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14
413
지이이이이잉!
지크는 허리에 찬 로 끊임없이 레이저포를 뿜어내 괴생명체들을 꿰뚫어 처치했다.
여전히 마나를 사용할 순 없었지만 를 이용하니 레이저포의 형태로 방출하는 건 가능했던 것이다.
‘캬! 이걸 이렇게 써먹네!’
지크는 의 성능에 매우 만족했다.
딱히 써먹을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필드에서 이렇듯 요긴하게 사용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덕분에 지크는 단 한 줌의 마나도 사용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위기를 매우 잘 헤쳐나갈 수가 있었다.
문제는 그 엄청난 실용성과는 별개로, 모양새가 영 좋지 못했단 점이었다.
의 액티브 스킬인 는 반드시 허리에 찬 상태로 사용해야만 했다.
때문에, 지크는 를 찬 상태로 배를 앞으로 쭉 내밀어야 했다.
또한, 허리와 골반을 이리저리 틀어 괴생명체들을 조준해야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하필이면 에서 광선을 뿜어내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지이이이이잉!
허리를 앞으로 쭉 내밀고 괴생명체들을 조준하는 지크의 모습이란 정말이지….
쿠웅!
마침내 거대 괴생명체가 쓰러졌을 때.
“폐하.”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를 향해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프로아 왕국은 마우레키온 제국의 제후국이었고, 지크의 왕위는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하사받은 것.
지크가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예의를 갖추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가 자신을 칭찬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
슈트카르트 황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폐, 폐하?”
“…….”
“저… 왔습니다. 폐하를 구해 드리려고 이렇게….”
“그건 잘 알고 있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살짝 얼떨떨하다는 듯 대꾸했다.
“그런데.”
“예?”
“꼭 그렇게 등장해야만 했나?”
“무슨 말씀이신지….”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가 어째서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크를 뺀 나머지 모든 사람은 슈트카르트 황제의 반응을 100퍼센트 이해하고 있었다.
“…….”
란돌 후작은 그저 침묵을 지켰고.
“휴.”
오스칼은 한숨을 내쉬었으며.
“주인 놈….”
햄찌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예, 황제 폐하.”
“짐의 목숨을 구해준 건 매우 고맙게 생각하는 바이다.”
“그, 그렇습니까?”
“그런데 말이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꼭 그래야만 했나?”
“예?”
“짐은 그대가 일국의 군주로서 품위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꼭 그런 방식으로 싸워야 하는지 짐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뛰어난 정력가란 소문이 있던데. 그렇게도 남성성을 과시하고 싶었던 건지….”
“…….”
“짐은 잘 모르겠군.”
슈트카르트 황제는 안면을 감싸며 괴로워했다.
“예절 학교 최고의 교사라도 붙여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이 다급한 순간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크의 등장이 그만큼 남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아, 예….”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를 몰라서 그저 뒤통수를 벅벅 긁을 뿐이었다.
“오스칼 경.”
“예, 전하.”
“란돌 경을 부탁드립니다.”
“예.”
지크의 명령에 오스칼이 란돌 후작을 부축하고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를 확보했습니다!] [알림 : 퀘스트의 진행률 50% 달성!] [알림 : 자! 이제 슈트카르트 황제를 호위해 사냥터를 빠져나가십시오!]지크는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지워 버리고는, 조심스레 슈트카르트 황제를 부축해 주었다.
“폐하. 상처가 깊습니다. 제가 잠시 소독과 치료를 해도 되겠습니까?”
“허락한다.”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각종 포션과 응급조치 도구를 꺼냈다.
그리고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자잘한 상처들을 임시로나마 치료해 주었다.
“되었습니다.”
“고맙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를 돌아보았다.
“그대가 짐의 군대보다 낫군.”
“그럴 리 있겠습니까. 하하….”
지크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지금부터 제가 모시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됩니까?”
“지금쯤 짐의 군대가 사냥터를 뒤지고 있을 것이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의 물음에 답했다.
“그러나 이 넓은 사냥터에서 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테지. 당장 이곳만 해도 처음 신호탄을 터뜨린 곳으로부터 꽤나 먼 곳이니 말이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예, 황제 폐하.”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강한 적이 등장할지 알 수가 없어서….”
지크는 확신할 수 없었다.
여태껏 상대해온 괴생명체들이야 의 힘으로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었지만, 더 강한 적이 나온다면 지크로서도 자신할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군.”
“그건 왜 물어보시는지….”
“짐은 지금부터 그대를 믿고 도박이란 걸 해볼까 한다.”
“예?”
“여기서 짐이 신호탄을 터뜨리면, 30분 안에 짐의 군대가 도착할 것이다.”
“음.”
“그리고 그 30분이 지나면 마나를 봉인하는 결계도 역시 해제되겠지.”
“아하!”
“그러나….”
“괴생명체들 역시 몰려들겠지요?”
“그렇다.”
슈트카르트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마냥 몸을 피하시기에는 제국군에게 폐하의 위치를 알릴 수 없습니다. 그러다 또 어떤 강한 괴생명체와 마주치게 되실지 알 수도 없지요.”
“정확하다.”
지크의 말마따나, 현재 슈트카르트 황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였다.
신호탄을 터뜨리자니 괴생명체들이 몰려들 것이 두렵고.
그렇다고 마냥 도망치자니 제국군과 언제 만나게 될지를 알 수가 없었다.
마나를 봉인하는 결계가 깨져도 제국군을 만나지 못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폐하.”
지크가 그런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힘주어 말했다.
“저를 한번 믿어 보시겠습니까?”
“흠.”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를 흥미롭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짐이 직접 임명한 약소국의 왕에게 목숨을 한번 걸어보라는 건가?”
“어차피 그럴까 고민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긴 하지.”
“제가 죽더라도 폐하를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런가?”
“예, 폐하.”
“그럼 그대에게 짐의 목숨을 한번 맡겨보도록 하겠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슈우우우!
슈트카르트 황제가 신호탄을 하늘 높이 발사했다.
퍼엉!
그러자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신호탄이 펑! 하고 폭발하며 황금빛 불꽃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띠링!
그와 동시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
신호탄이 터지던 순간.
[알림 : 퀘스트가 로 변경되었습니다!]변경된 퀘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황제 폐하를 지켜라!]제국군이 도착할 때까지 슈트카르트 황제를 무사히 지켜내라!
•타입 : 스페셜 연계 퀘스트
•진행률 : 0%
•보상 : 측정 불가
•주의 사항 : 슈트카르트 황제가 무사하지 못하면 이 퀘스트는 클리어되지 않습니다.
지크는 변경된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때마침 돌무더기가 쌓인 아주 작은 언덕이 보였다.
“햄찌야.”
“뀨우?”
“저기 좀 파 봐.”
지크가 돌무더기 언덕의 특정 한 지점을 가리켰다.
“뀨우?”
“파라면 파. 최대한 깊게. 사람 서너 명 정도 들어갈 수 있게.”
“알겠다! 뀨우!”
지크의 말에 햄찌가 쪼르르! 하고 달려가 돌무더기 언덕을 빠르게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약 2분여.
햄찌는 돌무더기가 쌓인 언덕에 사람 3~4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토굴을 하나 만들어냈다.
“폐하. 누추하지만 들어가 계시지요.”
지크가 슈트카르트 황제에게 토굴에 들어갈 것을 권유했다.
“존엄하신 폐하께는 어울리지 않지만,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신다면 들어가 계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지.”
“란돌 후작님과 전하께서도 들어가시지요.”
지크는 부상을 입은 란돌 후작과 처음으로 구해낸 왕에게도 그렇게 말하고는, 햄찌와 오스칼과 함께 토굴 앞에 버티고 섰다.
그러기가 무섭게.
“크르릉!”
“끼이이이이이!”
“캬아악!”
수없이 많은 괴생명체들이 까마득히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란 꼬리표를 단 괴생명체들이 말이다.
***
그렇게 시작된 전투.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지크는 토굴 앞에 버티고 서서 덤벼드는 괴생명체들을 닥치는 대로 쳐부쉈다.
때로는 를 풀어 을.
때로는 벨트를 차고 를 이용해 레이저포를.
때로는 를 휘둘렀다.
“란돌.”
슈트카르트 황제는 그런 지크의 모습을 바라보며 란돌 후작에게 물었다.
“예, 황제 폐하.”
“마나 없이 저렇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소신이 생각하기에….”
란돌 후작이 슈트카르트 황제의 물음에 답했다.
“전 대륙을 통틀어 스무 명도 채 되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 정도인가? 마스터인 그대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정도로?”
“예, 황제 폐하.”
란돌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재 그 자체이옵니다.”
“천재라….”
“마나 없이 싸운다면 소신조차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어 보일 지경이옵니다.”
“평가가 후하군.”
“사실이옵니다. 그 어떤 이가 마나 없이 저렇게 싸울 수 있겠나이까?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국왕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닐 것이옵니다.”
란돌 후작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신들린 듯 싸우는 지크의 모습이 정말이지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켜보는 이들과는 다르게, 정작 지크와 햄찌와 오스칼은 죽을 맛이었다.
‘미치겠네.’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다 보니 지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알림 : 마나 사용 가능까지 앞으로 25분 11초… 10초… 9초….]게다가 앞으로도 25분을 더 버텨야 했기에, 갈 길이 구만리같이 느껴지는 것도 당연했다.
‘버틴다. 25분만 버티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어.’
지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보상을 떠올리며, 악착같이 버텼다.
그런 지크의 악착같음은 마나가 없이 싸우는 이 지옥 같은 전투를 무려 25분이나 더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알림 : 마나 사용 가능까지 앞으로 5초!] [알림 : 4초!] [알림 : 3초!]마나의 사용이 해제되기 직전이었다.
“고통…스러워. 고통스럽단… 말이다.”
괴생명체들을 뚫고 나타난 존재가 있었다.
[실험체 : 키메리언474]비밀스러운 생체 실험 도중 탄생한 의문의 생명체.
아주 약간의 지성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하기가 아주 까다롭다.
•존재 구분 : 몬스터(복합체)
•레벨 : 260
•클래스 : 스킬 리벤저
•칭호 : 끔찍한 돌연변이 / 묻지마 살인기계
는 반쯤 썩어들어간 육체를 가진 인간형 몬스터였지만, 구울이나 좀비와는 좀 달라 보였다.
뭐랄까?
훨씬 더 끔찍해 보인다고나 할까?
‘내 알 바야?’
지크는 의 겉모습에 딱히 별생각 없었다.
[알림 : 1초!] [알림 : 마나 봉인 결계 해제!] [알림 : 지금부터 마나의 사용이 가능합니다!]가 해제되자마자 꽉 막혀 있던 마나가 힘차게 지크의 몸 안을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니들 다 뒤졌어.”
지크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를 움켜쥐었다.
“다 뒈져라.”
지크는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자마자 하늘 높이 점프했다.
그리고는 를 휘둘러 대지를 힘껏 내리찍었다.
스킬을 통해 괴생명체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려는 것이다.
쿠웅!
가 맨땅을 내리찍던 순간.
“캬아아아아아아악!!!”
의 눈에서 시뻘건 섬광이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엄청난 에너지의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