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08
407
“아니!!!”
조지 3세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발언을 좀처럼 믿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보시오! 슈트카르트 황제! 지금 저 모험가가 대량 살상 무기를 경매에 부치질 않았소이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하고 싶은 말이 뭐냐니! 저 모험가가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프로아 왕국이 사실상 사악한 생체 실험과 흑마법을 일삼는 악의 축이라는 증거가 아니겠소?”
“그래서?”
“그래서라니! 슈트카르트 황제께서는 마땅히 당장 저 모험가를 국제법에 의거하여 체포 구금하고 프로아 왕국에 대한 강도 높은 사찰을 실시해야 할 것이오!”
조지 3세는 평소의 그 다혈질적인 성질머리를 못 버린 채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세계평화회의의 주된 목적이 무엇이오? 세계를 경영하는 우리 군주들이 모여 세계 평화를 도모하자는 거 아니오? 슈트카르트 황제! 세계평화회의의 의장으로서 의무를 다하시오!”
그 순간.
‘저, 저건 좀….’
‘너무 막 나가는 거 같은데?’
‘쟤 오늘 뭐 잘못 먹었나?’
조지 3세를 지켜보던 군주들은 이건 좀 아니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평소 조지 3세가 왕들 사이에서도 성질머리가 개 같기로 유명하긴 했지만, 오늘은 좀 심하다 싶었다.
상대가 누구인가?
무려 황제였다.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세계 최강대국 마우레키온 제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조지 3세.”
그때, 슈트카르트 황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오.”
“짐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그, 그건 아니오!”
“그럼 그대가 의장 하지 그러나?”
슈트카르트 황제의 말이 떨어지던 순간.
‘아뿔싸! X됐다!’
조지 3세는 그제야 자신이 너무 나갔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 이제부터 국제 평화 기금도 짐만큼 내고, 세계 평화 유지군도 짐 대신에 병력을 내고, 구호 기금도 짐이 냈던 걸 대신 내면 되겠군.”
“헉!”
조지 3세의 눈이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세계평화회의의 의장은 결코 만만한 자리가 아니었다.
.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명대사처럼 세계평화회의의 의장인 슈트카르트 황제가 진 책임과 의무는 막중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커다란 게 바로 돈이었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매년 에 기부하는 금액은 제아무리 강대국의 왕인 조지 3세라 할지라도 감당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액수였다.
오죽하면 마우레키온 제국의 한 해 예산이 나머지 모든 국가들을 합친 것보다 2~3배는 많다고들 하겠는가?
“조지 3세.”
“마, 말씀하시오.”
“요즘 좀 근질거리는 모양이지?”
“아니오! 절대 아니오!”
“정당하게 의견을 내는 건 좋다. 하지만 선을 넘으면 곤란하지 않겠나? 내가 누구인지 잊었나?”
“미, 미안하오….”
조지 3세는 이번에도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굴복하고 말았다.
‘빌어먹을! 국력 차이가 30배가 넘으니 어떻게 해볼 수도 없고!’
강함은 상대적이라고 했던가?
강대국의 왕 조지 3세조차도 슈트카르트 황제의 앞에서는 일개 약자일 뿐이었다.
“예의를 갖추고 의견을 제시하라.”
“아, 알겠소.”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대량 살상 무기를 경매에 부친 게 심기가 불편한 건가?”
“그렇소.”
“몇몇 이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군.”
슈트카르트 황제가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말했다.
“하지만 프로아 왕국을 살펴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 썩은 피의 정수는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차원의 대균열을 정복하고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황제 폐하! 나이스! 딸랑딸랑!’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를 향해 넙죽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이런 든든한 지원이라니?
대놓고 말하고 있지 않았을 뿐이지, 슈트카르트 황제는 지크를 이래저래 많이 도와주고 있었다.
“우연찮게 얻은 걸 군주의 경매에 부치는데 무슨 수로 탓하겠는가? 억울하면 그대들도 차원의 대균열에 기사들을 파견하면 될 일이다. 정당히 얻은 물건을 가지고 대량 살상 무기니, 악의 축이니 운운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군. 안 그런가?”
슈트카르트 황제가 군주들을 향해 물었다.
“그렇소이다.”
“듣고 보니 슈트카르트 황제의 말씀이 옳구려.”
“그대의 의견을 적극 지지하는 바요.”
군주들은 슈트카르트 황제의 발언에 적극 동의를 표시했다.
“그리고 정 두려우면 자금을 투자해서 치료제를 개발하면 될 일이 아닌가?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가 아무리 무섭다고 한들, 현재의 발전한 기술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텐데?”
슈트카르트 황제의 말에 군주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단지 속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그게 한두 푼 드는 일이오?’
‘캬악! 퉤! 지금 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냐!’
‘누구는 치료제 안 개발하고 싶어서 그러냐? 돈이 없으니까 그렇지?’
‘저거 치료제 개발하려면 한 해 예산 중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데….’
군주들은 속으로 슈트카르트 황제의 돈 자랑 아닌 돈 자랑을 욕하며,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왜?
괜히 토를 달아봤자 미움만 살 테니까.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예, 황제 폐하.”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를 돌아보며 말했다.
“경매를 계속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렇게 지크는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가 담긴 를 에 붙일 수가 있게 되었다.
***
에 붙여진 는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4,000만 골드!”
“4,100만 골드!”
“나는 5,000만 골드 부르겠소!”
“망할! 5,300만 골드 부르지!”
군주들은 를 구매하기 위해 눈이 시뻘게져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아무렇지도 않게 불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군주들의 입장에서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에 퍼진다면, 그 뒷감당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치료제를 개발하느라 예산을 퍼붓느니 아예 를 구매해서 다른 국가에게 압박을 가하는 게 나았다.
게다가 를 가지고 있으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매우 유리하기도 했고.
그건 조지 3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안 그래도 적이 많은 조지 3세는 매우 전투적으로 를 구매하기 위해 애썼다.
“망할! 6,300만 골드 부르겠소!”
조지 3세는 무려 6,300만 골드라는 엄청난 액수를 부르며 의 구매에 나섰다.
나라 전체가 구울 밭이 되어 폭삭 망하느니 미리 돈을 쓰는 게 100배 1,000배 나은 일 아니겠는가?
그러던 중.
“…….”
포르트문트 국왕의 얼굴은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만 갔다.
조지 3세가 큰 금액을 부르면 부를수록, 포르트문트 국왕의 얼굴은 더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조지 3세가 를 구매하는 데 성공한다면, 포르트문트 국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순식간에 구울 밭이 되어버릴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입찰에 나설 수도 없었다.
포르트문트 국왕은 를 입찰할 만큼의 돈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7,000만 골드! 그 이상은 나도 못 부르겠소! 빌어먹을! 이 정도 돈이면 차라리 치료제 개발에 투자하는 게 낫겠지!”
경매는 조지 3세가 무려 7,000만 골드라는 역대급 가격을 부름으로써 그 끝을 맺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께서 붙이신 썩은 피의 정수가 7,000만 골드에 조지 3세 전하께 낙찰되었습니다!”
그렇게 는 지크로부터 조지 3세에게로 넘어가게 되었다.
“아….”
그 모습을 본 포르트문트 국왕의 얼굴이 샛노래졌다.
끝이었다.
를 손에 넣은 조지 3세가 국경 근처에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를 푸는 순간 포르트문트 국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구울 밭이 되어 멸망할 테니까.
그건 다른 군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젠장!’
‘저걸 가지고 또 얼마나 발광을 할지 감히 짐작조차 안 가는군.’
‘빠르게 외교사절단을 파견해 저 자식의 비위를 맞춰야겠어.’
‘하필 저게 조지 3세 자식한테 넘어갈 줄이야.’
비록 엄청난 돈을 쓰기는 했지만, 를 손에 넣은 조지 3세는 결코 손해 본 장사를 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이득이었다.
조지 3세는 를 얻음으로써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더 커졌으며, 자신과 사이가 나쁜 국가들에게 치료제 개발을 강제할 수가 있게 되었다.
는 무시무시한 생화학 병기의 역할과 주변국들의 지출을 늘리게 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아아!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포르트문트 국왕은 탄식했다.
“저 폭군의 손에 저런 무시무시한 물건이 들어가다니… 이제 내 조국은….”
그러거나 말거나.
“크핫핫핫! 다들 구울 맛 좀 보게 될 것이오! 크흐흐흐흐!”
조지 3세는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의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기 힘든 군주들에게 한껏 으스대며 좋아하고 있었다.
“좋~단다.”
지크는 그런 조지 3세를 바라보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쓰레기 같을까?
하는 짓을 보고 있으면 강대국의 군주가 아닌 일개 시정잡배를 보는 기분이었다.
부와 명예와 인성이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좋은 예라고나 할까?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그때, 경매를 진행하던 담당자가 지크에게 물었다.
“여기서 경매를 끝마치시겠습니까? 아니면….”
“아직 남았습니다.”
지크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예.”
“어떤 물건을 파시겠습니까?”
“저는….”
지크가 비열한 표정을 지으며 진행자의 물음에 답했다.
***
지크가 진행하는 는 를 파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존엄하신 군주 여러분!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께서 마지막으로 경매에 부칠 물건이 있다고 하십시다!”
그러자 군주들의 시선이 일제히 단상 위에 선 지크에게로 쏠렸다.
지크가 조금 전 를 판매한 이상, 어떤 물건이 경매에 부쳐질지 내심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께서는 이 두 개의 포션을 판매하기로 하셨습니다!”
경매 진행자가 지크가 출품한 두 개의 포션을 군주들에게 보여주었다.
“그게 도대체 무엇에 쓰는 포션들이오?”
어느 왕이 크게 소리쳐 지크에게 물었다.
“이 포션들은….”
그러자 지크가 대답했다.
“각각 Ⅰ형 엘릭서, 그리고 Ⅱ형 엘릭서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무엇에 쓰는 물건들이오?”
“Ⅰ형 엘릭서는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의 백신입니다. 그리고 Ⅱ형 엘릭서는 치료제입니다. 저는 이 포션들을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싶습니다. 한정된 수량은 없습니다. 이미 본국에 많은 양의 백신과 치료제를 복제해 두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해 가시면 됩니다.”
지크의 그 말이 떨어지던 순간.
“지크프리트!!! 야 이 양아치 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조지 3세가 지크를 향해 쌍욕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