽일 뿐 아니라, 자연재해에 가까운 광역 스킬까지 선보이며 전장을 휘어잡고 있었다.
“저 개새끼가!”
“아오!”
“진짜 아군만 아니었으면 당장에 때려죽였을 새낀데!”
지크를 알아본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으르렁거렸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개인 방송은 채형석만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전투에 참가한 수백 명의 게이머들이 각자의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지크를 공격했다간?
전 세계의 게임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난도질을 당할 테고, 제네시스 길드의 이미지는 졸렬 그 자체로 낙인찍힐 게 뻔했다.
제네시스 길드로서는 지크를 절대로 건드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버프를 안 줄 수도 없었다.
이미 채형석과 제네시스 길드원들은 지크에게 들어가는 버프를 모조리 철회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크는 여전히 무신(武神)과도 같은 전투력을 발휘하며 적들을 쓸어 담고 있었다.
왜?
교황청 소속 사제들이 지크에게 끊임없이 버프를 걸어주고 있었으니까.
이 전투에서 지크의 존재감을 지워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늦은 것이다.
‘…X발 진짜.’
채형석은 눈을 질끈 감았다.
후들후들!
쌓이고 쌓인 분노가 두 다리마저 떨리게 하고 있었다.
***
“헥헥! 헥헥! 뀨우! 햄찌 힘들다! 헥헥헥!”
지크의 맹활약으로 인해 햄찌는 그야말로 미친 듯 뛰어다녀야만 했다.
지크가 덤벼드는 게이머 하나를 죽일 때마다, 햄찌는 재빨리 뛰어가 죽은 게이머의 랜덤 드랍 아이템을 주웠다.
왜냐하면, 이곳은 수만 명의 게이머들이 뒤섞인 전장이었으므로 랜덤 드랍 아이템은 챙길 수 있을 때 빠르게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덕분에 지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개의 랜덤 드랍 아이템을 챙길 수가 있었다.
그러던 중.
“음?”
지크는 주변에 적이 없다는 걸 깨달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시체, 시체, 시체, 그리고 또 시체.
지크의 주변은 NPC들과 게이머들의 시체가 마치 산처럼 쌓이고, 그로부터 흘러나온 핏물이 흥건했다.
그야말로 시산혈해.
시체가 산을 쌓고 바다를 이룬 것이다.
“어? 다 죽여 버린 건가?”
“혀, 형님?”
“응?”
“아까 길드원들도 죽이시던데요?”
“뭐?!”
지크가 깜짝 놀랐다.
“적 진영에 길드원들이 몇 명 있더라고요. 근데 형님께서 그냥 막 대가리를 쾅! 하고….”
“헉!”
“너무 정신줄 놓고 죽이신 거 아닙니까? 저는 형님이 살인 기계인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으음. 좀 정신없이 날뛰긴 했지. 근데 뭐 어떡해. 같은 길드라도 서로 적으로 만났으면 죽이는 거지.”
“길드원들한테 공지라도 때리시는 게…?”
“그래야겠다.”
“아예 길드원들 데리고 교황청 진영에서 싸우면 안 됩니까?”
“그래야 하나. 근데 이건 길드 콘텐츠가 아니잖아. 다 같이 즐기는 것도 좋긴 한데, 개인의 자유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진 않아서.”
“그것도 틀린 말씀은 아니긴 합니다.”
“일단 여기서 좀 놀다가 길드원들한테 나 여기 있다고 공지라도 때려야겠다.”
“그러시죠.”
그때.
“와아아아아!!!”
“승리했도다!!!”
“저 사악한 이단자 놈들을 쳐부쉈다!!!”
“이름 없는 신께 찬양을!”
“찬양을!”
“교황 성하, 만세!!!”
“만세!!!”
전장에 교황청의 승전보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지크의 맹활약-사실은 채형석의 공이 99퍼센트였지만-으로 첫 전투에서 승리한 교황청의 군대는 진지를 점령하는 한편, 현재 위치에서 다음 목표 지점 사이의 도시들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지크 일행은 다음 목표 지점 사이에 있는 도시 중 라는 곳에 투입되었다.
다음 전투가 벌어질 때까지 를 완벽히 장악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게 지크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는 저항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 내전이 황당파와 교황청 간의 권력 다툼이었기에, 소규모 도시인 로서는 ‘이기는 편이 내 편’이란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즉, 중립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게… 뭐 하는 개짓거리들이지? 이 미친 새끼들이???”
임무 수행을 위해 에 입성한 지크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쌍욕을 내뱉고 말았다.
왜냐하면….
“죽어라! 이단자!”
“커헉!”
“이 더러운 계집! 이단자 놈들의 씨받이 노릇을 했겠지? 그 음탕한 몸뚱이는 정화되어야 한다! 죽음으로써 회개하라!”
“꺄아아악!”
교황청 소속의 장병들과 기사들이 의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