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34
433
쌔앵!
지크의 도망치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칭호의 효과를 이용한 덕분에, 지크의 빠르기는 가히 빛에 버금갈 정도였다.
“가, 같이 가!!!”
“뀨우우!”
타이칸과 햄찌 역시도 그런 지크의 뒤를 따라 미친 듯이 달렸다.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을 줄로만 알았던 타라니스가 기이한 형상을 하고 나타날 줄이야….
게다가 타라니스가 착용하고 있는 무기는 무려 16강인지라, 싸웠다간 개죽음을 당할 게 뻔했다.
이럴 땐 일단 후퇴하고 전열을 가다듬는 게 최선이다.
[감히.]그때, 타라니스의 입에서 묵직한 울음이 흘러나와 일대를 떨쳐 울렸다.
[버러지 같은 애송이들이 나를 이 정도로 욕보였다라… 곱게 죽지 못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그렇게 말한 타라니스는 뛰는 게 아니라, 마치 제트기처럼 날아서 지크 일행의 뒤를 쫓았다.
그러면서 지크 일행을 향해 레이저포를 뿜어내었다.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매우 강력한 라이트닝 포스를 머금은 레이저포는 단단한 돌바닥을 아예 갈아 버리면서 지크 일행의 뒤를 쫓았다.
“야 이 미친!”
지크가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치며 소리쳤다.
“쟤 뭐야! 도대체 저거 뭐냐고!”
“저, 저게 뭐냐면! 헉헉!”
타이칸이 소리쳐 대답했다.
“뇌신 강림이라고! 완벽한 건 아니지만! 뇌신으로 변신하는! 헉헉!”
“변신?!”
“완벽한 건 아니고! 뭐 어쨌든 그런 거야! 비장의 기술인데! 반쪽짜리긴 하지만! 그래도 엄청 세! 아마 완벽하지 않으니까! 가진 라이트닝 포스를 소모해 가면서 변신했을 거야!”
알고 보니 타라니스가 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라는 궁극의 스킬 덕분인 모양이었다.
“야 이! 그럼 너도 변신해서 싸우면 되잖아!”
“나, 난 못 해!”
“왜 못 해!”
“배우긴 했는데 아직 사용은 못 해!”
“에라이!”
지크가 버럭 소리쳤다.
“야! 진짜 바즈라의 후예는 니가 아니라 타라니스 아니야?!”
“아니야!!!”
타이칸이 빽 소리쳤다.
“타라니스는 다 배운 게 아냐! 오래 유지 못 할 게 분명하다고! 진짜 뇌신 강림은 저렇게 불안정하지 않아!”
“아하!”
“어쨌든 도망쳐야 돼! 저렇게 변신하면 진짜 괴물 그 자체라고!”
아무리 반쪽짜리라고는 해도 을 사용한 타라니스는 그야말로 무지막지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진짜 번개의 신이라도 되는 듯 스파크를 미친 듯 뿜어내면서 하늘을 훨훨 나는 것도 그랬다.
심지어….
번쩍! 번쩍!
타라니스는 자신이 무슨 마법사라도 되는 것처럼 번뜩이며 텔레포트를 해대기까지 했다.
“저건 뭔데!!!”
“전광석화!”
“뭐?!”
“전광석화라고! 텔레포트가 아니라 육체를 순간적으로 전류로 바꿔서 이동하는 거야!”
“야 이! 무슨 전기인간… 으악!”
지크는 타라니스가 뿜어낸 레이저포가 귓불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자 자지러지듯 비명을 내질렀다.
“망할!”
지크는 분통을 터뜨렸다.
뇌신 강림?
까짓거, 싸워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왜?
아직 지크에게는 라는 스킬이 남아 있었으니까.
일단 디버프 필드들의 쿨타임이 돌 때까지 버틴 뒤 를 사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문제는 무기였다.
[+16 천둥신의 번개손]천둥신의 권능이 담긴 너클.
•타입 : 주무기(너클)
•등급 : 전설
•레벨 제한 : 250 이상
빌어먹게도, 타라니스는 NPC 주제에 무려 16강이나 되는 고강 무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16강을 어떻게 이겨!’
지크는 고강 무기의 무서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운빨.
클래스빨.
재능빨.
그리고… 템빨.
템빨의 무서움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일정한 수치 이상의 효율을 꾸준히 뽑아준다는 점에 있었다.
물론 지크는 디버프 마스터이기에 템빨의 격차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12강, 13강, 14강, 15강 무기 정도까지의 이야기였다.
16강은 차원이 달랐다.
12강 이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무기의 공격력 증가폭은 16강쯤 되면 이른바 가 되기 마련.
지금의 지크로서는 타라니스를 상대로 싸워 봤자 승률이 지극히 낮은 게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크는 일단 후퇴를 생각하고 무작정 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안 돼. 스펙을 조금이라도 올려서 싸워야 돼. 어차피 지금 꼭 싸워야 하는 상황도 아니잖아.’
싸움에 있어 물러서지 않는 것.
이른바 임전무퇴의 정신도 때를 가려서 발휘해야 하는 법.
굳이 지금 결판을 내야 할 필요가 없는데 무리해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때론 영리하게 굴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지크는 그 가 지금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싸움을 피했다.
그리고 후퇴 명령을 내렸다.
“후퇴! 후퇴합니다!”
지크의 목소리가 요새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
“요새는 버립니다! 후퇴합니다! 각자 도망쳐요! 어서! 후퇴합니다! 후퇴!”
지크의 명령이 떨어지자 요새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은 모든 물자와 장비를 버리고 일단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바퀴벌레 같은 것들. 모조리 죽여 주마. 모조리.]타라니스는 도망치는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레이저포를 쏘아대며 대량 살상을 일으켰다.
“견제하면서 도망쳐!”
“뀨우!”
“알겠어!”
지크는 조금이라도 인명 피해를 막아보고자 햄찌, 그리고 타이칸과 함께 각자의 에너지 자원을 뿜어내어 타라니스를 견제했다.
우웅!
그러나 타라니스는 그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던 를 펼쳐 지크 일행을 견제하면서 추격을 계속해왔다.
그러는 한편 가지고 있던 신호탄을 터뜨려 요새 밑에 대기 중이던 반란군 소속 병사들을 불러내었다.
“놈들을 쳐부숴라!”
“공작 각하께서 요새를 무너뜨리셨다!”
“요새를 점령하라!”
이윽고 대기하고 있던 반란군의 정예병들이 요새에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타라니스는 요새를 점령하고도 만족하지 않고, 도망치는 지크 일행을 계속해서 추격했다.
[고통스러운 죽음을 안겨줄 것이다.]“히익?!”
[도망쳐도 소용없다.]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번쩍! 번쩍! 번쩍! 번쩍!
타라니스는 라이트닝 포스를 있는 대로 끌어올려 스킬을 사용, 지크를 거의 따라잡기까지 했다.
[뒈져라.]타라니스가 도망치는 지크의 등 뒤를 향해 양손을 모아 레이저포를 발사하려던 순간이었다.
촤락! 촤라락!
지크가 내던진 두 개의 원반이 1,000개의 표창으로 갈라지며 타라니스를 향해 쏟아졌다.
과 함께 지크가 가진 최강의 스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를 전개한 것이다.
[소용없다.]타라니스는 역시나 를 펼쳐 에 대한 방어를 시도했다.
그 방법은 처음에는 꽤 괜찮아 보였다.
그러나 는 단발성 스킬이 아닌 1,000개의 표창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다단히트 스킬!
휘이이이이이이이이!!!
나선을 그리며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1,000개의 표창들은 타라니스의 에 점차적인 균열을 만들어 내었고.
촤라락!
기어코 그 막강했던 방어막을 뚫어버렸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를 뚫어낸 표창들이 폭우처럼 쏟아져 타라니스의 전신을 유린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타라니스가 포효를 내지르고.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1,000개의 표창은 광범위하게 뿜어져 나온 전류의 폭풍에 본래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하나둘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저 미친 괴물 새끼가!”
지크는 그런 타라니스의 모습을 보고 경악하는 한편 스킬을 이용해 떨어진 표창들을 빠짐없이 회수했다.
쌔앵!
그리고는 다시 젖 먹던 힘을 다해 내달렸다.
‘뇌신 바즈라가 왜 사부님도 못 이기셨던 강자인 줄 알겠다!’
지크는 미친 듯 도망치며 비로소 과거의 절대자들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이거 진짜 여기서 죽는 거 아니야?’
다행스럽게도,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요새를 완전히 빠져나와 거의 5킬로미터쯤 도망쳤을 때, 타라니스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허억… 허억….”
지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타라니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포기한… 건가?”
“헉헉… 그, 그런 거 같은데?”
“헥헥! 헥! 햄찌 죽는다! 죽어! 뀨우! 헥헥헥!”
지크 일행은 지칠 대로 지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라니스는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추격을 포기한 모양이었다.
“와. 진짜 뒈지는 줄 알았네.”
“그, 그러게.”
“뀨우! 햄찌도 진짜 간 떨렸다! 뀨우우!”
지크의 말에 햄찌와 타이칸 역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저거 진짜 규격 외잖아? 강하고 말고를 떠나서 너무 괴랄하잖아. 저거 상대하려면 마스터 등급 아니면 불가능하겠는데?”
지크의 말은 사실이었다.
단순히 스펙으로만 놓고 보면, 타라니스는 그렇게 강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막강한 클래스빨과 템빨이 있었기에, 비슷한 수준의 강자들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강하게만 느껴졌다.
“후우. 일단 가자. 흩어진 병력들부터 수습해서 복귀하는 걸로.”
지크는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
요새의 함락이 끝난 후.
“공작 각하! 승전을 축하드리옵니다! 한데, 괜찮으시옵니까? 자잘한 상처가 많사옵니다!”
“나는 괜찮다.”
타라니스는 의 발동을 멈추고 다시 본래대로 돌아온 상태에서 지휘관의 축하와 함께 염려 섞인 질문을 받았다.
“그냥 조금 피곤할 뿐이다. 조용한 곳에서 잠시 쉬겠다.”
“포션이나 치유 마법이 필요하시지는 않으시옵니까?”
“필요치 않다.”
타라니스는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영주가 사용하던 침실로 향했다.
침실에 도착한 직후.
“빌어먹을. 1/3이나 날아가다니.”
타라니스는 포션과 붕대를 꺼내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는 한편 자신의 오른쪽 손바닥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혼잣말했다.
“어떻게 쌓아 올린 라이트닝 포스인데… 변신 한 번에 1/3이 날아갈 줄이야. 비기의 마나 운용법만 알았어도 라이트닝 포스를 잃는 일은 없었을 텐데….”
타라니스는 반쪽짜리 뇌신 바즈라의 후예.
비기인 의 온전한 마나 운용법을 모르는 그로서는 단 한 번의 변신으로도 라이트닝 포스의 영구적인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무리하게나마 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왜?
데미지가 너무 컸으니까.
만약 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의 공격에서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네놈은 내가 반드시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서 완전히 소멸시켜 주마.”
타라니스는 지크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일평생 최악의 피해와 치욕을 안겨주었던 그 뺀질뺀질한 애송이의 얼굴을….
***
지크 일행은 흩어져 있던 병력들을 수습해 주둔지로 향했다.
발걸음은 무거웠다.
다행히도 많은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명백한 패전이었기에 행군은 묵직하고 조용한 게 당연했다.
“이제 어떡하지….”
타이칸의 입에서 걱정 섞인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겠는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지.”
지크가 타이칸의 혼잣말을 듣고는 대꾸했다.
“방법이 있어?”
“있지.”
“그, 그래?!”
“강해지면 되잖아.”
“강해지면… 된다고? 그게 쉬워?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닐 텐데? 그리고 슬슬 성장도 더디지 않아?”
“그건 맞지.”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타라니스를 꺾을 방법이….”
“있어.”
“어떻게?”
“타라니스가 템빨을 세우니까 나도 좀 세워야겠지?”
“강화 말야?”
“어느 정도는 따라가 줘야겠지.”
“강화만으로는… 힘들 것 같지 않아? 강화가 쉬운 것도 아닌데.”
“어느 정도는 따라가 준다고 했지, 그 정도 고강화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게 아냐.”
지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특훈이 필요한 것 같다.”
“특훈이라….”
“역시 이럴 땐….”
그때였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알림 :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