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395
394
“……!”
단검에 찔린 오스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난데없는 기습.
함께 도망치던 중 설마하니 이렇듯 뒤통수를 칠 줄이야….
“네년이 뭔데?”
살바토르가 자신의 얼굴을 오스칼의 얼굴에 바짝 붙이고는 으르렁거렸다.
그런 살바토르의 얼굴은 정말이지 흉악하게 일그러져 있어서, 악귀와 별 다를 바 없는 수준이었다.
“네년이 뭔데 나한테 숨어 살라 말라 지랄이야?”
“…끝내 이렇게 밑바닥을 보이는군. 당신은.”
오스칼이 무감정한 표정으로 살바토르를 바라보았다.
“밑바닥? 밑바닥이 뭔데? 큭큭! 큭큭큭!”
“…….”
“주제 넘는 소리 하지 마라.”
모닥불에 비친 살바토르의 눈빛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네년이 날 구해준 건 고맙게 생각한다만… 그렇다고 네년이 내 인생까지 좌지우지할 자격이 생긴 줄 아나?”
“…….”
“내가 이렇게 끝낼 것 같아? 웃기지 마라. 이렇게는 절대로 못 끝낸다. 어떻게 올라온 자리인데. 내가 어떻게 끝내겠나.”
“추하네.”
살바토르에 대한 오스칼의 감상은 딱 그거였다.
“구역질 날 정도로 추해.”
“원래 인생이 추한 거야.”
살바토르가 오스칼을 비웃었다.
“몰랐어?”
“그건 당신 얘기겠지.”
“큭! 혼자 잘난 척하지 마라. 오스칼. 내가 왜 널 버린 줄 아나?”
“알고 싶지도 않아.”
“너와 결혼해 봤자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고작 기사 아카데미의 교수 자리가 한계였을 거다. 부귀영화는커녕 평생 그저 그런 기사로 살아가야 했을 테지.”
살바토르가 치가 떨린다는 듯 도리질을 치며 지껄였다.
“하찮은 인생. 미래 없는 삶. 너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널 버린 후 내 인생은 달라졌지. 지금은 비록 잠시 도망자 신세지만… 흐흐! 내가 망할 것 같은가? 이대로?”
“…….”
“두고 봐라.”
살바토르는 그렇게 말하며 오스칼의 복부를 찌른 단검을 있는 힘껏 비틀었다.
푸욱!
그러자 오스칼의 상체가 크게 들썩였다.
“저승에서. 내가 보란 듯 재기하는지 못하는지, 똑똑히 지켜봐라.”
“당신… 정말로 추악해… 역겨워….”
“잘 가라. 오스칼.”
살바토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오스칼의 뺨에 입을 살짝 맞추더니 토굴을 나가버렸다.
그렇게 오스칼은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복부 깊숙이 단검을 꽂은 채….
***
케스커 산맥 어느 깊은 곳.
“킁킁! 킁킁킁!”
햄찌의 코가 벌름거렸다.
“야. 잘 좀 찾아봐.”
지크는 여전히 산적으로 위장한 상태로 햄찌를 재촉했다.
“오스칼 경 냄새 안 나?”
“뀨우! 기다려라! 주인 놈아아! 이게 쉬운 줄 아냐! 뀨우우!”
햄찌가 지크를 째려보며 소리쳤다.
“벌써 세 시간째라고. 혹시 오스칼 경이 어디 다쳤으면 어떡하려고? 아까 보니까 부상도 입었는데.”
“햄찌 노력하고 있다! 뀨우! 재촉하지 마라! 뀨우우!”
“알겠으니까 잘 좀 찾아와.”
“뀨우! 알겠다!”
햄찌는 벌써 세 시간째 스킬을 사용해 오스칼을 추적하는 중이었다.
지크가 레인저 연대의 앞을 가로막았던 게 일곱 시간 전.
그러나 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오스칼을 추적하는 이유는, 혹시나 모를 후속 병력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러 느리게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즉, 지크는 오스칼이 를 데리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일부러 시간을 끌어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오스칼을 추적하고 있던 중이었고.
“쩝.”
지크는 햄찌가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 입맛을 다셨다.
“그 쓰레기 같은 새끼 대갈통을 부숴야 되는데.”
오스칼을 돕는 건 좋았다.
하지만 까지 덩달아 살린다고 생각하니 속이 배배 꼬였다.
‘오스칼 경. 복귀하시면 3개월 감봉이십니다.’
지크가 오스칼에게 3개월 동안 월급을 덜 주는 벌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하던 때.
“뀨우?!”
햄찌가 코와 귀를 동시에 쫑긋거렸다.
“뭐 좀 찾았냐?!”
“뀨우! 저기다! 오스칼 경 냄새가 난다! 뀨우우!”
“그래?”
“그런데 피 냄새도 많이 난다! 뀨우!”
“헉!”
지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몬스터라도 만난 건가? 어디야! 빨리 가자!”
“뀨! 이쪽이다!”
햄찌가 호다닥! 하고 달려 나가자 지크와 카렐이 그 뒤를 쫓았다.
그러기를 약 30분여.
지크 일행은 토굴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오스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스칼 경!”
“…….”
“오스칼 겨어엉!!!”
지크가 소리쳐 보았지만, 오스칼은 대답이 없었다.
[오스칼]•생명력 : ■□□□□□□□□□
으로 본 오스칼의 체력은 고작 10퍼센트.
에 까지 걸려 있기도 했다.
“설마 그 새끼 짓인가?”
지크가 오스칼의 복부에 깊숙이 틀어박혀 있는 단검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아무래도 그런 것….”
카렐은 지크의 의견에 동의하는 말을 하려다가 순간 놀라서 입을 꽉 다물어 버렸다.
화아악!
지크로부터 뿜어져 나온 강렬한 에너지의 파동이 카렐을 움츠러들게 했던 것이다.
“카렐.”
“예, 전하.”
“쫓아.”
지크가 카렐에게 명령했다.
“계속 추적해. 나는 오스칼 경을 데리고 일단 콘스탄틴 제국으로 갈 테니까.”
“예, 전하.”
카렐은 곧바로 지크의 명령을 받들기 위해 토굴을 나섰다.
“절대로 놓치지 마. 절대로.”
“목숨 걸고 완수하겠습니다.”
지크의 당부에 카렐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살바토르의 추적에 나섰다.
숙련된 기사인 카렐에게 햄찌의 도움은 필요치 않았다.
햄찌보다는 느리지만, 기사 아카데미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들만으로 살바토르를 얼마든지 추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크는 카렐이 떠난 후 오스칼에게 자신이 가진 최상급의 생명력 포션을 부어주고, 마나를 주입해 그녀의 죽음을 막았다.
그리고 출혈을 막기 위해 단검을 그대로 꽂아둔 채 붕대로 오스칼의 복부를 꽉 조였다.
“가자.”
“뀨!”
지크는 오스칼을 업고는 곧바로 뛰기 시작했다.
‘죽지 마요. 절대로. 감봉해야 하니까.’
지크는 오스칼을 이대로 죽게 놔둘 생각이 단 1도 없었다.
***
몇 시간 후.
막무가내로 신성 콘스탄틴 제국으로 쳐들어간 지크는 성녀 자네트를 만나 오스칼의 치료를 부탁했다.
“왕비마마에 비하면 가볍네요. 조금만 늦었다면 위험했겠지만, 문제없겠어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로부터 정확히 두 시간 후.
“끝났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오스칼 경은 무사한가요?!”
지크가 오스칼의 치료를 마치고 나온 자네트를 향해 소리쳐 물었다.
“오스칼 경께서는 무사하세요.”
“오오오!”
“때마침 신성력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이렇게 쓰는군요. 그런데 시기가 절묘하네요? 지난번 왕비마마를 치료해 드리고 난 후에 신성력이 딱 충전된 참이거든요. 노리고 오신 것 같은데요?”
“그, 그럴 리가요.”
지크가 멋쩍은 듯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어쩌다 보니 때가 맞은 거겠죠.”
“그런가요? 노리셔도 상관없어요. 전하를 위한 치료라면 없는 신성력이라도 만들어 내야겠죠.”
“항상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요. 어서 들어가 보셔요.”
“벌써 깨어나셨어요? 오스칼 경?”
“네.”
“역시 대단한 치유 마법이네요.”
지크는 성녀 자네트의 치유 마법의 위력에 감탄하며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오스칼을 만났다.
“전하…!”
지크를 본 오스칼은 아직 기력이 채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침대에서 일어나 무릎부터 꿇었다.
“불충한 신하가 주군을… 뵙습니다.”
“불충하신 줄은 아세요?”
지크의 물음에 오스칼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불충한 걸 아시는 분이 이런 대형 사고를 치셨어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소신을 처형하시어 국가 기강을 바로 잡….”
“기껏 살려놨더니 다시 죽이라고요?”
“…….”
“실망입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었지만, 어쨌거나 지크는 오스칼에게 실망했다는 걸 명백히 밝혔다.
“오스칼 경과 같은 분이 이런 돌발 행동을 하실 줄은 진짜 상상도 못 했네요.”
“그저 죽여 달란….”
“귀엽네요.”
“……?”
“이런 걸 전문 용어로 ‘갭 모에’라고 하던가요?”
갭 모에.
반전 매력을 가리키는 덕후들의 용어였다.
“갭 모에가… 무엇이온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실 것 같던 분이 이런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을 하실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것도 첫사랑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죽여 주시옵소서.”
오스칼의 말은 진심이었다.
모시는 왕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쥐구멍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정말로 죽고만 싶었다.
이런 창피함이라니….
“또 죽이라고 하시네요.”
“전하….”
“3개월 감봉입니다.”
“……!”
“당장 업무에 구멍이 뚫리니까 차마 근신 같은 벌은 못 드리겠고요, 3개월 감봉에 2년간 연봉 동결입니다.”
“하오나 전하….”
“제가 이 세계에 드나드는 마지막 그날까지 제 곁을 떠나지 마세요.”
“……!”
“명령입니다.”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저는 제가 이 세계에 드나드는 동안 오스칼 경의 무한한 충성을 원해요. 그러니까 잔말 말고 돌아와서 뼈 빠지게 일해주세요. 알겠어요?”
“전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번쩍!
지크는 오스칼로부터 무언가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에 눈살을 찌푸렸다.
‘뭐지? 왜 오스칼 경한테서 후광이 뿜어져 나오는 거지?’
그때였다.
호감도 관련 메시지가 떠오르고.
[알림 : 가 발생했습니다!] [알림 : 당신에게 감명 받은 이 각성했습니다!] [알림 : 현 시간부로 이 가 되었습니다!] [알림 : 현 시간부로 이 얻는 경험치의 양이 500% 증가합니다! 은 폭풍 성장할 것입니다!]게이머들 사이에서 여태껏 단 한 번도 보고된 적 없는 희귀한 이벤트인 가 열린 것이다!
***
게임 BNW의 NPC는 이른바 을 통해 인간과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는 고성능 AI였다.
그런 NPC들에게는 한 가지 재미있는 속성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근처의 게이머에 의해 이런저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이었다.
주변에 게이머가 없는 NPC들은 특별히 변화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뿐….
하지만 주변에 게이머를 동료로 둔 NPC들은 타고난 스탯이나 재능을 뛰어넘어 함께 성장하곤 했다.
오스칼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지크를 만난 후 오스칼의 무력은 계속해서 성장해서, 지금은 지크와 맞먹을 정도로 레벨이 많이 오른 상태였다.
왕인 지크의 레벨이 꾸준하게 상승하기에, 주변에 있는 NPC인 오스칼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가 발동된 이상 오스칼의 폭풍 성장은 이미 예고되어 있는 일이었다.
[버닝 NPC]– 이 NPC는 현재 한 상태입니다!
– 이 NPC는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합니다!
– 이 NPC는 500%의 보너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이 NPC는 일정한 성장을 이룩한 후 새로운 클래스를 획득하게 됩니다!
말인즉슨, 지크의 호의-사실은 업무를 떠넘기고 싶음 마음-가 오스칼을 더더욱 성장할 수 있게끔 변화시킨 것이다.
“전하.”
오스칼이 기사의 예로써 지크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이 오스칼, 감히 맹세컨대 전하께 영원하고도 불멸한 충성을 바치는 바입니다.”
“영원하고 불멸한 충성까지는 바라지도 않고요.”
지크가 효과로 인해 붉게 달아오른-게이머들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오스칼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속 안 썩이시면 돼요. 알겠죠?”
“아, 알겠사옵니다.”
“그럼… 이제 쓰레기 사냥을 가볼까요?”
“쓰레기 사냥… 말씀입니까.”
“죽여야죠.”
지크는 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덕분에 오스칼이 가 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아주 고통스럽게.”
“전하.”
“네?”
“소신이… 감히 전하께 부탁 한 가지만 드려도 되겠사옵니까?”
오스칼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지크에게 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