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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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의 후방으로 침투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직접?
언더테이커 공작이 지크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
“예. 제가 직접 침투해서 적 후방을 교란시키겠습니다.”
– 하오나 적 후방에 침투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물론 전하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옵니다. 침투야 가능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탈출은 불가능하옵니다.
언더테이커 공작의 말은 옳았다.
침투는 쉬울지 모른다.
그렇지만 탈출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 전하. 전하께서는 이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인적 자원이십니다. 그런 무모한 작전을 펼치시기보다는….
“저 안 죽을 겁니다.”
– 예?
“탈출도 가능합니다.”
– ……!
“아니, 적진 한복판을 순회공연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언더테이커 공작은 지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침투와 탈출이 자유롭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워프 게이트나 비행선을 이용한다고 해도 적들의 마법 주파수 교란이나 대공포로 인해 결국엔 붙잡히거나 요격당할 텐데?
– 그게 어떻게….
“제게 아주 특별한 비행선이 하나 있습니다.”
– 특별한 비행선이라 하심은….
“드래곤 로드가 심심풀이로 만든 물건인데, 절대 요격당하거나 걸릴 염려가 없습니다.”
– 드, 드래곤 로드!!!
언더테이커 공작은 더더욱 경악했다.
– 정녕 드래곤 로드가 직접 제작한 비행선을 가지고 계시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우라칸이라고 합니다.”
– 우라칸이라….
“제가 그 비행선을 타고 적의 후방을 교란시켜 보겠습니다. 대신에 버티셔야 합니다. 어떻게든 버티셔야 이 작전이 효과를 발휘할 테니까요.”
지크의 말은 옳았다.
소수 병력으로 후방을 교란하는 건 좋았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전방이든 남부 전선이든 어느 한 곳이라도 뚫리거나 병력 손실이 발생하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 최대한 버텨보겠사옵니다. 하나 이 전쟁의 불리함을 극복할 정도의 공작이 가능하시겠사옵니까?
“어렵겠죠.”
지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수의 게릴라 병력이 뒤흔든다고 전쟁의 판도가 뒤바뀌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후방 교란이라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는 호른 영지가 뚫림과 동시에 전쟁에서 패배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일단 해보는 겁니다.”
– 알겠사옵니다.
“모험가들 중에서 가장 강한 이들로 40명만 뽑아주시죠. 그들과 함께 가겠습니다.”
– 예, 전하.
지크는 그렇게 언더테이커 공작과의 통신을 끝마쳤다.
“아주 괴롭게 만들어줄게.”
지크는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타라니스 공작을 향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
다음 날 오전.
“후후.”
타라니스 공작은 반란군 진영의 심장부에서 지도를 바라보며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쟁의 틀을 뒤집는다는 생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이제 후방에 투입한 대규모 병력으로 호른 영지만 뚫어낸다면, 이 내전은 반란군의 승리로 끝이 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타라니스 공작은 사실상 왕위에 등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선은 언더테이커 공작이 이끄는 왕당파 귀족들에게 간신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뒤 모조리 숙청해버리고, 알렌 국왕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허수아비로 만든 뒤 섭정의 자리를 꿰차면 끝이었다.
그 뒤엔?
한 1~2년 적당히 알렌 국왕을 허수아비로 세워놓다가 독살시켜 버리면 끝!
그다음엔 왕위 계승 서열 제2위인 타라니스 본인이 키예프 왕국의 왕이 된다는 시나리오였다.
“감축드리옵니다. 공작 각하.”
오슬로 백작이 타라니스 공작을 향해 축하해주었다.
“드디어 대업을 이루시는 것이옵니다. 키예프의 정당한 왕 말이옵니다.”
“암, 그렇고말고.”
타라니스 공작이 미소를 지었다.
“내가 키예프의 정당한 왕이 아니면 누가 정당하단 말인가? 그 애송이는 절대로 키예프의 왕이 될 수 없다.”
“그러하옵니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적들을 더욱 조이도록 하고, 계속해서 아군이 이득을 볼 수 있는 소규모 교전을 유도하라.”
타라니스 공작의 말은 보급이 끊긴 왕당파의 군대가 더욱 피곤함을 느끼도록 흔들란 이야기였다.
대규모 교전을 벌이기보다는 적들을 차츰차츰 말려 죽이려는 것이다.
“예, 공작 각하. 그리 명령을 내리겠사옵니다.”
“아, 그리고….”
타라니스 공작이 무언가를 말하려던 때였다.
“고, 공작 각하!”
전령이 헐레벌떡 막사로 뛰어 들어와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무슨 일인가.”
“그, 그것이….”
“……?”
“보, 본대의 식량 저장고가… 식량 저장고가….”
그렇게 말하는 전령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려 있었고, 말을 제대로 잇지를 못했다.
“화재로 인해 불타고 있다고….”
“뭣이!”
타라니스 공작이 전령의 보고를 듣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파직, 파지지지지직!
그런 타라니스 공작의 몸 주변에서는 강렬한 스파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본대의 식량 저장고에 불이 났다? 지금 그걸 보고라고 하는가!”
“주, 죽여 주시옵소서!”
“아니! 도대체! 그 중요한 전략적 시설물 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식량 저장고에 불이 나! 어떻게!”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 공작 각하! 변방의 영지가 적 특수 부대에게 함락되었다고 하옵니다!”
“급보이옵니다! 급보! 아군 육군 장성 두 명이 변사체로 발견되었사옵니다! 아무래도 적들이 보낸 암살자에게 변을 당한 것 같다는 보고이옵니다!”
식량 저장고에 불이 났다는 보고를 시작으로, 안 좋은 소식들이 연달아 들려왔다.
아군 고위급 장교들의 죽음, 후방에 자리한 영지의 함락, 군사 시설 파괴 등등….
도저히 하룻밤 만에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믿기 힘든 사건 사고들이 줄줄이 보고되었다.
파직! 파지지지지지지직!!!
그러면 그럴수록 타라니스 공작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전류는 더욱 강렬해져만 갔다.
“쥐새끼… 쥐새끼들이 숨어들었군.”
타라니스 공작은 이 일련의 사건들이 왕당파에서 보낸 특수 부대가 펼친 공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들이 연달아 터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숨어들었어.”
타라니스 공작은 아군 진영에 적의 특수 부대원들이 다수 침입했다고 여겼는데, 그 이유는 조금 전 보고된 사건 사고들의 양이 소수 인원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오슬로 백작.”
“예, 공작 각하.”
“아군 진영의 보안을 더욱 철저히 하라. 어차피 금방 정리될 쥐새끼들이니, 크게 동요하지 말라는 지침도 내리도록 하라.”
“알겠사옵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
다수의 특수 부대는 결국 발각되어 정리되기 마련이었다.
때문에, 타라니스 공작은 좀 화가 나긴 했지만 과민 반응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전쟁에는 희생이 필요한 법 아니겠는가?
“더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안에 집중하되, 적들을 계속 조이도록 하라.”
“예, 공작 각하.”
타라니스 공작은 그렇게 명령을 내린 뒤 분노를 가라앉혔다.
“가소롭게 발악해대는군.”
타라니스 공작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감돌았다.
***
같은 시각.
슈퍼 비행선 우라칸의 내부.
“으! 피곤해!”
지크는 다시 로그인한 후 피로를 호소했다.
피곤한 건 당연했다.
어젯밤 밤새도록 적진을 누비며 테러를 벌인 덕분에,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뀨! 주인 놈아! 왔냐!”
“좋은 아침. 하아아아암!”
지크는 하품해대며 햄찌에게 인사를 해주고는 다른 게이머들이 접속하기를 기다렸다.
“하이요.”
“좋은 아침.”
“다들 잘 주무셨습니까.”
약속한 시간이 되자, 어젯밤 함께 테러 활동을 벌였던 게이머들이 하나둘 접속해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지크는 동료들이 모두 접속하자마자 지도를 꺼내놓고 오늘 펼칠 작전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적들이 사태 파악이 끝났을 거거든요? 보안이 아마 두 배로 늘었을 거예요. 어젯밤이랑은 상황이 다르단 얘기죠.”
“그럼 어떡하시게요?”
한 게이머가 지크에게 물었다.
“보안이 강화됐으면 작전이 힘들 텐데….”
“굳이 때리고 부수고 죽일 필요는 없어요.”
“네?”
“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봅시다.”
지크가 히죽 웃으며 동료 게이머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그게 그러니까… 이걸 이렇게 하고 저걸 저렇게 해서 여차여차….”
그로부터 정확히 5분 후.
“히, 히익?!”
“미친….”
“기, 기립 박수!”
지크의 작전 계획을 들은 게이머들은 그 인성에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짝짝짝짝짝!
게이머들이 생각하기에, 지크의 계획은 사탄마저도 그 사악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기립 박수를 칠 것만 같았다.
“그럼 브리핑은 끝!”
지크는 그것으로 브리핑을 마치고 함장에게 명령했다.
“갑시다, 다음 작전 지역으로.”
지크의 명령이 떨어지자 슈퍼 비행선 우라칸이 천천히 수직 이륙했다.
스르륵!
그리고 하늘 위로 떠오른 우라칸은 이내 곧 스텔스 모드를 켜고 자신의 동체를 완벽하게 감춘 뒤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그날 밤.
“공작 각하! 적으로부터 통신이 도착했사옵니다!”
타라니스 공작은 왕당파로부터 통신 요청을 받았다.
“어디서 걸려 온 통신인가?”
“수도입니다.”
“수도라면… 왕궁?”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흐음.”
타라니스 공작은 어째서 적이 통신을 걸어온 것인지 의아해했지만, 굳이 거절하지는 않았다.
지금 유리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타라니스 공작이었기에, 먼저 통신을 걸어온 쪽이 아쉬운 소리를 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신을 받아들이겠다.”
“예! 각하!”
그렇게 연결된 통신.
“음?”
타라니스 공작은 마법의 수정구 너머로 보이는 사람이 낯선 이라는 걸 깨닫고 눈살을 찌푸렸다.
왜?
최소한 언더테이커 공작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타라니스 공작은 마법의 수정구 너머로 보이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누구인가. 신분을 밝혀라.”
– 용병.
“용…병? 한낱 용병 따위가 내게 통신을 걸었단 말인가?”
– 걸면 안 돼?
“…….”
– 좀 걸 수도 있지.
타라니스 공작은 수정구 너머 젊은이의 대답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단 말인가?
아니?
타라니스 공작은 저 젊은 미친놈이 반말을 찍찍 지껄이는 것보다, 오히려 언더테이커 공작에게 더 화가 났다.
“언더테이커가 드디어 노망이 난 모양이로군. 아무리 정적이라고 한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지.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새파란 애송이가 내게 통신을 걸도록 허락할 줄이야.”
– 그 듣도 보도 못한 애송이는 왕이라서 너보다는 신분이 높은데?
“뭣이? 왕?”
– 반말하지 마라. 공작 주제에.
지크가 수정구 너머로 타라니스 공작의 심기를 긁었다.
“왕? 설마 네놈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인가? 그 약소국의 왕?”
– 꼭 그렇게 말해야 속이 시원하냐? 아오!
지크는 프로아 왕국을 가리켜 이라고 칭하는 타라니스 공작에게 분노했다.
“웃기는 놈이로군.”
– 너는 이게 웃기냐? 난 열 받는데!
“헛소리 말고 용건을 말해라, 약소국의 왕이여.”
타라니스 공작이 지크를 향해 비웃음을 날리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용건으로 내게 통신을 건 거지? 왕의 품위를 내던지고 한낱 용병으로 돈을 받고 싸우는 네가?”
– 크윽!
지크는 타라니스 공작의 무자비한 폭행에 고통스러워했다.
“도대체 무슨 용건으로 내게 통신을 건 것인지 말하라.”
–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거든?!
지크가 빽 소리치더니 자신의 등 뒤를 가리켰다.
– 짜잔!
그러자 지크의 등 뒤에 있던 장막이 펄럭! 하며 떨어져 내렸다.
– 어때? 죽이지?
“음?”
– 잘 보란 말야. 잘.
타라니스 공작은 지크의 말에 장막 뒤에 있는 것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1초, 2초, 3초, 4초, 5초….
약 10초의 시간이 흐른 뒤.
“……!”
타라니스 공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크의 등 뒤에 있는 것들… 정확히는 입에 재갈이 물린 채 꽁꽁 묶여 있는 사람들의 정체를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