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65
464
“뭐라고요? 그랭구아르 백작이 납치당했다고요?”
“그러하옵니다!”
“이런 빌어ㅁ….”
지크는 이라고 소리치며 탁자라도 주먹으로 쾅! 하고 내려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꺄르륵!”
“끠잉! 끠이잉!”
베르단디와 페어리 드래곤 두 어린이(?)들 앞에서 차마 언성을 높일 수도, 험악한 소릴 할 수도, 그렇다고 탁자를 부숴버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흐… 흐흐흐….”
지크가 애써 화를 억누르며 씹어내듯 말했다.
“거… 굉장히 불미스러운 일이네요… 크윽….”
“저, 전하!”
“ㄴ….”
“예? 전하?”
“내… ㄷ….”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소인이 잘 듣지 못했사옵니다.”
“내 돈….”
“돈 말씀이십니까?”
“누가 내 돈을 훔쳐 갔는지… 굉장히… 불쾌하네요.”
“…….”
“그게 얼마짜린데!”
시종장은 지크의 반응에 황당해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저, 전하의 용안에는 그랭구아르 백작이 돈으로 보인단 말인가?!’
상당히 비인간적으로 들리는 발언이었지만, 불행히도 그건 사실이었다.
지크에게 있어 그랭구아르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였고, 또한 고수익이 보장되는 매우 훌륭한 투자처(?)이기도 했다.
그랭구아르는 대륙 최고의 인기 연예인으로서 심심할 때마다 뺑뺑이-순회공연-를 좀 돌려주면 막대한 소득을 가져다주는 흥행 보증 수표였다.
게다가 그랭구아르는 또 다른 히든 클래스인 였는데,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레벨이 오른다는 매우 특이한 성장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었다.
즉, 지크의 입장에서 그랭구아르는 계속해서 뺑뺑이를 돌려 돈과 부하의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인적 자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돈으로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닐 수밖에.
평소 지크가 그랭구아르를 아니꼽고 얄밉다고 여기는 것도 있었고.
“감히 내 재산을….”
“전하. 자리가 좋지 못하옵니다. 일단 자리를 옮기시는 것이….”
“그러죠.”
지크는 브륜힐트에게 베르단디를 맡기고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
지크는 곧바로 미켈레를 만나 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의논했다.
“오셨습니까.”
“누구야?”
지크가 대뜸 미켈레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떤 개자식들이야?”
“정확한 범인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미켈레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본국에 대한 명백한 도발 행위, 아니 명명백백한 침략 행위이자 재산권 침범이자 불법 점거입니다. 그러니 강도 높은 보복과 응징을 해야 할 겁니다.”
“으응?”
지크는 미켈레의 발언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침략 행위? 재산권 침범에 불법 점거? 본국의 귀족에 대한 납치가 아니라?”
“하, 전하.”
미켈레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 지크를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랭구아르 백작은 본국에 막대한 외화를 벌어다 주는 1인 기업입니다. 그것도 언제나 현금만을 벌어다 주는 알짜배기 인적 자원이지요. 그런 그랭구아르 백작을 납치했다는 건 본국의 자산을 강탈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알고 보니 그랭구아르에 대한 미켈레의 생각 역시 지크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관점의 차이가 있기는 했다.
“그건 그렇지.”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켈레의 말에 적극 동의했다.
“난 그냥 누가 내 돈을 훔쳐 갔다고 생각했….”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랭구아르 백작은 명백히 국가의 자산입니다.”
“어… 으음….”
“그러니 괜히 호주머니 채울 생각 마시고, 그랭구아르 백작이나 빨리 구해오시길 바랍니다.”
“내, 내 건데!”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흑….”
“일단 이 편지부터 읽어보시죠.”
“편지?”
“납치범이 전하께 보내온 요구 사항입니다.”
“줘봐.”
지크는 미켈레가 건네준 편지를 받아들고 읽어보았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그랭구아르는 내가 데리고 있다.
만약 그랭구아르를 살리고 싶다면 마검 어벤져를 가지고 일주일 안에 다이달로스 지하 대미궁으로 와라.
반드시 혼자 와야 할 것이다.
“다이달로스 대미궁? 야 이! 여길 어떻게 오라고! 이 미친놈들이 진짜!”
지크는 으로 오라는 납치범의 편지에 매우 분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은 여태껏 그 어떤 게이머도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기 때문이다.
아니?
애초에 에 들어갔다가 귀환한 게이머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죽하면 에 들어갔다가 몇 개월째 나오지 못하고 게임을 아예 접어버린 게이머들이 부지기수일까.
심지어, 란 ID의 게이머는 2년째 에 갇힌 채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으로 오라니?
이건 자칫 잘못하면 게임을 완전히 접게 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여정이었다.
“이 새끼들 양심이 없네? 아니, 하고 많은 곳 내버려 두고 왜 다이달로스 대미궁이냐고!!! 왜!!! 이 새끼들 도대체 정체가 뭐야!!! 뭐 이런 미친 새끼들이 다 있어!!!”
지크는 납치범들의 악랄함(?)에 거의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지르며 분노를 토해냈다.
***
같은 시각.
속 어느 장소.
“주군, 지금쯤이면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주군께서 보내신 편지를 받아보았을 것입니다.”
케이오스가 메타트론을 향해 보고했다.
그랬다.
그랭구아르를 납치한 은 다름 아닌 마왕의 아들 메타트론과 그 부하인 케이오스였던 것이다.
물론 지크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지만 말이다.
“그렇겠지. 충분히 소식이 전해졌을 시간이니.”
메타트론은 케이오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가 어벤져를 가지고 오기만 기다리시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걸리는 게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주군?”
“이곳 대미궁은 한 번 들어오면 영원히 나갈 수 없는 곳. 우리처럼 길을 찾을 능력도 없는 그 애송이가 여기로 들어오려고 하겠나? 자칫 잘못하면 영원히 갇힐 수도 있는데?”
“지당하신 지적입니다, 주군.”
케이오스가 미소를 지으며 메타트론의 반론에 대답했다.
“하지만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그래?”
“그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라는 애송이는 돈을 위해서라면 영혼마저도 거리낌 없이 팔 수 있는 수전노라고 합니다.”
“그래? 하지만 아무리 돈에 미쳐도 그렇지 고작 이런 딴따라 하나 구하려고….”
메타트론이 온몸이 꽁꽁 묶인 채 기절해 있는 그랭구아르를 바라보며 미심쩍어했다.
하지만 케이오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아주 돈에 단단히 미친 돈귀신이라고 합니다.”
“으음!”
“게다가 그 애송이에게는 인자기의 나침반이라는 아티펙트가 있어 나름 대미궁에 도전해볼 만한 자신감도 있을 법합니다.”
“그런가….”
“일단 소신을 한번 믿어 보시지요. 그렇게 돈을 밝히는 놈이라면 저 딴따라를 구하기 위해 반드시 대미궁으로 올 것입니다.”
“알겠다.”
결국, 메타트론은 케이오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를 가지고 있다는 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
“그냥 버릴까?”
지크는 그랭구아르를 그냥 버릴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 재산이 중요하긴 하지만, 내 인생이 더 중요하잖아? 거기 갔다가 못 빠져나오면? 재산이고 나발이고 인생 종 치는 건데?”
지크의 말마따나 그랭구아르를 구하자고 으로 가는 건 정말이지 위험한 일이었다.
만약 브륜힐트나 베르단디가 납치되었다면 지크는 망설임 없이 으로 향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랭구아르는 달랐다.
지크가 그랭구아르를 아무리 각별하게 아낀다고 한들, 처자식만큼은 아닌 게 사실이었다.
접선 장소가 만 아니었다면 어디든 달려갔을 텐데,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못 나올지도 모른다는 게 걸렸던 것이다.
“아. 어떡하지. 그래도 구해는 줘야 할 것 같은데.”
“그러게 말입니다.”
지크와 미켈레는 한참 동안 이 사건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를 팽팽 굴렸다.
그러던 중.
“아?”
지크는 문득 좋은 방법을 떠올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게 있었지!”
“무슨 방법이 떠오르신 겁니까?”
“어.”
미켈레의 물음에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뭡니까? 그 방법이란 게?”
“일단 있어 봐. 나 어디 좀 다녀올 테니까.”
지크는 그렇게 말한 후 미켈레를 남겨두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그로부터 3일 후.
지크는 뉘르부르크 대륙 북부에 자리한 어느 거대한 동굴 앞에 나 홀로 서 있었다.
그런 지크의 눈앞에 현재 위치에 대한 알림창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뉘르부르크 대륙 북부 : 다이달로스 지하 대미궁]결국, 지크는 그랭구아르를 구하기 위해 으로 온 것이다.
물론 혼자는 아니었다.
“뀨! 주인 놈아! 햄찌는 왜 데려왔냐! 햄찌는 여기서 평생 동안 썩기 싫다! 놔라! 뀨우우우!!!”
지크는 자신도 X되기 싫다는 햄찌를 억지로 끌고 왔다.
왜냐하면….
‘심심하잖아. 헤헤헤.’
이란 미지의 영역을 나 홀로 탐험하자니 너무나도 심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고로 긴 여정에는 말동무가 필수 아니겠는가?
“뀨우우우우!!! 놔라! 놔! 혼자 썩어라! 주인 놈아! 뀨우!”
“아! 좀!”
지크가 그런 햄찌를 윽박질렀다.
“안 갇힌다니까? 너 나 못 믿냐!”
“뀨! 주인 놈을 어떻게 믿냐! 뀨우!”
“…….”
“주인 놈 믿느니 차라리 사기꾼을 믿는다! 뀨우!”
“얼씨구? 말하는 거 봐라?”
“뀨우! 진짜 미쳤냐! 저길 왜 들어가냐! 그냥 그랭구아르 버려라! 뀨우우우!”
지크는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며 저항하는 햄찌를 억지로 붙든 후 무작정 입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뀨우!!! 주인 놈아!!! 미쳤냐!!! 햄찌 싫다!!!”
“시끄러!”
지크는 햄찌를 향해 버럭 소리치고는 망설임 없이 입구를 통과해 어두컴컴한 동굴 안을 계속해서 달렸다.
그러기를 약 1분여.
“어?”
지크는 순간 자신의 발밑이 허전하다는 걸 깨달았다.
다음 순간.
슈우우우우우우우!!!
지크는 동굴 아래로 끝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뀨우우우우! 추락사하는 거냐! 뀨우우우우!”
“시작부터 장난질이냐!”
지크는 을 설계한 사람의 악랄함에 혀를 내둘렀다.
아니, 미궁이면 미궁이지 입구부터 추락사하게끔 함정을 파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지크에게 추락은 딱히 위협적인 함정이 아니었다.
슈우우우우!!!
지크는 를 켜 낙하 속도를 조절했다.
덕분에 지크는 절대로 추락사하지 않을 속도로 매우 천천히 떨어져 내릴 수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뭐, 뭐지? 도대체 얼마나 떨어져야 하는 거야?”
지크는 한도 끝도 없이 계속되는 추락에 당황했다.
아무리 속도를 줄여 떨어지고 있긴 했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싶은 수준이었다.
1분.
2분.
5분.
그리고 10분.
지크는 그 이후로도 무려 10분 동안이나 하염없이 떨어져 내려야만 했다.
‘설마 내핵까지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
오죽했으면, 지크는 이 행성의 내핵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렇게 20분이 더 지났을 때.
지크는 총 30분 동안이나 추락하고 나서야 지면에 착지할 수 있었다.
[다이달로스 지하 대미궁 : 입구]그런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라 현재 위치를 알려주었다.
“도착한 건가?”
“주인 놈아. 제정신이면 그냥 올라가자. 뀨우.”
“싫은데?”
“진짜 미쳤냐! 주인 놈아! 뀨우!”
“아! 괜찮다니까!”
지크는 햄찌에게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푸석!
지크는 발밑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뼈? 뭐 이렇게 많아?!”
지크는 자신이 지금 새하얀 백골의 탑을 밟고 있었다는 걸 깨달고 경악했다.
수없이 많은 백골들… 그것들은 모두 이곳 에 입장했다가 추락사한 이들의 것인 모양이었다.
“도대체가 얼마나 죽은… 응? 저게 뭐야.”
지크는 뒤엉킨 뼈 무더기들 사이에서 웬 손잡이 같은 걸 발견하고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을 꺼내 불을 붙여 보았다.
화륵!
이 타올라 시야를 비춰주던 순간.
“악!”
지크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