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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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고스란 님?”
지크는 자신의 코앞에 고개를 쏙 내민 사람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고스란.
지크가 처음으로 파티 플레이를 할 당시에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고, 이후에도 몇 번 마주쳤던 여성 게이머였다.
“오래간만이네요! 그동안 뭐 하셨어요? 그때 갑자기 사라지셨잖아요.”
지크가 고스란이 쿤룬산에 갔다가 갑자기 사라졌던 걸 떠올리며 물었다.
“아, 그거요.”
고스란이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사정이 좀 있었어요. 미안해요. 인사도 없이 사라져서.”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죠.”
“그나저나 반가워요, 지크 님.”
“저도 반갑습니다.”
“요즘 유명하시던데요?”
“에이~.”
지크가 손사래 치며 대꾸했다.
“유명하긴요. 하하하….”
“유명하신데요? 다들 지크 님을 알아보고 같이 파티를 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냥 이래저래 구설수가 많았던 것뿐이죠.”
“여전히 겸손하시네요.”
“겸손할 것도 없습니다. 하하.”
지크는 그렇게 대답하며 으로 고스란을 비추어 보았다.
특이 사항은 없었다.
고스란의 클래스는 여전히 였다.
단, 레벨은 엄청나게 높아져 있었다.
“291?!”
지크가 고스란의 레벨을 보고 놀랐다.
“고스란 님 랭커셨어요?!”
레벨 290쯤 되면 랭킹 페이지에 ID가 기록되기 마련.
지크는 고스란이 어느새 랭커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뇨. 저 랭커 아니에요.”
“그래요? 하지만 레벨이….”
“BNW 랭킹이 별 의미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하긴….”
확실히, BNW의 랭킹은 신뢰할 만한 지표가 되지 못했다.
랭킹을 산출하는 기준이 공개된 적도 없을뿐더러 이라는 이 공식도 결코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임 BNW의 랭커란 단지 레벨이 좀 높고, 나름 특별하고 특출한 능력이 있다는 증거에 불과했다.
그래도 랭커는 랭커인지라 결코 무시할 수 없었지만.
“와.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벌써 291레벨이시라니.”
“지크 님도 대단하신데요? 벌써 260이시네요? 1년 만에 그 정도로 올리시다니! 대단해요!”
“…….”
“호호호!”
지크는 고스란의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내가 260인데 291이라고? 으음. 뭔가 수상한데….’
지크는 고스란이 결코 평범한 게이머가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당장 지크 본인이 걸어온 지난 1년 동안의 행적만 돌아보아도, 지금 고스란의 레벨은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지크가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으며 올린 레벨이 260인데, 고스란이 291이라니….
‘뭔가 있어. 힘을 숨기고 있는 건가?’
지크는 어쩌면 고스란이 을 속이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쭉 지켜보기로 했다.
“지크 님.”
“네?”
“같이 오랜만에 사냥이나 할까요?”
“그럴까요?”
지크는 고스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만난 지인이었고, 또 비정상적으로 높은 레벨에 호기심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파티원은 제가 모집할게요. 지크 님은 그냥 쉬고 계세요.”
“헉? 그런 수고를?”
“예전에도 그랬잖아요? 후훗.”
“그, 그건 그렇지만….”
“잠시만요.”
고스란은 지크가 미안해하는 사이 이미 발걸음을 옮겨 파티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
고스란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최고의 파티원들을 모아왔다.
그들은 모두 280 정도의 고레벨 게이머들로서, 나름 준네임드급이라도 봐도 좋을 정도였다.
“탱커 둘에 마법사 하나, 힐러 한 분이랑 버퍼 한 분 모셨어요.”
“오!”
“여러분, 여기는 지크 님이세요. 알고 계시겠지만요.”
고스란이 지크를 파티원들에게 소개했다.
“지크 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 지크 님을 여기서 뵙네요!”
파티원들은 지크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그건 과거 고레벨 게이머들이 지크를 대할 때와는 180도 다른 태도였다.
과거 태성이란 ID를 쓰던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었고, 저레벨 시절에는 저레벨이라고 무시를 당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현재의 지크는 나름 고레벨이었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네임드급 게이머가 되어 있었다.
고레벨 게이머들이 친해지려고 친근함을 표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위치까지 올라오게 된 것이다.
“뀨! 주인 놈 인싸였냐! 주인 놈 인기 많다! 뀨우!”
“형님, 다들 형님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햄찌와 승구가 그런 지크에게 한마디씩을 던졌다.
“아 좀! 됐어!”
지크는 괜히 부끄러워서 햄찌와 승구에게 핀잔을 주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가죠.”
그렇게 지크는 다시 로 들어가게 되었다.
***
에 입장한 직후.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칭호가 효력을 잃었습니다!] [알림 : 칭호의 효력을 되찾으려면 를 다시 점령하세요!]가 몬스터들에게 점령되었기 때문인지 칭호가 무용지물이 되고 만 것이다.
‘쳇.’
지크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남부 대정글의 지배자]에슈카 유적지를 지배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타입 : 칭호
•등급 : 전설
•효과 : 에서 +30레벨
무려 +30레벨이라는 엄청난 버프 효과를 잃었으니 아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지 뭐.’
그러나 가 이미 몬스터들에게 점령당한 이상 아쉬워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터였다.
‘일단은….’
바로 그때였다.
부스럭!
지크는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지크 혼자만 반응한 건 아니었다.
“뀨?!”
청력이라면 그 누구보다 예민한 햄찌가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두 귀를 쫑긋거렸다.
그리고….
“어?”
고스란 역시 그 소리를 들었는지, 손에 쥔 스태프를 움켜쥐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역시.’
지크는 그런 고스란을 놓치지 않았다.
‘이 소리를 듣는다고? 291레벨인 이유가 있었네.’
게임 BNW는 캐릭터의 능력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게이머가 매우 작은 소리도 잘 감지할 수가 있었다.
예컨대, 청력이 낮은 게이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지만 청력이 높은 게이머에게는 사운드 시스템이 작은 소리도 더욱 크게 전달하는 것이다.
‘역시 보통이 아닌….’
하지만 지크는 고스란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었다.
부스럭! 부스럭!
풀숲을 가로지르는 소리가 더욱 빠르게, 그리고 더 크게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 준비합니다!”
지크가 왼쪽 방향을 가리키며 를 움켜쥐었다.
“예? 전투요?”
“무슨 말씀이신지….”
“그쪽에 적이 있나요?”
파티원들은 지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얼떨떨해했지만, 랭커에 근접한 고레벨 게이머들답게 곧장 전투 준비 태세를 갖췄다.
그로부터 정확히 5초 뒤.
[까득! 까드득!] [끼이이익!] [까드득!]풀숲을 헤치고 나타난 몬스터들은 다름 아닌 들이었다.
하지만 들은 과거 지크가 만났던 개미만 한 크기가 아니었다.
[변이 대정글 불개미]남부 대정글에 서식하는 불개미.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노출되어 거대하게 변이를 일으켰다.
독성이 매우 강해서, 평범한 사람은 한 번 물리는 것만으로도 쇼크사 할 수도 있다.
•존재 구분 : 중립 생명체
•레벨 : 200
•특이 사항 : 무시무시한 이동 속도를 자랑하는 이 개미는 떼 지어 사냥을 하므로, 대정글 불개미를 만나면 무조건 도망치는 게 좋다.
•주의 사항 : 죽을 때 독액을 뿜어내며 폭발하므로, 근접해서 싸우는 건 자살행위이다.
다시 만난 들은 레벨이 50에서 무려 200으로 150이나 올라 있었고, 덩치 또한 수백 배는 커져 있었다.
“이런 젠장!”
지크는 황급히 를 창의 형태로 바꾸어 들을 원거리에서 쳐내는 한편 스킬을 전개해 필드에 슬로우를 걸었다.
스륵! 스르륵!
그러자 들의 이동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의 효과로 들의 그림자들이 나타나 일종의 바리케이드를 형성, 지크 일행을 보호해 주었다.
“원거리에서 정리합시다!”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며 로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들을 꿰뚫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들이 주는 경험치는 정말이지 막대했다.
문제는 그다음.
푸욱!
지크가 를 꼬치 꿰듯 꿰뚫었을 때.
퍼엉!
가 죽으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후두둑!
그러자 강력한 산성 독액이 사방팔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런 산성 독액은 정말이지 강력했다.
“어?”
지크는 산성 독액이 에 부식을 일으키는 걸 보고 기겁했다.
치이이이익!
로부터 터져 나온 산성 독액은 의 표면을 빠른 속도로 녹여버렸다.
그건 다른 파티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윽!”
“방어구 내구도가….”
“이거 너무 데미지가 세요!”
지크의 덕분에 들을 손쉽게 처치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들이 폭발을 일으키면서 뿜어낸 산성 독액은 거의 10여 미터를 날아올 만큼 엄청나게 긴 사정거리를 자랑했다.
때문에, 제아무리 거리를 벌린다고 한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안 되겠는데?”
지크는 일단 스킬로 을 더욱 강화해서 슬로우 효과의 위력을 높이는 한편 파티원들을 돌아보았다.
“일단 빼죠! 계속 싸우면 방어구부터 거덜 나겠어요!”
그렇게 지크 파티는 으로 들과의 전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피해는 꽤 컸다.
파티원들 중 절반 이상의 인원이 방어구의 큰 손실을 입어서, 이대로 싸웠다가는 값비싼 아이템들을 모조리 잃을 판국이었다.
“뀨우! 주인 놈아! 햄찌 땜빵 생겼다! 뀨우! 어떡하냐! 어떡해! 뀨우우우!”
심지어, 햄찌는 부드러운 털이 보송보송 난 배에 독액을 맞아 땜빵이 생기기까지 했다.
“풉!”
“캬아아악! 왜 웃냐! 주인 놈아! 이게 웃기냐! 캬아아아악!”
“네 다음 탈모.”
“캬아아아아아아아악!”
“있어 봐.”
지크는 분노한 햄찌를 대충 뒤로 던져 버리고는, 승구를 돌아보았다.
“승구야? 밥값 해야지?”
“예! 형님!”
승구는 지크의 말에 곧장 아이언 골렘들을 소환해 로 변신시킨 후 포격을 명령했다.
“셋! 둘! 하나! Fire!!!”
승구의 명령이 떨어지자 50여 기의 아이언 골렘들이 슬로우에 걸린 들을 향해 일제히 포격을 퍼부어댔다.
펑펑! 펑펑펑! 펑! 펑펑펑!
한 차례 포탄 세례가 쏟아진 후.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지크가 이끄는 파티는 과 승구가 이끄는 아이언 골렘들의 포격으로 인해 아무런 피해 없이 무리들을 모조리 처치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와. 승구님도 대단하신데요?”
“화력 보소….”
“아이언 골렘을 50기나? 대박!”
파티원들은 그런 승구의 능력에 꽤나 큰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아, 예. 하하… 가, 감사합니다!”
승구는 늘 지크의 그림자에 가려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파티원들이 자신을 인정해주니 꽤나 기분이 좋은 듯했다.
“잠깐.”
그때, 지크가 산산조각이 난 들의 시체 더미를 가리켰다.
“저거 뭐죠? 뭔가 반짝이는 게 보이는데?”
지크는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으므로 를 켜고는 들의 시체 더미로 향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