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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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라락!
지크가 손아귀에 힘을 주자마자 가 번개처럼 자신의 형태를 바꾸었다.
‘이판사판이야!’
지크는 덮쳐오는 블랙 슬라임을 향해 망치가 아닌 다른 형태로 바뀐 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번쩍!
무지갯빛 궤적이 그려지고.
서걱!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철퍽! 철푸덕!
그와 동시에 반으로 갈라져 탄성을 잃어버린 블랙 슬라임의 몸뚱이가 바닥에 철푸덕! 하고 처박혔다.
[알림 : 을 처치하셨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을 클리어하셨습니다!]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으. 진작 이럴걸.”
지크는 두 동강 난 블랙 슬라임의 시체를 바라보며 황당해했다.
그런 지크의 손에는 망치가 아닌 도(刀)의 형태를 한 가 쥐어져 있었다.
즉, 지크는 블랙 슬라임의 엄청난 탄성에 대응하기 위해 둔기가 아닌 날카로운 날을 지닌 도로써 극복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생각은 정확했다.
굳이 스킬을 쓸 필요 없이, 단순히 칼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블랙 슬라임을 두 동강 내버릴 수 있었으니까.
“방어력이 높은 게 아니라 둔기라서 딜 자체가 안 박혔던 거 아냐?”
데미지를 받지 않고 튕겨 버렸다고 생각해보면, 지크의 추론은 꽤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러분. 얘 공략하실 땐 둔기 같은 거 말고 검이나 도로 베거나 찌르세요. 둔기 같은 걸로는 안 돼요. 아셨죠?”
지크는 막간을 이용해 시청자들에게 짤막한 팁을 주고는 땅에 떨어져 있는 를 주웠다.
는 한 개가 아니었다.
[알림 : 아이템을 1개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2개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7개 획득하셨습니다!]높은 층의 지배자를 처치할수록 획득 가능한 의 등급과 개수 역시 늘어갔던 것이다.
“좋구요.”
지크가 주운 들을 아공간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 층 계속 갈게요. 아, 잠깐. 저 포션 좀 빨고.”
지크는 블랙 슬라임과의 전투에서 떨어진 생명력을 채우기 위해 다시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생명력 포션을 꺼내 떨어진 생명력을 보충하려고 했다.
그런데.
[알림 : 아이템을 꺼낼 수 없습니다!]생명력 포션이 꺼내지지 않았다.
“뭐, 뭐야?”
지크는 당황해서 아공간 인벤토리에 다시 손을 집어넣고 생명력 포션을 꺼내려 시도했다.
그러나….
[알림 : 아이템을 꺼낼 수 없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꺼낼 수 없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꺼낼 수 없습니다!]거듭된 시도에도 생명력 포션을 꺼낼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이곳 에서는 인벤토리의 사용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뭐야? 안 꺼내진다고?”
지크는 어이가 없었다.
은 총 99층으로 이루어진 고층 건물로써, 단 한 번도 죽지 않고 클리어해야만 하는 일종의 하드코어 던전이었다.
그런데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쓸 수 없다?
클리어 조건이 너무 어려웠다.
마라톤 선수에게 경기 중 물을 마시지 말라고 강요하는 거랑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다른 거 없나….”
지크는 허리춤에 찬 작은 가죽 주머니를 뒤적여 보았다.
다행히도 한 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마 안 먹어지지는 않겠지?”
지크는 하나를 따 마셔 보았다.
[알림 : 을 마셔 생명력이 0 회복되었습니다!] [알림 : 에서는 외부의 포션이 효과를 발휘하지 않습니다!]은 지크의 생명력을 단 1도 올려주지 않았다.
“…깨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99층짜리 탑을 클리어하는데 포션을 단 하나도 사용하지 말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지크가 무기인 에는 옵션이 붙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흡혈로 버텨야겠네. 여러분. 여기 오실 땐 흡혈템 하나씩 챙겨서 오셔야겠네요. 포션이 안 먹혀요.”
지크가 멘트를 치자 시청자들이 호응했다.
– Gosu:J : 메모….
– 앙입술띠로고 : 천공의 탑… 흡혈템… 필수… 메모….
– 브린이 : 메모… 빨간줄… 메모메모….
어쩌다 보니 방송 컨텐츠가 신규 던전 소개가 아닌 던전 공략 교육 방송이 되어버린 모양새였다.
“자 그럼 다음 층 갈게요.”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다음 층으로 향하는 마법진으로 향했다.
***
그 후 지크는 온갖 괴랄한 패턴을 자랑하는 탑의 지배자들을 처치하고 50층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천공의 탑 : 제50층]그런데.
“여긴 뭐야?”
50층에 도착한 지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 2층부터 49층까지가 일종의 투기장과 같았다면, 50층은 달랐다.
“어서 오게!”
“어이! 젊은 친구! 이리 와서 좀 쉬어!”
“시원한 맥주 한잔 줄까?”
일렬로 주르륵 늘어선 가판들에서는 NPC들이 각종 음식을 팔고 있었고, 개중에는 포션을 판매하는 NPC까지 있었다.
마치 야시장 같은 분위기랄까?
“여기 던전 아니었나?”
지크가 그렇게 중얼거릴 무렵.
“어허! 힘들었을 텐데 어서 이리 오게!”
사람 좋은 인상을 가진 NPC 하나가 지크에게 다가와 손목을 잡아끌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일단 여기 앉게. 시원한 맥주 한잔할 텐가?”
“예?”
“아니면 음식? 마음에 드는 건 뭐든 좋네! 다 자네를 위한 거야!”
지크를 대하는 NPC의 태도는 친절 그 자체였다.
“안 싸워요?”
“다른 탑의 지배자들이라면 자네와 싸우려고 들 테지. 하지만 우리는 아니라네. 이곳은 탑에 도전하는 자들에게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네.”
“아하?”
“여기서 따뜻한 음식과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체력을 회복하란 것이지.”
“일종의 휴게소란 말씀이시죠?”
“바로 그렇다네! 이곳은 휴게소이고, 우리는 휴게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인 셈이지. 자네는 손님인 것이고.”
“그렇군요.”
“자, 그럼 시원하게 맥주 한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빠악!
지크가 휘두른 가 친절하게 굴던 NPC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커헉!”
쓰러진 NPC.
빡! 빠악! 빠아악!
그런 NPC를 향해 지크의 무자비한 망치질이 이어졌다.
– HHH : ?
– 233433 : ?
– 콜롬비아그라 : ?????
– UBS : ?
– 은랑♥ : 밑도 끝도 없이 일단 대갈통부터 부숴보리네;;;
시청자들은 그런 지크의 돌발적인 행동에 매우 크게 당황해 물음표를 연발했다.
제3자들이 보기에, 지크의 행동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잠시 쉬어 가라며 살갑게 대해주는 NPC의 머리통을 다짜고짜 깨부술 줄이야….
그런 감정은 탑의 50층에서 근무(?)하는 다른 NPC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 무슨 짓이냐!”
“이런 미친 새끼가!”
“이놈!”
NPC들이 지크를 향해 호통을 내질렀다.
하지만 지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신 지크는 자신이 머리통을 반쯤 으깨 놓은 NPC의 가슴팍을 발로 콱! 찍어 눌렀다.
그리고는 그 NPC가 권했던 맥주를 쥐고 말했다.
“부을 테니까 마셔 봐.”
“……!”
“왜? 못 먹겠냐?”
“크, 크윽! 도대체 왜 내게 이러는 것….”
“마셔 보라고.”
“그, 그건!”
“내가 마시게 해줄까?”
그렇게 말한 지크가 쓰러진 NPC의 목구멍에 맥주를 콸콸 부어버렸다.
“커헉! 끄륵! 커허억!”
그러자 NPC가 숨이 막혀 버둥거리는 듯하더니, 이내 곧 게거품을 문 채로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10초 후.
“…….”
지크가 맥주를 들이부었던 NPC는 명백한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이내 곧 축 늘어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누구 뒤통수를 치려고?”
지크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NPC들을 바라보았다.
스르륵!
그러자 다른 NPC들의 모습이 슬슬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곧 악마의 형상을 이루었다.
“크크!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놈이구나!”
“어떻게 우리의 정체를 알았느냐?”
“무슨 수로 우리의 정체를 알았느냐? 이 완벽한 위장을!”
그런 악마들의 질문에 대한 지크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냥 찔러본 건데?”
그런 지크의 답변에 악마들의 얼굴에 황당함이 떠올랐다.
한 악마가 지크에게 물었다.
“그, 그래서? 설마 혹시 함정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다짜고짜 사람을 때려죽이려 했다는 말이냐?”
“응.”
“선량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는데?”
“그게 뭐?”
“……!”
“왜? 안 돼?”
“그, 그건 좀….”
질문을 던졌던 악마가 지크의 대답에 그만 질려버리던 순간.
– JBL : 인성 무엇?
– 지빡이1호 : 사탄:아… 이건 좀….
– Oii : 악마가 진짜로 질려버렸엌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 역시 지크의 훌륭한 인품(?)에 매료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니네 다 망령이잖아. 좀 죽이면 어때. 금방 다시 부활할 텐데.”
지크는 자기 나름의 논리를 근거로 어깨를 으쓱했을 뿐이었다.
“그, 그건 그렇지만! 크흠!”
“바쁘니까 거 빨리 빨리 진행하자.”
그렇게 말한 지크가 악마들을 향해 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지크가 악마들을 처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50층은 무력이 아닌 라는 경각심을 테스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알림 : 을 처치하셨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을 클리어하셨습니다!]알림창이 떠오르고.
[알림 : 아이템을 7개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17개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3개 획득하셨습니다!]지크는 여러 종류의 들을 획득한 뒤 곧바로 다음 층인 제51층으로 향했다.
***
[천공의 탑 : 제51층]그렇게 도착한 51층에서 지크를 기다리고 있던 건 검은색으로 빛나는 눈을 지닌 검객이었다.
[검은 눈 데이모스]전 대륙을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고대의 검사.
•존재 구분 : 네임드 NPC
•종족 : 인간
•레벨 : 250
•클래스 : 소드 오브 더 피어
•주의 사항 : 악! 내 눈!
지크는 탑의 51층 지배자인 데이모스에 대한 주의 사항을 읽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 내 눈? 뭔가 못 볼 거라도 보여준다는 건가?”
제2층에서 비열한 격투가 비요른센과 만나봤기 때문인지,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굳이 통성명을 나눌 필요는 없겠지.”
그때, 데이모스가 입을 열었다.
“간다.”
“오시죠.”
지크 역시 굳이 길게 말을 늘어놓지 않고 를 움켜쥐고 데이모스와 마주했다.
챙! 채앵! 챙!
지크가 휘두르는 와 데이모스의 검이 연신 맞부딪혔다.
‘어? 센데?’
지크가 그렇게 생각하며 데이모스를 바라보던 때.
번쩍!
데이모스의 검은색 두 눈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생명력 : ■■□□□□□□□□
•마나 : ■■■■■■■■■□
•스태미나 : ■■■■■■■■■■
100퍼센트였던 지크의 생명력 80퍼센트를 날려버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