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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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께서 내거신 우승 상품은 이것입니다.”
행사의 진행자가 눈짓하자 시종들이 고급스러운 붉은 천으로 덮인 무언가를 가지고 와 군주들에게 보여주었다.
펄럭!
붉은 천이 걷히자 슈트카르트 황제가 내건 상품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스으으!
슈트카르트 황제가 내건 상품은 영롱한 무지갯빛을 내뿜는 주먹만 한 크기의 돌이었다.
“오오!”
“오오오오!”
“저것은!”
슈트카르트 황제의 상품을 본 군주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헉!”
지크 역시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B등급 초월의 돌]매우 강력한 에너지를 머금은 신비로운 돌.
적정 수준의 사람이 돌 안에 담긴 에너지를 흡수하면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타입 : 소모품
•등급 : 유니크
•레벨 제한 : ~250
•효과 : 레벨 +3
으로 확인해본 결과 황제가 내건 상품은 지크에게 무척이나 필요한 물건인 이었다.
‘저건 먹어야 돼!!!’
지크는 속으로 아우성을 쳤다.
최근 지크는 안 그래도 본격적으로 레벨이 더디게 오르는 덕분에 그야말로 개고생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천우진에게 사기-지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까지 당하는 바람에 시간 손해를 꽤나 본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이 떡하니 상품으로 내걸렸으니 지크의 눈이 돌아가는 게 무리가 아니었다.
“오스칼 경.”
“예, 전하.”
지크가 곁에 있는 오스칼에게 속삭였다.
“우리 꼭 1등 해요.”
“예?”
“꼭 1등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1등 해야 해요.”
“저, 전하….”
“1등 못 하면 혀 깨물고 나가 죽을 겁니다.”
오스칼의 눈에 비친 지크는 화르륵! 하고 불길을 뿜어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지경이었다.
그건 비단 다른 군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은 비단 게이머뿐만이 아닌 NPC들의 레벨까지 올려주는 물건이었다.
군주 본인이 사용하든 아니면 주변 사람을 주던 매우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할 수 있겠죠?”
“물론입니다.”
지크의 물음에 오스칼이 밝게 웃으며 답했다.
***
군주들의 사냥 대회는 마우레키온 제국의 황성 안에 자리한 슈트카르트 황제의 개인 사냥터에서 진행되었다.
문제는 그 사냥터가 엄청나게 거대했다는 것.
“히이이익?!”
지크는 미니맵을 보고는 정말로 경악했다.
“이, 이게 사냥터라고?! 말도 안 돼!”
슈트카르트 황제의 개인 사냥터의 규모는 미니맵을 넘기고 넘겨도 끝이 없을 지경이었다.
얼마나 넓었냐 하면, 거의 서울의 절반 크기에 맞먹을 정도였다.
비록 한국이 작은 나라라지만, 슈트카르트 황제의 사냥터는 한 국가의 수도에 버금갈 만큼 거대했던 것이다.
“사냥 대회는 각 군주들이 각자 흩어져 사냥감을 잡아 오는 것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행사의 진행자가 소리쳤다.
띠링!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사냥 대회]의 행사 중 하나인 사냥 대회에서 많은 사냥감을 사냥해 우승할 것.
•타입 : 타임어택 퀘스트
•남은 시간 : 10시간
•진행률 : 해당 없음
•보상 : B등급 초월의 돌 × 1
•참고사항
– 토끼 +1점
– 다람쥐 +1.5점
– 오소리 +1.2점
– 너구리 +1.8점
– 사슴 +2.5점
– 수사슴 +2.6점
– 멧돼지 +5점
– 악어 + 8.5점
– 호랑이 +12점
– 사자 +20점
– 기타 등등… (각 사냥감별 점수 차등 적용)
퀘스트의 내용은 앞서 사회 진행자가 말한 그대로였다.
“그럼 존엄하신 군주 여러분들께서는 각자 말에 탑승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회자가 소리치자 군주들의 수행 기사들이 각자의 말을 끌고 오기 시작했다.
“푸릉! 푸르릉!”
“히이이이잉!”
“푸르릉!”
그러자 군주들의 말이 거친 투레질을 뿜어내며 하나둘 입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뭐야? 여기 뭐 슈퍼카 동호회인가?!”
지크는 군주들의 말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군주들의 말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백마, 흑마, 황마, 적토마, 청마(!), 녹마(?) 등등 온갖 종류의 명마들이 줄줄이 입장했다.
게임 속의 말을 현실의 자동차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슈퍼카 동호회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중 단연코 압권은 슈트카르트 황제의 말이었다.
아니, 슈트카르트 황제의 탈것은 말이 아니었다.
슈트카르트 황제의 탈것은 말을 빙자한 용(龍)이었다.
지크는 을 사용해 슈트카르트 황제의 탈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았다.
[용마 아벤타도르]드래곤의 혈통을 가진 희대의 명마.
천마 히페리온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명마이며, 비행 능력은 없으나 그 전투력만큼은 단연코 압권인 생명체이다.
•존재 구분 : 중립 생명체
•레벨 : 250
•클래스 : 드래곤 스티드
•주의 사항 : 제왕의 자질이 없는 자는 절대로 탑승할 수 없는 고위급 생명체이므로, 스스로 허접하다고 생각하면 가까이 다가가지도 말자.(뒷발차기 한방에 사망할 수도 있다.)
과연 세계 최고의 권력자인 슈트카르트 황제가 타는 말이라서 그런지 는 가히 명마 중의 명마였다.
그런데 군주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오! 슈트카르트 황제! 그대는 정말이지 검소하시구려!”
“맙소사! 슈트카르트 황제께서 고작해야 용마를 타고 나오시다니!”
“승차감이 그대의 품격에 걸맞지 않을 텐데, 괜찮으시겠소이까?”
군주들은 무려 용마를 타고 온 슈트카르트 황제를 오히려 검소하다며 칭찬했다.
‘저게 검소하다고? 도대체 평소에 뭘 타고 다니는 거야?’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평소 탈것이 무언인지 궁금해하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난 그럼 히페리온이 오려나?’
지크는 속으로 아내 브륜힐트의 명마인 천마 히페리온을 기대했다.
누가 뭐래도 프로아 왕국 최고의 명마는 천마 히페리온이 아니던가?
비록 브륜힐트의 것이긴 했지만, 그녀의 남편이자 왕인 지크에게는 충분히 히페리온을 탈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지크의 생각은 한낱 김칫국에 불과했으니….
“저, 저게 뭐야!”
“뭐 저런!”
“크흠! 거 참 격이 떨어지는구먼!”
군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뭐지?’
지크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시금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음 순간.
빠직!
지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왜냐하면….
“뀨우! 뀨우우우우!”
몸을 거대화한 햄찌가 안장과 고삐를 장착한 채 오스칼에게 끌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야 이 미친놈아!!!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지크는 창피해 미칠 지경이었다.
햄찌가 창피한 건 아니었다.
단지 군주들끼리의 사냥 대회에서 말이 아닌 거대 햄스터를 탄다는 게 쪽팔렸을 뿐이었다.
이런 자리에서라면 희대의 명마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평범한 말을 타주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그런데 햄스터라니!
“저, 전하.”
오스칼 역시도 창피했는지, 시선을 자꾸만 다른 곳으로 돌리며 지크에게 말했다.
“전하의 탈것을 대령했습니다.”
“얘가 제 탈것이라고요?”
“그, 그러하옵니다.”
“오스칼 경.”
“예, 전하.”
“왜 자꾸 제 시선 피해요. 제가 창피하세요? 네?”
“아, 아닙니다.”
“근데 왜 자꾸 눈을 못 마주치지?”
“소신은 그럼 이만.”
오스칼은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지크의 손에 햄찌의 고삐를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얼른 평소에 자신이 타던 말에 올라타 버렸다.
제아무리 충신인 오스칼이라지만, 이 정도의 창피함은 차마 감당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으으! 내가 못 살아! 으으으으!’
지크는 군주들의 수군거림에 괴로워하며 햄찌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야. 니가 여긴 왜 왔냐.”
“뀨우우! 뀨!”
“왜 왔냐고.”
“뀨우!”
“야!”
“뀨우우우우우!”
얄밉게도, 햄찌는 탈것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내느라 지크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단지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척 뀨우! 하고 소리 내었을 뿐….
부들부들!
덕분에 지크는 어떻게 하소연할 곳도 없어서 그저 분노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그때, 황제가 지크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걸었다.
“예, 황제 폐하.”
“탈것이 참 귀엽군.”
그렇게 말하는 황제의 얼굴에는 피식! 하고 실소가 내걸려 있었다.
“하하… 마, 망극하옵니다. 하하하….”
지크는 황제의 칭찬 아닌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며 햄찌의 등 위에 올라탔다.
푹신푹신!
다행히도 햄찌의 승차감은 그 어느 최고급 세단에도 못지않았다.
“자, 그럼! 지금부터 사냥 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가 크게 소리치자 마우레키온 제국의 병사들이 크게 북을 치기 시작했다.
“출발하십시오!”
사회자가 소리치고.
“히이이잉!”
“푸릉! 푸르르르르릉!”
“히잉!”
내로라하는 명마들이 군주들을 태운 채 질주하기 시작했다.
***
그로부터 30분 후.
“야.”
지크가 햄찌를 향해 물었다.
“너 왜 왔냐?”
“뀨우?”
“왜 왔냐고.”
“뀨우우우우우우!”
“아무도 없거든? 축생 코스프레는 그만하지?”
“그러냐? 뀨우!”
햄찌가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그제야 말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니가 왜 온 거냐? 히페리온이 와야 정상 아니냐?”
“캬악! 주인 놈 햄찌 창피하냐!!!”
“어.”
지크는 굳이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들 말 타는데 나만 햄스터 타잖아! 쪽팔리지 안 쪽팔리냐!”
“주인 놈 실망이다! 뀨! 주인 놈도 허세에 찌들었다! 그렇게 남 시선 의식해서 어떻게 사냐!”
“이건 남 시선 의식 안 하는 게 아니라 예의가 없는 거거든?”
“캬아아악!”
“야. 시끄럽고, 왜 니가 왔냐니까?”
“히페리온 지금 엘론델에 가 있다. 뀨우. 그래서 햄찌가 대신 왔다.”
“도대체 누가 널 보낸 건데?”
“누가 보내긴 누가 보내냐! 주인 놈 마누라가 보냈다! 뀨우!”
“그, 그래?”
지크는 순간 당황했다.
“미켈레가 아니라?”
“미켈레는 그냥 말 보내려고 했다! 근데 주인 놈 마누라가 주인 놈 걱정 된다고 햄찌 보냈다! 뀨우!”
“윽!”
지크는 순진한 브륜힐트의 배려에 어떻게 욕을 할 수도 없어서 끙끙 앓기만 했다.
“쩝. 따져서 뭐하겠냐. 하긴. 웃음거리 되는 거 한두 번인가.”
“뀨우?”
“사냥이나 하러 가자.”
지크는 투덜거림을 멈추고 발걸음을 옮겼다.
지크 본인의 말마따나 웃음거리가 되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던가?
“남 시선이 뭐가 중요해? 실용성이 중요한 거지. 난 실리를 챙기겠어. 갑시다! 오스칼 경!”
“예, 전하.”
지크는 오직 사냥 대회에서의 우승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
지크의 사냥 속도는 매우 빨랐다.
쐐에엑!
무지갯빛 표창이 빠르게 날아가고.
푸욱!
질주하던 토끼의 등짝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알림 : 를 사냥해 1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지크뿐만이 아니었다.
쐐에엑!
오스칼이 날린 화살이 달리던 암사슴의 목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알림 : 을 사냥해 2.5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지크와 오스칼의 사냥 속도는 가히 무시무시할 지경이었다.
그 증거로, 햄찌와 오스칼이 탄 말에는 크고 작은 사냥감들의 시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지크가 그토록 빠르게 사냥감을 사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과 덕분이었다.
지크는 과 을 최대한 이용해 사냥터를 돌아다녔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지크가 가는 곳마다 사냥감들이 널려 있었고, 주변에 그 어떤 경쟁자-군주-도 없었다.
덕분에 지크는 매우 편하고 빠르게 사냥감들을 사냥하며 많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럼 다음 사냥감을 찾아가 봅시다.”
“예, 전하.”
“보자. 어디로 가나.”
지크는 우선 을 이용해 주변을 탐색해 보았다.
그런데.
‘어?’
지크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부르르!
의 바늘이 지크를 기준으로 오른쪽 방향을 향해 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스으으!
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던 순간.
“으아아아아아아악!”
이 을 가리키던 방향에서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