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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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동영상이요?!”
“방금 마동포가 지 입으로 직접 자백했잖아. 채형석이랑 둘이 게이머들 상대로 사채 굴렸다고.”
“헉!”
“적당히 놀아주는 척하면 신나서 다 분단 말야? 후후후!”
지크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 그럼 진짜 사채업 하시려는 게 아닌 겁니까?”
“내가 미쳤냐? 사채업 같은 걸 하게?”
승구의 물음에 지크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너 설마 내가 진짜로 사채업 같은 거에 손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냐?”
“아, 아닙니다!”
“뭐야. 맞는 거 같은데?”
“진짜 아닙니다!”
승구는 지크가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손사래 쳤다.
주르륵!
그런 승구의 두피에는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형님이 워낙 돈을 좋아하시고 비열하셔야지 말입니다. 진짠 줄 알았잖습니까. 헤헤헤.’
사실 승구는 지크 정도의 인성이라면 게이머들을 상대로 사채업을 하고도 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간 지크가 보여주었던, 악마조차 울고 갈 정도의 인성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테니까.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지크의 그런 사악한 인성은 대부분이 ‘적’을 상대로만 드러난다는 거였다.
“자 일단 마동포가 채형석을 버렸으니까….”
지크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앞으로의 계획을 승구에게 말해주었다.
“채형석은 내가 모든 걸 알고 있단 사실은 꿈에도 모를 거야. 그렇지?”
“그렇겠죠. 이제 마동포도 형님을 믿으니까요.”
“자, 그럼 보자. 마동포가 주는 정보랑 도둑 길드가 주는 정보를 잘 분석하면, 채형석이 언제 어떻게 쳐들어올지를 알 수 있겠네?”
“그렇죠?”
“그걸 역이용하자.”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이거 완전 날로 먹는 싸움이잖아. 적 병력 규모랑 공격 시간, 공격 장소까지 다 알고 시작하는 싸움인데. 함정만 미리 파 놓고 기다리면 끝!”
“크! 이미 이긴 싸움인 겁니까?”
“그런 거지.”
지크의 입가가 쭉 찢어졌다.
마치 악마처럼….
“그럼 마동포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긴.”
승구의 물음에 지크가 답했다.
“일 끝나면 동영상 까발리고 경찰에 고발해야지. 피해자가 한둘도 아니고. 죄목도 한두 개가 아닐걸? 법정최고이자 위반에, 협박, 공갈, 갈취, 사기, 장기 매매, 폭행. 뭐, 기타 등등. 엥? 이거 완전 범죄 종합 선물 세트 아니냐?”
“한 10년은 푹 썩을 겁니다.”
“10년이 뭐야. 한 20년도 썩겠구만. 큭큭큭!”
지크가 씩 웃었다.
“그럼 지금부터 준비하실 겁니까?”
“아. 그건 아니고.”
승구의 물음에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퀘스트부터 좀 깨려고.”
“퀘스트요?”
“에픽 무기 퀘가 떠서.”
“헉! 에, 에픽 무기 말씀입니까?”
“응.”
“허… 어디서 그런 좋은 퀘를….”
“이것저것 다 주워 먹다 보니까 뜨더라고. 너도 쓰레기 같아 보이는 템이 있어도 버리지 말고 일단 킵해 놔. 좋은 걸지도 모르잖아.”
지크가 를 떠올리며 승구에게 자신의 아이템 줍기에 대한 철학을 설파했다.
물론 반쯤은 궤변인 데다가 전적으로 운에 의지하는 철학이긴 했지만, 승구는 지크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쓰레기라도 혹시 모르니까… 메모… 가지고 있을 것. 메모… 좋은 걸지도 모른다… 메모.”
승구는 그런 지크의 궤변(?)을 수첩과 볼펜-어째서 볼펜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을 꺼내 실제로 받아 적기까지 했다.
“일단 재료가 세 개인데. 두 개는 행방을 이미 아니까 가서 구해오면 되고. 나머지 한 개는 좀 수소문을 해봐야 될 것 같아.”
“아하!”
“채형석이랑 놀아주기 전까지 그 두 개라도 구해 놓으려고. 나머지 한 개는 퀘스트를 준 NPC도 행방을 모른대.”
지크가 를 떠올리며 말했다.
‘하여간 퀘스트를 줬으면 정보라도 확실하게 줘야 할 거 아냐? 알아서 구해오라니. 무책임하긴.’
지크는 내심 퀘스트를 준 크반트를 욕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서쪽 바다부터 갈 생각인데 너도 갈래?”
“저는 이번엔 빠지겠습니다.”
“왜?”
“제가 요즘에 진행하고 있는 퀘스트가 있는데, 이게 제 클래스의 메인 퀘라서요. 요즘 이거 때문에 정신없습니다.”
“그래? 도와줄까?”
“아닙니다. 일단 저 혼자 힘닿는 데까지는 해보겠습니다.”
“알겠어. 혹시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예, 형님.”
“그럼 서쪽 바다부터 가볼까.”
지크는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 형석이가 제 발로 망하네? 후후후! 기특하기도 해라.’
내심 채형석을 귀여워하면서….
***
지크가 햄찌, 그랭구아르와 서쪽 바다로 향한 직후.
“이런 빌어먹을!”
칼라일은 프로아 왕실 내의 어느 작은 쪽방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 개 같은 새끼! 신이시여! 대체 제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렇게 희망 고문을 하실 겁니까? 도대체 왜! 저 원수 놈을 지옥에 빠뜨리시다 다시 건져 올리시는 것이옵니까? 어째서!”
칼라일은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브륜힐트와 뱃속 아기가 죽을 줄로만 알고 행복회로를 팽팽 돌리다가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
빌어먹을 놈의 지크가 치료제인 를 구해온 것으로도 모자라 괴물 중의 괴물인 국사 어르신까지 가세하면서, 브륜힐트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손 안 대고 코를 풀 줄로만 알았던 칼라일로서는 신에게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애초에 신 따위가 있었다면 내 조국이 저 악마 같은 놈에게 유린당할 일은 없었겠지. 큭큭큭! 신이여! 내게는 네놈 따위 같은 허구의 존재는 필요 없다! 복수는 내 힘으로 이룰 것이다!”
게임 속 세계인 뉘르부르크 대륙에는 분명히 신이 존재했지만, 칼라일은 그 사실을 부정해 버렸다.
“좋다. 복수는 온전히 내 손으로 이룰 것이다. 그게 복수의 참맛일 테지. 크큭큭큭!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과연 이번에도 네놈의 처자식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줄 아느냐?”
칼라일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찰랑찰랑!
그 병 안에는 회색 액체가 가득 담겨 있었는데, 얼핏 봐도 보통 물질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얼핏 보면 액체가 아니라 회색 기체 같기도 했다.
“코카트리스의 독… 이거라면 어떨까? 큭큭큭! 네 처자식의 오장육부가 돌처럼 굳어져서 뒈질 텐데, 이것마저 피해 갈 수 있을까? 큭큭큭큭!”
병에 담긴 액체는 다름 아닌 의 독니에서 추출한 것으로, 지난번 잉그리드가 결혼식에 깽판을 놓았을 때 몰래 하나 챙겨놓은 것이었다.
“요즘 왕비의 먹성이 그렇게 좋다니. 어디 이것도 처먹어 봐라.”
칼라일은 이 담긴 유리병을 다시 품속에 고이 간직해 놓고는 왕실의 주방으로 향했다.
***
워프 게이트를 타고 서쪽 바다로 나아간 지크의 여정은 처음 생각과는 달리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뉘르부르크 대륙의 서쪽 바다는 다른 바다와는 다른 특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특이점이라면, 서쪽 바다에서는 비행선을 탈 수가 없다는 거였다.
서쪽 바다의 해수면 밑은 평범한 땅과 암석이 아닌 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이란 물질은 가공을 마치고 나면 말 그대로 중력을 더욱 강하게 거는 힘이 있었다.
문제는 가공되지 않은 이 비행선에 걸린 의 힘을 약화한다는 것.
만약 비행선을 타고 이 서쪽 바다를 비행하게 되면, 이 풀려서 결국에는 추락하게 될 확률이 높았다.
이 세계의 비행선은 과학의 힘보다는 마법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컸기에, 단순히 엔진의 힘만으로는 비행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지크는 슈퍼 비행선 을 타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워프 게이트를 타고 서쪽 바다의 항구 도시인 에 도착했다.
“배를 얻어 타야 하는데….”
에 도착한 지크는 재료템인 을 주는 의 서식지로 데려갈 배를 얻어 타야 했다.
의 서식지가 워낙에 먼 바다인지라 를 타고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는 엄청나게 빠르고 기동성이 좋은 대신에 엔진의 마정석 배터리 용량이 적어서 긴 항해에는 부적합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저기요.”
지크가 딱 봐도 선장처럼 보이는 중년 사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혹시 배를 좀 얻어 탈 수 있겠습니까? 보수는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으음! 때마침 오늘 딱히 일정이 없긴 한데. 그래, 어디까지 가시오?”
“실버 씨 서펜트를 잡으러 가야 하는데, 서식지 근처까지만 태워주시면….”
“이런 미친놈이!”
“……!”
“누굴 죽이려고 작정했어? 꺼져!”
“아니 그게 아니라….”
“허! 거 아침부터 재수 없게! 실버 씨 서펜트라니! 같이 뒈지자는 거야, 뭐야?”
“죄, 죄송….”
“하여간에 모험가 놈들이란… 지들 안 뒈진다고 남 목숨은 파리처럼 여긴다니까? 캬악! 퉤!”
그렇게 지크는 첫 번째 선장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말았다.
“실버 씨 서펜트가 어지간히 무서운 모양이네. 하하하….”
지크는 아침부터 욕을 거하게 한 사발 먹고는 다른 선장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선장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미치셨소?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시오.”
“뒈지고 싶으면 너나 뒈져!”
“개소리 안 받소.”
먼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배를 가진 선장들은 하나같이 의 서식지로 가는 걸 꺼려했다.
“그냥 배를 하나 사버릴까?”
지크가 홧김에 중얼거렸다.
이렇게 얻어 탈 배가 구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통째로 사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뀨! 주인 놈아아! 주인 놈아 커다란 배 운전할 수 있냐?”
“아, 아니?”
“그럼 결국 선장 구해야 하는데 누가 가려고 하겠냐! 뀨우! 생각 좀 해라! 생각 좀!”
“그, 그러네.”
“뀨우! 졸부냐! 돈으로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근성이 썩었다! 썩었어!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냐! 뀨우~!”
“누, 누가 졸부라고 그래? 생각 없이 던진 말에 죽자고 덤벼들지 말라고! 쳇!”
지크가 햄찌의 극딜에 입을 삐죽였다.
“아 이럼 형석이랑 먼저 놀아주고 퀘스트를 깨야 하나? 아니면 다른 데 먼저 들려야 하나….”
지크가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다.
“어?”
지크는 문득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노란색 느낌표(!)를 발견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웬 선원처럼 보이는 NPC의 머리 위에 황금색 느낌표가 둥둥 떠올라 있었다.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NPC의 머리 위에 저렇듯 느낌표가 떠올라 있다는 건 뭔가 퀘스트에 관계된 현상일 가능성이 높았다.
과거의 RPG 게임들이 그래왔듯이 말이다.
“저기요?”
“아! 모험가로군!”
지크가 말을 걸자 NPC의 표정이 환해졌다.
“무슨 일로 내게 말을 걸어오는 거요? 그대도 중력석 채굴에 관심이 있소?”
“예? 중력석 채굴이요?”
“나는 중력석 채굴을 전문으로 하는 상단의 모집 담당자요. 중력석 채굴에 투입될 노동자들을 모집하고 있지.”
그 순간.
띠링!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