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65
364
“형석아! 우리 서로 해결할 일 아직 남았지!”
용태풍이 채형석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이란 예전에 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뜻했다.
당시 채형석은 함께 레이드를 뛰던 공대원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치고 보상을 독차지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채형석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쓰던 화살에 구울의 혈액을 묻혀 살아 있는 전설인 용태풍을 구울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레이드에 방해가 되니 자신을 죽여 달라는 용태풍의 머리통을 로 내리쳐 부숴 버리기까지 했다.
살인마가 따로 없을 지경의 악귀 같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 후 지크에 의해 채형석이 저지른 만행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면서, 용태풍은 이를 갈아왔다.
감히 자신의 뒤통수를 친, 싸가지 없는 놈을 응징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용태풍은 곧바로 채형석을 응징할 수 없었다.
채형석은 이미 황제의 척살령을 받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고 있었기에, 용태풍이 쉽사리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삼촌.] [어? 지크 조카 아니야!]용태풍에게 지크가 찾아왔다.
[제가 좋은 제안 하나 하려고 하는데요. 들어 보실래요?] [오! 좋은 제안? 우리 능력 있는 조카의 제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형석이 잡고 싶으시지 않으세요?] [형석이? 그야 당연히 잡고 싶지?] [제가 판을 깔아드리죠.] [판?] [그게 말이죠….]용태풍은 지크의 제안을 들었고.
[오케이! 그런 제안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크핫핫핫핫!]단번에 수락했다.
안 그래도 잡아 족치고 싶던 채형석을 데려다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용태풍은 지크에게 매우 호감이 있었고, 또 탐내기까지 하고 있던 참이라 다른 제안을 했어도 어지간하면 수락했을 테지만 말이다.
“형석아.”
“…….”
“형이랑 얘기 좀 하자!”
용태풍이 채형석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세의 기적이 펼쳐졌다.
“일 보세요~.”
“태풍이 형님~ 저희는 그냥 갈게요~.”
“수고 많으십니다!”
채형석을 버리고 되돌아가려던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용태풍과 천명 길드원들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왜?
괜히 채형석과 세트로 묶여 용태풍과 천명 길드에게 처맞기는 싫었으니까.
괜히 불똥이라도 튀었다간 안 그래도 빈손으로 돌아갈 판국인데 개죽음을 당하기에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태풍과 천명 길드원들은 그런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그냥 가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니란 얘기도 못 들어봤나? 동생들! 다 쓸어버려!”
용태풍의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
“뒈져라.”
“버러지 같은 놈들.”
천명 길드원들이 그냥 돌아가려던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능력 좋은 조카한테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말란 부탁을 들어서 말야.”
용태풍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화륵! 화르륵!
그와 동시에 그 유명한 가 시뻘건 불길을 내뿜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르르르!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뿜어진 불길은 점점 더 거대해지더니, 거의 100미터에 달하는 하나의 큰 형상을 이루었다.
그리고 몇 초가 지났을 때.
[쿠오오오오오오!]시뻘걸 화염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드래곤 한 마리가 거센 포효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화룡(火龍), 강림!
그 유명한 스킬이 구현된 것이다!
“다 쓸어버려.”
용태풍이 그 묵직한 음성으로 나지막하게 명령을 내리고.
[쿠오오오오오!!!]시뻘건 화염으로 이루어진 화룡이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덮쳐가기 시작했다.
***
“이런 X발! 저 틀딱 새끼까지 끌어들일….”
채형석이 쌍욕을 내뱉을 때였다.
“어이! 채형석!”
“나랑 할 얘기도 있을 텐데?”
“너 잘 걸렸다, 이 새끼야.”
던전에 함께 입장했던 게이머들도 하나둘 나타나 채형석과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그들’이 등장이었다.
“너 오늘 잘 걸렸다.”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냐?”
“이 개새끼야! 잘 만났다!”
뚝배기단 소속 게이머들 수천 명이 나타나 채형석과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아….”
채형석은 절망했다.
용태풍과 천명 길드.
마지막 레이드에 참가했던 고레벨 게이머들.
그리고 뚝배기단 단원들까지.
채형석의 아이템 세팅이 제아무리 역대급이라고 해도, 이 정도 수준이 물량 공세를 커버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복수?
물 건너간 지 오래였다.
“인정. 못 해. 절대로. 인정할. 수. 없어.”
채형석은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으르렁거렸다.
깊은 절망감이 발목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와중에도 채형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웅!
채형석은 가진 최대한의 마나를 모조리 끌어내 버프에 집중했다.
그러자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던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적들과 꽤 대등한 싸움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을….”
그때였다.
휘리릭- 콰앙!
어디선가 날아온 무지갯빛 망치가 버프를 유지하던 채형석의 옆통수를 강하게 때리고 날아갔다.
“악!”
채형석은 순간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야! 형석아!”
“한태성 이 새끼!”
“넌 나랑 놀자!”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며 되돌아온 무지갯빛 망치를 손으로 탁! 하고 잡았다.
그리고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화르르르르!
그러자 지크를 중심으로 가 넓게 전개되어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덮쳤다.
“악!”
“버, 버프 줘!”
“이 새끼야! 버프 부지런히 돌리라고!”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채형석을 향해 소리쳤다.
버프 덕분에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는데, 지크의 디버프가 펼쳐지자 다시 싸움이 엄청나게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채형석은 버퍼들의 버퍼로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신.
하지만 지크는 그런 신을 잡아먹는 존재였다.
채형석의 완벽한 하드 카운터인 것이다.
“슬슬 간다! 거기서 딱 기다려!”
지크는 채형석을 향해 소리치고는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죽이기 시작했다.
***
난전이었다.
무려 1만 명에 달하는 제네시스 길드원들.
그리고 수천 명에 달하는 뚝배기단, 고레벨 게이머, 천명 길드원들의 싸움은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들 만큼 서로 뒤엉켜 있었다.
‘이레디에이트고 천지개벽이고 못 쓰겠네.’
지크는 한 번에 많은 수의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쓸어버릴 수 없어서 아쉬워했다.
만약 광역 스킬을 함부로 썼다간 뒤엉켜 있는 아군들까지 죽여 버릴 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쿠오오오!]안 그래도 용태풍이 로 불러낸 화룡이 미쳐 날뛰는 통에 아군의 피해가 만만찮은 상황인지라 도저히 숟가락을 더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까짓것 그냥 싸우면 되지.’
지크는 광역 스킬에 대한 미련은 깔끔히 버리고, 눈앞에 있는 적들을 닥치는 대로 쳐부수며 채형석을 향해 나아갔다.
“야! 형석아! 조금만 기다려! 지금 가는 중이니까!”
“다, 닥쳐! 꺼져 이 개새끼야!”
“뭐? 빨리 오라고? 어! 알겠어!”
지크가 채형석의 쌍욕을 제멋대로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때였다.
촤락, 촤라락!
굵기가 어른 팔뚝만 한 쇠사슬이 지크의 양 발목을 휘감았다.
“지금이야! 죽여!”
지크의 발목을 쇠사슬로 묶은 제네시스 길드원이 소리치고.
“대갈통을 날려주마!”
거대한 중화기를 든 제네시스 길드원이 거의 대포에 가까운 크기의 샷건을 들어 지크를 겨냥했다.
속박.
전문 용어로 군중 제어 기술.
만 명이 넘는 게이머들이 서로 뒤엉키다 보니 온갖 스킬들이 난무하는 건 당연한 일.
그런 난전이 벌어지는 아수라장 속에서 적의 스킬에 안 맞는다는 건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다.
제아무리 피지컬 괴물인 지크라 할지라도 다른 게이머들의 스킬에 아예 안 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뀨! 주인 놈아아! 위험하다!”
“그냥 내 뒤에 있어!”
지크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대포에 맞게 된 상황 속에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우웅!
대구경 샷건의 총구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던 때.
촤라락!
가 변형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위잉!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형을 일으켰고, 이내 곧 망치가 아닌 하나의 방패가 되어 지크를 보호해 주었다.
의 고유 옵션인 의 발동이었다.
퍼엉!
그와 동시에 제네시스 길드원의 샷건이 불을 뿜었다.
터엉!
거대한 탄환은 방패로 변한 를 뚫지 못했다.
그저 지크를 아주 살짝 물러나게 만들었을 뿐….
“오! 이거 좋은데?”
지크가 방패로 변한 를 보고 감탄했다.
트랜스폼 웨펀.
인간의 생각에 따라 반응하는 물질인 아라크네의 가죽이 와 맞물리면서 무기를 자유자재로 변형시켜 주는 옵션이었다.
즉, 이제 지크는 따로 무기를 여러 개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하나만으로도 웨펀 마이스터 샤키로와 같은 재능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미, 미친! 무기가 변형을 해?”
“뭐야 저건?”
“갑자기 방패가 됐다고?”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놀라던 때.
촤라락!
지크가 재빨리 를 망치로 변형시키고 힘껏 휘둘렀다.
휘리리릭!
그러자 에 의해 움직이는 가 주변을 날아다니며 지크를 공격했던 게이머들의 머리통을 차례차례 깨부수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크는 자신을 옥죄던 쇠사슬을 금방 풀어내고, 다시 채형석을 향해 전진할 수 있었다.
‘방패도 꽤 매력적인데?’
지크는 를 다시 방패의 형태로 바꿨다.
그리고는 이 무지갯빛 방패로 가장 가까이에 있던 제네시스 길드원의 정수리를 내리찍어 보았다.
콰앙!
방패로 변한 에 찍힌 제네시스 길드원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죽어버렸다.
데미지 자체는 엄청났다.
문제는 미적인 부분이었다.
지크는 방패로 변한 의 위력에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윽! 이건 너무 끔찍하잖아!”
에 찍힌 제네시스 길드원의 시체는 마치 덤프트럭에라도 치인 것처럼 끔찍하게 짓이겨져서, 차마 눈 뜨고는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어우야. 어지간하면 이걸로는 패지 말아야겠다.”
지크는 를 방패로 변형시켜서 사람을 패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던져볼까?”
지크가 스킬을 이용해 를 던져보았다.
방패로 사람을 패지 않겠다고 했지, 날리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었으니까.
부웅!
가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뒤이어 놀라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빠른 속도로 날아간 가 제네시스 길드원 다섯 명의 목과 몸통을 분리시켜 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쏴아아아!
머리가 잘린 제네시스 길드원 다섯 명의 목 단면에서 피분수가 뿜어지고.
툭, 툭, 툭, 툭, 툭!
다섯 개의 머리통이 차례대로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엄청난 성능!
옵션과 특수 능력 이 장착된 는 궁극의 살상 병기라는 표현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학살자였다.
괜히 진짜 이름이 가 아닌 것이다.
“엄마야. 위력 보소.”
지크가 의 성능에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저 새끼부터 족쳐! 저 새끼부터!”
채형석이 소리치자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일제히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제네시스 길드원들이라고 해서 채형석의 명령을 듣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두 번 다시는 안 볼 사이라고는 해도, 적어도 오늘까지는 함께 싸워야 하는 입장에서 채형석의 명령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크는 제네시스 길드의 유일한 희망인 버프를 무력화시키는 존재.
제네시스 길드원들로서는 지크를 제거하는 게 최우선적 과제라고 할 수 있었다.
“와라.”
지크는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떼 지어 자신만을 향해 달려오는 것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새 아이템의 위력이 궁금했으니까.”
지크는 편안하게 덤벼드는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맞이했다.
스으으!
그런 지크를 중심으로 새하얀 원형의 필드가 넓게 퍼져나가 제네시스 길드원들의 발밑에 깔리던 순간.
번쩌어어억!
새하얀 섬광이 솟구쳐 제네시스 길드원들을 덮쳤다.
그리고 정확히 1초 뒤.
“뭐, 뭐야?”
“쟤들 왜 저래?”
“야! 뭐 해! 이 새끼들아!”
지크에게 덤벼들지 않았던 제네시스 길드원들은 동료들이 갑자기 정지해 버리자 크게 당황했다.
왜일까?
원형의 필드가 뿜어낸 섬광에 휩싸였던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시간이라도 멈춘 듯 정지해 있었다.
마치 동영상을 정지시켜 놓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