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07
406
지크는 잘 몰랐지만 는 에서도 꽤 인기가 높은 행사였다.
평소에는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든 군주들이 모여 각자 가진 물건을 경매에 부친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행사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참가자들이 최소 한 나라의 지도자들이니만큼, 가진 물건들 역시 매우 값진 것들이기 마련이었다.
군주의 품격과 체통이 있는 이상 굉장한 물건이 아니면 애초에 가져오지도 않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에 가장 먼저 붙여진 물건 역시도 매우 값진 거였다.
“나 코린트 왕국의 국왕 헬리오스는 이것을 경매에 부치려 하오!”
헬리오스 국왕이 자신이 가져온 물건을 공개했다.
“오오!”
“오오오!”
“맙소사! 저건 사야 한다!”
“저런 귀중한 물건이!”
그러자 군주들이 환호했다.
지크가 을 통해 본 결과 헬리오스 국왕이 공개한 물건은 다음과 같았다.
[제왕의 금관]드워프의 금속 제련 기술과 세공 기술이 집약된 왕관.
매우 화려한 것으로, 뉘르부르크 대륙의 군주라면 누구나가 가지고 싶어 하는 사치품 중 하나이다.
•타입 : 방어구(투구)
•등급 : 유니크
•착용 제한 : 군주 미만 착용 불가
•효과
– 위엄 +100
– 멋 +100
– 군주들로부터 부러움 +200
사실 헬리오스 국왕이 내민 은 전혀 실용성이 없는, 말 그대로 사치품에 불과했다.
지크의 시각에서 보자면 그저 금으로 된 왕관에 각종 보석을 떡칠해 놓은 돈지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군주들은 달랐다.
“15만 골드 내겠소!”
“아니! 15만 5천 골드 부르겠소!”
“껄껄! 다 닥치시오! 20만 골드 부르겠소!”
“30만 골드!”
을 본 군주들은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금액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리치며 입찰에 나섰다.
‘야 이 미친놈들아! 저걸 그 돈 주고 사겠다는 거냐!!! 그럴 거면 나 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
지크는 그런 군주들의 돈지랄에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군주들은 게이머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거금-게이머가 개인사업자라면 군주들은 거대 기업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을 가지고 돈지랄을 해대고 있었다.
“제왕의 금관이 39만 8천 골드에 낙찰되었습니다!”
그리고 은 끝내 39만 8천 골드라는 말 같지도 않은 금액에 강대국의 어느 왕에게 낙찰되었다.
“껄껄껄! 역시 군주의 경매로군! 이런 훌륭한 왕관을 손에 넣게 되다니!”
을 낙찰받은 왕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껄껄대며 기뻐했다.
‘저 한심한 새끼. 그 돈 있으면 굶주린 백성들이나 도우라고.’
지크는 그 왕을 보고 혀를 끌끌 찼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임 속 왕들과 지크는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하는 게 달랐기에, 누구의 가치관이 더 옳은지 따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왕들에게는 왕들만의 어떠한 가치관이나 취향 같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에 나온 물건들은 지크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화이트 드래곤의 갈기로 만든 망토.
과거 이름을 날렸던 전사들의 뼈로 만들어진 옥좌.
득남 확률을 올려주는 팬티.
그냥 멋있게 생긴 지휘봉 등등….
‘저 쓰레기들을 저런 돈 주고 사느니 강화에 꼬라박는 게 낫겠다.’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는 구세대 비행선의 설계도를 팔겠소!”
“에너지 시스템의 설계도를 팔도록 하지!”
“연금술에 관련된 서책 200권을 팔겠소!”
꽤 가치가 있는 물건들 역시도 거래가 되긴 했다.
각국의 사정에 따라 반응이 조금씩 틀리기는 했지만, 오직 왕들만이 거래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것들도 경매에 부쳐지고 낙찰이 되곤 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저는 이것을 경매에 부치도록 하겠습니다.”
웬 약소국-그래 봐야 프로아보다는 강대국으로 평가받는-의 왕이 매우 매력적인 물건 하나를 경매에 부쳤다.
그 물건의 정체는….
“오!”
“저건 U등급 마정석이 아닌가!”
“저런 귀한걸!”
세계급 무기의 재료가 되는 이었다.
***
무려 이 경매에 부쳐졌을 때.
‘저, 저건 사야 해!!!’
지크는 처음으로 구매 욕구를 느꼈다.
은 매우 희귀한 물건으로, 뉘르부르크 대륙을 통틀어 50개도 채 되지 않았다.
또,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거의 무한한 에너지를 품은 은 거대한 도시 하나의 에너지를 영원에 가깝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이었다.
현실로 따지면 원자력 발전소라고나 할까?
세계급 무기의 재료가 되는 의 가치는 국가적 단위였던 것이다.
그래서 가격 또한 비쌌다.
“100만 골드!”
“150만 골드!”
“500만 골드!”
“에잇! 700만 골드!”
“1,200만 골드 부르지!”
군주들은 이 경매에 부쳐지자마자 지크로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엄청난 가격을 부르며 입찰에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그것도 싼 거였다.
하나면 수도에 거의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었으므로, 따로 유지비가 들지 않았다.
지금 당장 몇천만 골드를 투자해서 을 구매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이득인 것이다.
“…난 못 사네.”
지크는 의 입찰을 포기했다.
비싸도 너무 비쌌다.
지크와 프로아 왕국의 경제력으로 을 구매하는 건 불가능했다.
물론 프로아 왕국의 국고를 털면 살 수야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랏돈이 아니던가?
지크가 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오직 세계급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서지 프로아 왕국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게다가 프로아 왕국의 수도 프로이센에는 커다란 마정석 광산-지크가 곡괭이질을 하다 발견한 그 광산이 맞다-이 하나 있었으므로, 딱히 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지크 개인의 돈을 사용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쌌다.
개인이 항공 모함을 살 수 없는 것처럼, 지크가 가진 돈으로는 국가 단위의 물건을 구매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의 입찰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군침을 꼴깍 삼키며 가만히 경매를 지켜보았다.
그 결과.
“4,500만 골드에 사지! 이 이상은 무리라는 걸 알고는 있겠지!”
“U등급 마정석은 조지 3세 전하께 낙찰되었음을 알립니다!”
공교롭게도, 은 조지 3세가 낙찰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지크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 생각은 바로….
‘훔치자!’
도둑질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 거면 몰라도 저 새끼 건 훔칠 수 있을 것 같아.’
지크는 이제는 조지 3세의 것이 된 을 훔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안 그래도 아까 벌어진 일에 대해 톡톡히 복수해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차에 4,500만 골드짜리 을 훔친다면 충분히 되갚아준 격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너 딱 기다려. 내가 그거 훔칠 테니까.’
지크가 저 멀리 조지 3세를 바라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던 때였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예?”
“혹시 경매에 부치실 물건 없으십니까?”
“어… 그게….”
지크는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뭘 팔지?’
지크는 딱히 팔 게 없었다.
지크에게 군주들이 탐낼 만한 물건이 뭐가 있을까?
크로매틱 드래곤의 두개골로 만든 옥좌가 있긴 했지만, 그걸 팔면 지크는 어전 회의를 서서 진행해야 했다.
지크도 꼴에 왕이랍시고(?) 크로매틱 드래곤의 두개골로 만든 옥좌는 팔기가 싫었다.
‘아! 그린 드래곤의 옥좌라도 팔까?’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썩은 피의 정수를 잘 활용하면 복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슈트카르트 황제가 은근슬쩍 지크의 곁을 스치며 한마디를 툭! 하고 던졌다.
‘어?’
그 순간 지크의 뇌리에도 좋은 생각이 스쳤다.
‘그러면 되겠네?’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경매에 부치실 물건이 있으십니까?”
“한 세 개 정도 되는데… 다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그럼 경매에 부치겠습니다.”
지크는 곧장 단상으로 향했다.
***
“일단 제가 팔 물건은… 이겁니다.”
지크가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그린 드래곤의 두개골로 만든 옥좌를 군주들에게 보여주었다.
“……!”
“……!”
“……!”
그러자 군주들의 눈이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왜?
드래곤의 두개골로 만든 옥좌는 무척이나 희귀했으니까.
성체 드래곤은 사냥이 아예 불가능한 존재였고, 어린 드래곤은 사냥은 가능하지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나마도 두개골을 통으로 옥좌로 만드는 경우는 무척이나 드물었다.
그래서일까?
“내가 사겠소! 내가!”
“얼마면 되오!”
“저건 꼭 사야 하오!”
“얼마요! 얼마!”
그린 드래곤의 옥좌를 본 군주들은 눈이 뒤집힌 채 전투적으로 입찰에 도전했다.
‘어라? 나한테는 필요 없는 건데. 돈이 꽤 되겠네?’
덕분에 지크는 안 쓰는 헌 옥좌를 팔아 거의 500만 골드라는 거금을 챙길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지크가 진짜로 경매에 부칠 물건은 이지 결코 그린 드래곤의 옥좌가 아니었다.
“제가 다음으로 경매에 부칠 물건은… 바로 이것입니다. 썩은 피의 정수라는 물건이지요.”
지크가 가 담긴 유리병을 단상 위에 올려놓았다.
“도대체 그게 뭐 하는 물건이오?”
한 왕이 지크에게 물었다.
그러자 지크가 대답했다.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가 담긴 정수입니다.”
지크가 대답을 마치던 순간.
“……!”
“……!”
“……!”
군주들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뭐야? 왜들 저래?’
지크는 그런 군주들의 반응에 당황했다.
‘이게 좀 무서운 거긴 한데 저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지크의 머리로는 군주들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크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는 과거 한 왕국을 멸망시켰던 무시무시한 것으로, 치료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즉, 게이머인 지크의 입장에서는 딱히 감흥이 없는 가 NPC인 군주들에게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생물학적 병기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일까?
“잠깐!”
조지 3세가 버럭 소리쳤다.
“본 조지 3세는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바요!!!”
조지 3세가 지크를 가리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감히 부패의 저주가 담긴 썩은 피의 정수를 보유하고 있다니! 이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오! 세계평화회의는 프로아 왕국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대량 살상 무기 사찰을 진행해야 하오! 저런 무시무시한 생물학적 병기를 가지고 있다니! 본인은 프로아 왕국이 무언가 사악한 생체 실험이나 흑마법을 통해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오!”
조지 3세는 지크와 프로아 왕국에 프레임을 씌우며 맹렬히 비난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옳소!”
“저런 무시무시한 걸 가지고 있다니! 당장 압수해야 하오!”
“프로아 왕국 전체를 뒤집어엎어야 하오!”
지크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몇몇 군주들 역시 조지 3세를 따라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보시오! 슈트카르트 황제! 부디 한 말씀 부탁하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지금 대량 살상 무기를 경매에 붙이지 않았소이까! 세계평화회의 의장으로써 의무를 다해 주시기를 바라오!”
조지 3세가 슈트카르트 황제를 향해 애원하듯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슈트카르트 황제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썩은 피의 정수를 본 경매에서 판매하는 걸 승인한다.”
그러자 조지 3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