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13
412
퍼억!
가 마지막 남은 의 머리통을 짓이겼다.
“후!”
지크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힘들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지크는 사부에게 선물 받은 를 섭취한 이후 거의 무한에 가까운 스태미나를 보유하게 되어서, 어지간한 일로는 숨조차 가쁘지 않았다.
지크가 한숨을 내쉰 이유는 단지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마나만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아.”
마나는 누가 뭐래도 힘의 원천.
평소 마나를 활용해 초인적인 힘을 내다가 갑작스레 사용할 수 없게 되니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스칼 경.”
“예, 전하.”
“그분을 챙겨주세요.”
지크가 공포에 질려 이성을 잃고 부들부들 떠는 왕을 가리켰다.
“예, 전하.”
“그리고 이분은….”
지크의 시선이 이미 죽은 기사의 시체로 향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미 죽은 NPC를 되살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지크는 왕을 지키다 죽은 기사의 명복을 빌어준 뒤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은….”
그때였다.
슈우우우우우!
저 멀리 약 2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으로부터 한 줄기 붉은빛이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했다.
거의 수천 미터 상공까지 치솟아 오른 그 붉은빛은, 이내 곧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불꽃을 피워 올려 사냥터의 하늘 전체를 수놓으며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
“……!”
“……!”
사냥터 전체를 포위하고 있던 마우레키온 제국의 황군(皇軍)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비상사태다!”
“기사단 전원! 사냥터로 집결하라!”
“출동하라!”
수십 개에 달하는 기사단 역시도 일제히 움직여 사냥터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실 궁정 마법사들 역시 황성 전체에 깔린 마나 제어 주문을 해제하기 위해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물론 그 사실을 지크가 알 수는 없었다.
“신호탄인가?”
지크는 저 멀리서 터진 폭죽이 위험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했다.
“전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음.”
지크는 잠시 고민했다.
“일단은 괜히 우리도 죽을 순 없으니까 대충 사냥터 입구로….”
그런 지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지크는 하던 말을 멈추고 퀘스트의 내용을 알아보았다.
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황제 폐하 구출 작전]위기에 처한 슈트카르트 황제를 구출해 사냥터 입구까지 호위해 데려갈 것.
•타입 : 스페셜 퀘스트
•진행률 : 0%(0/1)
•보상 : 측정 불가
•주의 사항 : 만약 황제가 죽거나 다른 이에게 구출되면 보상을 받을 수 없으므로,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세계 최고의 권력자인 슈트카르트 황제를 구출해내는 퀘스트인 의 보상은 무려 측정 불가였다.
하기야 무려 슈트카르트 황제의 목숨을 구해주는데 측정 가능한 보상이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오오! 이건 깨야 돼!’
지크의 눈에 달러 마크($)가 떠오르던 순간.
띠링!
또 다른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마우레키온 제국의 궁정 마법사들이 마나 억제 마법진을 해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림 : 남은 시간은 앞으로 1시간입니다!]앞으로 한 시간 뒤에는 황성 어느 곳에서든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단 내용의 알림창이었다.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흩어져 있는 군주들이 속속들이 죽어 나가는 중이었다.
마나를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시간에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 게 옳았다.
“햄찌야. 너 슈트카르트 황제 찾을 수 있겠냐?”
“뀨! 걱정 마라! 슈트카르트 황제 냄새 특이하다!”
“그래?”
“뭔가 엄청 고급스럽다! 뀨우! 햄찌가 맡아본 냄새 중에서 제일 고급스럽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뀨우!”
“좋아. 가자.”
“킁킁! 이쪽이다! 뀨우!”
햄찌가 슈트카르트 황제의 냄새를 쫓아 내달리기 시작했다.
“갑시다!”
“예, 전하.”
지크와 오스칼 역시 햄찌의 뒤를 쫓아 슈트카르트 황제를 찾아 질주했다.
***
마우레키온 제국의 황군과 기사단이 투입되었지만 위험은 여전할 수밖에 없었다.
황제의 사냥터는 지구로 따지면 서울의 절반 크기에 맞먹을 정도로 거대했고, 마나의 봉인이 해제되려면 아직 한참이나 먼 상황이었다.
즉, 곳곳에 흩어진 군주들과 수행 기사들은 여전히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뇌신 바즈라의 후예인 타이칸과 그의 왕인 아론 국왕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하! 전하아아아아아아아!”
타이칸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자신의 왕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타이… 칸… 경….”
아론 국왕은 핏기없이 창백해진 얼굴로 타이칸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틀린 것 같소….”
“전하! 전하하아!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전하아!”
“타이칸 경이라도… 꼭… 사셔야 하오….”
“안 됩니다! 이렇게 가실 수 없습니다! 전하! 힘을 내십시오! 살 수 있습니다!”
“이미 틀린 걸 어쩌겠소….”
아론 국왕이 희게 웃었다.
그런 아론 국왕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론 국왕은 괴생명체에 의해 가슴 정중앙이 관통당한 상태로, 살아서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기적인 상황이었다.
심장의 파괴.
아론 국왕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타이칸 경… 어서 가시오.”
“전하!!!”
“그대는 본국의 대들보요… 그대마저 죽는다면 본국에는 미래가 없소. 과인이 이렇게 된 이상 왕위 쟁탈전은 반드시 벌어질 것이고… 그가 만약 왕위를 차지하게 되면….”
“전하! 전하아아!”
“본국을… 부탁하오.”
아론 국왕의 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유언.
아론 국왕은 본국을 부탁한다는 유언을 타이칸에게 남기고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전하! 전하아아아!!!”
“…….”
“전하! 일어나십시오! 전하! 어서 눈을 좀 떠보십시오! 전하아아!”
타이칸이 몇 번이고 불러보았지만, 아론 국왕은 대답하지 않았다.
“전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론 국왕의 죽음을 실감한 타이칸의 입에서 피맺힌 절규가 터져 나왔다.
***
사상 초유의 사태.
슈트카르트 황제조차도 세계 각지의 지배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에 가해진 이 정체불명의 테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히이이이이이이잉!”
무시무시한 질주로 내달리던 용마 아벤타도르는, 어느 순간 거대한 충격을 받고 땅에 거칠게 처박히고 말았다.
우당탕탕!
덕분에 그 위에 타고 있던 슈트카르트 황제와 란돌 후작은 마치 달리던 차에서 내던져진 것처럼 낙마해야만 했다.
“황제… 폐하! 크윽!”
란돌 후작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무인답게 낙법을 발휘해 슈트카르트 황제의 옥체를 보호했다.
“…란돌.”
슈트카르트 황제가 낙마의 고통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은가.”
“소신은 괜찮사옵니다. 크윽.”
“안 괜찮은 거 같군.”
“괜찮사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란돌 후작은 정말이지 안 괜찮았다.
시속 150킬로미터 이상으로 내달리던 용마 아벤타도르에서 낙마한 충격은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지닌 란돌 후작으로서도 쉽사리 버텨낼 수준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현재 란돌 후작의 왼쪽 다리는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물어라.”
슈트카르트 황제가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란돌 후작에게 건네주었다.
“뼈를 맞추는 고통은 그대로서도 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예, 폐하.”
란돌 후작은 황제가 건네준 손수건을 입안에 물었다.
그러자 슈트카르트 황제는 기괴한 각도로 비틀린 란돌 후작의 다리를 힘주어 맞춰주었다.
으드득!
뼈와 근육이 맞부딪히는 섬뜩한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으읍!”
란돌 후작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놀랍게도,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란돌 후작은 부러진 뼈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고통에도 단 한 줌의 비명도 흘리지 않았던 것이다.
과연 오성천의 일원이라고 할 만한 참을성이었다.
“이제 되었나?”
“예, 폐하.”
란돌 후작이 고개를 끄덕일 무렵.
콰직!
으적으적!
섬뜩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히이이이이이이이잉-!!!”
그와 동시에 용마 아벤타도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슈트카르트 황제와 란돌 후작은 본능적으로 용마 아벤타도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용마 아벤타도르를 압도할 만한 덩치를 가진 괴생명체가 자리했다.
으적으적!
그 거대한 덩치를 가진 괴생명체는 쓰러진 용마 아벤타도르를 게걸스레 뜯어먹고 있었다.
“히잉! 히이잉! 힝힝! 히이이이이이잉!”
그것도 산 채로 말이다.
“폐하! 옥체를 피하십시오! 여긴 소신이 맡겠사옵니다!”
란돌 후작이 절뚝거리며 슈트카르트 황제를 등지고 거대한 괴생명체와 마주하던 순간.
“폐하!”
“황제 폐하!”
“폐하를 호위하라!”
사건이 터지기 전 혹시나 모를 보안상의 이유로 사냥터에 배치되었던 기사들이 나타나 슈트카르트 황제를 호위하기 시작했다.
“열 명은 폐하를 호위하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라! 저 괴생명체를 저지해야만 폐하께서 무사하실 것이다!”
란돌 후작이 버럭 소리쳐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란돌.”
슈트카르트 황제가 걱정스레 란돌 후작에게 물었다.
“괜찮겠나?”
“폐하께서는 이 세계를 영도하시는 지존이시옵니다. 소신의 걱정일랑 마시고, 옥체를 보호하시는 데 집중하소서.”
“그러지.”
슈트카르트 황제는 란돌 후작을 버리길 주저하지 않았다.
무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이자 오성천의 일원인 란돌 후작을 잃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슈트카르트 황제에게는 한 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게 세계 최고의 권력자인 슈트카르트 황제였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최강대국을 거느리는 권력자에게는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1순위로 두어야만 했기에….
“폐하! 이쪽으로 오소서! 저희가 모시겠사옵니다!”
마우레키온 제국의 기사들이 슈트카르트 황제를 호위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크르르!”
“까득! 까드득!”
“끼이이!”
풀숲에서 한 무리의 괴생명체들이 나타나 슈트카르트 황제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최악의 상황.
슈트카르트 황제로서는 피신하지도 못한 채 그만 괴생명체들에게 포위당한 것이다.
***
괴생명체들에게 포위당한 슈트카르트 황제 일행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해보지 못한 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건 어쩌면 마나가 만들어낸 일종의 부작용일지도 몰랐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기사들일수록 마나의 사용법을 빠르게 배운다.
이 과정에서 마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다 보면, 인간의 신체적 한계 이상의 움직임에 오히려 익숙해져 버리기 마련이었다.
즉, 마나가 없이는 불가능한 움직임이 몸에 익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나를 활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즉, 마나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악!”
“으, 으악!”
“으아아아악!”
마우레키온 제국의 기사들은 괴생명체들에게 순식간에 학살을 당하고 말았고.
홀로 거대한 괴생명체를 상대하던 란돌 후작은….
“크악!”
기어코 비명을 내지르며 검을 쥐고 있던 오른팔을 거대한 괴생명체에게 물어뜯기고 말았다.
무려 뉘르부르크 대륙 오성천의 일원인 란돌 후작이 오른팔을 잘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겨우 슈트카르트 황제만이 사지가 멀쩡한 채 남게 되었다.
“화, 황제… 폐하!”
“란돌.”
“어서, 어서 피하소서! 어서! 옥체를 보중하셔야 하옵니다!”
“그러기가 힘들 것 같은데.”
슈트카르트 황제가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어디로 도망간단 말인가?
정말이지 기괴하게 생긴 괴생명체들이 침을 뚝뚝 흘리며 다가오고 있는데, 어떻게 피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최후의 보루이던 란돌 후작이 오른팔을 잃은 마당에, 희망은 거의 없어 보였다.
“폐하… 폐하!”
“란돌. 그간 고생 많았다.”
“폐하! 포기하시면….”
그 순간.
“크르륵!”
거대한 괴생명체가 란돌 후작을 끝장내기 위해 무섭도록 질주하기 시작했다.
“……!”
란돌 후작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괴생명체를 피할 수 없었다.
오른팔은 잘렸고.
왼쪽 다리는 부러진 상황.
게다가 체력 또한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란돌 후작은 더 이상 움직이는 게 불가능했다.
“폐하. 신, 란돌. 그간 폐하를 모실 수 있어 정말이지 영광이었사옵니다.”
란돌 후작이 슈트카르트 황제를 돌아보며 유언을 남기던 때.
“캬악!”
괴생명체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란돌 후작을 집어삼키려 했다.
“최후의 순간에 폐하를 지켜드리지 못해….”
그때였다.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어디선가 황금색 광선 한 줄기가 날아와 란돌 후작을 덮치던 괴생명체의 등판을 꿰뚫었다.
“……!”
“……!”
놀란 슈트카르트 황제와 란돌 후작이 황금색 광선이 날아온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곳에 가 허리를 앞으로 쭉 내민 채 광선을 뿜어대고 있었다.
“폐하! 제가 좀 늦었습니다!”
지크가 슈트카르트 황제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지이이잉!
허리에 찬 로 광선을 뿜어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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