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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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가 새롭게 획득한 칭호의 이름은 다음과 같았다.
[알림 :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지크의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하게도, 새롭게 획득한 칭호는 또다시 뒤통수에 관한 거였다.
[통수일체 통수지몽]내가 곧 통수요, 통수가 곧 나일지니!
내가 뒤통수를 치는지, 뒤통수가 나를 치는지 알 수가 없도다!
속이는 것이 생명이 숨을 쉬듯 자연스러우니,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적이 속아 넘어가더라.
•타입 : 칭호
•등급 : 신화
•효과
– 의도치 않게 적을 속여 이득을 취할 확률 +500%
– NPC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확률 +500%(상대의 지능이 낮으면 낮을수록 성공률이 더 높습니다!)
– 백 어택 시 100% 추가 데미지
– 백 헤드샷 시 100% 추가 데미지
•참고 : 이 칭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다 보면 칭호를 추가 획득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본의 아니게 메타트론을 속인 것-동료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한 것-으로 인해 획득하게 된 모양이었다.
“으… 으으으!!!”
칭호를 확인한 순간.
빠직!
지크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이젠 하다하다 을 넘어 이라는 개똥철학적인 칭호까지 얻게 될 줄이야….
이쯤 되면 지크는 이나 밑에서 태어났다고 봐도 좋을 지경이었다.
“다….”
지크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쓰러져 있는 메타트론을 향해 다가갔다.
꽈악!
그런 지크의 손아귀는 그 여느 때보다 더 강하게 를 움켜쥐고 있었다.
“다 너 때문이야… 이 새끼야….”
“나, 나 때문이라고?!”
메타트론은 갑자기 지크가 자신의 탓을 하자 황당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속 존재인 메타트론으로서는 지크가 칭호를 획득했는지 안 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갑자기 내 탓을….”
“다 너 때문이라고, 이 새끼야!”
지크가 그렇게 소리치며 메타트론을 향해 를 휘둘렀다.
“크헉!”
“너만!”
“크아아악!”
“너만 없었어도!”
“윽! 제, 제발! 으아아악!”
“죽엇! 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지크는 을 얻어 눈이 회까닥 돌 정도로 미쳐 있었고, 메타트론은 그 분풀이를 고스란히 몸으로 때워야만 했다.
‘이 미친 새끼!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메타트론은 억울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
가 사라진 후.
“끅… 끄어어억… 끄윽!”
메타트론은 잘 다져진 다진 고기가 되어 땅바닥에서 흐느적거렸다.
그런 메타트론의 거의 모든 뼈는 부러져 있어서, 혼자서는 결코 몸을 가눌 수 없어 흐물흐물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그건 케이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 주군! 크으윽!”
케이오스는 레오니드의 로우킥에 다리몽둥이가 부러져서, 절뚝절뚝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주제에 주군인 메타트론을 챙기려 애썼다.
단, 거대화한 햄찌가 커다란 앞발로 뒤통수를 퍽! 하고 내려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악!”
케이오스는 메타트론을 향해 다가가던 도중 햄찌에게 뒤통수를 맞고 앞으로 거꾸러졌다.
문제는 그 앞으로 거꾸러진 방향이 하필 메타트론이 쓰러져 있던 방향이었다는 것.
철푸덕!
케이오스가 쓰러져 있던 메타트론을 덮쳤다.
그러자 메타트론이 비명을 지르며 케이오스를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으악! 케이오스! 이 미친놈아! 크으윽!”
“죄, 죄송합니다!”
“나를 보필하지는 못할망정… 이 무능한 새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얼른 비키지 못해? 크윽!”
“죄송합니다!”
그렇게 메타트론과 케이오스는 사이좋게 오징어가 된 채로 뒤엉켜 시끄럽게 꽥꽥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명색이 최고위급 마족과 그 심복이라는 놈들이 말이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크 일행은….
“…….”
“…….”
“…….”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고 그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와. 쟤네….”
지크가 메타트론과 케이오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덤앤더머네.”
“뀨우?”
그러자 햄찌가 지크에게 물었다.
“주인 놈아! 덤앤더머가 뭐냐! 뀨우!”
“그런 애들이 있어.”
지크가 설명하기 귀찮다는 듯 대충 대꾸했다.
“머저리 두 놈이 같이 다닌다고 보면 돼.”
“그러냐? 뀨우! 그렇다! 쟤네 덤앤더머다!”
햄찌가 여전히 뒤엉켜 있는 메타트론과 케이오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 마족이라 그런가? 거 맷집 하나는 끝내주네.”
지크가 메타트론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놈 같았으면 벌써 뒈졌을 텐데.”
“뀨우?”
“일단 쟤네는 두고. 내 재산부터.”
지크가 그렇게 말하고는 구석에 처박혀 있던 그랭구아르를 풀어주고, 재갈 역시 풀어주었다.
“전하!”
그랭구아르가 감격했다는 듯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저, 저를 구하러 와주신 것입니까! 전하! 신 그랭구아르, 전하의 은혜에….”
“감봉 6개월.”
“예?!”
그랭구아르는 지크의 뜬금없는 감봉 통보에 당황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랭구아르 경.”
“예?”
“그랭구아르 경의 몸은 그랭구아르 경의 것이 아닙니다.”
“……?”
“그랭구아르 경은 과인의 거위…가 아니라. 그랭구아르 경은 과인의 가장 중요한 재산 중 하나이자 국가의 보물입니다. 그런 스스로를 잘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벌입니다.”
“전하? 말씀이 좀 이상하신 것 같은데….”
“닥치세요.”
“…….”
“내가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 아시겠어요? 저따위 허접한 놈들한테 납치나 당하고, 왕인 나를 이런 곳까지 발걸음을 하게 했으면 6개월 감봉쯤은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게다가 구해주기까지 했는데?”
말이야 바른말이지, 지크의 말에는 허점이 없었다.
납치당한 그랭구아르를 구하기 위해 이곳 까지 발걸음을 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사실 엄청난 은혜를 베푼 것이었기 때문이다.
‘뭐,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랭구아르는 그런 지크의 은혜를 알았기에, 석연치 않아 하면서도 한쪽 무릎을 꿇고 신하로서 왕에 대한 예를 올렸다.
“신 그랭구아르, 전하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감봉 처분은 달게 받겠사옵니다.”
“그럼 그래야죠. 그렇고말고요.”
지크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싸! 돈 굳었다!’
그런 지크의 머릿속에는 그랭구아르의 6개월 치 봉급을 아꼈단 생각뿐이었다.
***
“이보게, 지크 군.”
레오니드는 잠자코 조용히 있다가 지크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일단 상황은 정리가 된 것 같으니 하는 말인데….”
“데리고 나가드리죠.”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정말인가!”
“아무렴요. 대신에 공짜로 해드리긴 좀 그러니까….”
지크는 레오니드에게 뭘 뜯어낼 수 있을지 잠시 궁리하다가 이내 곧 자신이 만족할 만한 보상을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돌아가시면 제가 다스리는 국가랑 혈맹을 맺어주시고, 상호 무역 협정도 맺어주시죠. 물론 본국이 유리한 방향으로.”
“그야 당연하지!”
레오니드가 그게 뭐가 대수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말게! 내 자네에게….”
“그게 다가 아니죠.”
“으음?”
“거 쓸 만한 기술 몇 개만 가르쳐 주시죠?”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레오니드가 눈을 크게 떴다.
“언제는 내 제자가 될 생각이 없다면서?”
“꼭 제자여야만 기술을 배웁니까?”
“으음?”
“자, 보세요?”
지크가 품속에서 표창 세트를 꺼내 를 아주 짤막하게 펼쳐 보였다.
“헉!”
레오니드는 지크가 를 시전하는 걸 보고 경악했다.
“그, 그건! 만천… 화우!!! 그건 샤키로 형님의 비기인데!!! 그랜드 마스터들의 비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맙소사!!! 자네 도대체 정체가 뭔가? 그럼 샤키로 형님의 제자란 말인가?”
“아닌데요?”
“아, 아니라고?!”
“그냥 얻어 배운 건데….”
“허….”
레오니드는 도통 지크란 청년에 대해 감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정체가 뭐지? 치천존 형님께도 배웠고, 베텔규스 형님의 단칼에 이제는 샤키로 형님의 만천화우까지? 도대체 이 청년의 정체가 뭐란 말인가? 하긴. 움직임과 근골을 보면 누구나가 탐낼 만한 인재인 건 분명하지.’
확실히, 지크는 특이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치천존에게도 마법을 배운 적 있는 데다가 오성천 중 두 명의 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뉘르부르크 대륙이 몇이나 될까?
단언컨대, 지크를 빼면 단 한 명도 없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좋네.”
레오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까짓것 그렇게 하세. 자네가 없었더라면 어차피 사라질 기술들이었으니 말일세. 게다가 이미 자네는 내 기술들을 배울 자격도 충분하고.”
베텔규스와 샤키로의 비기를 완벽하게 습득한 지크가 레오니드의 기술을 배울 자격이 충분하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럼, 거래하시는 겁니다.”
“물론일세.”
“좋습니다. 후후.”
그렇게 지크는 샤키로와 베텔규스에 이어 레오니드의 기술들까지 배우게 되었다.
***
지크의 수련은 바로 시작되었다.
보스 방으로 향하는 길.
“그러니까 마나의 운용을 이렇게 해서… 이렇게 끊어 차란 말씀이세요?”
지크가 레오니드가 가르쳐준 대로 로우킥을 차 보았다.
빠각!
그러자 꽁꽁 묶인 채 끌려가던 메타트론의 다리가 기괴한 각도로 꺾였다.
“아아아악!!!”
메타트론이 비명을 질렀다.
그랬다.
지크는 레오니드에게 배운 기술을 즉석에서 메타트론을 상대로 시전해 보았던 것이다.
그런 지크의 학습 속도는 매우 빨랐다.
[알림 : 스킬의 숙련도가 15% 증가했습니다!] [알림 : 스킬의 숙련도가 11% 증가했습니다!] [알림 : 스킬의 숙련도가 7% 증가했습니다!]지크는 메타트론을 상대로 레오니드에게 배운 를 연습해 보았고, 그때마다 스킬 숙련도는 쭉쭉 올랐다.
‘데미지 좋은데? 역시 이런 건 배워둬야 돼.’
지크는 레오니드의 스킬들을 배우는 게 매우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타격기와 그래플링 스킬들은 배워두면 쓸모가 매우 많을 것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싸움은 무기로만 하지 않는다.
손에 쥔 무기를 주로 사용하되, 중간중간 주먹이나 다리를 이용한 견제 및 반격은 매우 효율적인 보조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거라서 언제나 손에 무기를 쥐고 있으리라는 법이 없었다.
때로는 무기 없이 싸울 때도 있어야 하는데, 무기가 없다고 그냥 죽을 순 없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레오니드의 기술들은 지크에게 매우 훌륭한 보조적 수단이 되어줄 수 있었다.
무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레오니드의 기술이 지크에게는 한낱 보조적 수단이라는 게 유머라면 유머랄까?
‘이런 개 같은! 이 악마 새끼야아아아아아!!!’
한편, 메타트론은 지크의 학구열(?)에 속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내가 너같이 사악한 새끼는 처음 본다! 처음 봐!!!’
메타트론은 괜히 더 맞을까 봐 대놓고 말은 못 한 채 속으로 지크에게 쌍욕을 퍼부어 대고 있었다.
마왕의 아들이 한낱 인간의 샌드백 신세가 될 줄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흠. 다리를 이용한 타격기는 그만하면 됐고. 그럼 아까 가르쳐준 걸 해보게.”
“아? 그거요?”
지크는 레오니드에게 스킬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야. 너 이리 와 봐.”
지크가 메타트론을 불렀다.
“예?”
“아! 빨리 와 보라고!”
“아, 예!”
메타트론은 지크의 부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게 그러니까….”
지크가 메타트론의 허리를 휘감고 살짝 앉는 듯한 자세에서 몸을 뒤로 넘겼다.
이른바 란 이름의 이 기술은, 프로 레슬링의 백수플렉스와 매우 비슷한 형태의 그래플링 기술이었다.
기우뚱!
메타트론의 몸뚱이가 뒤로 포물선을 그리며 땅바닥에 향해 처박히려던 순간.
쒜엑! 쒜에에엑!!!
저 멀리 시야가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매우 짧은 형태의 화살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위, 위험!’
덕분에 지크는 메타트론을 반 이상 뒤로 넘긴 상태에서 그 수없이 많은 화살들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야만 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