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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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카르트 황제가 살짝 언급한 에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썩은 피의 정수]바이러스가 담긴 구슬.
•타입 : 소모품(핵)
•등급 : 전설
•가격 : 10만 골드~
•주의 사항 : 자칫 정수가 깨지면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퍼져나갈 수 있으므로, 취급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는 지크가 를 처치하고 획득한 아이템으로써, 생물학적 병기라고 할 수 있었다.
예컨대, 지크가 작정하고 를 우물에 풀기라도 하면 한 도시가 구울로 뒤덮이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잠깐!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지크는 에 대한 정보보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경악했다.
어떻게 NPC인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가 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걸까?
그런 지크의 놀라움을 읽기라도 했던 걸까?
“놀랄 것 없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살짝 미소 띤 얼굴로 지크에게 말했다.
“그대에게 썩은 피의 정수가 있다는 건 이미 공개된 사실이 아닌가.”
“예?”
“그대의 세상에서 이미 공개한 것으로 아는데.”
그 순간.
‘아! 지튜브!’
지크는 를 클리어할 당시 채형석의 더러운 짓거리를 까발리기 위해 영상을 지튜브에 업로드한 적이 있었다.
즉, 슈트카르트 황제는 NPC 주제에 게임 속 세상이 아닌 현실에까지 눈과 귀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세계 최고의 권력자였다.
게이머들의 세계에까지 정보원을 둘 줄이야….
“더불어 그대에게 백신과 치료제까지 있는 것도 안다.”
“그러하옵니다, 황제 폐하.”
“단언컨대, 매우 요긴하게 쓰일 일이 있을 것이다. 짐의 생각으로는 몇 시간 후가 될 것 같은데.”
“예?”
“이야기가 길었다. 그럼, 짐은 이만.”
슈트카르트 황제는 슬쩍 연회장을 돌아보더니 단상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헉!’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를 따라 연회장을 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 쳐다보고 있잖아!!!’
연회장에 모인 거의 모든 군주들이 지크와 슈트카르트 황제가 대화를 나누는 걸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세계 최고의 권력자와 세계 최고의 약소국 왕이 어떠한 대화를 나누는지 매우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음!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황제의 총애를 받는 모양이로군!’
‘무언가 있다! 무언가 있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와 친하게 지내야겠군. 황제와 친분이 있는 자를 무시할 순 없지.’
군주들은 황제가 지크를 총애하고, 서로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 지크를 대할 때 조심스럽게, 또 친근하게 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권력자인 슈트카르트 황제의 총애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 것만으로도 지크의 인지도가 한순간에 확! 올라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인지도 상승은 새로운 칭호를 획득하게 해주었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새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새로운 칭호를 획득했다는 알림창이 떠오르던 순간.
‘아,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
지크는 속으로 절규했다.
***
‘으악! 으아아아아악!’
차마 가 진행되는 연회장에서, 무려 슈트카르트 황제의 연설이 시작되기 직전에 비명을 지를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읍! 읍읍!”
지크는 또 어떤 부정적이고 구질구질한 칭호를 획득할지 몰라 터져 나오는 절규를 애써 참으며, 새로운 칭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알림 :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다행스럽게도, 새롭게 얻은 칭호는 그리 부정적인 뉘앙스는 아니었다.
물론 이란 명칭 자체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없잖아 있긴 했지만 말이다.
칭호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인맥왕]인맥이 출중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각계각층의 거물들과 친분을 많이 쌓으면 얻을 수 있다.
•타입 : 칭호
•등급 : 유니크
•효과
– NPC로부터 얻는 기본 호감도 +200
– NPC가 함부로 대하지 못할 확률 +20%
– 각 도시 치안대장에게 식사 신청 시 99% 확률로 성공.
– 각 도시 치안대장에게 사우나를 가자고 신청할 시 99% 확률로 성공.
– 각 도시 치안대장에게 유흥을 즐기자고 신청할 시 99% 확률로 성공.
– 각 도시 치안대장과 밥도 먹고 사우나도 가고 유흥도 즐길 시 웬만한 범죄는 은근슬쩍 넘어갈 확률 +99%
•주의 사항 : 이 칭호를 남발하면 부정적인 칭호를 획득하게 됩니다!
은 왠지 모르게 라고 외쳐야 할 것 같은 칭호였다.
‘엄청 구리진 않네.’
지크는 언젠가 칭호의 효과를 사용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며,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이어 의 의장인 슈트카르트 황제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올해도 이렇게 모이게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남은 시간 동안 좋은 시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상.”
슈트카르트 황제의 연설은 그 어떤 군주의 것보다 짧고 간결했다.
‘…귀찮았네.’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가 연설을 귀찮아한다고 생각했다.
***
황제의 연설이 끝나자 연회가 시작되었다.
연회장에는 이 세계의 모든 산해진미가 뷔페식으로 주르륵 깔렸는데,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이 직접 요리를 만들어 선보이는 시스템이었다.
세계 각지의 군주들은 평민은 평생 입에 대보지도 못할 음식들, 그리고 한 잔에 수억 원어치의 와인과 샴페인을 즐기며 서로 어울렸다.
‘도대체 이 행사 하나에 얼마를 퍼붓는 거야?’
지크는 한낱 저녁 식사에 투입된 예산이 천문학적인 액수라는 걸 깨닫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돈지랄 오지네. 이럴 돈 있으면 빈민들한테 곡식이나 나눠줄 것이지.’
지크는 이 호화로운 연회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치를 즐기는 것까지는 좋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싶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평소에도 잘 먹고 잘사는 군주들이 굳이 이런 자리에서까지 돈지랄을 해야 했을까?
‘니들 돈이지 내 돈이냐.’
지크는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며 오스칼을 향해 다가갔다.
“오스칼 경.”
“예, 전하.”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스칼의 뺨은 시뻘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복수할 겁니다.”
“전하. 소신 때문에 심기 불편해하지 마소서.”
“싫은데요.”
“전하!”
“저는 내 사람 건드리는 건 절대 용서 안 합니다.”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언젠가 크게 엿 먹여줄 거니까, 말리지 마요.”
“전하….”
“오스칼 경의 뺨을 친 건 군주인 제 뺨을 친 거나 똑같으니까요.”
지크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수행 기사는 왕의 대리인.
그런 오스칼의 뺨을 쳤다는 건 군주인 지크를 개무시한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야. 괜찮냐. 기분 풀어.”
그때, 타이칸이 다가와 지크를 위로했다.
“저 인간 예전부터 성질 개 같기로 유명했어.”
“남 일에 신경 꺼라.”
“설마 복수할 건 아니지?”
“할 건데?”
“너 그러다….”
“남 일에 신경 끄세요.”
지크는 타이칸에게 냉랭하게 쏘아붙이고는 접시를 들고 음식을 가지러 갔다.
그런데.
“지크프리트 국왕. 아까는 괜찮았소? 기분 푸시오.”
“초면이오. 나를 아시겠소?”
몇몇 군주들이 지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고, 또 건배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슈트카르트 황제와는 무슨 사이요? 슈트카르트 황제가 그대를 매우 총애하는 것 같던데 말이오.”
군주들은 지크와 슈트카르트 황제의 관계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다.
‘사, 사실 별로 안 친한데?’
지크는 군주들의 오해 아닌 오해에 당황했지만, 적당한 핑계를 대었다.
“별거 아닙니다. 그저 세계 최빈국이자 약소국 중의 약소국의 왕인 저를 불쌍하게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자비를 베푸신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럴 리가 있겠소? 슈트카르트 황제는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오. 그대와 뭔가 각별한 사이가 아니고서야….”
“저도 황제 폐하와 각별한 사이가 되고 싶지만, 사실이 아닌 걸 어쩌겠습니까. 하하하….”
군주들은 지크와 슈트카르트 황제 사이의 어떠한 은밀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당연히 원하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왜?
‘나 진짜 안 친하다고!’
지크와 슈트카르트 황제가 아무런 사이가 아닌 게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군주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으음! 아무래도 뭔가 비밀이….”
“크흐음! 거 좀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서….”
“하긴. 쉽사리 말할 수 없겠지. 이해하오.”
군주들은 지크와 슈트카르트 황제가 뭔가 각별한 사이라고 제멋대로 오해해 버리고는, 각자의 자리를 찾아 떠났다.
“…어이가 없네.”
지크는 그런 군주들의 행동에 매우 어이가 없었지만, 굳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는 않았다.
멋대로 오해하게끔 내버려 두는 게 오히려 지크에게는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괜찮소?”
그때, 누군가 지크에게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나는 에펠론 왕국의 국왕 포르트문트 반 아이작이라고 하오.”
“아?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입니다.”
“그대도 알다시피 저자와 수년째 대립하고 있지.”
포르트문트 국왕이 저 멀리 조지 3세를 가리켰다.
“아주 개 같은 자요. 전쟁광에 주변 약소국들에 서슴없이 갑질을 일삼곤 하지.”
“그러셨군요.”
“거의 반 폭군이나 다름없는 자이니, 지크프리트 국왕께선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시오. 본국 또한 저자로 인해 크게 고통을 받고 있다오.”
동병상련의 기분 때문일까?
조지 3세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포르트문트 국왕은 지크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처럼 저자와 수년째 영토 분쟁으로 전쟁을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오.”
“마음고생이 심하시겠습니다.”
“내 마음고생이야 왕으로서 당연하다지만, 문제는 백성들 아니겠소? 심심하면 소규모 교전이 벌어지는 통에 헤매다 수없이 많은 본국의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 죽어가고 있다오.”
“아….”
“저 개차반의 욕심에 본국의 젊은이들이 매년 죽어 나가고 있으니… 저자는 분명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오. 내 장담할 수 있소. 어느 군주가 죽어서 지옥에 안 가겠느냐마는….”
지크는 이라는 포르트문트 국왕의 말에 섬뜩함을 느꼈다.
‘하긴….’
그때였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시오.”
“포르트문트 국왕 전하께서도 좋은 시간 되시기를.”
지크는 포르트문트 국왕을 향해 살짝 목례를 해 보였다.
‘힘들어 보이네.’
그런 포르트문트 국왕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축 처져 보여서, 측은해 보일 지경이었다.
***
연회가 끝난 후.
군주들은 다시금 자신의 자리에 앉았고, 다음 행사가 진행되었다.
“신사 숙녀 군주 여러분. 연회는 만족스럽게 즐기셨는지요? 지금부터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행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지크는 문득 의아했다.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뭐 좋은 행사라도 하는 건가?’
기본적으로 콧대 높고 오만한 군주들이 기다리고 기다릴 정도면, 무언가 꽤 재미있는 행사가 열릴 것 같았다.
‘뭐지?’
지크가 궁금해할 무렵.
“자! 그럼 지금부터! 군주의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고 보니 군주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행사란 세계 각 지도자 간의 경매인 모양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