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25
424
“헉?!”
지크는 정신을 차리고는 깜짝 놀랐다.
이제 갓 를 획득했기에 절대 강화는 안 된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던 것 같은데, 눈을 떠 보니 어느새 강화기 앞이었다.
“대박.”
“저게 성공해? 클래스빨만 좀 받쳐주면 랭킹에도 진입 가능한 스펙 아냐?”
“16강 후덜덜….”
“저 사람은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건가?”
그런 지크의 주변에는 게이머들이 강화에 성공한 를 경이롭다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크와 똑같은 증상을 보였다.
“나도 지른다.”
“X발! 저도 지름.”
“에라, 모르겠다.”
게이머들은 16강 무기가 뜨는 것에 동요해 저마다 자신의 주무기를 꺼내 강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패가망신하는 게이머들이 속출했다.
[알림 : 님께서 의 강화에 실패하셨습니다!] [알림 : 님께서 의 강화에 실패하셨습니다!] [알림 : 님께서 의 강화에 실패하셨습니다!]남이 강화에 성공했다고 해서 따라 질렀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시였다.
그러나 성공하는 게이머들도 만만치 않았다.
[알림 : 님께서 의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알림 : 님께서 의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알림 : 님께서 의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마치 앞서 터져 나간 장비들을 제물로 삼았다는 듯 강화에 성공한 게이머들 역시 속출했다.
그렇게 한 폭의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질러! 질러!”
“이 X발! 이딴 망겜 걍 접는다!”
“우오오오오오! 성고오오오오오옹!”
“끅, 끄으으윽!”
“이히히~ 히히히히히히히히~.”
16강 무기의 성공이 불러일으킨 강화 대란은 인간이 얼마나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웃는 자.
그리고 우는 자.
혹은 반쯤 미쳐버린 자.
온갖 종류의 감정들이 서로 뒤섞인 통에, 강화기 앞 상황은 그야말로 인간극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크 역시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이걸 질러… 말아… 질러… 말아….’
지크는 고뇌했다.
머리는 아직 아니라고, 조금 더 버티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한 탐욕은 끊임없이 지크를 유혹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지크는 환청까지 들을 지경이었다.
– 강화해야지~.
“누구야!”
– 내가 누군지 뭐가 중요해? 지금 중요한 건 강화지.
“뭐야! 지금 나 유혹하는 거야?!”
– 유혹이라니~ 니 욕망에 충실하란 거지~ 너 15강도 성공한 적 있잖아~ 잊었어?
“그건….”
– 한 번만 성공해도 플러스 강화권 쓰면 12강이야. 한 번 더 성공하면 13강이고. 실패하면 뭐 어때? 장비 보호권이 있는데?
“음. 그건 그렇지.”
– 남자답게 질러~ 밑져야 본전인데~.
“그, 그럴까?”
지크는 알 수 없는 목소리에 홀려 자기도 모르게 강화기 앞으로 다가갔다.
모르긴 몰라도, 지크는 마음속에 자리한 탐욕이란 이름을 가진 악마에게 그만 넘어간 것이다.
꽈악!
지크는 를 한 번 강하게 움켜쥔 뒤 강화기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이것만 성공하면… 이것만….’
그때였다.
“뀨! 주인 놈아! 여기서 뭐 하냐!”
햄찌가 인파를 뚫고 달려와 지크에게 소리쳤다.
“으응?”
“주인 놈아! 빨리 가자! 지금 큰일 났다!”
“뭐야! 무슨 일인데?”
“전쟁이다! 전쟁! 뀨우! 지금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빨리 주인 놈 불러오라고 한다! 지금 바로 가야 한다! 뀨우우!”
“그래? 알겠어.”
지크는 강화를 시도하려던 걸 까맣게 잊고는 를 허리춤에 매달았다.
당장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월아 네월아 강화에 매달린 순 없지 않겠는가?
“가자.”
“뀨!”
지크는 햄찌를 따라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펑, 퍼엉!
그런 지크의 등 뒤로 수없이 많은 아이템들이 마치 폭죽처럼 펑펑 터져 나가고 있었다.
***
“휴.”
지크는 워프 게이트를 타고 바야바 영지에 도착한 직후 한숨을 내쉬었다.
“써보지도 못하고 날릴 뻔했네.”
지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허리춤에 찬 를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어느 정도 강화가 된 는 영롱한 광채를 내뿜으며 자신이 더욱 강력한 무기로 거듭났다는 걸 과시하고 있었다.
“야. 근데 싸우고 있다며? 조용한데?”
“뀨! 주인 놈아! 여기가 아니다!”
“그래? 그럼….”
그때였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이십니까!”
바야바 영지 소속의 장교 하나가 헐레벌떡 달려와 지크에게 소리쳤다.
“예, 제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입니다만.”
“지금 즉시 보급로로 가 주셔야겠습니다.”
“보급로요?”
“이곳입니다.”
워낙에 경황이 없었기에, 장교는 땅바닥에 지도를 펼치고 한 지점을 가리켜 지크에게 설명해 주었다.
“현재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요? 적 병력 규모는?”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모험가가 최소 2~3,000명은 투입된 것 같습니다.”
“엄마야….”
지크는 게이머가 2~3,000명이나 투입되었단 말에 화들짝 놀랐다.
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 강한 존재이기에, 그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하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현재 승구 경께서 어떻게든 막아내고 계십니다만, 그리 오래 버티시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기사의 말이 끝나던 순간.
띠링!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보급로 사수 작전]바야바 영지로부터 약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보급로를 사수하라.
•진행률 : 0%
•보상 : 기여도 +25,000P
•주의 사항 : 퀘스트에 실패하면 기여도가 하락하므로 반드시 보급로를 사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려 2만 5,000의 기여도가 걸린 퀘스트.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지크는 지체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햄찌야, 가자.”
“뀨우!”
지크는 곧장 햄찌와 함께 보급로를 향해 달렸다.
***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간 보급로에서는 그야말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펑, 펑, 펑, 펑, 펑, 펑, 펑…!!!
공성 모드를 켠 아이언 골렘들이 연신 포탄을 내뿜고.
“야! 말 좀 들으라고!”
[닥쳐라! 네놈은 단지 마나만 공급하면 돼!]“내가 주인이잖아!”
[닥쳐라! 너 따위가 감히 내 오너가 될 수 없다!]승구는 자신이 탑승한 레벤톤과 티격태격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네놈은 단지 마나 공급원일 뿐!]레벤톤은 승구의 조종을 깔끔하게 씹어 버리고는, 그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거나 대구경 화포를 발사하며 몰려드는 적들을 쓸어 담고 있었다.
“좋은데?”
지크는 그런 승구를 부러워했다.
“야 이 고철 덩어리 자식아! 내 명령 들으라고!”
[닥쳐라!]“아오!”
[주제 파악이나 해라!]승구는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는 레벤톤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지크의 생각은 달랐다.
“저거 완전히 오토 아닌가?”
지크가 보기에, 승구는 경험치를 날로 먹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승구는 레벤톤과 싸우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경험치를 획득하고 있었다.
하는 것이라고는 레벤톤과 티격태격 말다툼하는 게 다였는데도 경험치를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 것이다.
저게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오토 사냥과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나도 뒤에서 뒷짐이나 지고 싶네. 아니지. 나도 그냥 뒤에서 디버프나 깔까?”
지크는 승구를 부러워하며 버퍼처럼 뒷짐이나 지고 있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했다.
“저 큰 골렘부터!”
“화력부터 봉쇄해요!”
“마법사들! 뭐 합니까! 저 골렘 일점사해요!”
원거리 스킬을 가진 게이머들이 레벤톤을 향해 일제히 스킬을 퍼붓기 시작했다.
펑! 퍼엉!
그러자 레벤톤의 그 거대한 몸뚱이를 게이머들의 원거리 스킬들이 강타했다.
[크악!]“악!”
승구와 레벤톤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이번엔 어쩔 수 없겠네. 쩝.”
지크는 뒷짐을 지고 디버프 필드를 깔려던 생각을 멈추고 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적진을 향해 뛰어들었다.
“형님!”
[전하!]승구와 레벤톤이 그런 지크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계속 쏴! 이쪽은 내가 정리할 테니까!”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적진 한복판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적들의 총 규모는 무려 5,000여 명.
“이 새끼가 미쳤나!”
“뒈져라!”
“또라이 새끼! 뒈져!”
수없이 많은 적들이 공격을 퍼부었지만, 지크를 막을 순 없었다.
스으으!
지크는 스킬을 전개해 들러붙는 날파리들-상대적으로 약한 적들-을 떨쳐내는 한편, 강력한 공격은 그 압도적인 움직임으로 모조리 피해내며 적진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어디까지?
원거리 공격을 퍼붓는 게이머들이 밀집해 있는 곳까지!
“어우야. 많기도 많네.”
지크는 원거리 스킬을 가진 게이머들의 숫자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수고하셨어요! 퇴근시켜 드릴게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콰앙!
스킬이 진지를 향해 원거리 스킬을 퍼붓던 게이머들을 집어삼켰다.
지크는 스킬의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다.
아니,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우르릉! 콰앙!
지크에게는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걸 구경할 시간 같은 게 없었다.
“저 새끼부터 죽여!”
누군가 지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죽여!”
“쪼렙 주제에!”
지크를 제거하기 위해 나름 강하다는 게이머들이 덤벼들었다.
‘지금이지.’
지크는 덤벼드는 게이머들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꽈악!
지크의 손아귀가 를 움켜쥐던 순간.
화륵, 화르륵!
스륵, 스르륵!
와 이 동시에 전개되어 덤벼드는 적들을 집어삼켰다.
‘성능 좀 보자!’
지크는 디버프 필드를 전개하자마자 를 휘둘러 가장 앞서 덤벼들던 게이머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퍼억!
가 게이머의 머리통을 내리치던 순간.
“헉?!”
지크는 진심으로 놀랐다.
털썩!
쓰러진 적.
그 시체의 몰골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머, 머리가 어디 갔지?”
지크는 죽은 적의 머리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왜?
는 적의 머리통 아예 부숴놓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가슴팍까지 뭉개 버렸으니까.
즉, 데미지가 엄청나서 박살 난 머리통이 몸통 안으로 깊숙이 박혀버렸던 것이다.
“어? 240렙을 한 방에 죽였다고?”
지크는 자기가 해놓고도 그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죽은 적은 240레벨의 어쌔신 계열 클래스를 가진 게이머였다.
물론 어쌔신 계열 클래스들은 기본 방어력이나 생명력이 종잇장이기 마련이었지만, 그래도 이 데미지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이게… 그거인가?”
지크의 뇌리에 사부가 했던 말이 스쳤다.
[한 방에 패 죽이도록 해라. 두 방은 멋이 없어서 안 된다. 꼭 한 방에 패 죽여야 하느니라.]지크는 사부가 어째서 두 방은 멋이 없고, 한 방에 패 죽여야 멋이 있다는 건지를 깨달았다.
이런 쾌감이라니!
적을 단 한 방에 골로 보내버리는 이 강렬한 희열은 순식간에 지크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지크는 스스로를 속이지 않았다.
‘아니. 아니지.’
지크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진짜 디버프 마스터가 아냐. 단지 무기가 센 거지. 강화빨에 취하지 말고, 성장에나 집중하자.’
지크는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금 를 휘둘러 덤벼드는 적들의 머리통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