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11
310
‘안 돼!’
채형석은 용태풍이 지크를 메인 공격대에 끼워 넣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저… 선배님?”
채형석이 용태풍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제아무리 위아래 없이 날뛰고, 또 인성이 개 같기로 유명한 채형석으로서도 용태풍은 결코 함부로 할 수 없는 상대였다.
“아. 형석이.”
“죄송한데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뭘 죄송하기까지. 할 말이 뭔데?”
“선배님께서 지목하신 사람이 실력 있다는 건 아주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해도 기본 차원 저항력도 부족하고, 레벨도 넉넉하지 않은 사람을 메인 공대에 포함시키기에는 공대 전체에 악영향 아닙니까?”
“흐음.”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요.”
“그게 그렇긴 한데. 그렇게 따지면 형석이 너도 차원 저항력 500 안 되는데 제1 공대에 들어와 있잖아?”
“그, 그거야 제가 버퍼니까….”
“그럼 저 친구는?”
“예?!”
“저 친구는 잘 싸우고 아군 지원 능력도 탁월한데?”
“……!”
“솔직히 저 정도 아군 지원 능력이면 어지간한 버퍼들보다 낫지 않나?”
용태풍의 말에 채형석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채형석 본인부터가 제1 공격대에 포함된 게 규정 위반이었다.
“하지만 저는 실력도 이미 검증됐고. 저만한 버퍼가 없으니까. 으음. 제1 공격대에 포함될 자격이….”
“충분하지.”
용태풍은 채형석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 사람은 아직 검증이 제대로 안 돼서 제1 공격대에 포함시키기는 좀….”
“우리 공대만 아니면 되잖아?”
“예?!”
“제1 공격대야 좀 무리긴 하지. 내가 아무리 보증을 서도 신뢰 문제가 있으니까. 근데 제2 공격대나 제3 공격대면 넣어도 문제없을 것 같은데?”
“헉!”
그렇게 말한 용태풍의 시선이 제2 공격대와 제3 공격대를 훑었다.
“보자. 어디가 좋을까. 보니까 제2 공격대가 좀 부실해 보이네. 저 친구가 들어가면 딱 좋을 것 같은데. 어이! 거기 제2 공격대 친구들 생각은 어때? 이 친구 실력은 내가 보증한다.”
용태풍이 제2 공격대에 속한 이들에게 물었다.
“찬성입니다.”
“선배님이 보증한다면 믿고 같이 가야죠.”
“안 그래도 요즘 유명 인사인데 친분도 쌓을 겸 같이 가죠.”
무려 용태풍이 보증을 서자 제2 공격대에 속한 이들은 지크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보셨지?”
“아, 예!”
용태풍의 물음에 NPC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예?”
“괜찮으시면 제2 공격대에서 활약해 주시겠습니까? 물론 원하지 않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크가 잽싸게 제7 공격대에서 제2 공격대로 자리를 옮겼다.
찡긋!
용태풍이 그런 지크를 향해 윙크를 해보였고, 지크는 살짝 고개를 숙여 대선배의 배려에 대해 조금이나마 감사를 표했다.
부들부들…
덕분에 채형석은 또 한 번 분노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기껏 멀어졌다고 생각했건만, 설마하니 용태풍이 나서 지크를 끌어 올려줄 줄이야.
“형석아~”
그때, 재수 없는 목소리가 채형석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씨익-
채형석이 고개를 돌려보니 지크가 환히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더 가까워졌네?”
채형석의 눈에 비친 지크의 얼굴은… 악귀와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오싹하고 섬뜩했다.
***
인맥빨(?)로 메인 공격대 중 하나인 제2 공격대에 합류한 지크는 수없이 많은 게이머, 그리고 NPC들과 함께 에 진입했다.
‘저 새끼 뭐야.’
‘지가 용태풍이랑 친하면 다야?’
그런 지크를 속으로 욕하는 사람들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인맥을 통한 속칭 ‘꽂아주기’도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조금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크를 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용태풍은 누구를 함부로 추천하기 힘든 위치에 있었다.
전설의 게이머이자 게임계의 거물이며, 또한 원로에 해당하는 용태풍이 누군가를 단순 인맥으로 꽂아준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
만약 실력도 없는 사람을 함부로 추천했다가는 용태풍 본인의 평판이 크게 깎일 수가 있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잘 부탁드려요.”
“태풍 아재가 보증을 섰으니까 믿겠습니다.”
“요즘 핫하시던데. 프로 데뷔하실 건가요?”
제2 공격대의 공대원들은 지크에게 매우 살갑게 대해주었다.
“에이. 프로게이머 생각 없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민폐 안 끼치게 열심히 할게요. 최소 1인분은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크는 혹시나 민폐를 끼칠까 두려웠으므로, 겸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그들을 대했다.
‘태풍 아저씨가 꽂아 주셨으니까 최선을 다하자.’
일종의 천거(?)를 통해 메인 공격대 중 하나에 들어온 만큼, 이번 레이드에 임하는 지크 역시 마음가짐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제4 공격대부터 제12 공격대까지 먼저 입장하시겠습니다!”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제4 공격대부터 제12 공격대까지 총 아홉 개의 공격대가 먼저 에 진입했다.
그들의 임무는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좌우로 넓게 산개해 외곽 지역에서부터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차단하는 거였다.
다음은 지크와 타이칸이 속한 제2 공격대와 제3 공격대의 차례였다.
“갑시다!”
지크는 제2 공격대의 공대장의 외침에 발맞춰 햄찌와 함께 던전에 입장했다.
그런데.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시공의 폭풍에 휘말렸습니다!]지크의 눈앞에 별안간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시공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림 : 대기하십시오!] [알림 : 시공의 폭풍이 멈출 때까지 앞으로 24시간!] [알림 : 시공의 폭풍에 휘말린 동안에는 로그아웃이 불가능합니다!]순간 지크는 제 눈을 의심했다.
‘뭐? 시공의 폭풍에 휘말려? 뭐야! 이거!’
뜬금없는 알림창에 게이머 한태성은 자신의 캐릭터를 컨트롤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알림 : 시공이 폭풍이 멈출 때까지 앞으로 23시간 59분 59초….] [알림 : 23시간 59분 58초….]게이머 한태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눈앞에 떠오른 카운트다운 메시지를 보는 것뿐이었다.
‘아. 뭐야. 차원의 대균열이라서 이런 건가? 쳇. 레이드는 처음이라서 알 수가 있어야지.’
레이드 초보인 한태성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24시간이니까… 한숨 푹 자면 되겠네.’
게이머 한태성은 캡슐 안에서 눈을 감았다.
태성은 비록 레이드는 초짜였지만 이 BNW라는 게임에는 잔뼈가 굵은 베테랑 게이머였다.
그래서 태성은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을 땐 마음 편히 기다리는 게 최고라는 걸 경험으로써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경험상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당시에는 이해가 안 되다가도 나중에 가면 저절로 상황 파악이 되는 게임이 BNW였기 때문이다.
드르렁, 드르렁!
태성은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안 그래도 지난 24시간 동안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사냥을 했던 터라 피곤이 쌓일 대로 쌓였던 태성은, 눈을 감은 지 3초도 채 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
그로부터 20시간 후.
[남은 시간 : 3시간 49분 11초….]‘이렇게 많이 잤어?’
잠에서 깬 태성은 자신이 무려 20여 시간이나 잤다는 걸 깨닫고는 당황했다.
그렇지만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24시간의 중노동 후에 20시간을 내리 자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일 테니까.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켜놓고 침대에서 잘걸.’
태성은 자신의 멍청함을 후회하는 한편 잠시 캡슐을 나서 화장실을 가고, 간단하게 밥도 먹고, 샤워도 했다.
그리고 다시 캡슐에 누웠을 때, 남은 대기 시간은 약 10분 정도였다.
‘이번 달 수익이 많은데 엄마 집이나 사드릴까. 페라리도 슬슬 질리는데 람보르기니나 한 대 뽑아 봐?’
태성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10분을 때웠다.
[남은 시간 : 10초.] [남은 시간 : 9, 8, 7, 6, 5, 4, 3초….] [알림 : 준비하십시오! 곧 시공의 폭풍이 멈춥니다!]태성은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로부터 3초 후.
[차원의 대균열 : 죽은 자들의 도시]태성은 게이머 한태성이 아닌 모험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로서 레이드 던전에 강림했다.
“와! 서버 터진 줄 알았네!”
“24시간 동안 접속 지연이라니….”
“어떻게 된 거야?”
주변을 돌아보니 같은 제2 공격대에 속한 게이머들이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뀨우? 주인 놈아아?”
“응?”
“얼굴이 왜 갑자기 좋아진 거냐? 푹 자다온 사람 같다! 뀨우!”
“그거야 푹 자다 왔으니까 그렇지.”
햄찌의 물음에 지크가 대답했다.
“뀨우? 자다 왔다고?”
“응.”
“그게 말이 되냐! 여기 들어온 지 1초도 안 됐겠다! 뀨우!”
“뭐?”
순간 지크는 햄찌의 말에서 무언가 특이점을 발견했다.
“들어온 지 1초도 안 됐다고?”
“뀨우! 방금 던전에 들어온 주제에 그걸 몰라서 묻는 거냐?”
“아닌데? 나 저쪽 세상에서 24시간 동안 쉬다 왔는데?”
“뀨우우우우? 그럴 리가 없다! 햄찌 주인 놈아랑 1초 전에 여기 들어왔다!”
비단 햄찌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공격대에 소속된 이들 중 게이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24시간 동안의 대기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햄찌와 NPC들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뭐라는 거야?”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의 시간이 서로 어긋난 건가?”
햄찌와 NPC들은 시간의 흐름을, 그러니까 던전 입장 후 24시간이 지났다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하!’
지크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공대 전체가 시공의 폭풍에 휘말렸어. 근데 게이머들은 대기 시간 때문에 시공의 폭풍에 휘말렸다는 걸 인지하는 거고, 게임 속 존재들은 그걸 모르는 거야.’
즉, 지난 24시간 동안 에 휘말렸던 게 일종의 게임적인 장치였던 모양이었다.
제아무리 가상 현실 게임이라고 해도 시간을 비트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이런 식으로나마 에 휘말렸었다는 걸 표현했던 모양이었다.
‘디테일의 BNW라더니. 하여간 쓸데없이 고퀄리티야. 하이브 이 자식들은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 걸까. 하여간 대단한 놈들이라니까.’
지크는 BNW의 개발사이자 유통사인 하이브를 향해 투덜거림과 동시에 감탄했다.
“그건 그렇고.”
상황을 파악한 지크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레이드 던전인 는 온통 안개로 뒤덮여 있는 유령 도시로써, 시야가 2미터도 채 확보되지 않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스으으…!
게다가 기온이 낮고 습도도 높아서, 던전에 진입한 이들은 으스스한 분위기와 느낌에 압도되어 몸을 떨어야만 했다.
“다른 공대는 어디 간 거지? 우리보다 먼저 진입한 공대가 아홉 개나 되는데.”
지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벌써 간 건가? 아니면 아예 다른 지역에 떨어진 건가? 미니맵을 보면 여기가 던전 입구 맞는데?”
“뭐가 보여야지 알지.”
“저기요! 공격대님들! 어디 계십니까!”
먼저 던전에 진입했던 제4 공격대와 제12 공격대의 모습이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왜 안 와?”
던전에 뒤따라 들어왔을 제3 공격대와 제1 공격대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일단 여기서 기다려 봅시다.”
공대장을 맡은 게이머가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도록 제1 공격대와 제3 공격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공대장의 말에 지크가 속한 제2 공격대는 그로부터 세 시간을 더 대기했다.
그러나….
“설마 던전 입구가 막힌 건가?”
“그런 것 같은데.”
“우리 들어오고 한 10분 있다 바로 들어왔어야 할 사람들이 아직도 안 들어온 걸 보면….”
무려 네 시간을 기다렸지만 제1 공격대와 제3 공격대는 도착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른 지역으로 떨어진 것 같네요. 일단 움직여 봅시다. 던전 돌다 보면 만나서 합류하겠죠.”
결국, 제2 공격대의 공대장은 기다리다 못해 출발을 결정했다.
“뀨! 주인 놈아아!”
“응?”
“여기 너무 지독하다! 뀨우!”
“뭐가 지독한데?”
“킁킁! 온 사방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 뀨우우!”
“그래? 킁킁!”
햄찌의 말에 지크는 후각에 집중해 보았다.
“윽!”
으스스하게 깔린 안개에 고약하게 썩은 냄새가 섞여 있었다.
“뭐야. 마치 시체 썩는 것 같은….”
그때였다.
“구우워어어어어억!”
“구와아악!”
“그어어어어어어!”
반쯤 썩은 시체들이 짙게 깔린 안개를 뚫고 와 공격대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