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87
386
“저 미친 새끼가!”
울쎄라는 지크의 돌발적인 자살 시도, 아니 자살에 어이가 없었다.
꼭대기에서 몸을 던질 줄이야?
아무리 자신에게 죽기 싫어도 그렇지, 이 높은 곳에서 미련 없이 몸을 던질 수 있다니….
“모험가니까 가능한 배짱인 것인가?”
울쎄라는 지크가 쿨하게 자살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가 불사의 존재인 모험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2,000미터 높이에서 몸을 던질 수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후우.”
울쎄라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부디 처벌이 약하기만을 바랄 수밖에….”
지크가 자살해버린 이상 울쎄라의 입장에서는 교단에서 내려질 처벌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무에 실패한 이상 교단에서 아주 혹독한 처벌을 내릴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두고 보자. 다음번엔 결코 스스로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내가 네놈을 죽일 것이다.”
울쎄라는 옥상 가장자리에 둥둥 떠 있는 에 올라타며 지크를 향한 증오심을 불태웠다.
***
울쎄라의 생각과는 다르게, 지크는 자살을 선택한 게 아니었다.
휘이이이이이이이!
추락 직후.
펄럭!
지크는 빠르게 를 활짝 펼치고 두 팔을 활짝 펼쳐 망토의 양쪽 끝을 움켜잡았다.
마치 날다람쥐처럼.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그러자 주변에 불던 강한 바람이 지크를 추락이 아닌 비행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는 윙슈트나 패러글라이더가 아니었기에, 그 비행은 절대 완벽하지 않았다.
빙그르르르르르!
지크는 강한 바람에 휩쓸려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아 떨어져 내렸다.
비록 완벽한 비행은 아니었지만, 그 임기응변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빙글빙글 도느라 떨어지던 속도가 크게 줄어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철푸덕! 하고 땅에 곤두박질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낙하산을 펼친 것처럼 부드럽고 느리게 떨어질 수는 없었다.
단지 추락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늦춰주었을 뿐, 여전히 지크가 추락하는 속도는 빨랐다.
300미터.
200미터.
100미터.
그리고 50미터.
땅에 추락하기 직전.
‘지금!’
지크는 몸을 틀어 벽에 바짝 붙었다.
콰직!
그런 뒤 갈고리의 형태로 바꾼 를 탑 외벽에 있는 힘껏 박았다.
추락하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일까?
갈고리의 형태로 바뀐 는 탑 외벽에 한 번에 딱 고정되지 않았다.
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가 탑의 외벽을 할퀴며 쭉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어어? 이게 아닌데? 어어?’
지크는 미끄러지며 진짜 죽는 건가 싶어 가슴을 졸였다.
원래 계획은 적당한 높이에서 벽에 를 박아 넣은 뒤 천천히 내려오는 거였는데, 이렇게 쭉 미끄러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 죽나? 죽어? 진짜 죽어?’
그러나 지크가 땅에 처박히는 일은 없었다.
그르르르르륵, 콰직!
미끄러지던 가 기어코 탑 외벽에 깊게 파고들었을 때.
“으어어어어어!”
지크는 안도의 비명을 내질렀다.
“지, 진짜 뒈질 뻔했네!”
밑을 내려다보니 탑에 매달린 지점과 땅바닥과의 거리가 채 10미터도 되지 않았다.
만약 조금만 늦었다면?
철푸덕!
빈대떡이 되고도 남았을 게 뻔했다.
타핫!
지크는 를 벽에서 떼어내며 땅에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윽!”
땅에 착지하자마자 를 휘둘렀던 오른쪽 어깨에서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오른쪽 어깨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치료하세요!]2,000미터 높이에서 떨어진 것치고는 매우 양호한 대가였으므로, 지크는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포션을 꺼내려 했다.
그런데.
“아이고, 내 어깨… 으응?”
순간 지크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당황했다.
“…….”
“…….”
“…….”
“…….”
수만 명의 게이머들이 지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밑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나?’
오직 생존에만 집중하느라 탑 밑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수만 명의 게이머들이 모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뭐, 뭐지? 근데 왜 이렇게 모여 있는 거야?’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할 무렵.
“형! 열쇠 좀 빌려주세요!”
“지크님! 저 열쇠 대여 좀요!”
“열쇠 빌려주시면 골드 드릴게요!”
“던전 열어주세요!”
“저도 천공의 탑 도전 좀!”
게이머들이 저마다 한마디씩을 떠들어대며 지크를 향해 구름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게이머들은 지크의 방송을 보고 에 도전하기 위해 이곳까지 달려왔던 것이다.
***
자고로 게이머란 뭔가 좋은 걸 주워 먹을 수 있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가는 존재.
그런 게이머들의 특성상 엄청난 희귀 옵션을 제공하는 는 어떻게든 얻고 싶은 아이템일 수밖에 없었다.
득달같이 앞으로 와 지크를 기다릴 만한 것이다.
“자, 잠깐만요! 저, 저기요? 으악! 잠깐만요!”
지크는 마치 파도에 휩쓸린 부표처럼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허우적거렸다.
그 인파가 얼마냐 많았냐면, 게이머들끼리도 막상 지크가 어디 있는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였다.
‘으악!’
지크는 몸을 납작 엎드린 채 게이머들의 다리 밑을 엉금엉금 기어 인파의 헤일을 빠져나왔다.
“뭐야!”
“지크님 어디 가셨어?”
“지크 형!”
“저 형 방송 팬이에요!”
게이머들은 그런 지크를 찾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일단 숨자!’
지크는 재빨리 풀숲에 몸을 숨긴 뒤 를 써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그리고는 은근슬쩍 게이머들 무리에 끼어들어 입구로 향했다.
‘보상은 받아야지!’
을 클리어한 이상 특산물(?)인 는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지크가 열쇠로 문을 열던 때.
“앗! 저기다!”
웬 게이머 하나가 지크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형!”
“형 또 가요?”
“잠깐만요!”
“잠시만! 저도 같이 좀!”
게이머들이 지크를 향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히익?!”
놀란 지크는 재빨리 문을 열고, 번개처럼 안으로 도망쳤다.
쿠웅!
그러자 문이 닫히고 지크는 게이머들로부터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휴!”
지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때.
“엥? 자네 또 왔네?”
전설의 대장장이인 뷔르템베르크가 지크를 발견하고는 말을 건넸다.
“입구로 들어온 걸 보니 탑 공략에 실패한 모양이로군?”
“아닌데요?”
“엥?”
“여기요.”
지크가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한 무더기를 꺼내 뷔르템베르크에게 내밀었다.
그런 들 사이에는 탑 최상층의 지배자인 코모두스를 쓰러뜨려야만 얻을 수 있는 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 그건! 코모두스를 이겨야만 얻을 수 있는 정수가 아닌가! 설마 진짜로 탑을 정복한 겐가?!”
“제가 왜 거짓말을 합니까?”
“그런데 왜 입구로 다시 들어온 게야? 그냥 마법진을 타고 오면 될 것을?”
“사정이 있어서 번지점프 좀 했거든요.”
“번지점프? 그게 뭔가?”
“그런 게 있습니다.”
지크는 옥상에서 뛰어내렸던 아찔한 기억을 떠올리고는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어르신께서 만든 장비 사 가도 되겠죠?”
“물론일세. 원하는 대로 골라보게. 탑을 정복한 자는 내가 만든 아티펙트를 가질 자격이 있으니.”
“옙!”
지크는 곧장 진열대로 향해 목걸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가 가장 먼저 구매한 는 역시나 였다.
[알림 : 아이템을 착용했습니다!] [알림 : 주력 스킬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알림 : 강화할 주력 스킬을 선택해 주십시오!]지크가 아이템을 착용하자마자 눈앞에 선택지가 떠올랐다.
[다음 중 강화할 스킬을 고르시오]◎ 블레이즈 필드
◎ 그림자의 늪
◎ 어검술
선택지에는 지크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세 가지 스킬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지크는 망설임 없이 를 선택했다.
누가 뭐래도 디버프 마스터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스킬은 였기 때문이다.
[알림 : 를 강화하셨습니다!] [알림 : 의 스킬 레벨이 10 증가했습니다!] [알림 : 스킬의 레벨이 올라 새로운 효과가 추가되었습니다!]스킬 레벨이 10이나 오르자 에 새로운 효과가 추가되었다.
새롭게 추가된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추가된 효과]– 물리 내성 무력화(모든 등급의 물리 내성 무시)
– 마법 내성 무력화(모든 등급의 마법 내성 무시)
허탈하게도, 10레벨이 오른 에는 지크를 고전하게 만들었던 과 을 무력화시키는 효과가 추가되었다.
“그럼 그렇지….”
지크는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님이 어떤 분이신데. 이런 대비를 안 해두셨을 리가 없지… 그냥 내가 약했던 거잖아. 쳇!”
지크가 어렴풋이나마 예측했던 대로, 사부가 만들어낸 클래스인 에는 한계가 없는 것 같았다.
한계란 레벨이 낮은 지크에게나 있는 것이지, 사부와 에는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너 다음에 만나면 뒤졌다.”
지크는 자신을 고전하게 만들었던 울쎄라를 향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맘 같아선 지금 바로 탑을 다시 올라가 울쎄라의 뚝배기를 깨버리고 싶었다.
다시 올라가 봤자 울쎄라는 이미 떠난 뒤였을 가능성이 높긴 했지만.
“좀 더 골라보게나.”
그때, 뷔르템베르크가 지크에게 더 많은 를 골라볼 것을 권했다.
“아직 남은 강자의 정수가 많다네.”
“그럴까요?”
지크는 남은 들로 를 몇 개 더 골랐다.
[알림 :지크는 희귀 스탯인 행운을 올려주는 과 공격력을 올려주는 을 추가로 선택해 스펙 업을 이뤘다.
“허허.”
뷔르템베르크가 그런 지크를 향해 너털웃음을 지었다.
“자네 아주 깍쟁이구먼?”
“예?”
“알짜배기만 쏙쏙 골라가는군. 아티펙트를 보는 눈이 대단해.”
“하하. 별말씀을….”
“탑은 어떻던가?”
“그냥저냥 쉽던데요?”
“쉬워?”
“좀 까다롭긴 한데. 한 7시간 30분쯤 걸렸으니까… 다시 도전하면 3~4시간이면 깰 것 같은데요?”
“거짓말 말게!”
뷔르템베르크가 지크의 말을 부정했다.
“자네가 탑을 올랐던 게 3일 전 일일세! 그런데 7시간 30분 만에 탑을 정복했다고? 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자네가 젊은 나이에 대단한 실력을 갖춘 건 인정하지만, 허언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일세!”
“허언 아닌데요?”
지크는 뷔르템베르크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눈살을 찌푸렸다.
“7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깨고 나머지 이틀 동안은 옥상에 볼일이 있어서 누굴 좀 기다린 건데?”
“예끼! 이 사람아! 내가 아무리 망령이라지만 그 정도 사리 판단을 못 하는 사람은 아닐세!”
“진짠데….”
“허허. 허언이 지나치면 화를 입는 법일세.”
“허언 아니라니까요?”
“정말로 허언이 아니라고 맹세할 수 있겠는가?”
“있죠!”
“그럼 증명해보게! 자네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뷔르템베르크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띠링!
지크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