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82
381
“내기?”
코모두스는 지크의 제안에 눈을 가늘게 떴다.
“갑자기 무슨 내기를 하자는 건가?”
“저는 지금 코모두스 님과의 싸움에서 전력을 다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내기를 통해서 승부를 내자는 건가?”
“예.”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내기라….”
코모두스는 그 단어를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 탑은 도전하는 자의 강함을 시험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단순히 무력뿐 아니라 그 어떤 돌발 상황 속에서도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지.”
“압니다.”
“안다?”
“탑의 지배자들을 상대해오며 느꼈습니다. 이 탑은 강한 무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 강자를 양성해내는 시설이라는 것을.”
“그걸 아는데 내기를 통해 승부를 내자는 건가? 불가능하다. 그대가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탑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나와의 대결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지크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원칙에 충실하신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내게 내기를 거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 저를 이긴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거짓이다!”
코모두스가 지크의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젊은 왕족이여! 그대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강함을 지녔다는 걸 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건 명백한 거짓이다! 이 세계에 그대보다 강한 자가….”
“저는 정면 대결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저는 이것으로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습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를 도(刀)의 형태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당장에라도 칼을 휘두를 것 같은 자세를 취해 보였다.
그런 지크의 행동은 코모두스를 향한 무언의 제안이었고, 물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매우 강력한 떡밥이었다.
“발도술…!”
코모두스는 지크가 취한 자세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발도술.
칼을 순간적으로 뽑아 휘둘러 적을 베는 기술.
도(刀)를 사용하는 무인들에게는 로망과 같은 기술이었다.
***
지크가 발도술을 언급한 직후.
“발도술! 발도술로 내기를 하자는 것인가!”
코모두스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 역시 도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무인.
발도술로 승부를 내자는 지크의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었다.
“예.”
“으음! 발도술이라!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지크가 코모두스의 말을 잘랐다.
“단 한 번도 저를 빠르기로 시험하는 지배자는 없었습니다.”
“……!”
“하지만 코모두스 님이라면 발도술로 제 빠르기를 시험해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크흠!”
지크가 은근슬쩍 띄워주자 코모두스는 민망하다는 듯 괜한 헛기침을 내뱉었다.
“흠흠! 그, 그렇긴 하지! 나 역시 도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무인으로서 빠르기로는 어지간해서 져본 적이 없지!”
“탑은 아직 제 속도를 시험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코모두스 님께서 시험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대의 무기는 둔기가 아닌가?”
“아닙니다.”
“아, 아니다?”
“제 주무기는 도입니다.”
명백한 거짓말이었지만, 코모두스가 지크의 말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보셨다시피 저는 거의 모든 무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 그렇긴 했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도를 제일 잘 다룬다고 자부합니다. 아시다시피 도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무기가 아니겠습니까? 남자라면 도! 도 하면 남자! 진정한 사나이의 무기죠.”
지크는 도를 주무기로 다루는 이들의 절대 다수가 마초적이고 다혈질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걸 떠올리며, 코모두스의 가려운 부분을 살살 긁어보았다.
효과는 매우 좋았다.
“그, 그렇지! 옳은 말일세! 도야말로 가장 완벽한 사나이 대장부의 무기지!”
코모두스는 도에 대한 지크의 말에 매우 공감한다는 듯 호들갑을 떨었다.
‘걸려들었어!’
지크는 그런 코모두스의 반응을 보고 자신의 제안이 거의 먹혀들었다는 걸 직감했다.
“어떻게… 제 속도를 시험해 주시겠습니까?”
“으음!”
코모두스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으음! 도를 제일 잘 다룬다니! 젊은 왕족이 무예도 뛰어나고 전반적인 능력도 훌륭한 데다 어떤 무기가 이 세상에서 제일 우월한지도 알고 있구먼! 으음! 궁금하도다! 궁금해! 하지만 탑 최정상의 지배자로서 내 의무는… 으음….’
코모두스가 지크와 발도술로 겨뤄보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과 탑 최상층의 지배자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을 때.
“제가 가진 발도술은 단언컨대 대륙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확실히,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인 은 대륙 최고라 불릴 만한 발도술이었다.
“대, 대단한 자신감이로군! 보고 싶구먼! 정말 보고 싶어! 으음! 하지만 내기는 안 되겠지! 나는 탑 최상층의 지배자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니 말일세! 아무래도 안 되겠어.”
“정말로 내기를 안 하실 겁니까?”
“그렇다네. 미안하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 하지만 자네와 정면 대결을 하다 보면 자네 역시 전력을 다해야 할 테니, 그 발도술을 쓸 수밖에 없겠지.”
“아뇨.”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만약 코모두스 님께서 내기에 응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패배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도를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뭐라!”
“그럼 코모두스 님께서는 대륙 최강의 발도술을 영원히 구경하지 못하게 되시겠죠.”
“그, 그런 법이 어디 있나! 이토록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그러기 있는가! 없는가!”
“제 맘입니다.”
그렇게 말한 지크가 를 다시 망치의 형태로 바꾸고는 코모두스를 향해 말했다.
“안 하신다니 계속하죠.”
“뭐, 뭘 계속하자는 건가?”
“내기도 안 받으시겠다는데 어쩔 수 있습니까? 저로서는 그냥 최선을 다해 싸울 뿐이죠.”
“정말로 그 발도술을 쓰지 않을 건가?”
“도도 안 쓸 겁니다.”
“크흠!!!”
“시간 없으니까 빨리 오시죠.”
“흠흠! 으음! 크흐으음!”
“뭐 하십니까?”
“자, 잠깐!”
“예?”
“알겠네! 하지! 그 내기! 하겠네! 내가 졌어! 그러니 발도술로 승부를 내세!”
결국, 코모두스는 지크의 유혹에 넘어가 내기를 수락하고 말았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지크가 그런 코모두스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최고의 속도로 죽여 드리겠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이로군! 좋네! 그대가 자부하는 최고의 속도! 내 한번 보도록 하겠네!”
그렇게 지크와 코모두스는 발도술 대결을 위해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다.
***
지크와 코모두스의 발도술 대결은 서로 마주 본 상태에서 누가 먼저 상대를 베느냐를 겨루는 거였다.
우웅!
지크가 스킬을 전개해 코모두스의 그림자를 불러내었다.
“지금 뭐 하는 건가?”
코모두스가 그런 지크를 향해 눈살을 찌푸렸다.
“일대일 발도술 대결을 하자는 게 아니었나?”
“맞습니다.”
“그런데 이 알 수 없는 마법은 뭔가? 저 그림자는 무엇이고?”
지크가 조금 전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코모두스는 스킬의 효과와 이펙트를 전혀 알지 못했다.
“동전을 던져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동전?”
“입으로 셋! 둘! 하나! 하면 칼 뽑을 겁니까? 그러면 누가 하든 자세랑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끌어낼 때 복압, 그러니까 복부의 압력을 이용해야 한다는 건 모든 운동의 기본.
발도술도 예외가 아니었기에, 코모두스는 지크의 말에 적극 공감했다.
“그래서 저 그림자가 동전을 던져줄 겁니다. 그리고 그 동전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서로 칼을 뽑는 겁니다.”
“오호라! 그런 의미였구먼!”
코모두스는 그제야 지크가 스킬로 그림자를 불러낸 이유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누구든 신호를 줄 사람이 필요하긴 했으니까.
“야. 앞으로 한 10초쯤 있다가 이거 던져. 알겠지?”
지크가 금화 한 닢을 넘겨주며 명령하자 코모두스의 그림자가 끄덕끄덕!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됐습니까?”
“됐네.”
“그럼 준비하시죠.”
그와 동시에 지크와 코모두스가 각자의 발도술을 위한 자세를 다잡고 숨을 골랐다.
그러기를 몇 초 후.
띠링!
코모두스의 그림자가 손가락으로 동전을 튕겼다.
빙그르르르!
그러자 동전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땅바닥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제 저 동전이 바닥에 떨어져 띵! 하는 소리를 내는 순간 지크와 코모두스는 서로를 향해 각자의 발도술을 시전하리라….
코모두스는 정신을 최대한 집중한 상태로 동전이 땅에 떨어져 띵! 하는 소리를 내기를 기다렸다.
‘셋, 둘….’
코모두스가 타이밍을 재던 순간.
촤락!
지크가 를 휘둘렀다.
***
지크가 를 휘두르던 때.
코모두스는 지크의 두 박자 빠른 공격에 미처 대응할 수 없었다.
동전이 바닥에 떨어지길 기다리느라 한껏 긴장하고 있던 탓에, 갑작스러운 기습이 들어오자 긴장이 탁! 하고 풀려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당해줄 순 없었으므로, 코모두스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단 자신의 칼을 휘둘러 대응하려 했다.
그러나 필드 위에 있는 코모두스의 공격 속도는 평소와 같을 수 없었다.
발도술 대결은 눈 하나 깜빡할 시간에 승부가 갈리는 것.
그런 승부에 두 박자 빠른 기습에 당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슬로우에 걸렸다?
결과야 뻔했다.
서걱!
도제 베텔규스의 비기인 스킬이 코모두스의 목을 가르고.
푸화아아악!
코모두스는 피를 뿜어내며 쓰러지고 말았다.
***
– 낙낙 : ?
– 얼리버드Kim : ?????????????
– LichGay : ?
– 그랑떼 : ?????
– MoMoNogiKana : ?
– 앙버터29 : ???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쥔 채로 발도술 대결을 지켜보다 지크의 돌발 행동에 물음표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같았으면 그림자가 내던진 동전이 바닥에 떨어진 직후 칼을 휘두르는 게 맞았다.
하지만 지크는 그러지 않았다.
지크는 동전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를 휘둘렀다.
명백한 반칙.
누가 봐도 비열하기 짝이 없는 수법이었다.
그리고 그 비열한 수법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서걱!
한 박자도 아니고 거의 두 박자 빠르게 휘둘러진 는 너무나도 손쉽게 코모두스의 목을 갈라버렸다.
데미지 역시 막강했다.
[용장 코모두스]•생명력 : ■■□□□□□□□□
자신보다 레벨이 같거나 낮은 상대를 즉사시켜 버리는 의 위력은 코모두스의 생명력 80퍼센트를 날려버릴 정도로 엄청난 데미지를 자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푸화아악!
거의 잘려 나가다시피 한 코모두스의 목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콸콸 쏟아져 나왔기에, 생명력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이 제대로 걸린 것이다.
“커, 커헉!”
코모두스는 쓰러진 채 피를 꿀렁꿀렁 쏟아냈다.
“커헉! 이… 비열한… 쿨럭! 커헉!”
지크는 그런 코모두스의 분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를 다시 망치의 형태로 바꾸어 코모두스를 마구 내리쳤을 뿐….
그런 지크의 머리 위에는 칭호가 보란 듯 떠올라 반짝이고 있었다.
– 아석스 :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2112 : ;;
– 개똥지빠귀 : 와 인성보소;;;;;;;
– 말랑Keaw : 터졌다 인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콩콩이♥ : 통수가 아주 ㄷㄷㄷㄷ
지크는 시청자들이 자신의 훌륭한 인품(?)에 경악을 금치 못하든 말든 묵묵히 코모두스의 머리통을 내리찍었다.
“악감정은 없습니다.”
지크가 코모두스를 향해 말했다.
“단지 쉽게 이겨야 했을 이유가 있었을 뿐.”
“커헉! 비열한… 자여! 쿨럭! 쿨럭쿨럭!”
“죄송하게 됐습니다.”
“쿨럭! 쿨럭쿨럭!”
“꼭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는 거짓 없이 정면 대결로 상대해드릴 테니,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기를.”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코모두스의 머리통을 향해 를 휘둘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