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47
346
‘이걸 승구가?!’
승구가 행방이 묘연하다던 골렘왕에 대한 퀘스트를 들고 오자 지크의 입이 쭉 찢어졌다.
안 그래도 막막하던 참이었는데….
지크는 내친 김에 승구가 띄운 퀘스트의 내용까지도 읽어보았다.
[골렘왕의 역습]으로 가 골렘왕과 그의 군대를 처치할 것.
•진행률 : 골렘왕(0/1)
•보상 : 골렘왕의 핵 / 전직의 서 : 강철의 옥좌
•주의 사항 : 골렘왕과 그의 군대는 매우 무시무시한 적이므로, 상대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퀘스트는 딱히 복잡하지 않았다.
이라는 곳으로 가 골렘왕을 처치하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골렘왕의 핵이야 그렇다 치고. 강철의 옥좌? 이게 뭐야? 전직의 서라는 거 보니까 클래스 변경권 같은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승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상위 클래스 아니겠습니까? 유니크나 레전더리 같은 거 말입니다.”
“그렇겠지? 그럼 너 이제 노멀 클래스 벗어나는 거냐?”
“나름 레어입니다! 레어!”
승구가 살짝 발끈했다.
“완전 노말은 아닙니다!”
“그거나 이거나.”
지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히든 클래스를 가진 지크의 앞에서 노말 클래스와 레어 클래스는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레전더리 클래스쯤은 되어야 조금 흥미가 생긴다고나 할까?
“기왕 전직하는 거 레전더리였으면 좋겠네.”
“헤헤. 저도 레전더리 되고 싶습니다.”
“언제 출발할 건데?”
“도, 도와주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승구는 지크의 인터넷 친구(?)가 아닌 진짜 현실 친구 중 하나.
지크에게 있어 그런 승구를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행방이 묘연하다던 골렘왕에 대한 퀘스트를 제 발로 물고 왔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나도 마침 그 퀘스트가 있기도 하고.”
“예? 형님도 골렘왕 잡으셔야 합니까? 그럼 제 클래스는….”
“경쟁하자는 게 아니라.”
지크는 승구가 살짝 울상을 짓자 피식 웃으며 자신이 가진 퀘스트를 띄웠다.
“나는 골렘왕의 핵이 필요한 거야.”
“어? 학살의 손아귀? 이건 뭡니까?”
“새 무기. 옵션 한번 볼래?”
“예!”
“자. 여기.”
지크가 의 옵션을 승구에게 보여주었다.
“끄, 끄윽?! 형님? 이거면 거의 화룡도급 아닙니까?”
승구가 용태풍의 무기인 를 언급했다.
화룡도.
랭커 용태풍의 주무기.
는 그런 용태풍의 무기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 보였다.
“글쎄. 화룡도를 써보긴 했는데. 이게 더 좋은 거 같은데?”
“예?! 화룡도를 써보셨다고요?”
“아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지크가 과거 용태풍 일행과 던전에서 마주쳤을 때의 일을 승구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냥 엄청 센 무기? 딱 그 정도 느낌이랄까.”
“헐….”
“근데 내가 주인이 아니라서 그런지 액티브 스킬은 못 써봐서 잘 모르겠어. 그 왜 있잖아. 다 태워버리는 그거.”
“아. 화룡강림이요? 그 스킬 대단하지 말입니다.”
“그 스킬 이름이 화룡강림이었어?”
“예. 그거 개쩝니다. 저번에 세력전 방송 경기에서 나온 거 봤는데 적 길드원들을 다 태워 버리던데요?”
“헐.”
지크가 혀를 내둘렀다.
“나도 그 영상 좀 찾아봐야겠다. 어쩐지. 무기가 좋긴 한데 딱히 별 기능이 없다 싶더라니. 부럽다. 그런 무기.”
“형님도 곧 제작하시지 않습니까. 같이 골렘왕 때려잡으러 가시죠.”
“그러자. 언제 갈 건데?”
“내일 아침에 출발하시죠? 위치는 제가 압니다.”
“고고.”
지크는 겸사겸사 승구를 도와 골렘왕을 처치하기로 하고,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
다음 날 아침.
“뽀뽀~.”
“뽀뽀~.”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브륜힐트의 입술이 지크의 입술에 도장을 쾅! 찍었다.
“다녀올게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지크는 브륜힐트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처소를 떠나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그러던 중.
“좋은 아침이옵니다.”
지크는 왕실 시종으로 위장한 칼라일과 복도에서 딱 마주쳤다.
“어? 카일 시종님! 괜찮으시죠?”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걱정해주신 덕분에 다 나았사옵니다.”
“다행이네요. 이거 번번이 죄송해서 어쩌죠? 두 번이나 다치게 만들어 버렸네요.”
“괜찮사옵니다.”
“참!”
지크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칼라일에게 말했다.
“카일 시종님 혹시 검술 같은 거 배워 보실래요?”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카일 시종님이 맷집이 엄청나시더라고요. 타고나길 튼튼하게 태어나신 거 같은데 차라리 그 좋은 육체적 능력을 기사가 되는 데 쓰시는 게….”
“아, 아닙니다!”
칼라일이 휘휘 손을 저었다.
‘이런 젠장! 나한테 관심을 갖기 시작했잖아!’
칼라일은 심장이 쫄깃해져서 숨이 멎어버릴 지경이었다.
지크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상 언제 을 비출지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 에 비춰지게 된다면?
그걸로 끝.
칼라일은 만약 정체가 탄로 났을 때 자신이 어떻게 될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오싹!
칼라일은 머리통이 산산조각으로 박살난 채 시체가 되어 뒹굴 자신을 생각하며 몸서리쳤다.
“전하. 소인도 소싯적에 기사가 되고자 한 적이 있었사옵니다.”
“그래요?”
“그런데 몸이 좀 튼튼한 것은 사실이나, 운동 신경이 허접하기가 이를 데 없었지요.”
“아. 그러셨구나.”
지크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건장해도 운동 실력이 별로인 사람들이 있긴 하죠.”
“하하하….”
“혹시 다시 도전해보고 싶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제 사부님께 부탁을 드려서 인체 개조라도….”
“히, 히익?!”
지크의 무시무시한 발언에 칼라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크가 말하는 사부가 그 사부라면, 이건 대놓고 인간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 버리겠단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 무시무시한 대마왕에게 보내 버리겠다니….
‘설마 내 정체를 이미 알고 있는 건가? 알고도 나를 농락하는?!’
칼라일은 지크의 협박성 발언에 자신의 정체가 노출되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자신을 보내겠단 소리를 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크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칼라일에게 호의를 베풀고 싶었던 것뿐이었지만 말이다.
“아, 아닙니다! 전하! 저는 시종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월급도 넉넉하고! 일거리도 그리 많지 않지요! 복리후생도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이러다 예쁜 아가씨를 만나 토끼 같은 자식들 낳고 안정적으로 사는 게 저의 꿈입니다!”
“아하!”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죠.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렵단 말도 있으니까요.”
“그, 그렇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나중에 결혼하실 때 축의금은 넉넉히 넣어 드릴게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럼, 전 바빠서 이만.”
“살펴가소서.”
칼라일이 멀어져 가는 지크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두근두근!
그런 칼라일의 심장은 당장에라도 터질 듯 쿵쾅거리고 있었다.
***
같은 시각.
지크가 승구와 함께 골렘왕을 처치하기 위해 길을 떠났을 때.
“비밀 상단을 잃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검은 가면을 쓴 자가 자신의 앞에 무릎 꿇은 자를 향해 물었다.
“교주님이시여.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본 교단의 비밀 상단을 파괴하고, 보관되어 있던 보물을 모두 훔쳐갔다고 합니다.”
“또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인가.”
교주의 음성에 분노가 깃들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한낱 애송이에게 엿을 먹은 게 어림잡아 네다섯 번은 되는 것 같았다.
“그, 그렇습니다. 교주님이시여.”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번번이 본 교단의 행사를 방해하는군.”
“계속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교주님이시여.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지크프리트가 다스리는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겠습니다.”
“그건 불가능하다.”
교주가 고개를 저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그는 황제의 보호를 받는 자다. 프로아 왕국을 대놓고 건드렸다가는 황제에게 우리의 존재를 들킬 수 있다.”
“하지만… 이렇듯 번번이 당하는 것도….”
“프로아 왕국에 본 교단의 신자가 있나?”
“딱 한 명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있던 신자들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에게 발각 당하는 바람에 모두 몰살당했습니다.”
“고작 한 명이라.”
교주가 아쉽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신자는 어디에 있지?”
“프로아 왕국 왕실에서 시녀로 위장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 신자에게 연락해 프로아 왕실의 내부 정보를 수집하도록.”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째서인가?”
교주의 물음에 오즈릭 교단의 정보를 담당하는 주교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 시녀가 변심을 한 것 같습니다.”
“뭐라? 변심? 이 세계에 혼돈을 불러오겠단 그 의지가 약해졌단 말인가?”
“제가 생각하기에, 어리석은 그 신자가 프로아 왕국에서의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어리석군.”
교주가 냉소를 지었다.
물론 그 얼굴은 가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세계는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지. 모순과 불합리로 이루어진 세계에 행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괜히 어리석다고 말씀드렸겠습니까. 그 신자는 찰나의 행복도 언제든지 산산조각으로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가르쳐 주어야겠지.”
그렇게 말하는 오즈릭 교단 교주의 목소리는 냉혹하기 짝이 없었다.
“그 신자에게 연락해 앞으로 본 교단의 통제에 충실하게 따를 것을 명령하라.”
“예, 교주님이시여.”
“만약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면….”
“어찌 안 따를 수 있겠습니까?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는 본 교단을 증오하는 자. 그런 자에게 자신의 신분이 발각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신자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겠지요.”
“좋군.”
교주는 그제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 신자를 통해 프로아 왕국 내부에서 공작을 펼칠 수 있는 준비를 하라. 아직은 본 교단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가 아니다.”
“명심하고, 또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주교가 교주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뒷걸음질 쳐 방을 나섰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끝끝내 심연과 마주하고 싶은 모양이지?”
교주의 음산한 혼잣말이 방 안을 맴돌았다.
***
[뉘르부르크 대륙 서남쪽 : 날카로운 숲]승구의 안내에 따라 골렘왕이 있다는 숲에 도착한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근데 왜 날카로운 숲인 거야?”
지크가 그렇게 말하며 수풀을 헤치던 순간.
서걱!
지크는 순간 뭔가 날카로운 게 자신의 손등을 스치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
지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르륵!
수풀의 잎사귀에 베이기라도 했는지, 손등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 여기 조심하셔야 합니다.”
승구가 그런 지크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하였다.
“괜히 날카로운 숲이 아닙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승구가 풀떼기 하나를 조심스레 집어 힘을 주어 보였다.
그러자 풀떼기가 마치 금속이 부러지듯 뚝!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뭐야? 그거 풀 맞아?”
“이 숲에 식물들에는 금속이 많이 함유돼 있답니다.”
“풀에 금속이 많이 함유돼 있다고? 그럴 수도 있나?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작 풀 따위에 내가 베인다고?”
“형님. 게임인데 그렇게 디테일을 따지시면 곤란합니다.”
“아. 맞다. 이거 게임이었지.”
지크는 그제야 지금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닌 게임 속이라는 걸 깨닫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나 이러다 진짜 사이버 망령 되는 거 아냐?’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여긴 몇 번이나 도전했냐?”
“한 일곱 번쯤 됩니다.”
“보스가 센 거야?”
“그, 그게….”
“뭐야. 설마 보스는 구경도 못 한 건 아니겠지?”
“맞습니다.”
“…….”
“헤헤. 잡몹들도 워낙 세서요. 숫자도 많아서 어떻게 감당이 안 됩니다.”
그때였다.
쿵, 쿵, 쿵, 쿵, 쿵!
저 멀리서 묵직한 발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적인가?”
지크는 을 움켜쥐고 발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10분 후.
“쟤가 골렘왕 아냐?”
지크는 저 멀리 골렘왕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아이언 골렘이 각양각색의 골렘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런 거 같은데요?”
“쟤네 어디 가?”
“저, 저도 잘….”
“일단 따라가 보자.”
지크는 골렘왕과 그가 이끄는 골렘들이 어딜 가는지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