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14
313
“그어어어어어-!”
은 구울 특유의 그르렁거리는 듯한 포효를 내지르며 미친 듯 검을 휘둘렀다.
“악!”
“미, 미친!”
공대원들은 의 엄청난 힘과 속도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구울화한 게이머는 모험가 시절의 스킬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힘과 속도가 더욱 업그레이드된 존재였다.
또, 반 언데드인 구울답게 스태미나가 무한(∞)이었기에 지치지도 않았다.
“구와아아악!”
미쳐 날뛰는 .
“제압이고 뭐고 일단 죽입시다!”
결국, 공대장은 같은 게이머였지만 이제는 구울이 된 을 죽이란 지시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몬스터가 되어버린 동료를 어설프게 제압하려고 했다가는 인명 피해만 늘 뿐이었다.
게다가 은 사망 시 49시간 후에 인간으로 부활하기에, 차라리 죽여주는 편이 구울화한 게이머에게도 좋았고.
그러나 공대장의 생각과는 다르게, 구울화한 게이머를 처치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악!”
“이 새끼 X나 빨라!”
공대원들은 을 쉽사리 처치할 수가 없었다.
은 모험가의 능력에 구울 특유의 장점이 더해지면서 엄청난 전투력을 발휘, 공대원들을 오히려 밀어붙이고 있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스, 스킬 연계가 몬스터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어느 공대원의 외침 그대로 의 인공지능은 매우 뛰어나서, 매우 유연하고 탄력적이었다.
심지어 중간 중간 드러나는 임기응변은 마치….
‘사람이랑 똑같아.’
지크로 하여금 몬스터가 아닌 인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와. 벌집. 인공지능을 이딴 데 쓰네.’
지크는 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인공지능 시스템인 은 게이머의 성격, 말투, 행동 패턴, 움직임, 전투 스타일 등등 인간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복사해 재조합하는 것.
은 이 을 이용해 인간과 다를 바 없는 NPC를 창조해 내었고, 게임 BNW를 전 세계에 히트시켰다.
역시 같은 원리였다.
지금 은 에 의해 모체가 되는 게이머의 전투 스타일을 고스란히 재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을 상대하려면 사냥이 아닌 PVP를 잘하는 게이머여야만 했다.
왜?
인간과 똑같은 AI를 가진 매우 능동적인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건 결국 게이머와 싸운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때마침 의 모체가 된 게이머의 결투 등급이 으로 상당한 실력자이기도 했다.
‘피해가 커지겠어.’
그렇게 생각한 지크가 곧바로 뛰쳐나가 을 막아섰다.
지크가 을 처치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등급의 일지라도, 지크의 PVP 실력이 훨씬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털썩!
머리통이 박살 난 이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피, 피지컬 보소?”
“맞다! 저분 천하제일생존대회에서 랩터랑 일대일 떠서 뚝배기 깨셨었지!”
“잘하네….”
공대원들은 지크의 놀라운 피지컬에 또 한 번 감탄했다.
그러나 감탄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 변한 거지?”
“하여간 방심할 수 없다니까. 뭔 게이머가 구울이 돼?”
“근데 구울이 된 이유가 뭐지?”
공대원들은 게임 BNW의 기발함에 놀라면서도 어째서 게이머가 구울화했는지를 궁금해 했다.
“잠깐! 아까 저 사람! 처음 전투에서 구울한테 물리지 않았었나? 피 나서 포션 바르던 거 본 것 같은데?”
한 공대원이 구울화했던 공대원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 나도 봤는데?”
“설마 구울한테 물리면 게이머도 구울이 된다는 건가?”
“근데 게이머가 감염 같은 게 되나? 좀비한테는 물려도 좀비 안 되잖아?”
모험가는 이계에서 를 통해 강림한 존재라는 설정이었으므로, 일반적인 던전에서는 좀비에 물리더라도 감염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등장하는 걸 보면 이 레이드 던전에서만큼은 아닌 모양이었다.
‘게이머도 구울이 될 수 있다니. 흠. 좀 무섭… 어? 잠깐!’
지크는 공대원들과 마찬가지로 게이머가 구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이거 뭔가 무서운데.’
지크는 문득 든 생각에 오싹 소름이 끼쳤다.
***
지크는 때때로 작은 단서들을 가지고 꽤 정확한 추리를 해내곤 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시공의 폭풍이 불었고. 24시간 동안 접속이 지연됐고. 들어와 보니 다른 공대는 안 보이고. 게이머는 감염돼서 구울이 됐고. 만약 공대마다 던전에 들어온 시간이 다 달랐다면? 만약 우리가 늦게 들어온 편이라면… 헉?!’
지크는 사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기요!”
지크가 소리쳤다.
“일단 숨어요! 빨리!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어디 건물에 들어가서라도 일단 숨어야 돼요!”
그러자 공대장이 지크에게 물었다.
“예? 일단 숨어요?”
“방금 전투가 크게 벌어졌으니까 소리를 듣고 구울들이 몰려올 테니까!”
“그럼 싸우면 되지 않나?”
“싸움이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래요! 설명할 시간 없어요! 빨리 숨어야 돼요! 지금 바로!”
“아, 알겠어요. 여러분! 지크 님 말씀대로 일단 숨죠! 빨리!”
공대장은 지크의 다급한 마음을 알아주었고, 제2 공격대는 재빨리 전투 현장을 떠나 근처의 큰 건물에 숨었다.
“왜 갑자기 숨어야겠단 생각을 하신 거죠?”
“방금 게이머들도 부패의 저주에 감염된다는 게 확인됐잖아요?”
공대장의 물음에 지크가 대답했다.
“그렇죠?”
“자, 일단 그건 둘째치고요.”
“……?”
“만약 각 공대가 서로 다른 시간에 던전에 입장했다면? 다른 공대는 시공의 폭풍이 24시간이 아니라 8시간, 2시간, 12시간 정도였다면?”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네요. 다른 공대가 보이지 않으니까. 하지만….”
“예. 다른 공대들이 아직 시공의 폭풍에 휘말려 있어서 우리 공대가 제일 먼저 들어왔다면 다행이겠죠. 근데 아니라면? 우리가 제일 늦게 들어오거나 늦게 들어온 편이면 어떨까요?”
“헉?”
“만약 우리 공격대가 던전에 늦게 들어온 편이고, 먼저 입장했던 공격대들이 전멸했다고 가정을 해보면….”
“그렇게 가정하면… 먼저 공격대들은 전부 구울로 변했을 수도 있….”
그때였다.
“저, 저기요!”
공대원 중 하나가 창문을 가리키며 속삭이듯 외쳤다.
그러자 지크를 포함한 제2 공격대의 모든 공대원들이 창가로 모여들었다.
“억!”
“뭐, 뭐야!”
“끔찍…하다!”
창문 밖을 확인한 모든 이들이 숨죽여 경악했다.
창문 밖.
“구와악, 구워어억!”
“그르르….”
“구와아아악!”
조금 전까지 전투가 벌어졌던 현장에 나타난 건 구울로 변해버린 게이머들이었다.
***
지크의 추리는 정확했다.
몰려든 들의 숫자는 어림잡아 100마리가 넘었다.
이번 레이드에 참가한 사람들의 숫자가 약 350여 명.
공격대의 숫자는 열두 개.
1개 공격대의 인원은 25~30명 정도.
그렇다는 말은, 적게는 세 개에서 많게는 네 개의 공격대가 이미 전멸해 구울이 되어버렸단 얘기였다.
이번 레이드에 참가한 이들의 약 3분의 1이 이미 전멸한 것이다.
“저걸 보면….”
지크가 창밖을 바라보며 추리를 계속했다.
“최소 3~4개의 공격대가 우리보다 먼저 던전에 들어왔다는 얘기네요.”
“그건 당연한 거 아닐까요? 제4 공격대부터 제12 공격대가 먼저 들어오긴 했으니까요.”
“아뇨.”
지크가 창밖의 특정 을 가리켰다.
“저 구울, 자세히 보면 제1 공격대에 소속되어 있던 사람 같은데요?”
“어? 그러네?”
공대장이 화들짝 놀랐다.
“구억… 구와악!”
지크가 가리킨 은 제1 공격대에 속해 있던 고레벨 게이머로서, 갑옷에 화염이 물결치는 듯한 무늬가 새겨져 있어 알아보기가 무척이나 쉬웠다.
순서대로라면 가장 늦게 들어와야 했을 제1 공격대의 공대원.
그런 그가 이미 구울이 되어 돌아다니고 있다?
이는 곧 지크의 추리가 정확하다는 걸 의미했다.
열두 개의 공격대는 순서에 관계없이 각기 다른 시간에 입장했던 것이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어온 건지 아닌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보다 먼저 입장한 공격대는 거의 다 전멸한 것 같네요.”
“도, 동의합니다. 그럼….”
“던전에 무시무시하게 센 구울들이 득실거린단 소리죠. 최악의 경우에는….”
지크가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했다.
“제일 강한 제1 공격대가 모조리 구울이 돼서 돌아다니고 있을 수도 있겠죠.”
“미친!”
“던전 난이도가 미친 듯이 올라갔네요.”
그렇게 말하는 지크의 표정은 떨떠름하기 짝이 없었다.
레이드 던전은 수백 명의 게이머가 동시에 힘을 합쳐 깨야 할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 던전에서 최소 1/3의 전력이 이미 전멸했고, 최악의 경우 제2 공격대를 뺀 나머지가 모두 전멸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클리어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도 좋았다.
만약 클리어에 실패하면?
후속 공격대가 던전을 클리어 할 때까지 꼼짝없이 구울이 되어 던전을 배회하는 신세가 될 게 뻔했다.
“이러면 나가린데….”
지크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때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공대원 중 하나가 입에서 게거품을 뿜어내며 괴성을 내기 시작했다.
변이.
저택에 숨어든 공대원 중에서도 구울에게 물렸던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니, 님들… ㅈ… 죄송… 저 아까… 물렸….”
그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야 이 미친놈아!!! 그걸 왜 이제 말해!!!”
지크가 빽! 하고 소리쳤다.
빨리 말하기라도 했다면 죽여 버렸을 텐데, 변이가 시작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말할 줄이야.
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
“구와아아아아악!!!”
어느새 변이를 마친 공대원이 괴성을 내지르며 시커멓게 썩은 피를 토해내었고.
“으악!”
“악!”
구울화한 공대원의 앞에 있던 공대원 두 명은 마치 물대포처럼 토해진 썩은 피를 고스란히 뒤집어썼고.
“으윽! 크르륵!”
“구워억!”
그러자 썩은 피를 뒤집어쓴 공대원들이 즉시 변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빨리 죽여야 합니다! 들키기 전에….”
“응 이미 늦었고요.”
지크가 공대장의 말을 가로막았다.
“예?”
“저길 보시죠.”
지크가 창밖을 가리켰다.
“구와아아악!”
“캬악, 캬아아악!”
“크르르!”
이미 들이 저택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진퇴양난.
안에는 구울화한 공대원 셋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고, 밖에서는 거의 100명에 달하는 들이 개떼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어, 어떻게 해야! 공대원 전원! 전투 준….”
경험 많고 노련한 공대장으로서도 이번만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듯했다.
“싸우긴 뭘 싸워요!”
지크가 거대한 장롱을 들어 2층으로 올라오는 입구를 틀어막으며, 현재 상황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싸우면 다 죽어!”
“그, 그럼 어떻게!”
“튀어야죠! 뒤도 돌아보지 말고!”
“……!”
“뛰어요! 다!”
그렇게 소리친 지크가 반대쪽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쨍그랑!
창문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깨진 유리들이 땅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뛰어요! 뛰어어어어어어!”
창문을 뚫고 땅에 착지한 지크가 공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으아아악!”
“오, 오지 마!”
“뛰어요! 뛰어어어!”
지크를 포함한 제2 공격대 공대원들은 들을 피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어어어억! 그어어어어어어억!”
“구와아아악!”
그런 지크 일행을 들이 바짝 추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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