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0
039
사냥 겸 쩔장사는 계속되었다.
지크는 경험치, 파티원들이 몰아주는 빛의 결정과 쩔비를 닥치는 대로 흡입하며 성장을 이룩하는 한편 적지 않은 용돈(?)을 챙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슬슬 지루해.’
뒤에서 디버프 필드만을 설치하고 있노라니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43레벨 달성!] [44레벨 달성!]그러던 중 레벨이 올랐다.
[분발하십시오! 45레벨에 새로운 스킬 습득이 가능합니다!] [새로 배울 스킬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시면 인터페이스의 메뉴를 통해 알아보세요!]그리고 디버프 마스터의 45레벨 스킬에 대한 정보가 해금되었다.
“잠시만.”
지크가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려던 파티원들을 멈춰 세웠다.
“5분만 쉬었다 갈게요. 볼 게 있어서.”
파티원들은 흔쾌히 지크의 제안을 수락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형 준비 다 되시면 말씀해 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헤헤!”
누구도 절대 갑(甲)의 말을 거스를 순 없었다.
‘보자.’
지크 항목을 열어 디버프 마스터의 45레벨 스킬에 대해 알아보았다.
[플라잉 스퍼]타격 계열 스킬.
타깃을 지정한 후 무기를 던져 적을 타격합니다. 던진 무기는 약 5초 간 적을 추격합니다.
스킬 발동 후 무기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스킬은 강타 스킬 두 배의 파괴력을 내며, 타격 거리가 멀어질수록 더욱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이 스킬의 쿨타임은 강타 스킬의 세 배입니다.
디버프 마스터의 45레벨 스킬은 적을 원거리에서 타격하는, 마치 유도탄과 같은 스킬이었다.
‘오.’
안 그래도 원거리 스킬이 하나도 없던 차, 지크의 표정이 밝아졌다.
‘적 추격에 회수까지. 데미지는 강타보다 더 세고. 이거 완전 저격용이잖아.’
쿨타임이 다소 길다는 게 단점이긴 했지만, 주력으로 사용할 스킬은 아니기에 상관없었다.
필요할 때, 원거리에서 딱 한 방.
플라잉 스퍼는 그런 의미를 지니는 스킬이었다.
“갑시다.”
스킬 확인을 마친 지크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스킬의 습득은 언제나 즐거웠다.
“지크 님.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고스란이 그런 지크를 향해 물었다.
“딱히?”
지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갑시다, 사냥.”
1분 1초라도 빨리 45레벨을 찍고 스킬을 사용해보고 싶은 지크였다.
***
다음 날 저녁.
[45레벨 달성!]소호카 유적지의 중심부에서 사냥하던 지크는 마침내 45레벨을 찍고 스킬을 배울 수가 있었다.
짝짝짝!
파티원들이 지크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축하드림돠!”
“형 벌써 45레벨 찍으셨네요? 여기도 금방 졸업하실 듯?”
“크! 렙업 빠른 거 보소? 굿굿!”
파티원 중 누군가 말했다.
“형! 얼른 힘내서 50레벨 가셔야죠! 오늘도 새벽까지 달리죠? 고고!”
불행히도 지크의 생각은 달랐다.
‘한 바퀴만 더 돌고 솔플이다.’
지크는 더는 이 파티를 유지할 생각이 없었다.
요 며칠 지루한 플레이만 계속했더니 폭딜러로서의 본능이 꿈틀대 미쳐버릴 지경이었던 것이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당분간 파티 플레이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니었다.
45레벨의 디버프 마스터.
그 화력을 시험해봐야 했으니까.
***
사건이 벌어진 것은 사냥이 종료되기 약 5분 정도를 남겨놓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콰앙!
파티원 중 하나가 쓰러져 있던 ‘라이트닝 쉐도우’ 몬스터를 향해 거대한 해머를 내리쳤을 때였다.
우지끈!
돌바닥에 균열이 생겼다.
“어?”
파티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
우르르르르르르르르!!
땅이 갑작스레 푹 꺼졌다.
***
“뭐야.”
순간 지크는 까맣게 변한 시야에 당황했다.
[상태 이상!] [당신은 현재 기절한 상태입니다!]갑작스러운 기절.
“땅이 꺼지고 추락했다. 그래서 기절했다. 뭐, 이런 건가?”
지크는 대략적이나마 상황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게임 속 캐릭터가 기절했다고 해서 캡슐 속 게이머까지 정신을 잃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기절 해제까지 앞으로 5초!] [4, 3, 2, 1!] [당신의 캐릭터가 정신을 차렸습니다!]까맣기만 하던 시야가 서서히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으….”
지크는 마치 멀미를 하는 것 같은 느낌에 신음했다.
“여, 여긴 어디지?”
“뭔 일이여….”
“형들 괜찮아요?”
“갑자기 뭡니까?”
파티원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혼란스러워했다.
그때,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소호카 유적지 지하 : 오즈릭 교단의 연구소]도통 알 수 없는 알림창이었다.
“오즈릭 교단?”
BNW의 잔뼈가 굵은 지크조차도 오즈릭 교단이라는 종교는 들어본 적조차 없었으니까.
“설마.”
고스란이 입을 열었다.
“여기… 히든 던전은 아니겠죠?”
그 말은 무척이나 결정적이었다.
“히든… 던전요?”
“설마?”
“대박!”
파티원들이 동요했다.
‘여기가 진짜 히든 던전이라고?’
지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히든 던전이란 말 그대로 숨겨진 던전으로써, 특수한 몬스터와 퀘스트가 등장하는 시크릿 플레이스였다.
‘만약 여기가 히든 던전이라면… 대박이다, 대박.’
지크의 눈이 빛났다.
특수한 몬스터와 퀘스트가 등장하는 만큼, 그에 따른 보상과 득템 역시도 보장되어 있단 말이었으니까.
“이제 어쩌죠?”
고스란이 지크에게 물었다.
“어쩌긴요. 당연히 계속 가야죠.”
“하지만….”
고스란이 망설이는 이유는, 히든 던전은 해당 지역에서 가장 클리어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럼 포기해요?”
지크가 물었다.
“히든 던전을 발견했는데?”
“…….”
“히든 던전을 발견했으면 바로 깨야 돼요. 안 그럼 뺏겨요. 그리고요….”
지크가 고스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파티원들, 다 믿을 수 있겠어요?”
“네?”
“우리가 여기서 그냥 철수하잖아요? 파티원들이 곱게 철수할까요? 나 같음 아는 사람들 데리고 와서 이 던전 독식할 것 같은데.”
“아…!”
고스란은 그제야 지크의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히든 던전은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였다.
막대한 보상이 보장되어 있는 만큼, 발견 즉시 클리어하는 게 최선인 것이다.
“아니면 우리가 철수한 사이에 다른 파티가 올 수도 있고.”
“그러네요. 지크 님 말씀이 맞아요.”
“이럴 때 하는 말이 있죠.”
지크가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못 먹어도 고.”
꿀통을 본 이상 그냥 지나칠 순 없는 노릇이었다.
***
정말 우연찮게 히든 던전을 발견한 파티는 ‘못 먹어도 고’라는 지크의 지론대로 던전 공략을 강행하기로 했다.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득템, 득템을 하자.’
‘히든 던전이면… 이게 돈이 얼마야?’
‘나한테도 이런 날이…!’
사실 다들 반쯤은 꿀을 빨 생각에 눈이 멀어 있기도 했고.
“어?”
그때, 지크가 어두컴컴한 전방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모았다.
“저기 누가 있는데?”
“누가요?”
“사람요.”
그렇게 말하는 지크의 눈은, 약 50미터 전방에 있는 사람을 정확하게 식별해내고 있었다.
“크윽….”
지크가 발견한 사람은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고스란이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려 할 때였다.
“잠깐.”
지크가 고스란을 가로막았다.
“뭘 믿고 가까이 가요?”
“네? 저분이….”
“여기 던전입니다.”
“……!”
“누구도 믿지 마요. 믿을 건 파티원들밖에 없어요.”
“아…!”
고스란이 그제야 지크의 말뜻을 알아들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래, 이곳은 던전.
낯선 이를 조심해야만 한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것이 비록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을지라도.
‘사실 파티원들도 100퍼센트 믿을 순 없지.’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지크는 뉘르부르크 대륙에서 진짜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괜찮으십니까.”
지크가 쓰러진 사람으로부터 약 5미터 거리에 서서 물었다.
“크윽… 자, 자네들은… 누군가….”
“모험가들입니다.”
“모험가들?”
쓰러져 있는 사람의 시선이 지크 일행의 손등에 머물렀다.
손등은 플레이어인 모험가와 NPC인 뉘르부르크인을 구분하는 매우 중요한 인식표였다.
뉘르부르크인들과는 달리 모험가들의 손등에는 시스템을 상징하는 과 을 상징하는 이 새겨져 있었으니까.
“그렇군… 모험가들이로군.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다행이라뇨?”
“나는 수호자들이라는… 비밀 결사의 대원일세… 수호자들의 존재 이유는, 사악한 존재들로부터 이 땅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내는 것….”
“으음.”
“나는 이곳 소호카 유적지에서 악의 씨앗이 꿈틀대고 있단 첩보에 의해 파견된 요원일세… 하지만 우린 실패하고 말았지… 크으윽!!”
쓰러져 있던 남자가 고통에 신음하며 제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거의 다 됐는데… 성공할 뻔했는데, 교단 놈들의 저항이 너무 거세서… 우린 도망칠 수밖에 없었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어. 지금 가면 막을 수 있어. 자, 자네들이… 우리를 대신해 오즈릭 교단의 음모를 저지해줄 수 있겠는가?”
그러자 지크를 포함한 모험가들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지크가 물었다.
“놈들의 연구소를 파괴해야 하네. 남은 다섯 개의 에너지 오브(Orb)를 파괴하고… 배양실에 있는 뱀을… 죽여야 하네. 뱀이 부활하면, 재앙이… 쿨럭!”
쓰러져 있던 남자가 갑작스레 피를 왈칵 토해내더니 힘겹게 말을 이었다.
“어서… 어서 가줄 수 있겠나? 한시가 급해….”
“가겠습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그러자 퀘스트가 발생했다.
[오즈릭 교단 음모 저지]•분류 : 히든 퀘스트
오즈릭 교단의 연구소에서 에너지 오브를 파괴하고,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여 오즈릭 교단의 음모를 저지하라.
•진행률 : 0%
– 에너지 오브 파괴 (0/5)
– 보스 몬스터 처치 (0/1)
•완료 보상 : 보스 몬스터 처치 시 획득 가능
•주의 사항 : 에너지 오브를 제때 파괴하지 못하면, 보스 몬스터가 더욱 강해집니다.
지크를 포함한 파티원 전원에게 뜬 퀘스트였다.
“정말인가…? 그래 주겠어?”
“물론입니다.”
“고, 고맙네. 정말 고마워… 쿨럭!”
쓰러져 있던 남자가 또다시 피를 토해내었다.
“조심하게… 오즈릭 교단 놈들은 강해. 또 사악하지….”
“명심하겠습니다.”
“부디… 행운을 비네. 자네들의 성공을….”
그게 쓰러져 있던 남자의 유언이었다.
털썩.
남자가 허물어졌다.
“지, 지크 님!”
“아뇨.”
놀란 고스란의 외침에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단검이 가슴에 박혔고 내장이 다 흘러나왔어요. 랭커급 힐러가 아니면 절대로 못 살렸을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밖에는 없어요.”
지크는 답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빨리….”
바로 그때였다.
“저기 있다!”
“잡아라!”
“놈들을 죽여라!”
저 멀리서 수없이 많은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횃불을 들고 나타난 그들은, 하나같이 시커먼 로브에 높은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기괴한 모양의 가면으로 자신들의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오즈릭 교단의 교도들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