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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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전.
‘저거 진짜 악마였네.’
지크와 마찬가지로, 채형석은 너무나도 황당해서 본모습을 드러낸 자나토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지크의 동료들과 대치 중인지라 전투에 끼어들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어쨌거나, 하는 짓거리가 교황치고 악마 새끼가 따로 없더라니.
진짜 악마였을 줄이야.
그러나 채형석에게 있어서 그런 건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돈’이었다.
‘이런 개 같은! 저 새끼가 악마면 내 돈은 누가 줘?’
교황이 사실은 악마 자나토스였다는 게 밝혀진 이상 제네시스 길드는 약속한 보상을 받을 수 없을 게 뻔했다.
왜?
자나토스가 입막음을 하려 들 게 뻔했으니까.
교황청 진영에 소속된 다른 게이머들이라면 모르되, 현재 이 자리에 있는 채형석과 제네시스 길드원들은 입막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렇다고 지크를 도와줄 수도 없었다.
지크는 자신의 철천지원수인데, 그를 도와준다는 건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다.
‘아. X발. 개같이 꼬였네.’
그래서 채형석은 일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지크와 브륜힐트가 자나토스를 탈탈 터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지크와 브륜힐트가 이기는 꼴을 보고 있노라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잠깐. 저 악마는 나름 기브 앤 테이크에 철저하던데?’
채형석은 교황으로 위장해 있던 자나토스가 평소 어떠한 모습을 보여 주었는지를 떠올렸다.
자나토스, 그러니까 교황 테오필리우스 5세는 누가 뭐래도 성직자의 탈을 쓴 악마이자 잔혹한 학살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이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은, 평소 기브 앤 테이크에 매우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교황은 자신과 대립하는 이들에게는 악마가 따로 없을 정도로 잔혹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협력하는 이들에게는 교황청이 수백 년 동안 축적한 재물을 바탕으로 매우 후한 보상을 지급해왔다.
또한, 교황의 권리 중 하나인 를 뿌리면서 자신의 추종자들이 저지르는 범죄도 관대하게 받아들여 주었다.
‘악마면 어때? 나한테 돈만 주면 그만이잖아?’
그걸 아는 채형석은 교황, 아니 악마 자나토스가 매우 훌륭한 사업적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자식을 도와주고, 신성 콘스탄틴 제국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게끔 뒷받침해 준다면?’
꽤 좋은 생각 같았다.
그렇게 되면 자나토스로서도 자신의 정체를 아는 채형석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터, 제네시스 길드는 신성 콘스탄틴 제국의 국영 모험가 길드로서 막대한 이권을 누릴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저 자식이 신성 콘스탄틴 제국을 장악한 뒤에 그 세력을 이용해서 저 새끼의 나라로 쳐들어간다면….’
교황이 장악한 신성 콘스탄틴 제국이 프로아 왕국을 공격한다면, 그땐 슈트카르트 황제로서도 딱히 막을 방법이 없을 게 분명했다.
‘이거 개꿀인데? 어쩌면 이게 기회….’
그때였다.
푸화아아악!!!
반쯤 잘려나간 자나토스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사업적 파트너가 뒈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지.’
채형석은 즉시 스킬을 시전해 자나토스를 도와주기로 했다.
***
쿠웅!!!
괴음이 걷힌 후.
“크, 크으윽!!!”
지크는 급강하한 자나토스에게 깔린 채 신음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생명력 : ■■■■□□□□□□
그런 지크의 생명력은 고작 40퍼센트에 불과했다.
단지 한 번 깔린 것만으로도 무려 60퍼센트의 생명력이 날아간 것이다.
“지크 님!”
브륜힐트가 지크를 구하기 위해 자나토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빌어먹을 엘프 계집!”
자나토스가 브륜힐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자나토스의 주먹과 충돌한 브륜힐트가 수십여 미터를 날아가 땅에 거칠게 처박혔다.
“크흐흐! 모험가여! 나를 도운 것인가!”
자나토스가 채형석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보시다시피.”
채형석이 어깨를 으쓱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어려울 것까지야.”
“으음?”
“훌륭한 사업적 파트너를 잃을 순 없지.”
“오호라?”
“평소에 기브 앤 테이크에 확실한 스타일이었던 것 같은데, 믿어도 좋겠지?”
“물론이다. 모험가여.”
자나토스가 히죽 웃었다.
“너는 앞으로 짐의 권력을 든든하게 받쳐줄 추종 세력의 우두머리로서 신성 콘스탄틴 제국의 실세가 될 것이다.”
“오케이. 계약 완료.”
채형석 역시도 미소를 지었다.
“다들 들었지? 지금부터 교황을 지원한다. 죽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교황만 살아남으면 돼. 적은… 교황을 뺀 나머지 모두다.”
채형석이 제네시스 길드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제네시스 길드원들은 채형석의 명령에 순간 흠칫했지만, 이내 곧 그 말뜻을 알아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제네시스 길드원들의 표적은 다름 아닌 교황청의 성기사들과 팔라딘들, 그리고 병사들이었다.
“다 죽여 버려.”
채형석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고객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는데 수습은 해야지? 안 그래들?”
교황의 정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었기에, 채형석은 망설이지 않고 교황청의 병력 전부를 쓸어버리기로 다짐했다.
“저 새끼는 악마가 따로 없다!”
“야 이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야!”
뚝배기단 단원들이 너도나도 분노를 토해내며 제네시스 길드원들과 뒤섞여 싸우기 시작했다.
개판 5분 전.
아니, 개판 그 자체.
어느새 전투의 판도는 지크 일행과 교황청 소속 병력들이 한팀이 되고, 자나토스와 제네시스 길드 간의 구도가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는 사이.
“크흐흐! 감히 짐을 죽이려고 해?”
“크으윽!”
지크는 자나토스에게 깔린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인 놈아!!!”
“형님!!!”
햄찌와 승구가 다급히 지크를 구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간지럽군.”
가 꺼진 상태에서 자나토스의 방어력이란, 햄찌와 승구가 아무리 공격을 해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기 때문이다.
“네놈은 고통스럽게 죽여주도록 하겠다.”
“이… 악마… 새끼이…!”
지크는 있는 힘껏 으르렁거렸지만,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와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한 덕분에 현재 지크의 마나는 0이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지크는 로 전직한 이후 처음으로 죽음을 떠올렸다.
방법이 없었다.
브륜힐트는 한 방에 나가떨어져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고, 가진 마나는 0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300레벨의 고위급 몬스터…
뭘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채형석의 궁극기인 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차피 채형석을 먼저 제거하려고 했어도 자나토스가 날뛰는 걸 막을 수는 없었을 테니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테지만.
‘아. 조금만 빨랐어도.’
지크는 자나토스의 주먹이 자신의 안면을 향해 날아드는 걸 보며 아쉬워했다.
정말 조금의 데미지만 더 들어갔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너무나도 아쉬웠다.
콰앙!
자나토스의 주먹이 지크의 안면에 작렬했다.
“커헉!”
지크의 입에서 피가 토해졌다.
데미지는 엄청났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생명력 : ■■□□□□□□□□
주먹 한 방에 지크의 생명력은 20퍼센트밖에 남지 않았다.
“처맞아라.”
자나토스가 재차 지크의 안면이 주먹을 꽂아 넣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생명력 : ■□□□□□□□□□
그러자 지크의 생명력은 고작 10퍼센트만이 남게 되었다.
“네놈은 뒈져도 또 살아날 테지. 큭큭큭.”
자나토스가 자신에게 깔린 지크를 바라보며 웃었다.
“하지만 네놈이 살아났을 때에는, 짐은 이미 신성 콘스탄틴 제국을 집어삼켰을 테고. 네놈이 다스리는 나라는 불바다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게, 쉽게 될 것….”
지크가 으르렁거렸다.
“무한의 목숨에 걸맞게 무한의 절망을 맛보게 해주마.”
“개소리… 하네.”
“일단 먼저 뒈져라!”
자나토스가 지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번쩍!
어디선가 한 줄기 섬광이 나타나 지크를 내리쬐었다.
“……?”
자나토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홱!
자나토스는 고개를 돌려 채형석을 돌아보았다.
혹시나 채형석이 배신에 배신을 한 것인지 의심이 갔기 때문이었다.
“다 죽여 버려!”
하지만 채형석은 열심히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지휘하며 뚝배기단과 교황청의 병력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누구지?’
자나토스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스륵, 스르륵!
자신에게 깔린 이 건방진 모험가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을 받았던 몇 분 전의 자신처럼….
“재는 재로.”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자나토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먼지는 먼지로. 악마는… 지옥으로.”
자나토스가 고개를 돌린 방향에는 한 소녀가 성스러운 빛에 휘감긴 채로 그를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자나토스는 제 눈을 의심했다.
‘이 성스러운 기운은….’
그리고 이내 곧 소녀의 정체를 깨달았다.
“너, 너는! 서, 성녀?!”
자나토스는 난데없이 나타난 소녀의 정체가 의 진정한 대리인이자 신성 콘스탄틴 제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이계에서 온 용사여. 일어나셔요. 제가 당신을 돕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소녀가 지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스으으!!!
강렬한 신성력이 지크를 휘감았다.
‘어?’
지크는 자신의 HP가 급격히 차오르는 걸 보고 놀랐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생명력 : ■■■■■■■■■■
•마나 : ■■■■■■■■■■
•스태미나 : ■■■■■■■■■■
바닥을 찍었던 생명력과 마나와 스태미나가 어느새 풀로 차 있었다.
[알림 : 이름 없는 신의 성녀 가 당신을 합니다!] [알림 : 이름 없는 신의 성녀 가 당신을 합니다!] [알림 : 이름 없는 신의 성녀 가 당신을 합니다!]지크의 눈앞에 각종 버프가 들어왔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HP 과충전!!!] [알림 : 초당 HP 재생률 1,000%!!!] [알림 : 당신은 아무리 맞아도 죽지 않습니다!!!]엄청난 수치의 버프… 좀 뜬금없는 등장이긴 했지만 가히 성녀가 행한 기적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지크는 상황이 어떻게 되었든 일단 죽음의 위기를 넘어 반전의 기회를 손에 넣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당장 내 위에서….”
그렇게 말한 지크가 을 자나토스의 등판을 향해 휘둘렀다.
콰앙!
이 자나토스의 등판을 강타하고.
“커헉!!!”
자나토스가 그 엄청난 데미지에 지크로부터 멀리 날아갔다.
“후. 진짜 죽을 뻔했네.”
몸을 벌떡 일으킨 지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계에서 온 용사님이시여.”
성녀 자네트가 지크를 향해 다가왔다.
“각성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각성이요…?”
“주님께서는 인간들이 스스로 혼돈을 극복하시길 원하셨습니다.”
“그런데요?”
“하지만 주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더는 사악한 자들이 주님을 팔아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라는 계시였습니다.”
“아하?”
이름 없는 신의 입장에서 참다 참다 두고 못 보는 지경까지 왔기에, 성녀를 각성시켰단 얘기였다.
“제가 힘을 드리겠습니다. 저 악마를, 주님의 이름을 팔아 악행을 저지른 이들을 쳐부숴 주십시오.”
신성한 후광에 휩싸인 자네트가 지크에게 부탁했다.
그런 자네트의 클래스는 그 자체로 였다.
“그거 참 좋은 부탁이네요.”
지크가 차오르는 힘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성녀로부터 직접 받은 버프이니만큼, 지금 지크를 휘감고 있는 버프는 채형석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버프로 흥한 놈 버프로 망하리라!”
지크가 쾌활하게 소리치고는 자나토스를 향해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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