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40
339
“야! 한태성! 야 이 미친놈아! 너한테 정보를 주려고 왔다니까? 야! 야 이 새끼야!”
마동포는 단호하면서도 냉혹하기 짝이 없는 지크의 태도에 당혹스러워 했다.
“이거 채형석에 대한 정보라고! 니가 그렇게 싫어하는 채형석에 대한 정보라니까? 야! 야야!”
하지만 지크는 마동포의 외침에는 조금도 반응하지 않았다.
“어….”
지크가 마동포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다음과 같이 명령했다.
“입이 좀 짧은 거 같으니까 제일 먼저 혀부터 뽑고 가죠. 듣기 짜증나네요.”
“예! 전하!”
지크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런 쳐 죽일 놈을 보았나!”
“커허억!”
“전하를 대신하여 네놈의 혀를 뽑아주마!”
프로아 왕국의 기사는 지크의 명령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동포의 혀를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찌, 찌이이익!
그러자 살덩이가 찢겨 나가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소리와 함께 마동포의 혀가 뿌리 부근에서부터 길게 뽑혀져 나오기 시작했다.
후두두둑!
시뻘건 피를 쏟아내면서.
“으어어어어어어- 으어어어- 으어- 으어어어어어-!”
덕분에 마동포는 산 채로 혀가 뽑히는 경험-비록 게임이라지만-을 하며 발음 없는 비명을 내질러야만 했다.
“거 시끄럽네. 빨리 빨리 처리해 주세요.”
“예! 전하!”
“브륜힐트 낮잠 자는 거 보러 가야지.”
지크는 기사들에게 마동포를 처리하란 명령을 내려놓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왕의 침실로 향했다.
***
그로부터 3일 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우웅… 탄산귤? 탄산귤이 먹고 싶어요.”
지크의 물음에 브륜힐트가 답했다.
탄산귤은 평범한 귤의 맛에 탄산 특유의 톡 쏘는 맛이 더해진 과일로써, 맥캘란 왕국의 특산품이었다.
문제는 탄산귤의 가격이 거의 금값에 버금갔다는 것.
탄산귤은 한 나무에서 오직 다섯 개의 열매만 열리는 데다가, 겨울에만 나는 품종이었다.
거기에 더해 마법으로 인위적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재배 농법조차 통하지 않아서, 지금 같은 한여름에는 구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역시 어렵겠죠? 그냥 오렌지 먹을래요.”
“잠깐만요.”
“여, 여보?”
“조금만 기다려요!”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통신실로 가 맥캘란 왕국에 통신을 걸었다.
– 오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오래간만이옵니다! 맥캘란 왕국 육군 대장이자 후작인 오버로크가 프로아 왕국의 국왕 전하를 뵙습니다!
지크의 통신에 응답한 사람은 다름 아닌 오버로크 대장(★★★★)이었다.
최근 오버로크 대장은 크립티드들과의 전쟁에서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중앙 정계로 영전한 상태였다.
물론 그게 다 지크의 대활약 덕분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고.
“잘 계셨어요?”
– 물론이옵니다! 전하! 한데 어쩐 일이시옵니까? 이렇게 직접 통신을 다 걸어주시고!
“아, 그게요….”
지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오버로크 대장에게 용건을 말했다.
“혹시 탄산귤 좀 구할 수 있습니까?”
– 탄산귤 말씀이시옵니까?
“예.”
– 어찌 전하께서 탄산귤을 찾으시옵니까?
“제 안사람이… 탄산귤이 먹고 싶다고… 으음.”
– 크핫핫핫핫핫!
“…….”
– 전하께서도 어쩔 수 없는 팔불출이신 모양이옵니다! 크핫핫핫핫! 이 한여름에 탄산귤이라니!
지크는 오버로크 대장의 박장대소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입을 꽉 다물었다.
– 전하! 다 그런 법이지요! 저도 제 안사람이 임신했을 적에 그랬사옵니다!
“그, 그래요?”
– 얼마나 필요하시옵니까?
“한 박스 정도면 될까요? 너무 많은가….”
– 아예 열 박스를 보내 드리겠사옵니다! 실컷 드소서!
“감사합니다.”
– 지금 바로 보내겠사옵니다!
오버로크 대장은 그로부터 정확히 한 시간 후에 탄산귤 열 박스를 지크에게 보내왔다.
“여보. 여기 탄산귤.”
“어머!”
지크가 탄산귤 한 박스를 구해오자 브륜힐트의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이, 이걸 구해오신 거예요? 엄청 비싸잖아요!”
“먹고 싶어 했잖아요.”
“그, 그래도….”
“어서 먹어요.”
지크는 브륜힐트에게 탄산귤을 직접 까주고, 입에 먹여 주기까지 했다.
“고, 고마워요….”
“뭘요. 혹시 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요. 알겠죠? 제가 이 정도 능력은 되거든요.”
“사랑해요.”
브륜힐트는 어깨를 으쓱대는 지크를 꼭 안아 줌으로써 남편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자. 하나 더. 아~.”
“아~.”
그렇게 지크가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전하! 3일 전 처형당했던 마동포가 다시 찾아왔사옵니다!”
“아. 그거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지크가 살짝 짜증이 난 표정으로 시종의 보고에 대꾸했다.
“잠시만요.”
그렇게 말한 지크가 브륜힐트의 뾰족한 두 귀를 살포시 접고는 명령했다.
“거, 이번에는 사지를 말에 매달아서 찢어 죽이라고 하세요.”
“예! 전하!”
지크는 배 속 아기의 태교를 걱정했으므로, 브륜힐트가 이렇듯 끔찍하고 험악한 소리를 듣는 걸 원하지 않았다.
“뭐였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자. 먹어요. 아~.”
“아~.”
지크와 브륜힐트의 알콩달콩한 시간은 그 후로도 쭉 계속되었다.
***
다시 3일이 지났다.
“슬슬 움직여 볼까.”
일주일 동안 오직 브륜힐트만을 위해 시간을 쓴 지크는 슬슬 를 찾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만하면 남편 노릇도 어느 정도는 한 것 같으니까… 한 며칠 다녀와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겠지. 후후.”
그때였다.
“전하! 3일 전에 처형당했던 마동포가 또다시 전하를 찾아왔사옵니다!”
“와.”
지크는 시종의 보고에 혀를 내둘렀다.
“완전 에너자이저신가? 지치지를 않아?”
“전하!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사옵니까? 가마솥에 넣고 삶아 죽이면 되겠사옵니까?”
“아, 아뇨.”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뭐 때문에 저러는지는 좀 알아야겠네요. 꽁꽁 묶어서 제 앞에 데려오도록 하세요.”
“예! 전하!”
지크는 마동포의 끈질긴 구애(?)에 한 번쯤 만나주기로 했다.
그리고 10분이 지났을 때….
“히, 히익?”
지크는 마동포가 귀갑묶기(!)에 당한 채 자신의 앞으로 배달된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뚱뚱한 데다가 험악하기 짝이 없는 인상에, 온몸에는 털이 숭숭 난 마동포가 뭔가 이상야릇한 포박법에 묶여 온 것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기분이….
“어우야. 이건 좀 아니네. 극혐.”
정말이지 혐오스러웠다.
“크, 크윽! 한태성! 날 이렇게 막 대하다니… 크윽!”
“한태서엉?”
“아, 아니! 한태성 씨! 태성 씨!”
지크가 눈을 부라리자 마동포가 황급히 호칭을 정정했다.
“용건이 뭐냐.”
지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채형석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서?”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태성 씨.”
“거래라… 어떤 거래?”
“제가 게이머들 상대로 사채 굴리는 건 아시죠?”
“뒤질래.”
“죄, 죄송합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앞으로 제 사업을 도와주신다고 약속해 주시면, 채형석에 대한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사업을 도와줘?”
“그, 그게 그러니까….”
마동포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지크에게 말했다.
마동포의 제안은 매우 간단했다.
지크가 게임 속에서 특정 게이머를 궁지에 몰아붙인다.
마동포가 그 게이머에게 사채를 빌려준다.
지크는 다시 그 게이머를 집요하게 죽여 가진 아이템을 모조리 떨구게 만든다.
기존에 제네시스 길드가 게이머들을 상대로 하던 짓거리, 즉 강제로 빚을 지게끔 유도해 달라는 소리였다.
그 말인즉슨….
‘이 새끼 이거 채형석에서 나로 갈아타려고 하네?’
마동포가 채형석을 버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를 구한단 얘기였다.
‘마동포가 채형석을 버린다고? 채형석은 마동포한테 초기 사업 자금을 대주던 놈인데? 둘이 짝짝꿍 잘 맞아서 사기 치고 다니더니, 이제 와 갈라섰다? 이거 그림 그려지는데….’
지크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야.”
지크가 마동포에게 물었다.
“채형석이 너한테 돈 빌리러 갔었지.”
“헉! 그, 그걸 어떻게!”
마동포는 지크가 자신의 속을 귀신같이 꿰뚫어보자 크게 당황했다.
“딱 3년 전에 내 꼬라지랑 비슷한 얼굴이었겠지. 이 돈만 있으면 다 해결할 수 있다, 뭐 그런 거? 도박 중독자처럼.”
“히, 히익?!”
“아마 너한테 큰돈 빌려서 나한테 복수하려고 했을 거야? 여기로 쳐들어온다거나 뭐 그런? 니가 가진 정보가 그거잖아?”
“끄, 끄윽!”
마동포는 너무나도 놀라 말조차 제대로 잇지를 못했다.
‘이, 이 새끼! 예전의 한태성이 아니다!’
마동포는 그제야 깨달았다.
마치 도박 중독자처럼 눈에 뵈는 게 없이 돈을 빌리러 오던 게이머 한태성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대신 그 자리에 귀신도 울고 갈 통찰력을 가진 노련한 게이머가 있다는 것을….
“하나 더.”
지크가 덧붙였다.
“너 3년 전부터 도둑 길드에서 나온 정보를 제네시스 길드에 공급했네? 정보 중계? 뭐 그런 건가?”
“……!”
“내가 아무리 꼭꼭 숨어도 제네시스 길드가 날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가 도둑 길드의 정보력이었을 테고. 그 정보는 니가 도둑 길드에서 물어다준 거겠지.”
“하하. 하하하….”
마동포는 지크의 무시무시한 추리력에 완전히 질려버려서, 그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주르륵!
그런 마동포의 등 뒤에서는 돼지 육수가 쉴 새 없이 뿜어지고 있었다.
“뭐, 옛날 얘기는 집어치우고. 그래서 넌 채형석에 대한 정보를 나한테 제공해주는 대가로 새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길 원하는 거고?”
“틀린 말이라고는 안 하겠습니다. 태성 씨.”
마동포가 당황스러움을 최대한 억누르면서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처신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좋은 정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드리는 제안, 한번 검토라도 해주시면….”
“하자.”
“예?!”
“하자고, 그 거래.”
지크가 씩 웃으며 말했다.
“기존에 채형석이 하던 일, 내가 대신 해줄게.”
“그, 그게 정말입니까?”
“나도 돈은 벌어야지? 여태 당하고만 살던 인생인데, 이제 슬슬 남 등쳐 먹으면서 살 때도 됐지.”
“하하! 드, 등쳐 먹는다니요! 다 비즈니스입니다! 비즈니스!”
“그런가?”
“물론입니다! 하하하!”
지크가 자신의 제안을 수락하자 마동포의 얼굴이 환해졌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이 세상에 돈 싫다는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이게 얼마나 꿀 같은 사업인데! 큭큭큭!’
마동포는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것.
그게 돈이란 요물이 갖는 힘이었다.
사채 빚에 시달리던 사람도 일종의 사채업자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이라니!
마동포는 자신의 제안을 수락한 지크를 보며 한 인간의 타락을 지켜보는 것 같아 전율했다.
아아! 돈의 힘이란 이 얼마나 위대한가!
“비율은 몇 대 몇?”
“저랑 형석이는 이자의 8대 2로, 제가 8이었습니다.”
“나는 5대 5가 좋은데.”
“그, 그건….”
“같이 일하기 싫어?”
“아, 아닙니다!”
“5대 5라고 해봤자 니가 취하는 폭리면 손해 아니지 않나? 법정 최고 이자도 안 지키는 주제에?”
“그, 그건 그렇습니다!”
“그럼 비율은 앞으로 발생하는 이자 수익에서 5대 5로 하고. 채형석에 대한 정보는 오늘부터 꾸준히 제공하는 걸로. 콜?”
“콜!”
“한잔 받아.”
지크는 비즈니스 관계가 되었단 의미로 마동포에게 술을 한 잔 따라 먹여주었다.
“그럼 오늘부터 형석이가 뭐 하고 다니는지, 누구 만나는지, 너한테 빌린 돈으로 뭐 사는지 나한테 다 보고하는 거다?”
“물론입니다! 크으!”
마동포가 지크가 따라준 술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힘차게 대답했다.
“그, 그런데 말입니다.”
“어?”
“이것 좀 풀어주시면 안 됩니까? 자세가 많이 민망해서….”
“그, 그러자.”
지크가 구역질이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
마동포가 돌아간 직후.
“형님. 왜 하는 척하신 겁니까? 어차피 도둑 길드가 있어서 저 돼지 새끼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은데요. 설마 진짜 사채업을 하시려는 건….”
“동영상 따느라 그런 거거든?”
승구의 물음에 지크가 불쾌한 표정으로 대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