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18
317
쒜엑!
채형석이 날린 은화살이 용태풍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크윽!”
그러자 용태풍이 순간 옆구리를 부여잡고 신음했다.
“어이! 형석아! 날 맞추면 어떡하냐!”
“선배님 죄송합니다!”
채형석은 정말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용태풍에게 사과했다.
“옆구리에 구멍 날 뻔했다! 조준 좀 잘해!”
“죄송합니다! 신경 쓰겠습니다! 저도 전투가 오래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형석아! 힘내자! 조금만 더 하면 된다!”
용태풍은 채형석의 실수-사실 노린 거였지만-를 흔쾌히 이해해주며 전의를 가다듬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은 스킬샷이 빗나갈 때도 있는 법 아니겠는가?
게다가 전투가 벌어진 지 다섯 시간도 넘은 상황이었기에, 이런 작은 실수쯤은 충분히 이해해줄 만했다.
‘뷰웅신.’
채형석은 내심 용태풍을 향해 썩소를 지었다.
‘개 같은 틀딱 새끼. 쳐 늙었으면 집구석에서 모아둔 돈이나 쓰면서 살 것이지. 주책없게 뭐 처먹을 게 있다고 겜질을 해서 남 앞길을 방해해? 구울로 한 30일 푹 썩어라.’
속 좁은 채형석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가만히 놔둔 적이 없었다.
약하면 짓밟고.
강하면 뒤에서 온갖 협잡질과 권모술수를 써서 엿을 먹이며 어떻게든 보복을 하고는 했다.
지금이 딱 그런 경우였다.
‘길드 부흥시키면 니 새끼 길드부터 박살 내주마.’
채형석은 더 나아가 용태풍이 이끄는 에게도 복수하겠단 생각을 품었다.
뱀의 심장을 지닌 자.
그게 바로 란 ID를 쓰는 게이머 채형석이었다.
그런 채형석의 사악한 마음에 힘입어, 는 빠르게 용태풍을 감염시켰다.
그로부터 약 1분 뒤.
“크, 크윽!”
잘 싸우던 용태풍이 돌연 가슴을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아저씨! 거기서 주저앉으시면 어떡해요!”
“시, 심장이… 크윽! 크르륵! 크르르륵!”
그렇게 용태풍의 변이가 시작되고.
“서, 선배니이이임!!!”
채형석은 재빨리 쓰러진 용태풍에게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선배님! 감염되셨어요? 선배님!”
“크르륵!”
채형석의 품에 안긴 용태풍은 이미 변이가 시작되어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 괴성을 흘렸다.
“선배님! 정신 차려보십쇼! 선배님! 지금 감염되시면 안 됩니다!”
“어, 언제… 크르륵! 감염됐는지 모르겠… 크아아악!”
“선배니이임!”
“형석아… 크륵! 날 죽… 크르륵! 안 그러면… 공대가 전멸할… 구와아악!”
용태풍은 구울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오직 던전 클리어만을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용태풍이 구울이 된다면 공대가 전멸하는 건 순식간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
“빠, 빨리! 형석아! 날 죽… 크르르륵!”
“선배님… 죄송합니다!”
채형석은 못 이기는 척 자신의 주무기인 로 용태풍의 머리통을 연거푸 내리쳤다.
빠악, 빡, 빡, 빠악, 빠아악, 빡!
채형석은 용태풍의 머리통을 깨부수며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캬캬캬캬캬캬캬캬! 이 X발 새끼야! 뒈져! 뒈지라고! 캬아! 속이 다 시원하네! 캬캬캬캬캬캬캬!’
채형석은 폭발하는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에 전율했다.
살아있는 전설의 머리통을 자기 손으로 깨부수는 행위가 채형석에게 짜릿한 쾌감과 흥분을 선사하고 있었다.
만약 그럴 수만 있었다면, 채형석은 속으로 웃는 게 아니라 대놓고 광기를 발산하고 싶을 정도였다.
퍼억!
그렇게 용태풍의 머리는 채형석이 휘두른 철퇴에 의해 토마토소스가 들어 있던 캔이 터지듯 시뻘건 피와 뇌수를 쏟아내며 박살이 나버렸고.
“일단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채형석은 용태풍이 떨군 랜덤 드랍 아이템인 를 은근슬쩍 챙겼다.
“여러분! 힘냅시다! 조금만 버팁시다!”
용태풍을 암살하는 데 성공한 채형석은 곧바로 양의 탈을 뒤집어쓰고는 전투에 합류했다.
‘NPC 새끼는 일단 내버려 두고. 겉절이들부터 하나하나 처리해볼까?’
채형석은 발두이누스와 홀로 상대하게 된 타이칸에게 거의 모든 버프를 몰아주는 한편, 나머지 공대원들에게는 버프의 양을 줄이며 전투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저 새끼들 다 죽인 다음에… 랜덤 드랍 아이템은 내가 먹고. 마지막으로 NPC까지 처리하면… 보상은 나 혼자 먹겠군. 큭큭, 큭큭큭!’
채형석은 전투를 조율하며 큰 그림을 그렸다.
그건 꽤 큰 그림이라서 자칫 도화지가 찢어질 수도 있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왜?
지금 이 전투를 지배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채형석이었으니까.
***
햄찌를 업고 안전한 장소로 피신한 지크는, 쉬는 동안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을 꺼내 마셨다.
[알림 : 를 복용했습니다!] [알림 : 를 복용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겼습니다!] [알림 : 이제 당신은 구울화하지 않습니다!]백신답게, 은 지크에게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을 부여했다.
“이러면 죽을 때 죽더라도 구울은 안 될 테니 다행이네.”
“뀨우?”
햄찌가 그런 지크에게 물었다.
“주인 놈아아! 혼자 뭐 맛있는 거 먹냐! 햄찌도 줘라! 뀨우!”
“돼지냐?”
지크가 햄찌에게 핀잔을 주었다.
“이거 연구실에서 주운 백신이거든?”
“뀨우? 그, 그런 거냐?”
“넌 아까 먹었으니까 됐어.”
“그럼 이제 우리 구울 안 되는 거냐?”
“그래.”
지크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신 구울 같은 거 되려고 그러지 마라. 간 떨어져서 뒈질 뻔했잖아.”
“뀨우! 햄찌 감동했다! 주인 놈아 햄찌 많이 좋아하냐! 아까 주인 놈아 막 질질 짜고 그랬다! 뀨우!”
“몰라 새꺄.”
지크는 귓불이 새빨개져서는 고개를 홱! 돌렸다.
‘진짜 사람 간 떨어지게 하고 있어. 축생 주제에. 흥.’
지크는 햄찌가 얄미웠다.
“아무튼. 대충 나은 것 같으니까 이제 가자.”
“뀨우!”
“힘들어 보이니까 내 어깨 위에 타.”
“햄찌 괜찮다! 뀨우!”
“괜찮긴 뭐가 괜찮냐? 거울을 봐라. 꾀죄죄한 게 햄스터가 아니라 시궁창에서 구른 들쥐 같은데.”
“뀨우?!”
지크의 지적에 햄찌가 거울을 보았다.
“뀨, 뀨우우우?! 햄찌 이렇게 상태 안 좋아 보이는 거냐! 뀨우우!”
햄찌는 구울로 변이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 소비가 있었던 모양인지, 털에 윤기가 없이 꾀죄죄하게 이목구비가 퀭하기 짝이 없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타. 성 안으로 들어갔다니까 지금쯤이면 싸우고 있거나 전멸했을 거야.”
“알겠다! 뀨우!”
“채형석이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르겠네. 걔 인성이면 일부러 트롤해서 아군 싹 다 죽게 만들고 보상 독차지하고도 남을 텐데.”
“뀨우? 설마 그러겠냐!”
“아니?”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도 남아. 평소에도 그런데 지금은 돈이 좀 많이 필요하거든? 모르긴 몰라도 어떻게든 지 혼자 다 처먹으려고 온갖 더러운 짓거리는 다 할걸? 내가 걔를 잘 알거든.”
채형석에게 오만가지 험한 꼴은 다 당해본 지크는 그 인성이 얼마나 쓰레기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았다.
어쩌면 지크는 이 세상에서 채형석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온 거야. 걔 방해하려고. 뭔가 더러운 짓거리를 할 게 분명하거든.”
“뀨? 그래서 그랬던 거냐? 햄찌는 주인 놈이 그 자식 방해한다고 해서 무슨 소린가 했다! 뀨우! 같은 편끼리 방해하기 힘들지 않냐!”
“힘들지. 근데 뭐랄까. 지 무덤 지가 판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럴 거야. 내가 알아. 내가 끼어들 판을 만들어줄 거라고.”
“뀨우! 주인 놈아 채형석 잘 안다! 채잘알이다! 채잘알!”
“채잘알? 그게 뭐야?”
“채형석 잘 안다는 뜻이다! 뀨우!”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워 가지고….”
“주인 놈아랑 똑같은 나라에서 온 모험가들한테 배웠다! 뀨우!”
아무래도 햄찌는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이런저런 은어나 유행어 따위를 주워들은 모양이었다.
“짜식. 됐고, 빨리 가자.”
“뀨우! 가자! 주인 놈아아! 달려라! 달려! 뀨우!”
지크는 햄찌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는 건물을 나섰다.
그로부터 약 30분 후.
[죽은 자들의 도시 : 부패한 성]지크와 햄찌는 스킬과 의 도움으로 보스 방이 있는 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던전 가장 깊숙한 곳이기 때문일까?
“윽!”
지크는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인한 큰 압박을 받았다.
[알림 : 이 부족합니다!]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시공의 뒤틀림에 의해 압박을 받습니다!] [알림 : 모든 능력치가 15% 하락했습니다!]죽은 공대장이 했던 말대로, 15퍼센트의 추가 페널티가 주어졌다.
“이래서 차원 저항력이 중요하구나. 쩝.”
지크가 압박감이 선사하는 불쾌감에 인상을 찌푸릴 때였다.
“뀨우?!”
에 도착하자마자 햄찌가 귀를 쫑긋거렸다.
“뭐야? 뭔 소리가 들려?”
“주인 놈아아! 저기 안쪽에서 싸우고 있다!”
“그래? 어딘데?”
“이쪽이다! 뀨우!”
“오케이!”
먼저 간 사람들이 잡몹들 대부분을 처치해준 덕분에, 지크와 햄찌는 큰 위기 없이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오!”
“힘냅시다!”
“파이팅! 더 몰아붙여!”
전투 현장에는 보스 몬스터인 발두이누스와 공대원들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주인 놈아아! 빨리 합류하자!”
“아니.”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채형석 표정이 수상한데. 저거 꼭 뭔가 나쁜 짓거리 저지르려는 표정 같지 않냐?”
“뀨우?”
“이거 이거 아주 딱 걸렸어. 이건 빼박이야.”
지크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숨어서 채형석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 메뉴를 열어 버튼을 누르고는 채형석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
‘좋고!’
공대원들이 하나둘씩 죽어갈 때마다 채형석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채형석은 마나 고갈과 쿨타임을 핑계로 공대원들에게 버프를 주다 말다 깔짝거리며 자신의 큰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 결과.
‘NPC 빼고 둘 남았나? 거의 다 됐어.’
공격대는 NPC인 타이칸을 빼면 고작 두 명의 게이머만이 남게 되었다.
“저 마나 고갈요! 조금만 버티세요! 포션 먹을게요!”
채형석은 일부러 마나가 없는 척 시간을 질질 끌며 오직 타이칸에게만 버프를 주었다.
“혀, 형석이 형… 크악!”
“으악!”
덕분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두 명의 게이머들은 발두이누스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말았다.
‘굿굿! 저 NPC 새끼 하나 남았구만!’
채형석의 시선이 이제는 발두이누스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고 있는 타이칸에게로 향했다.
“허억! 허억! 이 지독한… 으악! 이 망할 놈의 괴물 같으니! 뒈져어어어!”
타이칸은 이 먹히지 않아 정확한 레벨을 알 수는 없었지만, 용태풍이 보여주었던 것보다 더한 전투력을 선보이며 발두이누스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크악! 뇌신의 후예인가! 크르륵!]“알면 뒈져!”
[구와아아아악!]타이칸의 손에서 뿜어진 전류가 마치 레이저 포처럼 뻗어나가 발두이누스의 가슴 정중앙을 관통했다. 클래스의 이란 스킬이었다.
[부패왕 발두이누스]•생명력 : □□□□□□□□□□
그러자 부패왕 발두이누스의 생명력이 거의 0이 되기 직전까지 떨어졌다.
‘지금!’
채형석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쒜에엑!
채형석이 의 방아쇠를 당기자, 바이러스가 묻은 은화살이 타이칸의 정수리를 노리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