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75
274
아리아 시의 지하 배수로.
첨벙, 첨벙!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된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하나둘 물에 처박히기 시작했다.
‘멈추면… 안 돼!’
민우는 자신 역시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되었음에도, 추격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잡아야 했다.
반드시.
이번에 지크를 놓치게 되면, 길드 내부에서도 길마인 채형석과 운영진들에 대한 불신과 회의감이 커질 게 분명했다.
안 그래도 지크에게 연거푸 당한 것 때문에 길드원들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고, 제네시스 길드 위기론까지 슬슬 언급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만약 지크를 놓친다면 교황청에서 크게 실망할 테고, 약속했던 보수가 줄어들 거라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뛰…어!!!”
민우의 외침이 배수로 안에 메아리쳤다.
“그냥 뛰어!!! 크윽!!! 무조건 잡아!!! 무조건!!!”
이번만큼은 지크를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민우는 추격을 강행했다.
“이런 X발!”
“개 같네!”
“으으… 캐릭터가 안 움직… 으으으윽!!!”
덕분에 제네시스 길드원들은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된 와중에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도록 지크 일행을 추격했다.
“서로 힐 주면서! 해독이랑 정화 계열 주문도 걸어 주면서 달려! 어떻게든 잡아야 해! 절대 놓치면 안 돼!!!”
민우는 길드원들에게 서로서로 방사능 중독을 치료해주며 달릴 것을 권했다.
하지만 그런 민우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대참사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됐어. 독? 엿이나 처먹어라, 한태성. 그딴 게 먹힐 것 같냐?’
민우는 추격이 원활해지자 지크를 비웃었다.
그러나 그런 민우의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철푸덕, 첨벙!
철푸덕, 첨벙첨벙!
내달리던 길드원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을 때, 민우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뭐, 뭐야!!! 서로 케어해주면서 달리랬잖아!!! 왜 쓰러져!!! 정신 안 차ㄹ….”
민우가 정신 안 차려!!! 라고 일침을 놓으려던 때였다.
“아오! X발!!!”
제네시스 길드원 중 하나가 민우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마나가 없는데 어떻게 케어하라고!!! 스킬 쿨타임 도는 시간보다 다시 중독되는 게 빠른데!”
“……!”
“마나는? 마나 바닥인 거 안 보여? 뭐 어쩌라고? 지랄할 걸 지랄하라고! 안 그래도 X같은데 왜 닦달인데? 어?”
그것은 돌려막기의 폐해였다.
카드 값을 막지 못해 다른 신용 카드로 막고, 그 카드 값을 또 다른 신용 카드로 막고.
이런 식으로 돌려막기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계치에 이르러 파산하기 마련.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딱 그랬다.
그들은 서로 중독 해제 스킬을 써주며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지크가 도망치면서 끊임없이 방사능 에너지를 흘리고 있었다는 것.
근본적인 원인인 방사능 에너지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돌려막기를 하다 보니 결국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우리가 노예 새끼냐? 말 X나 함부로 하네.”
“그렇게 잡고 싶으면 니 혼자 가서 잡든가? 이건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우리가 종놈이냐? 적당히 해야 받아주든지 할 거 아냐.”
“아. X같아서 안 한다. 오늘부로 탈퇴.”
“수고.”
“캬악! 퉤!”
기어코 폭발한 몇몇 길드원들이 길드 상징물인 배지를 가차 없이 내던져 버리고는,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했다.
내분.
그 굳건하던, 마치 군대를 연상케 하던 제네시스 길드에서 하극상이 벌어질 줄이야….
길드 내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
민우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아무리 채형석의 충직한 개라고는 하지만, 떠난 길드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은 사람들만이라도….”
민우가 씹어내듯 말했다.
“추격하자. 다들 이번 한 번만 참아 줘. 이번엔 꼭 잡아야 해. 무조건.”
추격을 강행했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철푸덕, 첨벙!
첨벙첨벙!
억지로 지크 일행을 추격하던 제네시스 길드원들은 차례차례 쓰러져만 갔고, 출구를 100미터 정도 남겨두었을 무렵에는 남은 사람이 2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방사능 에너지에 노출된 덕분이었다.
“크윽… 노, 놓치면… 안 되는데.”
민우는 스스로도 방사능 에너지에 헐떡이면서도 이를 악물고 지크 일행을 쫓았다.
“야!!!”
그때, 저 멀리서 지크의 외침이 들려왔다.
“니네 어머니들이 나 따라오는 거 아니라고 안 가르쳐 주셨냐! 나 따라오면 죽어! 엄마 말씀 잘 들었어야지!”
명백한 조롱이었다.
“이… 이이!!!”
민우가 분노하던 때.
위잉, 철컥!!!
저 멀리 출구 쪽에서 수십 개의 포신이 민우를 포함한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겨누는 게 보였다.
그 순간 민우는 깨달았다.
“…X됐네.”
퍼버벙!!!
수많은 포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
로 향하는 지하 배수로 입구.
우르르르르!!!
지크는 지하 배수로가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며 흡족한 미소를 피워 올렸다.
스으으…!
아이언 골렘들의 어깨에 장착된 대포들이 허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일제, 사격!
무려 60문의 대포가 포격을 했으니, 좁은 지하 배수로가 무너져 내리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쯧쯧.”
지크는 지금쯤이면 쥐포가 되었을 민우와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향해 혀를 찼다.
“나 따라오는 거 아니라니까는. 고생한다. 멍청해서.”
그렇게 혼잣말을 한 지크가 뒤를 돌아보았다.
지크의 시선은 시뻘겋게 물들어 있는 강을 향했다.
지하 배수로는 아리아 시와 인접한 강과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허드슨 강.
서부 콘스탄틴으로부터 동부 콘스탄틴까지 쭉 이어져 있는 이 강은, 아리아 시에서 흘러나온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순서대로! 질서 있게! 한 명씩 차례대로 탑승하십시오! 배는 많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생존하실 수 있으니 서두르지 마세요!”
“노약자부터 탑승합시다!”
“잘하고 있습니다!”
뚝배기단 단원들은 탈출에 성공한 여성 NPC들을 탈것에 태우고 있었는데, 그 탈것이란 건 비행선이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 비행선은 너무나 위험했다.
자칫 교황청의 대공포, 혹은 대공 마법에 격추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크가 선택한 이동 수단은 노르드족의 쾌속정 였다.
[전하. 비행선을 통한 탈출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럼?] [본국의 모든 아쿠아 러너를 출동시키겠습니다. 아쿠아 러너를 타고 허드슨 강을 타고 하류로 가십시오.] [어? 그거 좋은 생각인데?] [예?] [여기 전술 지도를 보면 지하 배수로가 허드슨 강이랑 연결되거든?] [오!] [그럼 아리아 시 중앙 광장부터 이쪽으로 가서… 맨홀을 통과하고… 지하 배수로만 쭉 타고 나오면 탈출 성공이야.] [대단히 좋은 탈출 계획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금 즉시 아쿠아 러너를 아리아 시 근처로 보내겠습니다.] [부탁해.] [예, 전하.]이후 미켈레는 동부 콘스탄틴 제국의 협조를 받아 비행선으로 아쿠아 러너를 허드슨 강 하류까지 실어 날랐다.
허드슨 강 하류에 도착한 프로아 왕국의 해병대원들은 즉시 아쿠아 러너를 타고 아리아 시 근처로 빠르게 거슬러 올라왔고, 지크 일행과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휴. 진 빠지는 줄 알았네.’
아쿠아 러너들이 출발하기 직전, 지크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아 시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있었던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다.
그런데.
– 히이이이잉!!!
– 히이잉!!!
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고.
다그닥, 다그닥!!!
뒤이어 말발굽 소리 역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놈들이 도망친다!!!”
“화살 장전!!!”
“잡아라!!!”
저 멀리 교황청 소속의 기사들과 궁수들 수천여 명이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게 보였다.
“아오!”
지크는 분통을 터뜨렸다.
“하필 기마궁수들이냐!!!”
그냥 말을 탄 병력이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하필이면 원거리 무기인 활로 무장한 적들이라니….
“일단 출발!!! 출바아아알!!!”
지크 일행은 서둘러 허드슨 강 하류를 향해 아쿠아 러너를 몰아붙였다.
“조준!!!”
어느새 강가에 도착한 교황청의 병사들이 활시위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발사!!!”
성기사의 외침에 따라 교황청 소속 궁수들이 도망치는 아쿠아 러너들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쏴아아아아!!!
피로 물든 허드슨 강 상공에 수천 개의 화살이 시커멓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위험했다.
아쿠아 러너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이 짧은 시간에 화살의 사거리에서 모두가 벗어나는 건 절대 무리였다.
수십 대의 아쿠아 러너 중 몇 척은 벌집이 될 게 분명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지크는 누구도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햄찌에게 소리쳤다.
“햄찌야! 배돌려!”
그때, 지크가 소리쳤다.
“뀨우? 주인 놈아! 미쳤냐!!! 지금 돌리면 우리 고슴도치 된다!!!”
“돌려!!!”
“야 이 미친 주인 놈아!!! 죽고 싶어 환장했냐!!!”
“돌리라니까!!!”
“아, 알겠다!!! 뀨우!!!”
지크의 외침에 햄찌가 아쿠아 러너의 조타기를 거칠게 확 잡아 돌렸다.
빙그르르르-!!!
지크가 탄 아쿠아 러너가 마치 드리프트 하는 후륜 구동 자동차처럼 급선회했고, 선체가 180도로 뒤집어진 순간 햄찌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촤아아!!!
방향을 180도로 바꾼 아쿠아 러너가 물살을 가르며 강기슭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자살 행위.
쏟아지는 화살 비로부터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뛰어든 것이다.
“아, 안 돼!!!”
“전하께서 미치셨다!!!”
“꺄아악!!!”
지크와 한배에 탄 모든 이들이 경악하던 때.
쏴아아아!!!
지크는 배 끝에 올라선 채로, 쏟아져 내리는 화살 비와 나 홀로 마주했다.
‘할 수 있어.’
지크는 마음속으로 자신감을 불어넣고는, 선체를 박차고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
같은 시각.
교황청 진영의 보급 창고 근처.
뚝배기단 단원들은 지크로부터 받은 모종의 지령을 수행하고 있었다.
‘셋, 둘, 하나.’
뚝배기단 단원이 손가락으로 셋을 세기가 무섭게.
푹, 푸욱!
숨어 있던 뚝배기단 단원들이 보급 창고를 지키던 병사들의 목에 비수를 꽂아 넣었다.
시체 쓰러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뚝배기단 단원들은 쓰러지는 병사들의 시체를 살포시 받쳐 소리를 죽인 뒤 으슥한 곳으로 가지고 갔다.
주섬주섬!
그리고는 군복을 빼앗아 입은 후 시체를 숨겼다.
짜잔!
완벽한 위장이었다.
“갑시다.”
“고고.”
교황청 소속 병사들로 위장하는 데 성공한 뚝배기단 단원들은 보급품과 군량미가 가득한 창고로 잠입했다.
“잠깐! 너희들은 어디 가는 거지?”
그때, 교황청의 성기사 하나가 그런 뚝배기단 단원들을 불러 세웠다.
‘X됐다!’
‘걸린 건가?’
뚝배기단 단원들은 내심 뜨끔했지만, 그중 능청맞은 성격을 가진 단원 하나가 재빨리 나서 그럴싸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충성! 상부에서 보급 창고 순찰하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한 바퀴 돌고 나오겠습니다!”
“충성! 그래? 고생들 많다! 수고해라!”
“예! 충성!”
“충성!”
아무것도 모르는 성기사는 교황청 소속 병사로 위장한 뚝배기단 단원들을 격려해 주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분 후.
화륵, 화르륵!!!
교황청의 보급 창고가 시뻘건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