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13
312
상자 안에서 황금색 섬광이 번쩍! 하면서 값비싼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일은 없었다.
“뀨, 뀨우?!”
지크가 당황한 것만큼이나 햄찌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뭔가 돈 될 만한 게 들어 있을 줄 알고 열었던 상자 안에 든 것은….
“고작 포션이잖아?”
“뀨우?”
포션이었다.
스무 개의 노란색 포션과 세 개의 주황색 포션이었다.
[Ⅰ형 엘릭서]정보 없음.
•타입 : 포션(소모품)
•등급 : 전설
•효과 : 알 수 없음
•가격 : 0원
[Ⅱ형 엘릭서]정보 없음.
•타입 : 포션(소모품)
•등급 : 전설
•효과 : 알 수 없음
•가격 : 0원
지크가 을 비추어 보았지만, 노란색 포션이 Ⅰ형이고 주황색 포션이 Ⅱ형이라는 것 빼고는 그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킁. 아무래도 쓰레기 같은데?”
“뀨! 주인 놈아아! 쓰레기라면서 왜 챙기는 거냐! 언행 불일치다! 뀨우우!”
햄찌가 아공간 인벤토리에 포션들을 집어넣는 지크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모르잖아. 개당 1골드라도 받을 수 있을지.”
지크가 궁색한 표정을 지었다.
“어휴! 주인 놈아 진짜 수전노다! 동전 한 닢도 안 놓친다! 그만큼 벌었으면 돈에 대한 집착 좀 버려라! 뀨우!”
“아껴야 잘사는 거야.”
“못 말린다! 못 말려! 뀨우!”
지크는 어지간히 쓰레기 같아 보이는 아이템이라도 일단 인벤토리에 넣고 보는 습성(?)이 있었다.
‘혹시 돈이 될지도 모르니까. 보물 지도 건도 있고.’
지크는 과거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던 를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다.
산적 소굴을 소탕하다가 주운 는 그로부터 1년 6개월 후에야 진가가 드러났다.
지크는 반으로 쪼개진 두 개의 보물 지도를 모아 를 얻었고, 그걸 이용해 전설의 대장장이 헤르베르트의 미완성 유작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헤르베르트의 유작은 미완성이었기에 딱히 쓸모가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를 얻고, 대륙 3대 공방인 비머리언과의 친분을 쌓을 수가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지크가 얻은 이득이란 정말이지 컸다.
만약 를 쓰레기 취급하며 내다 버렸다면, 지크가 헤르베르트의 미완성 유작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답은 NO!
“가끔은 쓰레기처럼 보이는 게 보물일 수도 있다고.”
“주인 놈아 너무 일확천금만 꿈꾸는 거 아니냐? 뀨우?”
“두고 보면 알겠지. 혹시 모르잖아. 혹시.”
“뀨! 못 말린다!”
“여기는 다 턴 거 같으니까 다른 데 털러….”
그때였다.
“으악!”
“비상, 비사아앙!”
“폐지 줍던 분들! 빨리 나와요! 빨리! 으악!”
비밀 통로 저 밖에서 공대원들의 외침이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가자!”
“뀨!”
지크와 햄찌가 재빨리 연구실을 뛰쳐나갔다.
***
폐지를 줍다 말고 황급히 뛰쳐나온 지크와 햄찌.
그런 한 사람과 하나의 축생 앞에 펼쳐진 광경은 사바세계에 펼쳐진 지옥도였다.
“그르륵!”
“구와아아악!”
“구왁, 구와아악!”
온몸에 썩은 피칠갑을 한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구울들이 공대원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차원의 블러드 구울]차원 에너지에 의해 강화된 블러드 구울.
온몸에 썩은 피를 줄줄 흘리는 구울로써, 그 피는 맹독성이므로 상대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존재 구분 : 몬스터 (크리처)
•등급 : 레어
•종족 : 구울
•레벨 : 230
지크는 블러드 구울들에게서 뿜어나오는 악취로 인해 순간적으로 코가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블러드 구울들의 숫자는 많았다.
주변을 온통 썩은 악취로 물들일 만큼….
“가자!”
“뀨우우우!”
지크와 햄찌는 곧장 저택 현관을 뛰쳐나가 블러드 구울들을 상대하는 공대원들에게로 합류했다.
스륵, 스르륵!
지크는 우선 을 전개해 블러드 구울들을 저지하는 한편,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지크 님! 뒤에 계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위험하니까 빠져 계세요! 지원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공대원들은 전투에 합류한 지크와 함께 싸우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보호하려 애썼다.
“비전투 계열 클래스는 뒤로 가 계셔야 해요! 위험하니까 이쪽으로 나오세요!”
공대장 역시도 지크를 향해 소리 쳤다.
공대원들은 를 단순히 디버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비전투 계열의 서포터형 클래스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냥 오해하게 놔둘까?’
지크는 뒤에서 편하게 디버프 필드나 깔아주면서 꿀을 빠는 게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꽤 괜찮은 생각이긴 했다.
몇몇 버퍼들처럼 뒤에서 거드름이나 피우며 디버프 필드만을 까는 건 너무나도 편한 일일 테니까.
‘으으! 극혐!’
그러나 평소 버슬아치(버퍼+벼슬아치)들 특유의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을 좋게 보지 않던 지크는 도저히 꿀을 빨 수가 없었다.
디버프 마스터는 누가 뭐래도 물리 공격형 폭딜러.
지크는 그 정체성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이곳은 고레벨 던전.
자신을 숨기는 곳이 아니라 드러내는 무대였으니까.
꽈악!
을 움켜쥔 지크가 앞선 공격대원들을 스쳐 몰려드는 블러드 구울들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앗!”
“돌아와! 그러다 죽어!”
“지크 님!”
지크의 돌발 행동에 공대원들이 화들짝 놀라던 순간.
뚝! 딱! 뚝! 딱! 뚝! 딱! 뚝! 딱! 뚝! 딱!
이 마치 두더지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블러드 구울들의 머리통을 신속, 정확하게 박살내기 시작했다.
그런 지크의 모습을 본 공대원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서, 서포터 아니었어?!”
“디버프 마스터라며? 비전투 계열 클래스가 저런 딜이 나와?”
“아무리 15강이라고 해도 저건 너무 센데….”
상식의 파괴.
디버프 마스터를 비전투 계열 클래스라고 오해했던 공대원들은 그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보고 컬쳐 쇼크를 받았다.
“어쩐지 서포터 주제에 15강 무기를 들고 있더라니….”
공대장은 지크가 을 들고 있었던 이유를 깨닫고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런 딜러를 몰라보고 보호하려고 했었다니….
그러는 사이.
“아! 더럽게 많네!”
지크는 블러드 구울들이 너무 많아 짜증이 났다.
그래서 스킬을 사용해 전방에 있는 블러드 구울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기로 했다.
쿠웅!
이 땅을 찍었다.
붕, 부웅!
그러자 전방에 있던 수천 마리에 달하는 구울들이 일제히 하늘로 떠오르고.
우르릉, 콰앙!
강력한 명속성의 번개가 내리쳐 블러드 구울들을 전기 구이로 만들어 버렸다.
쩍, 쩌어억, 쩌억!
마무리는 지진을 동반한 싱크홀 생성으로, 수천 마리의 블러드 구울들이 푹 꺼진 땅속으로 추락했다.
시체조차 남기지 않는 깔끔한 처리였다.
심지어 를 깔지도 않았는데도….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수천 마리의 블러드 구울을 처치한 덕분에, 지크는 경험치 획득을 알리는 알림창이 시야를 완전히 먹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알림 : 240레벨 달성!]그리고 또 한 번의 레벨 업을 이루어 240레벨을 찍었다.
“미친! 광역딜까지? 완전 딜러잖아!”
“오오!”
“대, 대박….”
공대원들은 지크의 강함에 완전히 반했다.
물론 그들 역시 지크만큼 강했으면 강했지, 결코 약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러나 지크가 보여준 신들린 듯한 움직임.
비전투 계열 클래스 주제에 뿜어내는 강력한 화력.
심지어는 광역딜까지.
지크가 가진 의외성은 고레벨 게이머들조차 한순간에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진짜 대박이시네요. 우와.”
공대장이 지크에게 다가와 혀를 내둘렀다.
“저는 그냥 서포터이신 줄 알았는데… 진짜 대단하시네요. 용태풍 아저씨가 추천할만한 분 맞으시네요.”
“에이. 별말씀을요.”
지크가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이던 때였다.
“뭐야! 님 왜 그래요! 저, 저기요?”
“으악! 뭐 하는 짓이에요!”
“이 새끼 미친 거 아냐?”
“이 또라이 새끼야! 약 처먹었냐?!”
지크가 블러드 구울들을 모조리 처치했음에도, 공격대 내부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뭐지?’
지크는 공대장과 함께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
소란의 원인은 어느 한 공대원의 돌발 행동 때문이었다.
“크, 크르륵!”
공대원 하나가 눈이 허옇게 뒤집어진 채로 입에서 게거품을 뿜어내고 있었다.
휙, 휘익!
문제는 그 공대원이 주변에 있는 공대원들을 향해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었다는 것.
“저 사람 왜 저래? 간질이라도 있나? 게임 하지 말고 그냥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간질이라도 일으킨 것 같던 공대원이 크게 포효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피부가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 사람 왜 저래!”
“갑자기 온몸이 썩어버렸어?!”
공대원들은 경악했다.
그것은 였다.
그 공대원은 온몸이 썩어 들어갔을 뿐 아니라, 두 눈은 초록색으로 물들었으며, 송곳니가 길게 돋아났다.
“그르르!”
이윽고 변이를 모두 마친 공대원이 고개를 슬쩍 들었을 때, 제2 공격대의 모든 이들은 경악했다.
으로 비추어 본 결과, 변이한 공대원은 이미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 있었다.
[차원의 모험가 구울]이계의 존재인 모험가가 부패의 저주에 감염되어 구울화한 존재.
모험가 시절의 능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고, 구울의 불가사의한 생명력과 기괴함이 더해진 몬스터이므로 상대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존재 구분 : 몬스터(크리처)
•종족 : 구울
•레벨 : 254
•클래스 : 구울 프라임 소드
•특이 사항 : 부패의 저주에 감염되면 30일 동안 캐릭터에 대한 통제력을 잃음(단, 사망 시 49시간 후에 본래의 모습으로 부활).
놀랍게도, NPC가 아닌 게이머가 구울이 되어 있었다.
“야 이 미친 벌집 놈들아!!!”
지크가 너무나도 황당해 소리쳤다.
속칭 벌집.
한국인 게이머들이 BNW의 개발사이자 유통사인 를 부를 때 쓰는 은어였다.
“게이머까지 몬스터로 만들지 마!!!”
제아무리 디테일의 BNW라지만, 이제는 게이머까지 구울로 만들어버릴 줄이야!
‘어이가 없네.’
구울이 되어버린 게이머는 캐릭터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채 멍하니 상태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에 감염되었습니다!] [알림 : 캐릭터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습니다!] [알림 : 당신의 캐릭터는 앞으로 30일 동안 입니다!(단, 사망 시 49시간 후에 인간으로 부활)]벌집 게이머 입장에서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악랄하기 짝이 없는 회사였다.
“게이머가 구울이 돼?”
“이런 미친!”
“살다 살다 게이머가 구울이 되는 게임은….”
하지만 놀라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구와아아아악!”
구울화한 게이머의 캐릭터가 란 클래스의 각종 스킬들을 쏟아내며 주변에 있던 공대원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