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66
465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반짝반짝!
수백 개의 아이템이 뼈 무더기 사이에 뒤섞인 채 횃불의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이, 입장하자마자 템이 쏟아지는 던전이 있다?”
지크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지 못했다.
보통 보상은 던전을 클리어하면 주는 게 정상 아니던가?
이렇듯 입장하자마자 수백 개의 보상을 줄 줄이야….
“뀨! 주인 놈아! 부자다! 부자아아아아아아! 뀨우우우우!”
그때, 햄찌는 언제 징징거렸냐는 듯 산더미처럼 쌓인 아이템들을 바라보며 좋아했다.
‘하여간 저거 돈 어지간히 밝힌다니까?’
지크는 속으로 햄찌를 욕-자기도 똑같다는 건 의식하지 못했다-하며 뼈 무더기들 사이에 묻힌 아이템들을 줍기 시작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는 아이템들을 주우면서도 어째서 입구에 이토록 많은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는지 의아했다.
“뭐지? 왜 입구부터 이렇게….”
그러던 중.
“아!”
지크는 이내 곧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의 입구는 족히 수천 미터는 될 법한 낭떠러지가 아니던가?
이 아이템들은 에 입장했다가 추락사한 이들이 떨군 게 분명해 보였다.
물론 NPC들이야 가진 모든 걸 떨군 채 사망했을 것이고, 게이머들은 랜덤 드랍 아이템을 떨구고 어디론가 이동되었겠지만 말이다.
“헤헤! 잘 먹고 갑니다!”
지크는 기쁜 마음으로 뼈 무더기에 쌓인 아이템들을 모조리 아공간 인벤토리에 주워 담았다.
햄찌 역시 마찬가지.
“뀨우! 부자다! 부자!”
햄찌는 마법의 보자기에 아이템을 정신없이 주워 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햄찌는 아이템을 다 줍고 난 직후 현자타임이 왔는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뀨우… 이것들 주워서 뭐 하냐… 어차피 여기서 못 나간다… 뀨우우우….”
“으응?”
“다 주인 놈 때문이다! 왜 햄찌까지 데리고 왔냐! 캬아아아악! 햄찌 여기서 평생….”
“아.”
지크가 햄찌를 바라보며 인상을 와락 구겼다.
“거 걱정하지 말라니까!”
“뀨우?”
“다 방법이 있으니까 온 거 아냐! 내가 미쳤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여기 들어왔겠냐!”
“뀨우우우? 주인 놈 방법 있었던 거냐? 뀨우?”
“있지!”
지크가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낡은 양피지 조각 하나를 꺼내 햄찌에게 보여주었다.
“짜잔!”
“뀨우? 그게 뭐냐!”
“이게 뭐냐고? 위대하신 인자기 님의 지도지!”
“뀨우?!”
“특별히 빌려온 거라고!”
지크가 짐짓 으스대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지크는 결코 아무런 준비 없이 이곳 에 들어온 게 아니었다.
며칠 전.
지크는 베오울프를 만나 를 잠시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 이거요? 빌려드릴게요.]베오울프는 지크에게 를 흔쾌히 빌려주었다.
덕분에 지크는 망설임 없이 으로의 여정을 결심할 수 있었다.
만약 만 있었더라면 망설였을 테지만, 가 있는 이상 도전해볼 만했던 것이다.
왜?
는 보스 방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아이템.
지크가 생각하기에, 제아무리 일지라도 보스를 처치하는 순간 밖으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 보스를 처치해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속된 말로 X망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었다.
는 만고불변의 진리와도 같은 RPG 게임의 정석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괜히 호들갑 떨지 말고 곱게 가자?”
“뀨우! 진작 말을 해주지 그랬냐! 뀨우! 가자! 주인 놈아!”
그렇게 지크는 과 를 이용해 의 공략에 나섰다.
***
의 공략은 쉽지 않았다.
미궁은 매우 어두웠고, 갈림길은 거의 5분마다 최소 다섯 개 이상씩 등장했다.
게다가 몬스터들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거나 그 기습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란 이름표를 붙인 몬스터 시리즈들은, 이따금씩 튀어나와 지크와 햄찌를 공격해왔다.
하지만 지크는 그런 에 당하지 않았다.
지난번 무려 15레벨을 올린 뒤 엄청나게 강해진 지크는 어설픈 몬스터들 따위의 공격에는 끄떡도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은 지크에게 있어 또 다른 기회의 땅이었다.
“어? 개꿀!”
지크는 길을 걷다 누군가가 떨군 아이템을 발견하고는 아공간 인벤토리에 그것을 주워 담았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은 그야말로 개꿀 던전이었다.
길을 걸을 때마다 누군가가 떨군 아이템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어서, 지크는 그저 그것들을 날름 주워 먹기만 하면 됐다.
지크는 곳곳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들을 통해 이곳 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
‘보통은 떨군 아이템을 찾으러 가기 마련인데, 그러지 않았어. 아마 죽으면 어딘가로 이동되는 거야. 그리고 또 길을 잃은 거겠지. 아이템을 찾을 엄두조차 못 낼 정도라는 거네. 그러다 죽으면 또 아이템을 떨굴 테고, 또 길을 잃는 거야. 이건 뭐 사람 미치겠는데?’
이곳 에 갇힌 사람들은 마치 다람쥐처럼 쳇바퀴를 돈다고 볼 수 있었다.
영원히….
하지만 지크에게는 과 라는 아이템이 있었기에, 꽤 수월하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 새끼들은 불러 놓고 왜 감감무소식인 거지?”
지크는 그랭구아르의 납치범들에게 분노를 느꼈다.
오라고 해서 왔다.
그런데 납치범들은 벌써 세 시간째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뀨우! 설마 지들이 불러 놓고 길을 잃어버린 거 아니냐?!”
“그, 그런가?!”
지크는 햄찌의 말을 듣고는 납치범들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멍청한 놈들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에이. 아니겠지. 설마 지들이 불러 놓고 길을 잃었겠냐? 세상에 그런 멍청한 놈들이 어딨냐?”
“뀨우?”
“아마 어디 숨어서 우릴 지켜보고 있거나 뭔가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지 않겠냐?”
“뀨! 생각해 보니까 그렇다! 뀨우우!”
“그러니까 일단 걔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쭉 가 보는 수밖에 없지. 자, 가자.”
지크는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
같은 시각.
“케이오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메타트론은 자신의 심복 중의 심복은 케이오스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이런 빌어먹을! 도대체 몇 번이나 똑같은 길을 지나온 것인가! 도대체 몇 번이나!!!”
“주, 주군이시여!”
케이오스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메타트론을 달래려 애썼다.
“고정하시옵소서! 소신이 지도를 잘못 읽은 탓이지, 길을 잃은 것은 아니옵니다!”
“크흠!!!”
“부디 조금만 참고 소신을 믿어 주시옵소서!”
그랬다.
사실 메타트론과 케이오스는 지크가 예상한 대로 이곳 에서 길을 잃은 상태였다.
물론 무작정 들어온 건 아니었다.
메타트론과 케이오스는 에 대한 자료를 찾을 당시 우연히 를 입수한 적이 있었다.
굳이 접선 장소를 으로 선정한 이유였다.
문제는 자체가 워낙에 거미줄처럼 복잡해서, 올바른 지도를 가지고 있다 해도 올바른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크흠! 빨리 길을 찾아라! 알겠는가!”
“예! 주군!”
“어벤져가 느껴지고 있단 말이다!”
메타트론은 마왕의 아들 중 하나로서 의 기운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 이곳 에 진짜로 왔단 증거였다.
하지만 정작 을 불러낸 장본인인 메타트론과 케이오스가 길을 헤매는 중이라 무슨 일을 꾸밀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주군! 조금만 참으소서!”
“알겠으니 빨리 길을 찾아라!”
“예!”
케이오스는 메타트론의 불호령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다시 로 눈길을 돌렸다.
보기만 해도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바로 그 지도를 말이다.
***
지크는 그 후로도 땅에 떨어져 있는 아이템을 주우며 보스 방이 있다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도대체 이 자식들은 언제 나타나는 거야?”
“뀨! 기다려 보자! 주인 놈아! 뀨우우!”
그러던 중.
덥석!
지크는 누군가 자신의 허리를 휘어 감는 듯한 느낌을 받고 황급히 몸을 비틀려 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어어?”
왜냐하면, 미처 몸을 비틀 시간도 없이 몸이 뒤로 붕! 하고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
콰직!
지크는 엄청난 힘에 의해 뒤로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져 땅바닥에 자신의 등을 고스란히 처박고 말았다.
“커허어어어억!!!”
지크는 땅에 처박힌 직후 피를 한 사발이나 토해냈다.
‘이 무슨 충격이… 윽!’
지크는 데미지에 놀랐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생명력 : ■■■■■■■■■□
조금 전 땅에 처박힌 충격으로 생명력의 10퍼센트가 날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불가능했다.
“어어?”
상대가 지크를 땅에 처박고도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웅!
덕분에 지크는 또다시 뒤로 포물선을 그리다 뚝 떨어져 내렸고.
콰직!
땅에 또다시 처박히고 말았다.
“커헉!”
피를 또 토해낸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적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부웅, 콰직!
지크는 무려 세 번 연속이나 포물선을 그리며 뒤로 넘어져 땅에 처박힌 뒤에야 상대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큭! 이런 빌어먹을!”
“뀨! 주인 놈아!”
“어떤 새끼야.”
지크가 으르렁거리며 몸을 일으켜 전방을 주시하던 순간.
“오! 이런!”
지크를 무려 세 번이나 땅에 처박은 이가 자신이 실수했다는 듯 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인간이었군!”
“으응?”
지크는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상대는 190센티미터에 달할 정도로 커다란 키에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고 있었다.
외모는 확인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머리카락과 수염이 너무나도 길어서 마치 삽살개를 연상시킬 정도였기 때문이다.
“오! 미안하네! 내 인간인 줄 모르고 그만 무턱대고 공격부터 했구먼!”
“…….”
“이곳 미궁에서 사람을 만난 게 어언 10년은 족히 된 것 같아서 그만 헷갈리고 말았어!”
알고 보니 상대방은 이곳 에서 오래도록 썩은 인 모양이었다.
“미안하게 됐네! 정말로 미안하네!”
“예, 뭐….”
“그런데 자네 맷집 하나는 정말이지 대단하구먼! 보통은 한두 번 찍으면 등짝부터 허리까지 박살이 나서 뒈지기 마련인데 말일세!”
“거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아무튼, 반갑네! 나는 레오니드라고 하네!”
“레오…니드? 레오니드? 혹시 그 레오니드세요?”
그때, 햄찌가 지크에게 물었다.
“뀨우? 주인 놈 저 삽살개 아는 부분이냐?”
“정확히는 모르겠고. 내가 듣기로 레오니드라면… 오성ㅊ….”
“그렇다네!”
지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신을 라고 소개한 남자가 소리쳤다.
“내가 바로 그 레오니드일세! 대륙 오성천의 일원이자 유일무이한 그래플링 마스터 레오니드 말일세!”
그렇게 지크는 또 한 명의 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