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10
409
지크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은 다음과 같았다.
[어진 군주를 위한 선의]성군의 자질을 가진 포르트문트 국왕에게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를 공급해 호의를 베풀자.
•타입 : 투자 퀘스트
•진행률 : 0%(0/2)
•보상 : ?
•참고 :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훗날 큰 행운으로 돌아옵니다!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은 퀘스트창이었다.
보상은 없었다.
단지 훗날 큰 행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크는 이 퀘스트를 깨면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퀘스트창 때문이 아니었다.
우웅!
양쪽 귀에 한 개씩 착용한 귀걸이.
인 들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어?’
촉이 왔다.
뭔가 큰 행운이 올 것이라는 징조가 매우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포르트문트 국왕님.”
지크는 다시금 포르트문트 국왕을 부축해 조심스레 일으켜 주었다.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게 뭡니까? 피가 흐릅니다.”
지크는 품속에서 손수건까지 꺼내 포르트문트 국왕의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고, 포션까지 발라주었다.
“옥체를 훼손하시면 어떡합니까? 포르트문트 국왕님만을 바라보는 백성들이 한둘입니까?”
“하지만….”
포르트문트 국왕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대가 내 청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소. 나는 그저 진심을 보이고 싶었을 따름이오. 내 몸뚱이가 뭐 그리 잘났다고 사리겠소?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팔이며 다리며 못 자르겠소이까? 나는 왕이요. 만백성 위에 군림하는 자로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만 하오.”
포르트문트 국왕은 누구와는 참 달랐다.
어디 사는 누구는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사치를 부리고, 황당무계한 돈지랄로 국고를 탈탈 털었으며, 스스로 품위 없고 막 나가는 행동으로 국가의 위신과 신뢰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국제 사회에서의 외교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건 덤이었다.
그런 조지 3세에 비해 포르트문트 국왕은 비록 힘은 없지만 백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왕으로서 한낱 약소국의 왕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바닥에 찍으면서까지 백신과 치료제를 구걸하고 있었다.
조지 3세에게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런 사람은 도와줘야지.’
지크는 굳이 퀘스트가 아니라 포르트문트 국왕의 모습이 존경스러워서라도 백신과 치료제를 공짜로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포르트문트 국왕님.”
“말씀하시오. 지크프리트 국왕.”
“백신과 치료제를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알림 : 보상은 훗날 큰 행운으로 되돌려 받게 될 것입니다!]지크는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슬쩍 무시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그것이 정말이오?”
“예.”
“고맙소! 정말 고맙소! 내 적게나마 매달 갚으리다!”
“아뇨.”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백신과 치료제는 공짜로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고, 공짜?!”
“저는 이미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사실 저와 동맹 관계의 국가들에도 백신과 치료제를 이미 공급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포르트문트 국왕님께도 무료로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
“포르트문트 국왕님이 제게 이렇듯 사정하시게 된 이유도 조지 3세에게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를 팔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만약 지크가 조지 3세에게 부패의 저주 바이러스를 팔지 않았더라면, 포르트문트 국왕은 이렇게 빌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대가 내 사정을 봐서 조지 3세에게 바이러스를 팔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소? 그건 그대의 이익이오. 안면도 없는 나 때문에 그대의 이익을 포기할 수는 없겠지.”
“그건 그렇습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포르트문트 국왕님께서는 어진 왕이십니다. 그런 분을 더더욱 곤경에 처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 마음이 안 좋거든요.”
“나는 결코 어진 왕이라고 할 수가 없소. 그리고 본국에는 어진 왕보다 유능한 왕이 필요하오. 이 오랜 분쟁을 끝낼 유능한 왕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 잘될 것입니다. 일단은 백신과 치료제를 받으시고, 한시름 놓으시죠.”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포르트문트 국왕을 다독여 주었다.
“제가 본국에 연락을 넣어 백신과 치료제를 바로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고맙소! 너무나도 고맙소! 내 이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오!”
그 순간.
‘제발 잊지 말아 주십쇼. 하하하.’
지크는 훗날 되돌아온다는 큰 행운을 떠올리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포르트문트 국왕이 어떻게 은혜를 갚을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큰 행운으로 되돌아온다니 꽤 괜찮은 투자였다.
지크는 이미 많은 돈을 벌었으므로, 이까짓 백신과 치료제를 무료로 준다고 해도 결코 손해라고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잘 추스르시고 들어가시죠.”
“고맙소. 이 은혜는 반드시 갚으리다.”
“기대하겠습니다.”
지크는 은혜를 갚지 않아도 된단 말은 하지 않았다.
***
한바탕 소란이 일었던 가 끝난 이후.
세계 각국의 지배자들은 라는 취지에 맞게 세계 평화를 위한 토론회와 정책 수립에 임했다.
그리고 지크는 그 중요한 자리에서… 졸았다.
“zZ….”
“이보시오. 지크프리트 국왕.”
“으음. 음냐아.”
“지크프리트 국왕.”
포르트문트 국왕이 지크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깨웠다.
“으음? 무, 무슨 일이죠?”
“지크프리트 국왕의 육체가 자꾸 안개처럼 희미해졌다 선명해지길 반복하고 있었소이다.”
“그, 그래요?! 아. 깜빡 졸았나 보네요.”
“다들 그대를 쳐다보고 있었소.”
“네?!”
지크는 포르트문트 국왕의 말에 회의장을 돌아보았다.
“…….”
“…….”
“…….”
세계 각국의 지배자들이 지크를 한심하다는 듯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화끈!
순간 지크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아오! 쪽팔려!’
지크는 정말로 창피했다.
하지만 지크에게도 나름의 할 말은 있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제왕학을 공부하고, 국가 경영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해온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지크는 달랐다.
지크는 지구에서도 별반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도 아니었고, 전공이 경영학도 아니었다.
그런 지크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견줄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이 있을 리 없었다.
때문에, 지크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꾸벅꾸벅 조는 것밖엔 없었던 것이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그때,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걸었다.
“아! 예! 황제 폐하!”
지크가 화들짝 놀라 슈트카르트 황제의 말에 대답했다.
“잘 잤나?”
“아, 예. 그게….”
“졸리면 나가서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오지 그러나.”
“아닙니다.”
“자는 건 좋다. 하지만 코는 골지 않아 줬으면 좋겠군.”
“하하… 하하하….”
“그럼, 회의를 계속하지.”
슈트카르트 황제는 지크에게 주의를 한 번 주고는 다시금 회의를 이어나갔다.
놀랍게도, 회의의 다음 안건은 다름 아닌 에 대한 거였다.
더욱 놀라운 건….
“지금부터 지크프리트 법안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한다.”
그 법안의 명칭이 지크의 ID를 딴 이었다는 점이었다.
***
사실 이번 의 가장 중요한 안건이 바로 이었다.
은 지난 콘스탄틴 내전 당시 지크가 이 진영 저 진영을 왔다 갔다 하면서 교황과 프레드릭 황제의 뒤통수를 쳤던 것 때문에 생긴 거였다.
괜히 이 아닌 것이다.
‘으으으으! 쪽팔려! 쪽팔리다고!’
지크는 회의가 계속되는 동안 자신의 이름이 수도 없이 오르락내리락하자 얼굴이 화끈거려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회의는 거의 열 시간이 넘도록 이어졌고, 마침내 이 제정되었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1. 세계 각국은 전쟁 시 모험가를 고용할 수 있다.
2. 고용하는 모험가의 숫자와 보수는 무제한이다.
3. 단, 모험가는 진영을 한 번 선택하면 변경할 수 없다.
4. 한 번 사망한 모험가는 해당 전쟁에서 이탈한 것으로 간주해 더는 참여할 수 없다.
5. 길드에 소속된 모험가들은 길드원 전원이 한쪽 진영에 소속되어야만 한다.
의 핵심은 간단했다.
게이머가 박쥐처럼 승리하는 쪽으로 진영을 갈아타는 걸 방지하고, 불사의 존재라는 걸 이용해 끊임없이 전쟁에 참여하는 걸 방지하려는 것이다.
또한, 진영을 갈아타면서 게이머가 프락치 노릇을 하는 걸 최소한으로 막아보겠단 의도였다.
‘내가 나쁜 놈이었네. 하하… 하하하….’
지크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법까지 제정되는 걸 코앞에서 지켜보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물론 당시의 지크는 교황과 프레드릭 황제의 극악무도하고 비인간적인 행위에 완전히 질려버려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긴 했지만 말이다.
“투표를 시작하지.”
마침내 완성된 은 투표에 부쳐졌다.
그리고 얼마 후.
“지크프리트 법은 전원 찬성으로 공식적으로 국제법에 등재되었음을 선포하는 바이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이 제정되는 걸 선언한 직후.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을 이룩하셨습니다!] [알림 : 당신으로 인해 뉘르부르크 대륙에 모험가에 관한 법률이 새로이 제정되었습니다!] [알림 : 당신의 이름은 역사서에 기록되어 대대손손 널리 알려질 것입니다!] [알림 : 명성이 +5,000 상승했습니다!] [알림 : 앞으로 뉘르부르크 대륙에서 당신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알림 : 축하드립니다! 네임드 모험가가 되셨습니다!]그렇게 지크는 의 제정으로 인해 엄청난 명성을 쌓으며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게임 속 세상인 뉘르부르크 대륙이나 현실이나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인사로 거듭난 것이다!
당사자인 지크는 법안이 제정되기 직전까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지만 말이다.
***
는 그 후로도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지크는 세계 각국의 지배자들이 서로 말 같지도 않은 미사여구와 명분을 앞세우고 개소리를 지껄여 대는 것에 지쳤다.
‘윽. 구역질 나.’
권력자들의 추악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나 할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몇몇 있긴 했지만, 군주들 간의 대화는 사실 우아하게 포장된 자기 이익 챙기기에 불과했다.
결국, 권력자들이나 평범한 사람들이나 구사하는 언어와 은유적인 부분만 다를 뿐 사람 사는 건 똑같았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지크는 너무나도 지루해서 그만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러던 중 지크가 반길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부터! 참석하신 존엄하신 분들의 친목 도모를 위한 사냥 대회를 개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냥 대회.
머리 쓰는 것보다 몸 쓰는 걸 좋아하는 지크에게는 딱 알맞은 이벤트였다.
“그리고 이번 사냥 대회에서는 슈트카르트 황제 폐하께서 매우 특별한 우승 상품을 거셨습니다! 존엄하신 군주 여러분들께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시어 부디 상품을 타 가시기를 바랍니다!”
“저기요!”
지크가 번쩍 손을 들어 소리쳤다.
“황제 폐하께서 내거신 상품이 뭡니까!”
그러자 군주들의 시선이 일제히 지크에게로 쏠렸다.
하지만 뻔뻔한 지크는 그런 군주들의 시선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제사보다 제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자.
그게 바로 지크였으니까.
“황제 폐하께서 내거신 우승 상품은….”
행사의 진행자가 지크의 질문에 대답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