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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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흐음.”
고래의 등 위에 탄 사부가 바다를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기인 모양이로구나.”
“예? 뭐가 보이시는 겁니까?”
돌쇠가 사부에게 물었다.
“제 눈에는 아무것도….”
“네깟 놈이 드래곤 로드가 건 환영 마법을 어떻게 간파하겠느냐? 주제 파악을 해라!”
“죄, 죄송합니다.”
사부의 핀잔에 돌쇠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자신의 실언을 사과해야만 했다.
“그럼 저기에 도련님이 계시는 겁니까?”
“녀석의 기척이 느껴지는 걸 보니 이 밑에 영겁도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럼 가셔서 도련님을 구하실 겁니까?”
“본좌가 왜 구해야 하느냐?”
“예?”
“이건 다 그 녀석이 아랫도리를 함부로 놀리고 다닌 것에 대한 업보인데, 본좌가 왜 제자 놈이 싼 똥을 치워야 하느냐?”
“그럼 여긴 왜 오신 겁니까?”
“그럴 이유가 있느니라.”
사부가 딱 잘라 말했다.
“저 섬을 탈출하는 건 오직 그 녀석의 몫이지만, 탈출하고 나서 생길 문제 정도는 본좌가 처리해줄 수 있겠지.”
“탈출하고 나서 생길 문제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돌쇠는 사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척 궁금했지만, 더 질문을 던졌다가는 핵꿀밤을 맞을 것 같았으므로 입을 꽉 다물었다.
“흠. 그럼 오래간만에 낚시나 해볼까?”
그렇게 말한 사부가 품속에서 허접하기 짝이 없는 대나무 낚싯대 하나를 꺼내 바다를 향해 드리웠다.
“고래까와야.”
[그르르르르르르!!!]사부의 부름에 하늘을 나는 거대한 고래가 대답했다.
란 이름은 사부가 이 신비한 고래에게 손수 지어준 이름이었다.
“저쪽으로 가자꾸나. 저기에 대어가 있는 것 같구나.”
[그르르르!!!]사부의 말에 고래까와가 훨훨 날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양반의 한계는 어디까지지?’
돌쇠는 하늘을 나는 고래를 타고 다니는 사부를 보며 경악에 경악을 거듭해야만 했다.
***
기사단장과 대화를 나눈 이후.
“오늘은 여기인가.”
지크는 매일 오후 세 시부터 다섯 시까지 각 지역을 돌며 저주 받은 이들과 마족들이 부활하는 지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로부터 12일 후.
“정보 수집 끝.”
지크는 열세 개의 지역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알림 : 228레벨 달성!] [알림 : 229레벨 달성!] [알림 : 230레벨 달성!]그러는 동안 수없이 많은 마족들을 처치하며 무려 3레벨이나 올리는 데 성공하기까지 했다.
‘생각보다 쉬운데? 마족의 본거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몰라도 이만하면 가능성이 있어.’
지크는 퀘스트가 꽤 쉽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크는 지난 12일 동안의 정보 수집을 통해 저주 받은 기사들과 마족들이 리젠되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상태였다.
“오늘은 다섯 시가 넘었으니까 내일 시도해 보자.”
지크는 미련 없이 로그아웃했다.
다음 날 오후 2시 55분.
“한 번에 성공했으면 좋겠네.”
지크는 처음 기사단장과 만난 곳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5분 뒤.
[알림 : 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알림 : 남은 시간은 앞으로 1시간 59분 59초입니다!]퀘스트창이 떠오름과 동시에.
스륵, 스르륵!
기사들과 마족들이 나타났다.
콰앙!!!
지크는 스킬을 사용해 마족들이 나타나자마자 그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갑시다!”
지크가 선두에 서서 다음 지역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저주 받은 기사들이 그런 지크를 뒤쫓아 뛰었다.
챙, 채앵!
지크와 저주 받은 기사들이 도착한 곳에는 이제 막 나타난 또 다른 저주 받은 그룹과 마족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블레이즈 필드 깔아주고.’
지크가 를 전개해 저주 받은 기사들을 도왔다.
“도와줘요! 다 같이!”
그러자 첫 번째 저주 받은 기사 그룹이 전투에 합류해 두 번째 저주 받은 기사 그룹을 도와 마족들을 무찌르기 시작했다.
지크는 그 전투에 합류하지 않았다.
다다다!
대신에 세 번째 저주 받은 기사 그룹이 있는 장소로 뛰었다.
“도와드릴게요!”
세 번째 지역에 도착한 지크는 아이템을 이용해 를 깔아주었다.
“곧 1번 그룹이랑 2번 그룹이 합류할 겁니다! 그때까지만 버티세요!”
“고, 고맙소!!!”
세 번째 그룹의 기사단장이 지크를 향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됐어!’
세 번째 저주 받은 기사 그룹까지 돕는 걸 성공한 지크는 이 퀘스트를 깨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실제로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지크는 계속해서 달리며 네 번째 그룹과 다섯 번째 그룹을 지원했다.
그러는 사이 지크가 앞서 도와준 1번 2번 그룹이 3번 그룹에 합류했고, 또 한 덩어리가 된 1번 2번 3번 그룹이 4번 그룹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즉, 지크는 처음 1번 그룹을 돕는 걸 시작으로 각 그룹을 밀어내기 식으로 도와줬던 것이다.
[알림 : 남은 시간은 앞으로 58분 37초입니다!]지크가 열세 개의 그룹 중 마족의 근거지와 마주 보고 있는 7번 그룹에 있는 지역에 도착했을 때, 남은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였다.
‘오른쪽은 신경 쓰지 말자. 어차피 도와줘봐야 늦어.’
지크는 8번부터 13번 그룹에 대한 지원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8~13번 그룹이 합류해 준다면 마족의 근거지로 쳐들어갔을 때 큰 힘이 될 테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없었다.
한 시간을 써버린 이상 8~13번 그룹을 도와주러 갈 시간이 없었다.
“우리끼리 갑시다!”
지크는 1~7번 저주 받은 기사 그룹을 이끌고 마족들의 근거지로 내달렸다.
마족들의 근거지에는 수없이 많은 고레벨 마족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더럽게 많네.’
지크는 투덜거리며 와 스킬을 전개해 아군을 돕는 한편 미친 듯 날뛰며 마족들을 쓸어 담았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덕분에 지크는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먹어 치울 수 있었다.
하지만 레벨 업을 하지는 못했는데, 그 이유는 230레벨이 되자 그 막대한 양의 경험치조차 다음 레벨 업에 필요한 양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험치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너무 많아!’
지크는 마족들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그만 질려버리고 말았다.
스으으!!!
지크가 최선두에 서서 스킬을 전개하고 있었음에도, 마족들의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군이 더 필요한데….’
그때였다.
“내가 도울게!”
지난 2주 동안 보이지 않던 잉그리드가 불쑥 나타나 마족들을 도륙 내기 시작했다.
“어? 잉그리드!”
“한참 헤맸어! 이렇게 만나서 다행이야!”
사실 잉그리드는 지크와 마찬가지로 에 떨어졌는데, 섬이 워낙에 넓어 지난 2주 동안 마족 진영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와 합류했던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면 돼?”
잉그리드가 그 무시무시한 무력으로 마족들을 쓸어버리고 소리쳤다.
“쭉 가면 돼요! 쭉쭉!”
“응!”
299레벨의 잉그리드의 합류는 정말이지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대박! 잉그리드 하나가 저주 받은 기사 20명보다 더 센데?’
지크는 잉그리드의 어마무시한 무력에 놀랐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오싹!
지크는 마치 여포처럼 마족들을 쓸어버리는 잉그리드를 보며 공포에 떨었다.
‘나 하나 잡아먹겠다고 저렇게 강해졌다고? 미친! 도대체 얼마나 나한테 집착한 거야?’
광(狂)적인 수준.
아니, 광기 그 자체.
얘기만 듣다가 막상 잉그리드의 강함을 보니 더더욱 소름이 끼쳤다.
‘잘못 걸려도 된통 잘못 걸렸네. 으으. 아. 몰라. 일단 이 섬에서 빠져나가고 보자.’
지크는 내심 괴로웠지만, 일단은 잉그리드에 대한 두려움은 떨쳐 버리기로 하고 전투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잉그리드가 합류해준 덕분에 지크와 저주 받은 기사들은 마족들을 손쉽게 쓸어버리며 작은 성 앞까지 빠르게 진격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알림 : 남은 시간은 앞으로 22분 11초입니다!]오후 다섯 시까지 약 20분 정도를 남겨두었을 때.
콰앙!!!
지크는 마족들의 근거지의 성문을 부수고 안쪽 깊숙한 곳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런 지크 일행의 앞에 나타난 보스 몬스터는 두 장의 날개를 가진 거대한 박쥐형 몬스터였다.
문제는 그 보스 몬스터의 이름.
[발라그]마족들 가운데서도 전투력이 뛰어나며, 무척이나 호전적인 개체이다.
발라그가 휘두르는 채찍의 위력은 강철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긴다.
별명은 투마(鬪魔).
•존재 구분 : 챔피언 몬스터
•레벨 : 299
•클래스 : 파이터
•신분 : 남작
•계급 : 중령
의 보스 몬스터는 다름 아닌 였다.
둥글게 말린 뿔이 돋아난 소머리에 두 개의 박쥐 날개, 그리고 뱀의 꼬리를 지닌 바로 그 몬스터 말이다.
촤라락!
가 위협적으로 채찍을 휘둘렀다.
화르르르르!!!
그런 발라그의 몸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시커먼 유황 연기가 뭉클뭉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쓰러뜨리고 자유를 되찾을 것인가, 아니면 억겁의 고통을 받을 것인가.]“당연히.”
지크가 나섰다.
“널 쳐부수고 여길 뜨는 게 목표지.”
파직, 파직!
어느새 지크의 몸 주위에는 스킬의 이펙트인 전류가 찌릿찌릿 뿜어지고 있었다.
***
“흐음. 올 때가 되었거늘. 잠이라도 퍼질러 자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하늘을 나는 고래인 의 등 위에서 낚시를 하던 사부가 심드렁한 투로 혼잣말했다.
사부는 지난 2주 동안 의 등 위에 걸터앉아 크라켄이나 씨 서펀트 같은 무시무시한 바다 괴수들을 수차례 낚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누굴 기다리시는 겁니까? 어르신?”
“그렇다.”
돌쇠의 물음에 사부가 대답했다.
“누굴 기다리고 계시는 겁니까? 이 세상에 감히 어르신을 기다리게 할 존재가 있기는 한 겁니까?”
“네놈이 생각하기에 감히 본좌를 기다리게 할 권리를 가진 놈이 이 세상에 있다고 보느냐?”
“그, 그건 아닙니다만! 어르신께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계신 듯하여!”
“확실히, 본좌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긴 하지.”
“그러니까 누구를….”
“저기 오는구나.”
사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번쩍!
의 상공에 섬광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몸길이 500미터는 족히 될 법한 거대한 골드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난번 프로아 왕국에 나타났던 크로매틱 드래곤 라곤다라프 따위는 새끼 도마뱀 취급할 정도로 거대한 덩치였다.
[누가 감히 영겁도를 탈출하려 하는가.]거대한 골드 드래곤이 분노에 찬 음성을 토해내었다.
“야.”
사부가 그런 골드 드래곤을 향해 손짓했다.
“거기 도마뱀아. 너 일로 와봐라.”
[도마… 뱀?]골드 드래곤은 누군가 자신을 ‘도마뱀’이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웬 인간 노인이 란 고대 짐승의 등 위에 올라타 그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놈을 보았나?’
골드 드래곤은 너무나도 황당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인간 노인이여.]골드 드래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머금고는 사부를 향해 대꾸했다.
[지금 내게 도마뱀이라고 부른 건가? 설마?]“도마뱀을 도마뱀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부르겠느냐?”
[뭣이?!]“본좌가 불렀으면 헐레벌떡 튀어 올 것이지 무슨 잔말이 그리 많으냐?”
[허! 이 영감탱이가 제대로 미친 모양이로구나. 내 네놈을 한입에 꿀….]그 순간.
“한입에 뭐?”
[……!]“네깟 놈이 본좌를 한입에 꿀꺽 집어삼키겠다는 건 아니겠지?”
골드 드래곤은 어느새 자신의 코앞까지 온 사부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 어떻게….]“일단 정신 교육을 좀 시키고 봐야겠구나.”
싸늘한 미소를 지은 사부가 골드 드래곤의 콧잔등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골드 드래곤의 고개가 뒤로 확 꺾이고.
푸화아아악!!!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