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72
471
[람보르기니 반 라비린토스]800년 전 라비린토스 왕가 최후의 왕.
왕가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미노타우로스의 혈통이 유전적 변이를 일으킨 케이스.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순간 마라넬로란 이름의 괴수로 변신해 파괴와 학살을 일삼았다.
이에 평생을 큰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했던 람보르기니는 다이달로스 지하 대미궁을 건설해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존재 구분 : NPC
•타입 : 보스 몬스터
•종족 : 반인반수
•레벨 : 350
•클래스 : 하이퍼 타우 버서커
•특이 사항 : 불로불사의 존재이므로, 어설프게 건드렸다간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지크 일행이 마주친 청년은 진짜 람보르기니가 맞았다.
툭! 투둑!
람보르기니의 육체가 변이를 일으키며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 어서… 어서 도망치시오… 어서 도망치란… 크으으으윽!!!”
“람보르기니 씨! 진정하세요!”
“진정할 수 있었다면… 스스로 날 여기 가두지도… 크윽! 않았을… 내 피를 타고 흐르는 저주의 유전자가… 크으으으윽!!!”
람보르기니가 인간으로서의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투둑! 투두둑!
람보르기니는 변이의 속도가 더 빨라짐에 따라 더 이상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했다.
“크윽… 크으으윽!!!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람보르기니의 입에서 괴성이 흘러나오던 순간 지크 일행의 눈앞에 서 있는 존재는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마라넬로]•생명력 : ■■■■■■■■■■
•스태미나 : ■■■■■■■■■■
변이를 마친 람보르기니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소의 머리를 한 괴물 마라넬로였다.
키는 대략 4미터.
몸무게는 수백 킬로그램 이상.
거기에 온몸에는 시커먼 털이 빼곡히 자라나 있었으며, 소 특유의 커다란 눈망울은 시뻘겋게 물들어 흉악스러운 광채를 뿜어냈다.
“어….”
지크는 그런 마라넬로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거 X된 거 같은데….”
뭔가 느낌이 안 좋은 게 건드려서는 안 될 걸 건드린 기분이랄까?
물론 두렵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뭔가 엄청난 사고를 친 느낌이 들었다.
[푸릉! 푸르릉!]그때, 마라넬로가 지크 일행을 향해 허연 콧김을 뿜어내었다.
“일단은….”
지크가 살짝 뒷걸음질 치며 일행을 향해 말했다.
“튀어야 할 거 같은….”
그때.
[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마라넬로가 포효를 내지르며 지크 일행을 향해 미친 듯 달려오기 시작했다.
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
그런 마라넬로의 두 발이 땅바닥을 찍어 누를 때마다 거의 지진이 난 것처럼 일대가 뒤흔들렸다.
“이, 일단 튀어!!!”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냅다 몸을 날렸다.
***
[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지크 일행은 마라넬로를 피해 달아나느라 정신없이 뛰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라넬로가 달려오는 그 박진감이란 마치 탱크가 시속 200킬로미터로 질주해오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마라넬로에게 치이기라도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꼴을 당하게 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지크 일행은 일단 미친 듯 내달리며 저 무시무시한 폭주 기관차로부터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레오니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기요! 어르신!”
“무, 무슨 일인가!”
“어떻게 좀 해보시죠! 오성천이시잖아요!”
“아무리 나라도 저 괴물에게 치이고 무사할 자신이 없네!”
“…….”
“일단 튀세!”
그만큼 마라넬로의 돌진은 어마어마해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레오니드조차 부딪혀볼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이쪽으로!”
지크는 미친 듯이 도망치던 중 멀리 보이는 갈림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무리 빨라도 물리 법칙은 무시할 수 없겠지.’
지크가 생각하기에, 마라넬로는 빠르지만 몸무게가 엄청나서 재빠른 방향 전환은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방향을 급선회해 도망친다면, 마라넬로가 벽에 쾅! 하고 부딪힐 것 같았다.
‘그때를 노리는 거다.’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이쪽으로! 빨리빨리!”
지크의 외침에 일행은 길이 꺾이는 지점을 빠르게 돌아 나갔다.
그런데.
휘릭!
마라넬로는 그 거대한 몸을 재빨리 돌리는가 싶더니 땅바닥이 마치 빙판이라도 되는 것처럼 쭉- 하고 미끄러져 코너를 돌아 나갔다.
[므어어어어어!!!]그리고는 다시 미친 듯 속도를 높이며 지크 일행을 바짝 추격하기 시작했다.
“야 이! 저건 사기잖아아아아아아아아-!!!”
지크는 그런 마라넬로의 사기적인 운동 성능(?)에 경악했다.
저 엄청난 몸무게로 저렇게 빨리 달리면서도 급격한 방향 전환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
그건 물리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일이었다.
몸무게가 무거우면 빠를 수 있을지언정, 민첩하게 움직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라넬로가 가진 괴력은 자기 자신에게 걸린 운동 에너지의 부하까지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였던 것이다.
때문에, 마라넬로는 지크 일행을 순식간에 따라붙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희생자는 메타트론의 심복인 케이오스였다.
콰앙!
마라넬로가 도망치던 케이오스를 들이받으며 교통사고를 일으키던 순간.
“……!”
케이오스는 저 멀리 날아가 벽면에 부딪히는 걸 넘어 그대로 ‘박혀’ 버렸다.
마치 갯벌에 처박히듯, 벽에 완전히 푹 박혀버린 것이다.
“……!”
“……!”
“……!”
그 광경을 본 지크 일행은 놀라움을 넘어 아예 경악하고 말았다.
‘이거 마냥 도망쳤다간 끝도 없겠는데?’
지크는 도망쳐 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
마라넬로는 엄청나게 빠른 데다가 운동 능력까지 미친 수준이었고, 코너에서는 고성능 자동차라도 되는 듯 드리프트까지 사용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그런 괴수에게서 도망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봐도 좋았다.
“햄찌야!”
“뀨우?!”
“쏴!”
“뀨우?”
“저 자식한테 뭐라도 좀 쏘라고!”
“알겠다! 뀨우!”
지크의 외침에 햄찌가 입을 쩍 벌리고 마라넬로를 향해 을 뿜어내었다.
지이이이이잉!!!
그러자 햄찌가 뿜어낸 이 달려오는 마라넬로를 살짝, 아주 살짝 저지했다.
‘나도.’
지크는 햄찌를 도와 의 스킬 중 하나인 를 이용해 레이저포를 쏴 마라넬로를 밀어냈다.
그러자 효과가 좀 있었다.
[므어- 므어어어어!!!]지크와 햄찌가 뿜어낸 레이저포에 마라넬로는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아주 천천히 전진했다.
물론 상처를 입은 건 아니었다.
마라넬로는 지크와 햄찌가 쏜 레이저포에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단지 물대포에 저항하는 사람처럼 뒤로 조금씩 밀려났을 뿐….
이 무시무시한 괴수의 맷집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었다.
“뭐, 뭐라도… 좀 해봐요!!!”
지크가 레오니드를 향해 소리쳤다.
“알겠네!”
레오니드가 재빨리 내달려 마라넬로의 등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빙글빙글!
레오니드가 마라넬로의 다리를 붙잡고 제자리에서 회전하기 시작하자 뒤이어 강렬한 기류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
휘이이이!
레오니드와 마라넬로를 중심으로 휘몰아친 그 소용돌이는, 이내 곧 둘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다음 순간.
콰앙!
천장 끝까지 치솟아 올랐던 마라넬로가 빙글빙글 회전하며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건 이른바 이란 이름을 가진 기술로, 레오니드가 주로 사용하는 그래플링 스킬이었다.
“지금일세!”
레오니드가 그렇게 소리치며 땅바닥에 처박힌 마라넬로를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딜 보소?’
지크는 눈앞에 표기되는 데미지에 놀랐다.
과연 마스터는 마스터였다.
레오니드의 타격 한 방 한 방에는 가히 포탄에 맞먹는 데미지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데미지에 놀라고 있을 시간이 없었으므로, 지크는 재빨리 를 움켜쥐고 각종 디버프 필드들을 전개했다.
그리고는 각종 디버프가 잔뜩 묻은 마라넬로를 향해 방패 형태의 를 미친 듯 휘둘렀다.
쾅! 쾅! 쾅! 쾅! 쾅!
방패 형태의 가 마라넬로의 머리통을 향해 스킬을 퍼부었다.
“뀨우우우우!!!”
햄찌도 자신의 몸을 그리즐리 베어 정도 크기로 거대화해 거대한 앞발로 마라넬로를 마구 내리쳤다.
그런 마라넬로를 공격하는 지크 일행의 공격은 어마어마해서, 만약 누적 데미지를 계산해 보면 억 단위는 가볍게 넘을 정도였다.
그런데.
[마라넬로]•생명력 : ■■■■■□□□□□
•스태미나 : ■■■■■■■■■■
억 단위의 데미지를 입고도, 마라넬로의 생명력은 무려 50퍼센트나 남아 있었다.
그마저도 지크의 디버프 때문에 그 정도 데미지가 들어간 거지, 만약 디버프가 없었다면 생명력을 20퍼센트도 채 깎지 못했을 게 분명했다.
“뭐 이런 괴물이….”
지크가 마라넬로의 엄청난 맷집에 혀를 내두르며 뭔가 큰 거 한 방을 날려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덥석!
마라넬로의 거대한 손아귀가 레오니드의 몸통을 움켜잡았다.
[크르르….]마라넬로가 레오니드를 움켜쥐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크와 햄찌의 공격을 모조리 맞고 버티면서 말이다.
“크으윽!”
레오니드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괴로워할 때였다.
“어어?”
지크는 마라넬로의 생명력이 빠르게 차오르는 걸 보고 스스로의 눈을 의심했다.
[마라넬로]•생명력 : ■■■■■■■■■■
•스태미나 : ■■■■■■■■■■
어느새 마라넬로의 생명력은 순식간에 차올라 100퍼센트가 되어 있었다.
“불로불사의 괴물이라더니….”
지크는 마라넬로가 어째서 불로불사의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으며, 전의를 가다듬었다.
‘장기전은 안 돼. 기회를 봤다가 데미지를 한 번에 때려 넣어야 돼. 생명력을 회복할 겨를도 없이.’
지크는 이 전투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레오니드를 구하기 위해 마라넬로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지크는 마라넬로에게 덤벼들던 도중 자신의 귓가를 파고드는 소리에 멈칫 발걸음을 멈췄다.
“푸~ 푸르르~ 푸~ 푸르~ 푸~ 푸르르~.”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뭐지?’
지크는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았다.
“푸~ 푸르르~ 푸~ 푸르~.”
고개를 돌려보니 그랭구아르가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빠직!
그 광경을 본 지크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이 인간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한가하게 노래나 부르고 있네?’
지크는 의 능력을 발휘해 딜이나 넣을 것이지, 뒤에서 애들 자장가로나 쓸 법한 곡조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랭구아르가 매우 마음에 안 들었다.
“거 그랭구아르 사관님!”
지크가 그랭구아르를 향해 소리쳤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푸~ 푸르르~ 푸~ 푸르~ 푸~ 푸르으~ 푸~ 푸르르~ 푸~ 푸르~.”
하지만 그랭구아르는 그 느리고 단조로우며, 또 정적인 멜로디의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이 인간이 진짜! 그랭구아르 사관님!”
“푸~ 푸르르~ 푸~ 푸르~ 푸~ 푸르으~ 푸~ 푸르르~ 푸~ 푸르~.”
“저기요!”
바로 그때였다.
[알림 : 가 당신의 심신을 안정시킵니다!]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당신의 캐릭터의 심리 상태가 평온해집니다!] [알림 : 심박수가 줄어듭니다!] [알림 : 긴장이 풀립니다!] [알림 : 당신의 캐릭터가 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지크의 눈앞에 알 수 없는 알림창이 떠오름과 동시에.
[푸릉… 푸르릉….]마라넬로의 눈꺼풀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