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19
318
타이칸의 머리를 노리고 쏘아진 화살은 아쉽게도 그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홱!
타이칸이 놀랍도록 동물적인 감각으로 고개를 틀어 채형석이 쏜 화살을 피했다.
“……!”
채형석은 그런 타이칸의 놀라운 감각과 반응 속도에 경악했다.
피할 수 있다고 절대로 생각지 않았건만, 그걸 피해낼 줄이야.
“야! 머리에 구멍 날 뻔했잖아!”
타이칸이 채형석을 향해 빽! 하고 소리쳤다.
“아! 진짜! 아까부터 똑바로 조준 안 할래?”
“…….”
“집중해! 거의 다 왔어! 조금만 힘내자! 버프 주던 거 마저 주고! 다 끝났다고!”
타이칸은 채형석이 자신의 머리통에 구멍을 낼 뻔했는데도 살짝 짜증을 내기만 할 뿐, 이렇다 할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에 파이팅 포즈를 취해 보이며 채형석에게 으쌰으쌰! 힘을 내자는 제스처를 취해 보일 뿐이었다.
‘이 새끼 호구인가?’
채형석은 그런 타이칸이 호구 같다고 생각하며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버프 주던 거 마저 달라… 싫다면?”
“뭐?!”
“어딜 NPC 새끼가 건방지게.”
채형석이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채 타이칸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뭐라는 거야? 너 갑자기 약 먹었냐?”
“NPC 새끼는 닥치고 구울이나 돼라. 니 이용 가치는 끝났으니까.”
“내 이용 가치는 이미 끝났다고? 그거 어디서 들어본 말 같은데….”
타이칸은 레이드 시작 전 지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꺼져. 니네 공대로. 이제 너한테 볼일 없으니까. 니 이용 가치는 끝났어.]같은 말.
그러나 뉘앙스는 너무나도 달랐다.
지크의 말이 ‘귀찮으니까 꺼져’였다면 채형석의 말은 진짜 ‘이용 가치가 끝났으니 이제 뒈져, 이 소모품 새끼야!’였다.
“어쨌든. 이용 가치가 끝났다고? 닥치고 구울이나 되라고? 내가 왜 구울이 되냐? 다 끝난 마당에.”
타이칸이 쓰러져 버둥거리는 발두이누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구울이 되지.”
“왜?!”
“피할 거면 완벽하게 피했어야지. 큭큭큭!”
채형석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화살이 빗나가긴 했지만 타이칸의 이마를 아주 살짝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작은 상처.
그러나 바이러스가 침투하기에는 충분했다.
“너 이러는 이유가 뭐냐? 도대체 왜… 크윽!”
타이칸이 주저앉았다.
“크륵… 크르륵… 내, 내 몸이… 썩어 들어가… 버렷! 으윽! 아, 안 돼! 크아악!”
비명을 지르는 타이칸.
지직, 지지지직!
변이가 시작된 타이칸의 몸에서 강한 전류가 쉴 새 없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크윽! 미, 밀어내야 돼! 으으윽! 크르륵!”
타이칸의 변이 속도는 느렸다.
뇌신 바즈라의 힘!
번개 속성의 마나가 바이러스를 태워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만약 타이칸이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면 바이러스를 모조리 태워버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한계.
현재 타이칸의 수준으로는 변이 속도를 저지하는 것 이상을 기대할 수 없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는 있었지만,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는 변이 속도를 저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뱀의 심장을 가진 자.
저벅저벅-
채형석이 죽은 용태풍의 피와 뇌수가 뚝뚝 떨어지는 철퇴를 들고 쓰러진 타이칸을 향해 다가섰다.
“고생했다.”
채형석이 쓰러진 타이칸을 향해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나 좋으라고 X 빠지게 고생해줘서 고맙다.”
“크, 크윽! 너 이 자식… 크르륵!”
“고생했으니까 이제 쉬어야지?”
그렇게 말하는 채형석의 눈에 시퍼런 살기가 번뜩였다.
“잘 가ㄹ….”
채형석이 타이칸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철퇴를 하늘 높이 치켜들던 순간이었다.
“형석아 뭐 해?”
“뭐 하긴. NPC 새끼 조지고 있지.”
채형석은 무심결에 들려온 목소리에 대답하고 말았다.
“조져서 뭐 하려고?”
“그야 당연히 이 새끼 죽여 버리고 보상을 독차지….”
그 순간.
‘뭐지?!’
채형석은 문득 느껴지는 이상함에 고개를 돌렸다.
“히, 히익?!”
고개를 돌린 채형석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식겁했다.
채형석이 본 사람은 귀신이 맞았다.
복수귀.
조금 전 채형석에게 말을 건 사람은 복수를 위해서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다니겠다는 미친놈이었으니까.
***
씨익-
귀신이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형석아?”
지크가 양쪽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직사각형, 즉 카메라 모양 손동작을 제 얼굴에 가져다댄 채 웃고 있었다.
마치 채형석을 촬영이라도 하고 있다는 듯이….
“아. 형석아. 여기 좀 봐봐.”
“여, 여기 좀 보라고?”
“찰칵찰칵!”
지크가 입으로 카메라 셔터 소리를 내었다.
“지금 그림 딱 좋거든. 이런 장면은 담아야지. 암, 그렇고말고.”
“이 미친 새끼가… 지금 뭐 하는….”
“뭐 하긴.”
채형석의 물음에 지크가 답했다.
“니 영혼을 카메라에 담고 있….”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새끼가.”
“장난이고.”
지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뭐 하고 있냐면. 니 영정 사진…은 아니고. 영정 동영상 찍고 있지.”
“영정… 동영상?”
“이야~ 너 대단하더라? 오오! 채형석! 인성 하나는 끝내주던데? 인성이 아주 오지고 지리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ㄱ….”
“야 이 개새끼야! 똑바로 쳐 말해!”
채형석이 악에 받친 소리로 절규했다.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니가 보기엔 지금 내가 뭐 하는 것 같냐?”
지크가 얼굴에서 장난기를 싹 지우고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채형석.”
“뭐 이 새끼야.”
“감탄했다.”
“뭔 감탄?”
“용태풍 선배님도 막 구울 만들어서 죽이고. 버프 끊어서 다른 동료들도 싹 다 죽여 버리고. 이제는 열심히 싸우던 NPC까지 이용 가치 끝났다고 죽여 버리려고 하네?”
“이 새끼… 설마 그걸 다 영상으로….”
“정답.”
지크는 자신이 영상을 찍었다는 걸 부정하지 않았다.
“다 찍었지. 무삭제 풀버전으로. 참고로 노모다?”
“아.”
지크의 말에 채형석의 얼굴에 절망이 깃들었다.
‘X됐다. 진짜 X됐어.’
채형석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NPC를 뒤통수친 것?
그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게 가능했다.
왜?
NPC니까.
하지만 같은 게이머들을 뒤통수친 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특히나, 게임계의 대선배이자 살아 있는 전설인 용태풍의 뒤통수를 친 것은 전 세계 게이머들의 지탄을 받을 만한 일이었다.
제네시스보다 강한 의 보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이기도 했고.
폭망.
만약 지크가 저 영상을 공개한다면, 채형석은 이제 재기는커녕 게임을 접는 걸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확률이 100퍼센트였다.
으드득!
채형석의 어금니가 깨졌다.
너무 이를 악물다 보니 어금니가 부서져버린 것이다.
주르륵….
심지어, 주먹을 얼마나 세게 쥐었으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줄줄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그만큼 지금 상황에서 채형석이 느끼는 절망감과 분노의 크기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야… 한태성….”
채형석이 힘겹게, 아주 가까스로 입술을 떼었다.
“한태성….”
“응?”
“나….”
“나 뭐.”
“하, 한 번만… 봐, 봐주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털썩!
채형석이 지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
“헉?”
지크는 당황했다.
‘채형석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이거 실화인가?!’
눈앞에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그 천하의 채형석이 그 앞에 무릎을 꿇을 줄이야….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태성… 아니 태성아. 나 한 번만 살려주라.”
“……?”
“부탁이다.”
채형석은 무릎을 꿇은 것으로도 모자라 고개까지 푹 숙인 채 지크의 자비를 구했다.
“자, 잠깐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그만 당황해버린 지크는, 채형석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햄찌에게 을 던져주었다.
“쟤 먹여.”
“뀨우!”
지크로부터 을 넘겨받은 햄찌가 쓰러져 있던 타이칸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크륵, 크르륵!”
“얌전히 있어라! 뀨우!”
“꾸에엑!”
거대화한 햄찌는 발버둥치는 타이칸을 앞발로 크게 후려친 후 억지로 입을 벌리고 을 콸콸콸 부었다.
그러는 사이.
“에헤이! 형석아! 이러지 말자! 그건 아니지! 추하다! 추해!”
정신을 차린 지크가 채형석을 놀려먹기 시작했다.
“인마. 일어나. 천하의 채형석이 이게 뭐 하는 거야? 무릎까지 다 꿇고.”
“미안…하다.”
“뭐가 미안한데?”
“여태까지 내가 너한테 했던 짓들… 다 사과한다. 저, 정말… 미안하다. 그러니까 한 번만 봐주라. 나 좀 살려줘. 그 영상 퍼지면 나 모가지 날아가는 거 너도 알잖아.”
“그래서?”
“사람 한 번 살리는 셈 치고 한 번만 봐줘. 그럼 앞으로는 찍소리도 안 하고 착하게 살게. 제발 부탁….”
“지랄하네.”
지크가 채형석을 향해 냉소를 던졌다.
“남의 인생 망쳐놓을 땐 언제고 본인 인생 망할 때가 되니까 X됐다 싶냐?”
“그, 그건….”
“사채업자한테 돈 대주고 게이머들 상대로 돈놀이했지?”
“그, 그걸 어떻게!”
“나도 그런 식으로 가지고 놀았잖아? 내가 돈 빌리게 만들어 놓고, 빌린 돈으로 산 아이템까지 싹 다 강탈해갔지.”
“…….”
“너 땜에 사채 빚으로 자살한 사람도 있다며? 집 담보로 잡혀서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도 있고? 근데 너는 돈 대준 대가로 사채업자가 뜯어간 이자에서 몇 프로씩 수수료까지 받았다더라?”
채형석은 순간 너무나도 놀라 기절할 뻔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아는 거지? 한태성 이 새끼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아는 거야?’
채형석과 사채업자 마동포의 관계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 중의 비밀이었다.
그런 비밀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
“하, 한태성! 미안하다! 돈놀이도 그만둘게! 앞으로 그런 짓 안 할게! 그러니까….”
“응. 안 돼. 안 봐줘. 봐줄 생각 없어.”
“제발….”
“내 인생 목표 중에 하나가 뭔 줄 알아?”
“복수?”
“아니. 너 자살하게 만드는 거.”
“히, 히익!”
지크의 표정을 본 채형석은 숨이 멎을 뻔했다.
악귀.
채형석은 지크의 표정에서 자신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악의, 살기, 복수심 등등의 섬뜩한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새끼 절대로 봐줄 생각 없다. 그렇다면….’
지크가 결코 용서나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달은 채형석의 뇌리에 또다시 비열하고 사악한 생각이 깃들었다.
‘어차피 X된 거 보상이라도….’
레이드 던전의 클리어 보상은 막대한 것.
채형석은 일단 던전 클리어에 따른 보상이라도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윽.
채형석은 지크에게 다시금 비는 척하며 장전된 화살촉을 땅바닥에 슬쩍 그었다.
땅바닥에는 발두이누스가 흘린 피가 흥건했으므로 바이러스를 묻히기가 매우 쉬웠다.
“하. 어떻게 해야 하나. 협박하면서 가지고 놀아야 하나. 아니면 지튜브에 바로 업로드해서 X되게 만들어야 하나. 흐음.”
지크가 채형석을 코앞에 두고 어떻게 요리할지를 대놓고 고민하던 때.
푸슉!
채형석이 발사한 은화살이 지크의 허벅지에 박혔다.
“악! 따거!”
지크가 화들짝 놀라며 허벅지를 부여잡았다.
“어쭈? 동영상 업로드해도 된다 이거지?”
“하든지 말든지 이 X발 새끼야!”
채형석이 벌떡 일어나 쌍욕을 퍼부었다.
“아 X도 모르겠고. 일단 보상부터 먹고 봐야겠네. 어차피 X된 거. 보상이라도 챙겨야지.”
“니가? 무슨 수로? 아야!”
지크가 허벅지에 박힌 은화살을 빼며 채형석에게 물었다.
“이런다고 니가 나 이길 수 있을 것 같냐?”
“글쎄?”
채형석이 비열한 미소를 흘리며 손목에 찬 팔찌를 어루만졌다.
스륵, 스르륵!
그러자 늑대의 형상을 한 정령 세 마리가 나타나 지크의 앞을 가로막았다.
[천랑]늑대의 형상을 한 야수의 정령.
매우 사나우므로, 상대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존재 구분 : 정령(야수)
•종족 : 정령
•레벨 : 250
•특이 사항 : 정령들이기에 이 있으므로 물리 공격형 딜러의 경우 상대하기가 매우 어렵다.
[으르렁!] [크륵, 크르륵!] [컹컹!]채형석이 아이템을 통해 불러낸 천랑들이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걔들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냐? 지금?”
“글쎄? 킥킥킥!”
채형석이 반쯤 미친 사람처럼 눈을 희번덕거리며 웃었다.
“니가 구울로 변이하는 사이에 처치하면 되겠지? 킥킥킥!”
“구울? 내가?”
“30초만 기다려라. 큭!”
채형석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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