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67
466
[레오니드 반 아고게]15년 전 실종되었다는 람다 왕국의 전(前) 국왕.
천재적인 무투가로 알려져 있으며, 맨손 격투에 한에서는 가히 대륙 최고봉이라 할 만한 사내이다.
•존재 구분 : 네임드 NPC
•종족 : 인간
•소속 : 람다 왕국
•직위 : 전(前) 국왕
•레벨 : 350
•클래스 : 인피니티 챔프
•등급 : 마스터(그래플링 마스터)
•칭호 : 잡히면 죽인다! / ★오성천★ / 인간흉기 / 무쇠팔 / 무쇠다리 / 무쇠로 만든 인간 / 노출증 환자 / 잡기의 달인 / 타격의 명인
으로 확인해 본 결과, 레오니드는 진짜 레오니드가 맞았다.
‘어쩐지.’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 더럽게 아프더라.’
뒤로 메치기-사실 수플렉스-만으로 지크의 생명력을 10퍼센트나 날려버릴 정도라면 마스터 등급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게 정상이긴 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네.”
레오니드가 지크를 향해 악수를 청했다.
“자네의 이름을 알 수 있겠는가? 젊은 강자여?”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라고 합니다.”
“반 프로아? 왕족이로군? 프로아 가문은 들어본 적 없지만 말일세. 신흥 왕국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예, 뭐. 그렇습니다.”
“그렇군. 이해하게. 내 여기 갇힌 지가 벌써 15년이나 지났다네. 바깥세상의 물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지.”
“이해합니다.”
“그나저나 앞으로 잘 지내보세나.”
“예?”
“자네나 나나 앞으로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 터인데, 서로 말동무라도 하면서 지내면 좋지 않겠는가.”
“으음.”
“거 젊은 친구가 안 됐군. 쯧쯧쯧.”
레오니드가 지크를 바라보며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왕위에 오른 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런 곳에 갇히다니. 허허허.”
“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갈 방법이 없는 것을. 하루하루 이런 것이나 주워 먹으며 연명해야 할 팔자인 게야.”
레오니드가 자신의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웬 문어같이 생긴 걸 꺼내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는 그 괴상망측하게 생긴 것을 한입 크게 베어 먹는 먹방을 선보였다.
“거 말 나온 김에 배가 고프구먼. 으적으적! 쩝쩝!”
“으으!”
지크는 그런 레오니드의 먹방에 기겁했다.
“왜? 자네도 배가 고픈가? 한입 하게. 앞으로 질리도록 먹게 될 테지만, 먹다 보면 꽤 쫄깃하니 맛있다네. 육즙도 풍부하지. 비린내가 좀 나긴 하지만 금방 적응될 걸세.”
“우웩!”
지크는 정말로 토할 것 같았다.
도대체 저게 뭘까? 하는 생각에 을 비추어 보았다.
레오니드가 먹던 정체불명의 생명체는 다음과 같았다.
[돌연변이 낙지]다이달로스 지하 대미궁에서만 서식하는 낙지.
돌연변이답게 바다가 아닌 축축하고 어두운 다이달로스 지하 대미궁에 서식한다.
징그럽고 맛없지만 영양 하나만큼은 만점짜리이다.
•존재 구분 : 중립 생명체
•등급 : 유니크
•레벨 : 50
•특이 사항 : 영양가가 매우 높아서, 필수 영양소를 모두 함유하고 있는 완전식품이다. 한 마리를 섭취하게 되면 전체 생명력과 마나와 스태미나를 20퍼센트를 회복할 수 있다.
놀랍게도 는 영양도 영양이지만 포션으로써의 가치가 매우 높은 생물이었다.
어지간한 최상급 포션 세 개를 합쳐놓은 것보다 더 많은 회복량을 자랑하는 것이다.
‘이게 여기 특산물인가?’
지크는 가 랜덤 드랍 아이템들에 이어 이곳 의 또 다른 특산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저 를 대량으로 잡아다가 내다 팔 수 있다면?
“저 혹시….”
“음? 쩝쩝! 으적으적! 뭔가. 쩝쩝! 말해 보게.”
“그 낙지가 여기 많습니까?”
“많지. 쩝쩝쩝.”
“얼마나 많습니까?”
“지금 자네 옆에 벽에도 세 마리나 붙어 있는걸? 쩝쩝쩝.”
“예?!”
지크는 화들짝 놀라 레오니드가 가리킨 벽면을 바라보았다.
레오니드의 말은 사실이었다.
꾸물꾸물!
벽면에는 지크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세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긴 온통 이 녀석들 천지라네. 저 천장 위를 보게. 족히 100마리는 되는 것 같구먼.”
“히익?!”
지크는 천장 위를 확인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레오니드의 말대로, 천장 위에는 수없이 많은 들이 들러붙은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저 녀석들 덕분에 15년 동안이나 굶어 죽지 않을 수 있었다네. 아주 영양 만점 고단백 식품이지. 쩝쩝쩝.”
“하하… 하하하….”
“그나저나 안 먹나? 아직 배가 안 고픈 모양이지?”
“저,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지크는 레오니드에게 거절의 뜻을 분명히 밝히고, 햄찌에게 속삭였다.
“야. 이거 내다 팔면 돈 엄청 벌겠는데?”
그렇게 말하는 지크의 눈에는 달러 마크($)가 떠올라 있었다.
***
“그나저나 어쩌다 여기 갇히신 겁니까?”
지크는 레오니드와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휘릭, 휘리릭!
푹! 푹! 푹! 푹! 푹!
물론 중간중간 표창을 던져 를 사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뀨! 뀨우!”
표창에 맞은 를 줍는 건 햄찌의 몫이었다.
“설마 제 발로 들어온 건 아니시죠?”
“맞네.”
“예?”
지크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제 발로 들어오셨다고요?”
“그렇다네.”
“혹시 미치셨어요?”
지크는 레오니드가 정말로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은 그랜드 마스터인 치천존조차 공략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고 거대한 감옥이었기 때문이다.
과 와 같은 특별한 아이템이 없인 아예 공략이 불가능한 것이다.
“인정하겠네.”
“예?”
“15년 전의 나는 반쯤 미쳐 있었네.”
“왜죠?”
“당시의 나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마스터라는 경지에 도취되어 있었지.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구먼. 오성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위대한 그랜드 마스터라는 경지에 오르고 싶은 욕망에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었다네.”
“여기 그랜드 마스터 뽕 맞으신 분 하나 추가요.”
지크는 레오니드의 말에서 도제 베텔규스를 떠올렸다.
그랜드 마스터.
모든 마스터들의 꿈.
하지만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꿈의 경지가 아니던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지만, 한평생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하고 죽는 이들이 부지기수라는 게 그걸 증명했다.
“나는 이곳 다이달로스 지하 대미궁을 나의 폐관 수련 장소로 삼았네. 이 지옥 같은 미궁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멈춰 있던 나의 깨달음이 더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여겼지. 하지만 그 결과는….”
“시궁창이었겠죠.”
“인정하기 싫지만, 그게 사실일세.”
레오니드가 침울한 목소리로 지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곳에서 그랜드 마스터의 그림자도 밟지 못했네. 그저 지난 15년 동안 마치 망령처럼 이 미로 속을 떠돌아다녔을 뿐….”
“객기를 부리셨네.”
“머저리 같았지. 스스로를 과신한 대가로 평생을 이곳에서 썩어야 하는 형벌을 받은 게야.”
“하하….”
“그런데 자네는?”
레오니드가 지크에게 물었다.
“자네 같은 젊은 왕족이 어째서 이곳에 발을 들인 것인가? 혹시 유배라도 당했나?”
“아뇨.”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제 부하를 납치한 납치범들이 접선 장소를 여기로 정해서 제 발로 들어온 겁니다.”
“뭐, 뭣이?! 그게 말이 되나? 납치범들이라고 해도 이곳에서 길을 잃지 말라는 법은 없을 텐데?”
“그건 걔네 사정이죠.”
지크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딴에는 나름 나갈 방법이 있으니까 저를 여기로 부르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애초에 저를 이곳에 가두려고 수작을 부린 거거나. 그것도 아니면 상상을 초월하는 머저리들이라서 저를 불러 놓고 자기들도 길을 잃었거나?”
“아니, 그 어떤 경우든 자네가 이곳에 갇히게 되었다는 건 변함이 없을 텐데?”
“저는 나갈 방법이 있는데요?”
“나, 나갈 방법이… 있어?!”
“예.”
“그게 정말인가! 그게 정말이야?!”
“방법이 있으니까 제 발로 들어왔겠죠? 제가 미쳤다고 방법도 없이 여길 왔겠습니까?”
“……!”
“저는 어르신처럼 그렇게 무모한 사람이….”
“이보게!”
레오니드가 지크의 손을 덥석 붙잡고 소리쳤다.
“부디 나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게! 내 부탁함세! 만약 날 여기서 데리고 나가준다면….”
레오니드가 지크에게 보상을 제시했다.
“내 특별히 자네를 내 제자로 받아주겠네!”
불행히도 레오니드가 제시한 보상은 매우 형편없는 거였다.
***
지크가 레오니드를 만났을 무렵.
“잠깐!”
메타트론은 어떠한 느낌을 받고 발걸음을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주군?”
“어벤져의 기운이 느껴진다.”
“……!”
“방향이… 이쪽이로군.”
메타트론이 일곱 개의 갈림길 중 오른쪽 맨 마지막 길을 가리켰다.
“오오!”
“케이오스.”
“예, 주군.”
“네가 지도를 가지고 가서 놈을 찾아 나에게 데려와라.”
“알겠습니다!”
케이오스는 메타트론의 명령을 받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주군께서 어벤져를 획득하시는구나!’
그런 케이오스의 가슴속은 곧 이루게 될 부귀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올라 있었다.
***
“돈이 아니라요?”
“으응?”
레오니드는 지크가 되묻자 당황했다.
‘으음? 이 친구가 나를 잘 모르는 모양이지? 하긴. 벌써 15년이나 지났으니 나에 대해 잘 모를 만도 하지.’
레오니드는 단순히 자신의 인지도가 하락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크에게 점잖은 목소리로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보게, 젊은 친구.”
“그냥 지크라고 부르시죠.”
“그래, 지크 군. 내 뭐 하나만 물어봄세.”
“살살 무시죠. 세게 물면 아프거든요.”
“…….”
“헤헷.”
“크, 크흠! 이보게, 지크 군. 나 레오니드일세.”
“알죠? 그래플링 마스터시잖아요? 대륙 오성천이시고.”
“허… 그걸 알면서 그러나? 내 제자가 된다는 건 억만금과도 맞바꿀 수 없는 기회라네. 운이 좋다면 자네도 마스터의 경지에….”
“저는 돈이 더 좋은데요?”
“뭐, 뭣이?!”
“제가 소싯적에 치천존 어르신한테도 배워 봤고요, 도제 베텔규스 어르신도 저를 제자로 삼으려고 안달이 난 적이 있었거든요.”
“……!”
“근데 별 볼 일 없더라고요. 저한테는 우주 최강의 스승님이 계셔서, 어르신의 가르침은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자네가 치천존 형님과 베텔규스 형님을 안다는 말인가? 심지어 치천존 형님께는 배워도 봤고?”
“그런데요?”
“에이~.”
레오니드가 구라 치지 말라는 듯 지크를 향해 말했다.
“거 젊은 친구가 허언도 정도껏….”
그때였다.
휘리릭!
지크가 를 휘둘러 스킬을 선보였다.
풀럭~!
그러자 덥수룩하게 자라 있던 레오니드의 앞머리가 일자(一)로 잘려 나풀나풀 땅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
그러자 레오니드의 얼굴이 서릿발처럼 얼어붙었다.
“바, 방금 그건! 베텔규스 형님의 단칼?!”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지크가 피식 웃으며 레오니드에게 말했다.
“맙소사… 자네는 그럼 베텔규스 형님의 제자인가?”
“아닌데요?”
“그럼?”
“그냥 기술 하나만 얻어 배운 건데….”
“그, 그게 가능한가? 단칼 스킬은 베텔규스 형님의 비기인데, 제자도 아닌 자네에게 그걸 가르쳐 주었다고?”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지크가 레오니드에게 설명을 해주려던 때였다.
“뀨! 주인 놈아!”
햄찌가 지크를 불렀다.
“응?”
“킁킁! 냄새가 난다! 뀨우! 냄새가 나! 뀨우우!”
“무슨 냄새?”
“그때 그 마족 있지 않냐! 그 마족 냄새가 풍긴다! 가깝다! 뀨우!”
“그래? 설마 그때 그 마족이 납치범이었던 건가?”
“그런 것 같다! 뀨우!”
“야! 일단 너 숨어!”
지크는 햄찌에게 그렇게 말한 뒤 레오니드를 돌아보았다.
“어르신도 일단 좀 숨어주시죠? 제가 좀 일이 있네요.”
“아, 알겠네. 일단 자리를 좀 비켜주도록 하지.”
레오니드는 얼떨떨한 와중에도 지크의 부탁을 듣고 제자리에서 점프를 했다.
처억!
그리고는 천장에 두꺼비마냥 떡 들러붙었다.
‘숨는 방법도 가지가지네. 모양 빠지게.’
지크는 내심 피식 웃고는 잠자코 케이오스를 기다렸다.
한 10분쯤 기다렸을까?
이윽고 케이오스가 나타났다.
“오랜만이로군, 애송이.”
“하이.”
지크가 케이오스를 향해 인사했다.
“애송이한테 털린 쓰레기?”
“크윽!”
케이오스는 지크에게 탈탈 털렸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자, 잡설은 집어치우고. 어벤져는 가지고 왔겠지?”
“물론.”
“그럼 가지. 내 주군께서 네놈을 기다리고 계시니.”
“그래? 주군이 누군데?”
“가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래.”
지크는 딱히 군말 없이 케이오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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