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84
383
“가오리잖아?”
지크는 저 멀리서 날아오는 게 비행선 같은 게 아니라 가오리였다는 걸 깨닫고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평범한 가오리는 결코 아니었다.
마치 해파리처럼 투명한 몸뚱이를 지닌 그 가오리는, 면적이 50평은 거뜬히 넘을 것처럼 거대했다.
지크가 을 통해 본 결과 그 가오리에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유령 가오리]고대의 마법으로 이루어진 마법 생명체.
매우 희귀한 생명체로서, 그 어떤 결계도 손쉽게 통과할 수 있으며 매우 높은 고도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도 있다.
•존재 구분 : 몬스터
•타입 : 복합체(키메라)
•레벨 : 200
•특이 사항 : 매우 무거운 짐도 실어 나를 수 있다.
는 오즈릭 교단이 옥상에 도달하기 위해 동원한 일종의 수송선인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의 등 위에는 각종 장비들이 실려 있었고, 오즈릭 교단의 교도들이 잔뜩 탑승해 있었다.
어쩐지 혼자 올라야 하는 게 원칙인 에 제단을 쌓는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애초에 에는 고대의 결계가 쳐져 있었기에 비행선이나 워프 마법으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크가 비행선이나 마법을 이용할 줄 몰라서 을 오른 게 아닌 것이다.
‘일단 다시 숨자.’
지크는 빼꼼히 내밀었던 고개를 내리고, 탑 외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모습을 숨겼다.
그러기를 약 한 시간여….
‘슬슬 봐도 되겠지?’
지크는 또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오즈릭 교단이 뭘 하는지 훔쳐보기로 했다.
그런데.
‘뭐지 이건?’
고개를 내민 지크는 웬 흉측한 물체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크가 그 물건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털이 숭숭 난 다리 위에 덜렁거리며 물줄기를 뿜어내기 직전인 그 물체는, 소변을 보기 위해 바지를 내린 오즈릭 교단 평신도의….
‘악! 내 눈!’
지크는 못 볼 걸 보고는 눈을 질끈 남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눈을 감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물줄기(?)가 뿜어지기 전에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 미친놈이 어디다가!’
지크는 오줌을 누려던 오즈릭 교단 평신도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으음?”
오즈릭 교단 평신도가 발목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놀라는 사이.
‘꺼져!’
지크가 오즈릭 교단 평신도의 발목을 움켜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오즈릭 교단의 평신도가 비명을 지르며 탑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바지와 팬티를 아주 시원(?)하게 까발린 채 2,000미터 상공에서 추락하는 것이다.
문제는 추락한 평신도의 비명이 다른 오즈릭 교단의 무리에게 전해지지 못했다는 것.
뚝딱뚝딱!
오즈릭 교단의 무리들은 탑 옥상에 제단을 설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빨리빨리!”
“어이! 거기! 저것 좀 이리 가지고 와!”
“서둘러라!”
게다가 옥상에는 그 높이만큼이나 세찬 바람이 불고 있어서, 바람 소리 때문이라도 비명이 묻힐 수밖에 없었다.
‘우웩! 번데기만 한 주제에 까 내놓고 다니고 지랄이야.’
지크는 추락한 오즈릭 교단 평신도를 욕하며 으로 나머지 오즈릭 교단의 무리들을 염탐하기 시작했다.
***
염탐 결과.
‘뭐야. 이것들. 강하잖아?’
지크는 으로 오즈릭 교단 무리들을 살펴보고는 살짝 놀랐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우두머리로 보이는 고위급 사제와 일꾼 역할을 하는 평신도들을 빼면, 오즈릭 교단의 전력은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나, 검은색 옷을 입은 자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혼돈 수호자]오즈릭 교단의 무력 단체인 에 소속된 자들.
사악한 고대의 마법으로 개개인의 무력을 크게 업그레이드한 존재들로서, 전체적인 능력치가 매우 높다.
•존재 구분 : NPC
•종족 : 복합체(키메라)
•레벨 : 250
•클래스 : 카오스 가디언
•특이 사항
– B⁻등급 물리 내성
– 독 저항력 매우 높음
•주의 사항 : 레벨 이상으로 강하므로, 섣불리 덤벼들었다간 호되게 당하는 수가 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혼돈 집행자 울쎄라]오즈릭 교단의 무력 단체인 에 소속된 고위급 전사.
의 상위 호환격인 존재로서, 훨씬 강하다.
•존재 구분 : NPC
•종족 : 복합체(키메라)
•레벨 : 270
•클래스 : 카오스 터미네이터
•특이 사항
– A⁻등급 물리 내성
– C⁻등급 마법 내성
– 독 저항력 매우 높음
– 상태 이상 면역
•주의 사항 : 상태 이상에 면역인 존재이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덤비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인 울쎄라는 정말이지 답도 없이 강해 보였다.
그나마 가 울쎄라 한 명이라서 다행이지, 두셋 정도만 되었어도 싸움을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어우야. 세네.’
지크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는 한편 오즈릭 교단 무리가 설치하고 있는 구조물도 알아보았다.
[차원통신장치-002]다른 세계의 악마적 존재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한 구조물 중 하나.
•현황 : 설치 중 (39%)
‘이 새끼들 보소.’
지크는 기가 막혀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제는 하다하다 다른 세계의 악마적 존재들에게까지 신호를 보낸다?
오즈릭 교단은 아주 작정하고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모양이었다.
‘쟤들이 부르려는 악마적 존재들이 장난 아니니까 멸망의 수정구가 붉게 물들었던 거겠지?’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옥상을 향해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
뚝딱뚝딱!
오즈릭 교단의 평신도들이 를 설치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때.
휘리릭!
어디선가 무지갯빛 망치가 날아들어 아직 설치 중인 를 노렸다.
그러나….
콰앙!
인 울쎄라가 재빨리 몸을 날려 날아든 무지갯빛 망치를 검으로 쳐냈다.
휘리리릭!
그러자 망치가 물리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마치 부메랑처럼 날아왔던 곳을 향해 되돌아갔다.
“뭐, 뭐냐!”
“누구냐!”
“방금 뭐지?”
를 설치하던 오즈릭 교단 평신도들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그러나 울쎄라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넌 누구냐.”
대신에 무지갯빛 망치를 날린 장본인인 지크를 향해 조용히 물었을 뿐….
‘와. 반응 속도 보소.’
지크는 울쎄라의 엄청난 반응 속도에 경악했다.
보통은 날아드는 망치를 쳐내기는커녕, 발견하지도 못하고 당할 텐데….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그때 의 설치를 관리·감독하던 오즈릭 교단의 사제가 지크를 향해 버럭 호통을 내질렀다.
“구청에서 나왔는데요.”
“구, 구청?”
“네.”
“구, 구청? 구청이 뭐냐!”
오즈릭 교단의 고위급 사제는 생소한 단어에 와락 인상을 구겼다.
게임 속 NPC인 오즈릭 교단 사제의 입장에서는 이란 단체를 모르는 게 당연했다.
“구청도 모르세요?”
지크가 오즈릭 교단의 고위급 사제에게 물었다.
“구청이 뭐 하는 거냐! 본 사제는 그딴 기관은 모ㄹ….”
“모르면 처맞아야지!”
지크가 기습적으로 를 휘둘러 오즈릭 교단 사제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털썩!
오즈릭 교단 사제가 머리통이 박살 난 채로 쓰러졌다.
“……!”
“……!”
“……!”
그러자 오즈릭 교단 평신도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반대로 들과 인 울쎄라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지크를 노려보고 보았을 뿐….
“작업은 계속한다.”
울쎄라가 평신도들을 향해 조용히 명령을 내렸다.
“하, 하지만….”
“계속하라고 말했다.”
“아! 예!”
무언가 반론을 제기하려던 평신도는 울쎄라의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말에 입을 꽉 다물어 버렸다.
“작업 개시!”
“작업을 계속한다!”
“서둘러라!”
그렇게 오즈릭 교단의 평신도들은 다시 의 설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울쎄라가 지크를 향해 물었다.
“이름이….”
“프로아.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울쎄라가 운을 띄우자 지크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프로아의 왕이군.”
울쎄라는 역시 지크에 대해 알고 있었다.
“본 교단의 행사를 번번이 방해한다던 바로 그자.”
“정답.”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 천공의 탑은 그리 만만한 관문이 아닐 텐데?”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더라고.”
지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참!”
“……?”
“거 좀 빨리빨리 다닙시다. 이틀이나 기다렸잖아.”
“역시 정보가 샜던 모양이군.”
울쎄라는 어이가 없어 지크의 타박에는 대꾸하지 않은 채 그저 정보가 샜다는 것에 대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고….”
울쎄라가 지크를 돌아보았다.
“본 교단의 행사를 방해하려거든 목숨 이상의 것을 걸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겠지?”
“니들도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건 알고는 있냐?”
“입은 살았군.”
“다른 곳도 살아 있는데.”
“…….”
“못 믿겠으면 여기서 딱 5분만 보여줄까? 그럼 믿을….”
“죽여라.”
울쎄라가 지크의 농담을 깔끔히 무시하고는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수십여 명이 지크를 향해 말없이 덤벼들기 시작했다.
***
‘방심하면 내가 죽어.’
지크는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들을 바라보며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화륵! 화르륵!
스륵! 스르륵!
와 이 동시에 전개되었고.
파직! 파지직!
지크의 몸 주변으로 스파크가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주력 디버프 필드들뿐만 아니라 스킬까지 켠 것이다.
‘일단 제일 먼저 덤벼드는 놈부터 쳐 죽이고.’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를 휘둘러 가장 앞선 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다음… 응?’
지크는 다음 표적을 공격하려다 순간 당황했다.
쒜에엑!
로 머리통을 내리쳤던 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검을 휘둘러 반격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걱!
지크가 머리통을 내리쳤던 의 검이 팔뚝을 스치고 지나갔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피.
‘뭐야?’
지크는 진짜로 놀랐다.
상처는 크지 않았다.
흘러내리는 피 역시 그리 많지 않았다.
지크가 놀란 이유는 상처를 입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공격했던 의 피통 때문이었다.
[혼돈 수호자]•생명력 : ■■■■■■■■■■
지크에게 머리통을 얻어맞았던 의 남은 생명력은 무려 97퍼센트 가량으로, 생명력 게이지가 깎인 티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딜이 안 박혀? 오버클럭도 켜고 디버프도 걸었는데?’
지크는 의 엄청난 방어력에 경악하다시피 했다.
그런 지크가 놀라는 사이.
들이 지크에게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의 흐름은 지크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전개되었다.
빡! 빠악! 빡! 빡! 빠아악! 빡!
가 휘둘러질 때마다 들은 어김없이 머리통을 얻어맞고 휘청거렸다.
지크가 가진 피지컬이 들을 압도했기에, 일방적으로 패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데미지가 박히는 일은 없었다.
‘뭐야!’
지크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여태 만난 적들 중 잡몹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대부분은 디버프를 걸고 한두 방이면 처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들은 달랐다.
데미지가 거의 박히지 않아서, 아무리 때려도 때리는 의미가 없었다.
‘뭔 방어력이… 잠깐!’
지크는 문득 이 상황이 들의 방어력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쳤다.
– B⁻등급 물리 내성
– 독 저항력 매우 높음
들은 방어력이 높은 게 아니라 애초에 물리 내성을 지니고 있어서, 데미지가 안 박히는 거였다.
방어력과 물리 내성은 전혀 별개의 능력치이기에 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