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85
284
“……!”
“……!”
“……!”
모두가 놀랐을 때.
[히이이이잉!!!] [푸릉, 푸르릉!!!]말들이 투레질하는 소리와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페, 페가…수스?!”
하늘 위를 바라본 교황청 소속의 병사 하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날개 달린 말… 이른바 라 불리는 천마들이 하나의 편대를 이룬 채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그런 페가수스들의 등 위에는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의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그들의 귀는 하나같이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저들이 곧 전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엘프 왕국 엘론델의 최정예 기사단이라는 걸 뜻했다.
“맙소사! 비행 기사단이다! 엘론델의 비행 기사단이 나타났다!”
교황청 소속의 기사 하나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비행 기사단?’
교황 테오필리우스 5세 역시 비행 기사단을 발견하고는 놀랐다.
‘전설 속 기사단이 도대체 여긴 왜…?’
사실 비행 기사단은 엘론델과 우호 관계에 있는 프로아 왕국의 수뇌부들이나 만날 수 있는 존재였지, 교황과 같은 일반인(?)이 만날 수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
[히이이이잉!!!]천마 히페리온이 거친 울부짖음을 토해내며 교황의 앞에 착륙했다.
[푸릉, 푸르릉!!!]그런 히페리온의 콧구멍에서는 거센 콧바람이 뿜어져 나왔는데, 영리한 페가수스답게 지금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듯했다.
“뭐 하는 짓입니까.”
히페리온에 올라탄 여기사, 엘론델의 공주 브륜힐트가 교황을 향해 물었다.
“허허.”
교황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비행 기사단의 단장이신 모양이구려. 이거 반갑소이다. 짐은 이름 없는 신을 섬기는 최고위 사제이자 교단의 총책임자인 테오필리우스 5세라고 하오. 여기사께서는 신분을 밝혀주시길 바라오.”
“엘론델의 공주이자 비행 기사단의 단장 브륜힐트라고 합니다.”
브륜힐트가 지독히도 냉랭한 말투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그런 브륜힐트가 교황을 바라보는 눈빛은 명백한 ‘경멸’이었다.
“오. 엘론델의 공주셨구려. 한데 어쩐 일로 본 교황을 방해하시는 것이오?”
“지금 그걸 몰라서 묻는 건가요? 당신은 지금 신의 이름을 팔아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고 있어요.”
“악행이라니? 엘론델의 공주께서 보시기에 본 교황이 악행을 벌이고 있는 것 같소이까?”
“그럼 아닌가요?”
“껄껄껄! 뭔가 대단히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구려! 본 교황은 악행과는 평생 담을 쌓아온 인물이라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이 아이들은 마귀 들린 자들의 자식들이오.”
교황이 딱 잘라 말했다.
“머릿속에 악의 씨앗을 가득 품고 있는 아이들이지. 사실 이 아이들은 아이들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들이오. 훗날 장성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지를지 짐작조차 가지 않소이다.”
“…….”
“풀을 제거하려거든 뿌리째 뽑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건 공주께서도 아주 잘 아시리라고 믿소. 본 교황은 주님의 가장 충실한 종으로서, 주님을 대신해 악의 씨앗을 제거하려는 것뿐이오. 이제 아시겠소이까? 껄껄껄!”
브륜힐트는 교황의 뻔뻔함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브륜힐트는 지크를 돕기 위해 연합군 결성이 결정되자마자 비행 기사단을 이끌고 로 향하던 중 교황의 악행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녀가 본 교황은 그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죄 없는 아이들을 학살하는 살인마에 불과했다.
만약 브륜힐트가 재빨리 기사단을 이끌고 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저 갓난아기는 한낱 고깃덩이가 되었을 게 분명했다.
그런 주제에 감히 신의 이름을 팔다니….
“정말이지 추악하네요.”
브륜힐트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교황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마귀 들린 자입니다. 당신은 성직자의 탈을 쓴 악마에 불과해요.”
“도대체 무슨 근거로 본 교황에게 그런 비난을 퍼붓는 것이오? 브륜힐트라고 하시었소? 엘프 왕국의 공주면….”
“비행 기사단!”
브륜힐트가 교황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소리쳤다.
“전투, 준비!”
“준비!”
브륜힐트의 명령에 비행 기사단 단원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활을 뽑아들고 교황청의 주요 인사들을 조준했다.
“더 이상의 악행은 허락하지 않는다! 만약 저들이 죄 없는 어린아이들을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그 즉시 저들을 처단한다!”
브륜힐트가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런 브륜힐트에게는 평소의 다정하고 상냥한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분노했기 때문이다.
“경고합니다. 이대로 물러나세요. 그러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당신을 베어 처단하겠습니다.”
“허허허.”
교황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리석은 엘프 계집이로다.”
“……?”
“병력 차이가 얼마인데 감히 본 교황을 협박하는고?”
“지금 학살을 계속하겠단….”
“성스러운 군대여!”
교황이 버럭 소리쳤다.
“주님의 행사를 방해하는 저 간악한 엘프들을 당장에 처단하라!!!”
“교황 성하의 명령을 받듭니다!!!”
교황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교황청의 기사들이 브륜힐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
비행 기사단과 교황청 간의 전투는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비행 기사단은 고작 100명밖에 되지 않는 전력으로 교황청 군대의 숫자를 빠르게 줄여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페가수스를 타고 비행하며 강철조차 손쉽게 뚫어버리는 화살을 날려대니 교황청의 군대로서는 버틸 수 없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투가 시작되고 30분쯤 지나자 교황청의 군대는 비행 기사단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다.
“조준하려 하지 마라! 다 함께 예측 사격을 하는 것이다! 화살로 그물을 구성한다고 생각하라!”
교황청의 군대는 공중을 날아다니는 비행 기사단을 향해 일종의 ‘화망’을 구성해 대응했다.
각자 다른 표적을 조준하는 게 아니라, 단체로 특정 지점에 화살을 예측해 퍼부어 대었던 것이다.
그것은 매우 훌륭한 대응이었다.
하늘을 빠르게 날아다니는 페가수스를 조준해서 맞추기란 불가능했으므로, 많은 화살을 한꺼번에 예측해서 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히이이잉!] [히잉!]덕분에 비행 기사단 단원 몇몇은 교황청의 대응 사격에 추락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고 전투를 이탈하고 말았다.
‘내가 나서야 해!’
역시 공중에서 화살을 날리던 브륜힐트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교황청의 병력이 5,000명 수준이었다면, 비행 기사단은 이미 승리를 거두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병력 차이가 너무 컸고, 교황청의 병사들은 대부분이 활로 무장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지상에서 교황청의 병사들이 마음껏 화살을 쏘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휘저어 주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역할은 혼자 만 명이 넘는 적진 한복판에서 날뛸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무력을 가진 사람만이 수행해낼 수 있었다.
“히페리온! 가자!”
[히이이이이이이잉!!!]천마 히페리온이 교황청의 화살 막을 뚫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강하하기 시작했다.
타핫!
땅에 착지한 브륜힐트.
화륵, 화르륵!
그런 브륜힐트의 손아귀에는 가 강렬한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성직자의 탈을 쓴 악마.”
브륜힐트가 호위 병력에 둘러싸인 교황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나 엘론델의 공주이자 비행 기사단의 단장 브륜힐트, 대지의 여신을 대신해 너를 처단하겠다.”
그와 동시에 브륜힐트가 교황청의 군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교황청의 군대가 삽시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스으으!!!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은 .
그리고 그것을 휘두르는 브륜힐트.
이 둘의 조합이 가지는 파괴력이란 정말이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마, 마스터에 근접한 강자다!”
“막아라! 어떻게든 막아라!”
교황청의 성기사, 그리고 상위 존재인 팔라딘들이 필사적으로 브륜힐트를 저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신의 이름을 팔아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는 이들에게 자비란 없어! 적어도 어린아이들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해!’
마음을 독하게 먹은 브륜힐트의 전투력이란 가히 일당백, 아니 일당만이었다.
비록 ‘어떠한 벽’에 부딪혀 아직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브륜힐트였다.
하지만 최상위급 소드 익스퍼트로서 브륜힐트의 전투력은 가히 ‘엘론델의 검’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지경이었다.
털썩, 털썩, 털썩!
교황청의 기사들과 팔라딘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피는 흐르지 않았다.
는 자신보다 약한 자들이 피를 보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들을 베어버림과 동시에 그 상처마저도 깔끔하게 태워 버렸으니까.
“이런 빌어먹을! 저 망할 계집년이 감히!”
교황이 분노에 차 소리쳤을 때.
휘리릭, 콰앙!
어디선가 날아온 철퇴가 그런 교황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튕겨져 나갔다.
휘리리릭!
튕겨져 나간 철퇴가 주인의 손아귀로 돌아갔다.
“브륜힐트 님!”
어느새 합류한 지크가 브륜힐트를 향해 소리쳤다.
“지크 님!”
브륜힐트가 지크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소리쳐 화답했다.
“제가 돕겠습니다! 함께 싸우시죠!”
“영광이에요!”
그렇게 지크가 전투에 합류했다.
화륵, 화르륵!
스륵, 스르륵!
와 이 동시에 펼쳐져 교황청의 군대를 압박하고.
“가자!”
“이런 쳐 죽일 새끼들!”
“니들이 사람이냐!”
뒤따라온 뚝배기단 단원들이 교황청의 군대를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다 뒤져라! 그냥! 쏴! 쏴버려!”
승구가 아이언 골렘들에게 명령을 내려 포격을 지시하고.
“캬아아악!!! 햄찌 화났다!!! 니들 다 죽었다!!!”
거대화한 햄찌가 교황청의 병사들을 그 거대한 앞발로 닥치는 대로 후려쳤다.
그렇게 수선화 마을에서 벌어진 전투는 지크 일행 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졌다.
***
전투 중.
‘뭔가 이상해.’
지크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걸 버텼지? 그냥 평범한 성직자 아니었나?’
지크는 교황청의 군대를 닥치는 대로 쓸어버리는 한편, 교황이 보여주었던 불가사의한 방어력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머리통이 박살나야 정상 아냐?’
확실히 그랬다.
어검술에 의해 움직이는 이 담긴 파괴력이란, 이제는 삭제된 스킬인 이상으로 강력했다.
그런데 그런 공격을 뒤통수에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고작 휘청거리고 말았다?
그건 탱커 계열 클래스를 가진, 방어력이나 체력이 타 클래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난 캐릭터나 가능한 일이었다.
혹은 둘 다거나.
죽은 메네시아와 같은 초강자나 버텨낼 수준의 공격인 것이다.
‘평범한 성직자 캐릭터가 아니었던 건가?’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을 통해 교황을 비추어 보려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투둑, 투두둑!
교황의 몸이 부풀어 오르며 입은 로브가 툭툭 터져 나가고 있었다.
이윽고….
촤라락!
교황의 등 뒤로부터 파충류의 것을 닮은 날개가 튀어나와 활짝 펴졌다.
“교, 교황 성하?”
“교황 성하? 나, 날개가?”
교황을 호위하던 성기사들과 팔라딘들이 흠칫 놀랐다.
어째서 이름 없는 신의 대리인이라는 교황의 등 뒤에서 파충류의 것을 닮은 날개가 튀어나온단 말인가?
“크르륵….”
교황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감히 짐의 행사를 방해하다니, 크르륵… 도저히 참지 못하겠도다.”
잠시 후 교황이 얼굴을 들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인간과 박쥐가 교묘히 뒤섞인 괴물의 얼굴만 있을 뿐이었다.
“짐이 본모습을 드러낸 이상….”
어느새 변이를 마친 교황이 어른 몸통만 한 팔뚝을 휘둘렀다.
퍼억!
그러자 주변에 있던 성기사들과 팔라딘들의 몸통이 처참히 으스러졌다.
“모두 죽어 주어야겠다. 크륵!”
본모습을 드러낸 교황, 아니 악마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