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36
335
슈우우웅….
슈퍼 비행선 이 프로아 왕국의 비행장에 내려앉았다.
위잉, 철컹!
의 자동문이 열리고.
다다다!
지크는 문이 열리자마자 뛰었다.
“국왕 전하께 경례!”
“충! 성!”
프로아 왕국의 공군 장병들이 그런 지크를 향해 경례를 올려붙였다.
“충성! 수고 많으십니다!”
지크는 그렇게 소리친 후 비행장에서부터 왕궁까지 무작정 뛰고, 뛰고, 또 뛰었다.
“어휴! 주인 놈아! 벌써 팔불출 끼가 보인다! 보여! 뀨우!”
햄찌가 그런 지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햄찌의 말에는 상당 부분 일리가 있었다.
왜?
브륜힐트의 치료 마지노선인 일주일에서 아직 4일이나 남아 있었으니까.
굳이 저렇게까지 뛰지 않고 좀 천천히 걸어도 브륜힐트의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도, 지크가 저렇듯 헐레벌떡 뛰는 이유는 1분 1초라도 브륜힐트가 아픈 걸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열한 주인 놈아도 처자식은 끔찍하게 아낀다! 뀨우!”
“다 그런 거지.”
승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니가 뭘 안다고 그러냐! 이 민머리야! 뀨우!”
“미, 민머리라니….”
“너 그 정글 아가씨가 찾아온다고 했다! 뀨우!”
“히, 히익?!”
승구는 산드라를 떠올리며 공포에 떨었다.
“정말???”
“뀨! 그렇다! 조만간 너 찾으러 온다고 했다! 뀨우! 청혼도 할 예정인 모양이다!”
“아, 안 돼!”
“조심해라! 뀨우! 그 아가씨 너 진짜 사랑하는 것 같다! 뀨우우우!”
“윽!”
승구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기백이 부족하다! 더 허리를 흔들도록! 그것밖에 안 되나!]그런 승구의 뇌리에 산드라의 호통이 스쳤다.
‘잡혔다간 겜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으윽!’
승구는 아무래도 한동안 숨어 살아야 할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전하께서는 왕비마마를 정말로 사랑하시는 모양입니다. 하하.”
그랭구아르가 웃었다.
“그러니까 안티오페 족장 같은 자극적인 미녀에게도 전혀 흔들림이 없으실 수 있으신 것이겠지요.”
“뀨! 그렇다! 주인 놈아 의외로 보수적인 데다 숙맥이다! 뀨우! 줘도 못 먹는다!”
“하하….”
“가자! 우리도 좀 쉬어야지 않겠냐!”
이번 여정에서는 딱히 한 것도 없는 주제에 휴식을 취하려는 햄찌였다.
***
프로아 왕국 왕성 안.
“큭큭, 큭큭큭!”
왕실 시종인 칼라일은 요 근래 매우 기분이 좋았다.
조국의 원수.
레노마 왕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괴뢰 정부를 세워 한낱 경제 식민지로 추락시켜 버린 지크의 아내가 죽을병에 걸렸단다.
원인, 불명.
치료법, 없음.
이대로라면 뱃속에 든 아기까지 세트로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수백 년 만에 나타난 성녀마저도 고치지 못했으니, 원수인 지크의 처자식이 죽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큭큭! 이렇게 처자식을 잃게 되겠군? 벌 받은 것이다! 천벌을 받은 것이야! 오오! 신이시여! 이 피맺힌 자를 위해 복수의 칼을 대신 빼 드셨나이까! 흐어어억!’
칼라일은 치솟아 오르는 아드레날린에 전율했다.
가망이 없어 보이던 복수가 이렇게나마 이루어질 줄이야….
물론 칼라일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이것이 시작이다. 처자식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너는 내가 주는 더욱 큰 절망에 빠지게 될….’
칼라일이 미친 듯 행복회로를 돌리던 무렵이었다.
다다다다, 쾅!
복도 모퉁이를 돌던 칼라일은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사람과 제대로 부딪히고 말았다.
문제는 그 충격으로 인해 무려 5미터나 날아가 정원의 분수대에 처박혀 버렸다는 것.
“크, 크윽!”
쓰러진 칼라일이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을 무렵.
“미,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해요! 괜찮아요?”
“이런 X발! 사람이 말야! 앞을 제대로 보고 다녀야… 저, 전하?!”
칼라일은 자신이 부딪힌 사람이 다름 아닌 지크라는 걸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죄, 죄송해요.”
지크가 칼라일을 향해 재차 사과했다.
“제가 워낙 급해서… 근데 명색이 왕인데 이런 X발은 좀….”
“죄, 죄송합니다! 전하! 죽여 주시옵소서!”
칼라일은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일단 지크에게 엎드려 절했다.
‘이 개 같은 새끼가! 갈비뼈가 두어 대는 나간 것 같은데… 으윽!’
속으로는 쌍욕을 퍼부었지만.
“몰랐으니 그럴 수도 있죠. 제가 앞 안 보고 막 뛰어다녀서 그런 것도 있고요.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
“아, 예!”
“여기요.”
지크가 칼라일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정말 미안해요. 다치신 것 같은데 왕국 병동에 말해놓을 테니까 치료 받으세요. 정말 미안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리고 이건 죄송한 마음에서 드리는 거니까 받아 두시고요.”
지크가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금화 10닢을 꺼내 칼라일에게 쥐여 주었다.
칼라일의 정체를 모르는 지크로서는 애꿎은 시종에게 부상을 입혔다는 사실에 미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성함이? 제가 시종분들 이름은 거의 다 아는데 새로 들어오신 분이신가 봐요?”
“카아….”
“카?”
“카일이라고 합니다.”
“아하! 카일 시종님이셨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아, 예!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미안했어요! 치료 잘 받으시고요!”
“살펴가소서.”
“치료 잘 받으세요!”
지크는 칼라일에게 치료를 받을 것을 거듭 강조하고는 다시 쌩! 하고 달려 나갔다.
그러면서 지크는 생각했다.
‘와. 하마터면 애꿎은 시종 하나 죽일 뻔했네. 그 정도 충격이면 최소한 중상 아닌가? 튼튼한 시종이네.’
지크는 자신과 충돌한 시종이 꽤 멀쩡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굳이 을 비추어 보지는 않았다.
왜?
시종이라면 그냥 평범한 NPC일 확률이 99.9999퍼센트쯤 될 텐데, 굳이 유심히 살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리 게이머라지만 일개 시종 하나까지도 을 비추어볼 이유는 없었다.
칼라일도 그 점을 아주 정확하게 노리고 시종으로 위장했던 것이고.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매우 훌륭한 예였다.
‘에이. 몰라. 위로금도 줬으니까 원망하진 않겠지.’
지크는 카일이란 이름의 시종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고는 브륜힐트가 있는 병실을 향해 계속해서 뛰었다.
지크가 사라진 후.
“크윽!”
칼라일이 옆구리를 움켜쥐고 몸을 일으켰다.
“저 망할 새끼가… 잠깐? 왜 표정이 그렇게 밝은 거지? 서, 설마?!”
칼라일은 본능적으로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처자식이 죽어가는 사람이 평소와는 다름없이 표정이 밝다?
그렇단 말은….
“이런 개 같은!”
칼라일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서둘러 병동으로 향했다.
어차피 본인의 치료를 위해서라도 병동으로 가야 하기도 했고.
***
“사부님!”
“왔느냐.”
돌아온 지크를 반겨준 사람은 브륜힐트의 숨을 억지로나마 붙여주고 있던 사부였다.
“그래, 드래고니안 망고를 찾아온 게냐?”
“예!”
“오호라. 빨리 찾았구나. 촉박할 줄 알았거늘.”
“운이 좋았습니다!”
“오냐. 수고했다. 드래고니안 망고는 어디 있느냐?”
“그, 그게….”
지크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를 꺼내 사부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들어 있답니다.”
“흐음.”
사부가 잠시 를 들여다보더니 혀를 찼다.
“쯧쯧. 먹을 거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보아하니 비머리언 공방 놈들 짓이로구나.”
“비머리언 공방을 아십니까?”
“알다마다. 헤르베르트 그 나사 빠진 놈이 기억이 나는구나. 아주 제대로 미친놈이었지.”
“헤르베르트까지 아십니까?”
“왜 모르겠느냐? 본좌와 같은 시대에 활동하던 놈이었거늘. 주제에 세계급 아티펙트를 만들겠다며 개소리를 늘어놓던 게 엊그제 같구나.”
“헉!”
지크는 사부가 헤르베르트와 안면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세계급 무기에 관한 내용도 알고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역시 사부님….’
사부는 언제나 지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럼 어디….”
사부가 의 추 부분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빠직!
그러자 특수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가 거짓말처럼 반으로 쪼개졌다.
지크가 을 타고 오면서 열려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던 걸 생각해 보면, 사부의 악력이란 얼마나 강한 걸까?
어쨌거나 가 파괴되고, 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스으으!
찬란한 황금색으로 빛나는 열매.
“윽!”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얼마나 강했던지, 지크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가려야만 했다.
“제자야.”
“예, 사부님.”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나가서 일 보거라.”
“예?”
“여기 있다간 마나의 폭풍에 휘말려 뒈질 게 뻔하니 말이다.”
“아, 예!”
지크는 사부의 지시에 따라 병실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나가야만 했다.
‘걱정 마요.’
지크는 마치 죽은 듯 잠들어 있는 브륜힐트에게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사부님께서 금방 낫게 해주실 테니까. 깨어나면 봐요.’
병실을 떠나는 지크의 마음은 로 떠날 때보다 훨씬 가벼워져 있었다.
***
병실에서 쫓겨난 직후.
“아. 이제 뭐 하지. 쉴까.”
지크는 잠시 현실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까 생각해 보았다.
“아냐. 지금 쉬지 말고.”
때마침 할 일이 떠오른 지크는 곧장 워프 게이트 위에 올랐다.
다음 순간.
번쩍!
지크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비머리언 공방의 본사 앞 워프 게이트였다.
‘고쳐야 하니까.’
헌터리안 킹과의 전투에서 의 내구도가 꽤 닳았으므로, 지크는 수리를 맡겨 놓고 로그아웃할 생각이었다.
“아앗!!!”
그때였다.
“저기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께서 오신다! VVIP께서 오신다! 의장대 전원! 연주 준비!”
비머리언 본사의 공방 앞을 지키던 문지기가 지크를 발견하고는 수치 플레이(?)를 시전했다.
빠라바라 밤- 빠라바라 밤- 빠라바라 빰빰빠밤빰빠빰빰빠밤- 빰빰 빰빰빰빰 빰빰 빰빰빰빰 빰빰빰빰빰빰 빰 빰빰빰!
의장대의 연주가 시작되고.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의장대장의 멘트가 지크의 방문을 알렸다.
“으아아아아악!”
지크는 자신에게 확 쏠리는 시선에 도망치듯 비머리언 공방의 정문을 지나쳐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하여튼 방심할 수 없는 놈들이라니까.’
지크는 자신에 대한 비머리언 공방의 과도한 아부에 진저리치며, 고성능 아이템 제조 부서인 으로 향했다.
“오! 왔소! 내 그대가 온다는 소식은 방금 들었소이다!”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이자 지크의 공식 블랙카우인 크반트가 그를 마중했다.
“어쩐 일이오! 이렇게 발걸음을 해주고!”
“아, 그게요.”
지크가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을 꺼내 크반트에게 보여주며 용건을 말했다.
“이게 좀 수리가 필요해서요.”
현재 의 내구도는 다음과 같았다.
[+15 가이아의 주먹]•내구도 : 20 / 100
를 대신 이용하며 싸우긴 했지만, 중간 중간 불가피하게 으로도 방어를 해야 했기에 꽤 많은 내구도가 닳아 있었다.
“거의 망가지기 직전이구려.”
“고칠 수 있습니까?”
“물론이오.”
“수리비는….”
“당연히 무료지.”
크반트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비머리언 공방에서 어찌 그대에게 수리비 같은 걸 받을 수가 있겠소? 크핫핫핫!”
“크. 뭘 좀 아시네요.”
“흠흠. 그건 그렇고. 어떻게… 좀 진행이 되었소?”
크반트가 전설의 대장장이 헤르베르트의 유작에 대해 물었다.
“있었죠.”
“이, 있었단 말이오?!”
크반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쩌다 보니 U등급 마정석을 얻게 돼서요.”
“헉!”
“꽤 많이 모으긴 했는데….”
“자, 잠깐! U등급 마정석이라면!”
그렇게 소리친 크반트가 다급히 세계급 무기의 설계도를 꺼내 탁자 위에 촤라락! 펼쳤다.
“현재 그대가 모은 재료가 신의 지팡이… 뱀파이어 로드의 영혼… 만능 기계장치… 크로매틱 드래곤의 뿔… 그리고 U등급 마정석 1개… 맞소?”
“그렇죠?”
“오오!”
“뭡니까?”
“그대에게 새 무기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소이다!”
흥분한 크반트가 크게 소리쳤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