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75
374
[알림 : 퀘스트 메이커 이 당신에게 퀘스트를 부여합니다!]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수상쩍은 제단 파괴]세계 각지에 설치된 오즈릭 교단의 제단 중 하나를 파괴하라.
•진행률 : 0% (0/1)
•보상 : 레벨 +3
•비고
– 대륙 북부 대수림 제단
– 대륙 중부 천공 요새 제단
– 대륙 남서부 검은 사막 제단
– 대륙 서부 쿤룬산 제단
– 대륙 동부 천공의 탑 제단
•주의 사항 : 이 퀘스트는 30일 이내에 완료해야 합니다.
“오즈릭 교단 놈들 건이네?”
“그래.”
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게 뭐? 제단 좀 쌓았다고 게임이 망할 리가 있나?”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천우진이 자신의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야구공보다 조금 큰 크기의 수정구를 꺼내 보였다.
수정구는 매우 불길한 느낌이 나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게 말썽이라서.”
“그게 뭔데?”
“멸망의 수정구.”
“멸망의… 수정구? 봐봐.”
지크는 으로 을 비추어 보았다.
[멸망의 수정구]고대의 위대한 예언가가 만들어낸 아티펙트.
세계가 멸망의 위험에 처하면 붉게 물들며 어떠한 형상을 비춘다.
•타입 : 수정구(액세서리)
•등급 : 에픽
•특이 사항 : 구슬 안의 형상을 잘 해석하면 미래에 일어날 불길한 사건·사고들을 알아챌 수도 있다.
“여기 잘 봐봐.”
천우진이 지크에게 멸망의 수정구 안을 가리켰다.
“오즈릭 교단의 문장이 보이지?”
“그러네?”
“그리고 제단 같은 형상도 보이지?”
“응.”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오즈릭 교단 놈들이 세계를 멸망시킬 만한 일을 꾸미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서.”
“으음.”
“재밌게 잘하고 있는 게임이 이대로 망해버리면 곤란하잖아?”
“그건 그렇지.”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설마 진짜로 망하겠어? 벌집도 지네 돈 벌어야 하는데?”
BNW는 현재 가상 현실 게임계를 지배하고 있는 게임.
그런 게임이 갑자기 망해버린다?
후폭풍이 엄청날 게 분명했다.
벌집의 주식이 폭락하는 건 물론이고, 게임 BNW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까지도 모조리 말아먹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다른 회사라면 그렇게 생각하겠지. 근데 벌집은 아니잖아? 만약 이 세계가 망해서 게임이 망하면 벌집이 어떻게 할 것 같냐?”
“글쎄?”
“시즌2.”
“시, 시즌2?!”
“게임 자체를 아예 리셋시켜 버릴걸?”
순간 지크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쾅! 하고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리셋이라니?
게임 BNW가 완전히 새로 시작된다는 말인가?
“설마….”
“아니? 진짜 리셋일걸?”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이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진 줄 아냐?”
“그거야 돈 투자해서 개발자들이랑….”
“아니.”
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 게임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거다.”
“그, 그래?!”
“개발자들이 아주 원시적인 행성을 하나 만들어놓긴 했지. 문제는 그 이후지.”
“어떻게 만들었기에?”
“시간을 빨리 돌려버렸어.”
“……!”
“인공지능들이 알아서 문명을 꽃피우고 멸망하기를 반복하게끔 빨리감기를 해버린 거지. 그리고 적당하다 싶은 순간 시간을 원래대로 멈춘 거고. 그리고 시간이 멈춘 타이밍에 우리 게이머들이 이 세계에 강림했다, 뭐 그런 설정인 거지.”
“그렇단 말은….”
지크는 천우진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들었다.
지금 BNW의 주 무대가 되는 세계가 멸망해도, 벌집 입장에서는 하나도 아쉬울 게 없었다.
미리 백업해둔 원시 행성을 가지고 빨리감기를 하면 또 다른 세계를 금방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집이 왜 게임에 개입하지 않는 줄 알아?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거든. 인공지능들이 알아서 세계를 만들어 내는데 굳이 왜 끼어들어? 걔네는 지금 이 세계가 망해도 하나도 손해 볼 거 없어.”
“그러네.”
“시즌1이 종료되었습니다! 일주일 후 브레이브 뉴 월드의 시즌2가 시작됩니다! 하면 그만이라고.”
섬뜩한 얘기였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잘나가는 게임이 한순간에 폭삭 망해버려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회사.
그게 바로 게임 BNW의 개발사이자 유통사인 벌집의 무서운 점인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지금 세계가 멸망해서 시즌2가 오픈되면….”
“안 똑같겠지.”
지크가 천우진의 말을 받았다.
“인공지능들이 똑같이 움직이진 않을 거 아냐. 셀 수 없는 변수들이 작용할 테고. 만약 시즌2가 열리면 아예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거잖아.”
“정답.”
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 게임을 계속하려면… 우린 세계의 멸망을 막아야 돼.”
“그러네. 막아야겠네.”
지크는 지금 이 게임을 그만둘 생각이 절대로 없었다.
여우 같은 마누라-물론 브륜힐트가 여우 같지는 않았지만-와 토끼 같은 자식새끼-베르단디는 토끼보다 귀여웠다-를 두고 게임을 접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까 성심성의껏 진행해라. 알겠냐?”
“당연하지. 근데 왜 나냐? 이런 중요한 퀘스트면 나보다 더 센 게이머들한테 맡기는 게 맞지 않아?”
“그럴 건데?”
“뭐?”
“너 말고도 많아.”
“…….”
“제단이 다섯 개잖아? 각 제단별로 내가 아는 게이머들 중에서 믿을 만하고 센 사람들로 투입시키는 거야. 너는 그중의 하나인 거지.”
“아하?”
“그래서 어디로 갈래? 천공의 탑만 빼고….”
“천공의 탑.”
천우진의 말에 지크가 냉큼 대답했다.
***
“안 돼.”
천우진은 지크의 대답에 딱 잘라 안 된다고 말했다.
“거긴 못 들어가는 데라는 거 몰라?”
“그래서?”
“오즈릭 교단 놈들이 천공의 탑에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 들어갈 방법은 내가 찾고 있으니까 딴 데로 가라.”
“싫은데?”
지크가 씰룩씰룩 깐족였다.
“천공의 탑으로 갈 건데?”
“아! 좀!”
천우진이 그런 지크를 향해 짜증을 냈다.
“못 들어가는 데를 무슨 수로 가겠다는 건데? 그냥 천공 요새나 가라. 거기가 그나마 제일 쉬울 것 같으니까.”
“싫어. 천공의 탑 갈래.”
“거긴 들어갈 방법이 없다는 거 모르냐? 지금 우리도 그거 때문에….”
천우진은 말을 채 끝마치지 못했다.
흔들흔들!
지크가 웬 열쇠 하나를 손에 건 채로 흔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뭔데, 그건?”
“이게 뭐게?”
지크가 씩 웃으며 천우진에게 말했다.
“서, 설마….”
“설마가 사람을 잘 잡지.”
“어떻게 구했냐???”
“다 방법이 있다.”
“아니! 우리가 그거 구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아주 전 대륙을 다….”
“무능하기는.”
“……!”
“이런 거 하나 없어서 빌빌거리냐? 쯧쯧쯧….”
지크는 자신 역시 얻어 걸린 주제에 한껏 생색을 내며 천우진을 놀려먹었다.
“여긴 내가 갈 테니까 천공 요새인지 나발인지는 다른 사람한테나 가라고 해라.”
“…….”
“그럼 나 퀘 받는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버튼을 눌러 천우진이 제시한 퀘스트 중 을 클릭했다.
[알림 :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입력 : YES!] [알림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그렇게 지크는 오즈릭 교단의 제단을 파괴하기 위해 으로 향하게 되었다.
***
지크는 으로 곧장 향하지 않았다.
“이런 건 방송을 켜야지.”
은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었던 미지의 영역.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네임드급 던전이 하나 새로 열리는 셈이었다.
때문에, 만약 지크가 에 최초로 입장해서 방송을 진행한다면 전 세계의 게이머들이 개떼처럼 몰려들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후원도 엄청나게 들어오겠지?’
시청자 수가 많으면 그만큼 수익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지크는 평소에는 단 한 번도 방송을 켠 적이 없었지만, 이번 만큼은 방송을 킬 생각이었던 것이다.
‘일단 알바 두어 명 고용해서 채팅창 관리하는 일 좀 맡기고….’
지크는 잠시 로그아웃해서 채팅방을 관리해줄 이들을 고용한 뒤 다시 로그인해 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전하. 죄인들의 수감이 완료되었사옵니다.”
“그래요?”
“구경을 가시겠사옵니까?”
“그러죠.”
지크는 오스칼의 보고를 받고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오스칼이 말한 죄인들이란 칼라일과 하얀 추기경을 비롯한 오즈릭 교단의 신도들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악! 으아아아아아아악!”
지하 감옥에서는 소름 끼치는 비명이 끝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저쪽인가요?”
“그러하옵니다.”
지크가 비명이 울려 퍼지는 방향을 가리키며 묻자 오스칼이 대답했다.
“가봅시다.”
그렇게 약 500미터쯤 걸었을 때.
“어우야.”
지크는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을 환히 밝히는 불길과 마주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불길의 출처.
화륵, 화르륵!
불길은 장작 같은 게 아닌 인간을 태우며 타오르고 있었다.
칼라일.
그리고 하얀 추기경.
두 사람이 무쇠로 만든 형틀에 묶인 채 활활 태워지고 있었다.
화형은 아니었다.
화형은 단순히 태워 죽이는 것만을 의미할 뿐, 그 이상의 고통은 줄 수 없는 형벌이었다.
칼라일과 하얀 추기경은 불길에 끊임없이 육체가 타오르고 있었음에도 죽지 않았다.
왜냐하면, 칼라일과 하얀 추기경의 심장에 꽂힌 금속 호스가 최상급 생명력 포션을 끊임없이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칼라일과 하얀 추기경은 불에 태워지는 고통을 끊임없이 겪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었다.
언제까지?
지크가 만족할 때까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제발! 제, 제발! 제발 죽여 줘! 제바아아아아알!”
“차, 차라리 죽여! 죽이라고오오오오오!”
지크를 본 칼라일과 하얀 추기경이 죽여 달라며 빌었다.
하지만 지크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내가 말했지. 죽여 달라고 빌게 해준다고.”
그렇게 말하는 지크의 입가에는 더 없이 차가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여기서 한 50년쯤 썩어 봐. 그럼 풀어주든지 죽이든지 할 테니까.”
“제, 제발!”
“수고.”
지크는 칼라일과 하얀 추기경을 등지며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이 게임이 서비스 종료하는 그날까지 절대 풀어주는 일 없을 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딸 베르단디를 납치당할 뻔한 지크는 그 누구보다 잔혹하고, 또 냉혹하기만 했다.
***
그날 오후.
지크는 동료들과 함께 프로아 왕국을 떠나 이 자리한 대륙 동부로 향했다.
[대륙 동부 고대 유적지 : 천공의 탑 앞]앞에 도착한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이야. 거 더럽게 높네.”
지크는 눈앞에 우뚝 솟은 탑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도무지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는 구조물….
뉘르부르크 대륙의 전설에 의하면 이 은 고대인들이 하늘을 뚫고 천계로 올라가기 위해 지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흠. 슬슬 켜볼까.”
지크는 그렇게 혼잣말하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현재 시각이 오후 4시 54분.
오후 다섯 시에 방송을 켠다고 미리 지튜브 계정에 짤막한 홍보 영상을 올려 두었으니, 시청자들이 대기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적어도 만 명은 보겠지?’
지크는 비록 처음으로 라이브 방송을 켜는 것이지만, 이라는 신규 던전을 최초로 공개하는 만큼 1만 명의 시청자 수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하는 거였나?’
지크는 인터페이스의 버튼과 버튼을 눌러 와 게임을 연동시켰다.
[알림 :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방송이 켜지던 순간.
– SP00112 : 1
– 구더기병장 : 2
– xxINK96 : 1
– Fetish6969 : 11111
– 안28 : ㅎ2
– 똥글똥글 : 아 늦음?
발 빠른 시청자들이 들어와 등수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지크의 방송에 입장한 시청자들의 숫자가 카운트되기 시작했다.
55명, 574명, 3,112명, 12,212명.
그리고 45,531명.
‘4만 5천?!’
지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방송을 켠 지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아 4만 5천 명의 시청자가 몰릴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4만 5천 명이 다가 아니었다는 것.
10만, 15만, 20만, 30만.
시청자 수가 도저히 처치가 불가능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기 시작했다.
‘뭐, 뭐 이렇게 많아!!!’
방송을 켠 장본인인 지크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