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80
479
[시료 채취 : 녹색 이계의 정수]시료 채취를 위해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인 크반트에게 1,000개를 가져다주기.
•진행률 : 0.3% (3/1,000)
•보상 : 를 이용한 새로운 아이템.
•특이 사항 : 는 매우 낮은 확률로 드랍되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모아야 합니다.
•주의 사항 : 이 퀘스트는 다른 공방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클리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걸 연구하고 싶으신 겁니까?”
지크가 퀘스트를 확인하고는 크반트에게 물었다.
“그렇소.”
크반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대장장이들은 새로운 물질이 발견되면 매우 흥분할 수밖에 없다오. 왜냐하면, 새로운 물질을 이용해 여태껏 존재하지 않던 아티펙트를 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오.”
“아하!”
“그래서 내가 직접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이곳 남부 대정글에 온 것이라오.”
“그렇군요.”
“때마침 그대도 만났으니, 그대가 이 임무를 대신해주겠소? 만약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내 그대에게 새로운 아이템을 가장 먼저 선물하도록 하지.”
“물론이죠.”
지크가 씩 웃으며 크반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림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그러자 퀘스트 수락을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근데 왜 1,000개나 필요한 거죠?”
“그야 한두 개 정도로는 새로운 물질을 연구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오. 턱없이 부족하지. 적어도 1,000개는 돼야 제대로 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지 않겠소?”
“그건 그렇죠.”
“아무튼, 좀 부탁하오. 새로운 물질이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하더구려.”
“걱정하지 마시죠.”
“아, 그리고….”
크반트가 지크에게 속삭였다.
“빨리 좀 부탁하오.”
“왜죠?”
“다른 공방 놈들이 냄새를 맡고 올까 무섭소이다.”
“음?”
“우리 공방에서 최초로 연구를 진행하고 특허를 냈으면 하는데….”
“특허요?!”
“새로운 물질을 연구해 그 특성을 밝혀내면 특허를 신청할 수 있다오. 그럼 10년 동안 우리 공방만이 이 새로운 물질을 이용해 아티펙트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이지.”
“아? 독점하고 싶으시다? 이 말씀이십니까? 다른 공방보다 한 발 더 빠르게?”
“바로 그것이오. 후후후. 사업하는 입장에서 독점이란 언제나 좋은 것 아니겠소?”
크반트는 퀘스트에 적힌 주의 사항의 이유에 대해서도 지크에게 설명해 주었다.
메르세데스나 아우토니카에서도 다른 게이머에게 퀘스트를 줄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즉, 이 퀘스트는 각 공방들 간에 특허를 먼저 따내기 위한 일종의 속도 경쟁이라고 봐도 좋았다.
물론 공방의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를 살 수도 있겠지만, 그 드랍율이 워낙에 극악이라는 게 문제였다.
돈을 주고도 매물을 구하기가 힘드니 이런 식으로라도 의뢰를 넣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걸 떠올려 보면 첫 사냥에서 를 무려 세 개나 획득한 지크는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좀 최대한 빠르게 서둘러 주시면 좋겠소.”
“노력해보죠.”
지크가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이었다.
드륵! 드르륵!
저 멀리 거대한 하얀색 마차가 던전 입구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앗! 아우토니카 놈들이!”
크반트가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부웅!
하늘 위에서 메르세데스 공방의 이동식 대장간인 비행선이 나타나 착륙을 시도하려 했다.
“이런 빌어먹을! 메르세데스 놈들까지! 망할! 놈들이 냄새를 맡았구려! 크윽!”
크반트는 아우토니카 공방에 이어 메르세데스 공방까지 출현하자 혈압이 오르는지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이거 또 개판 나는 거 아냐?’
지크는 아우토니카와 메르세데스 공방의 등판에 던전 앞에서 한바탕 패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얘들아!”
“예! 수석 대장장이님!”
“연장 챙겨!”
크반트가 부하들에게 연장을 챙기라고 소리치자, 비머리언 공방에 소속된 대장장이들이 저마다 흉악하기 짝이 없는 공구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절레절레-.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곧 벌어질 패싸움을 예상하고는 멀찍이 자리를 피했다.
***
지크의 예상은 정확했다.
“이런 기회주의자 같은 새끼들!”
“뒈져! 뒈져어어어!”
“저 새끼 잡아!”
지크가 자리를 뜨기 무섭게 비머리언, 아우토니카, 그리고 메르세데스 공방 간의 패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던전 앞은 안 그래도 북적거리는데 패싸움까지 겹치니 말 그대로 개판 5분 전, 아니 개판이 되었다.
“지치지도 않나?”
지크는 3대 공방이 패싸움을 벌이는 걸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한심하긴 했다.
3대 공방끼리의 패싸움은 수백 년 동안이나 계속되어 온 일종의 전통(?)이었다.
그건 수백 년 동안이나 특정 공방이 나머지 공방을 완벽하게 압도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했으므로, 어떻게 보면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워낙에 서로 경쟁이 치열하니 벌어진 문제일 테지만….
“맡기신 방어구들, 수리 완료되었습니다.”
그때, 패싸움에 참가하지 않은 비머리언 공방의 대장장이가 지크 일행의 방어구를 돌려주었다.
“갑시다.”
지크는 수리된 방어구들을 넘겨받은 직후 곧장 정글로 향했다.
왜?
다른 공방에서 퀘스트를 받은 게이머들보다 앞서가야 했으니까.
***
그렇게 다시 시작된 사냥.
지크 일행은 정글에 들어오자마자 또다시 떼와 마주쳤고, 한바탕 전투를 벌였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역시나 경험치는 많이 획득할 수 있었다.
문제는 괴랄하기 짝이 없는 패턴.
지크의 파티는 과 로 디버프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고스란이 수속성 냉기 마법으로 들을 꽁꽁 얼려 가면서 싸웠다.
덕분에 지크의 파티는 들을 매우 손쉽게 사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펑! 퍼엉!
들이 죽을 때마다 튀어 오른 산성 독액은 지크와 그 파티원들의 방어구 내구도를 인정사정없이 까먹었다.
산성 독액은 단 한 방울이 튀어도 방어구의 표면을 녹이고, 나아가서는 구멍까지 뚫었던 것이다.
“아! 미쳐 버리겠네!”
지크는 왼쪽 한복판에 구멍이 뻥 뚫리자 분노를 참지 못했다.
“차라리 얼굴에 묻으라고! 그럼 포션 먹으면 되잖아!”
그런 지크의 외침은 파티원 모두의 마음을 대변해 주었다.
차라리 몸으로 때우는 게 훨씬 나았다.
피부에 닿으면 화상이야 입겠지만, 포션을 마시면 금방 회복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방어구들은 달랐다.
방어구에 포션을 들이 부을 수도 없는 노릇.
방어구 수리 도구를 가진 대장장이를 데리고 다니지 않는 한 던전을 계속 진행하는 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만큼 산성 독액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지크를 열 받게 했던 건 가 단 한 개도 드랍되지 않았단 점이었다.
“이게 하나도 안 나왔다고?”
지크는 극악의 드랍률에 경악했다.
를 족히 수백 마리는 잡은 것 같은데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을 줄이야….
“잘 안 나오긴 한다고 하더라고요.”
고스란이 그런 지크에게 말했다.
“하루에 한 개 먹는 게이머들도 드물던데요?”
“헐?”
“그래서 공방 대장장이들이 돈 주고 사고 싶어도 못 산대요. 메르세데스 공방에서 돈을 많이 풀었는데, 고작 일곱 개밖에 못 샀다나?”
“진짜 드랍률 최악이네요.”
지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마 던전 초기라서 그렇지 않을까요?”
“던전 초기요?”
“아직 대정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파티가 없을걸요?”
“그래요?”
“던전이 너무 어려워서 깊이 들어가질 못해요. 조금이라도 깊이 들어갔다가 전멸한 파티가 한둘도 아니고요.”
“아하?”
“던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면 드랍률이 좀 올라가지 않을까요? 늘 그렇듯이?”
고스란의 말은 옳았다.
어느 던전이든 입구 쪽보다는 보스가 있는 깊숙한 곳이 아이템이 더 잘 나오기 마련이 아니던가?
지금은 모든 파티가 대정글 안쪽으로 5킬로미터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즉, 드랍률도 드랍률이지만 사냥하는 몬스터의 등급 자체가 매우 낮은 상황인 것이다.
“결국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더 등급이 높은 몬스터를 잡아야 한단 말씀이시죠?”
“그럼 자연스럽게 드랍률도 해결되지 않을까요?”
“그러네요.”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공략법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란 거네요.”
그게 선발대의 운명이었다.
고레벨 던전에 최초로 도전하는 사람들은 실험실의 쥐처럼 스스로의 목숨과 각종 자원을 투자해 가면서 공략법을 몸으로 익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 선발대가 익힌 공략법은 각종 매체를 통해 널리 널리 퍼져나가 후발대들에게 요긴한 정보가 되곤 하지 않던가?
지금 의 경우 최초로 오픈된 던전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알려진 공략법이 없었다.
즉, 이 거대한 던전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는 데 필요한 노하우가 부족한 것이다.
“이거 꽤 오래 걸리겠는데요?”
“아마도요.”
지크의 말에 고스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어떡하죠? 지크 님?”
“어떡하긴요.”
지크가 대답했다.
“일단 돌아가야죠. 다들 장비 상태가 말이 아니니까.”
결국, 지크는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철수를 결정해야만 했다.
***
악순환은 계속되었다.
다음 날.
지크는 그 후로도 무려 아홉 번이나 던전 입장과 철수를 반복해야만 했다.
“야 이!!! 안 해!!! 안 한다고!!!”
결국, 지크는 분노를 터뜨리고 말았다.
아홉 번의 도전.
그리고 아홉 번의 실패.
변해버린 의 몬스터들은 너도나도 산성 독액을 뿜어내는 통에 방어구가 남아나지를 않았던 것이다.
어디 방어구뿐일까?
지크의 야 내구도가 무한인 아이템이라 그렇다 쳐도, 다른 근접 딜러들의 무기 역시 산성 독액에 녹아내려 내구도가 하락하기 일쑤였다.
그건 지크의 파티뿐만이 아닌 다른 게이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던전 입구에 모인 고레벨 게이머들 중 정글 안쪽으로 5킬로미터 이상 진입한 파티는 단 한 개도 없었다.
그에 따라 3대 공방의 입수 경쟁 역시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돈을 주고 사려고 해도 파는 게이머가 없었기에 시료를 채취하는 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악조건 속에서도 입구는 여전히 많은 게이머들로 득실거렸다.
왜?
경험치 하나는 끝내줬으니까.
현재의 은 고레벨 게이머들에게 있어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비록 패턴이 워낙 괴랄하고 딱히 특산물이랄 것도 없는 던전이었지만, 몬스터들이 주는 경험치가 낭낭해서 1레벨 1레벨이 아쉬운 고레벨 게이머들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또한, 아직 미확인 던전인지라 깊숙한 곳에 뭔가 좋은 특산물이나 아이템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묘한 기대감이 있어 게이머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고 있기도 했고.
“아오! 아오! 아오! 진짜! 아오!”
“지, 지크 님?”
고스란이 씩씩대는 지크를 향해 조심스레 말했다.
“괜찮으세요?”
“안 괜찮아요.”
지크가 볼멘소리를 내었다.
“짜증나 미치겠어요.”
“차근차근해보면 되죠.”
“아뇨.”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맨땅에 헤딩해봤자 결과는 맨날 똑같을 겁니다.”
“그런가요?”
“틀린 방법으로 부딪혀봐야 항상 실패할 뿐이죠. 정답을 찾아야 해요.”
“음….”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이 던전은 절대로….”
지크가 그렇게 말할 때였다.
“저어….”
.
아니, 겉은 험상궂지만 속은 따뜻한 남자인 몬트레이유가 지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전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 몬트레이유 씨? 프로아 왕국으로 아직 안 가셨네요?”
“물건은 다 팔고 가야겠단 생각에 아직 일하고 있었습니다.”
“아하? 그런데 무슨 일이죠? 문제라도 생겼나요?”
“문제는 없습니다.”
“그럼 무슨 용건이신지….”
“방어구의 내구도 하락으로 고생하고 계신 걸 보았습니다.”
몬트레이유가 뭔가 아는 게 있다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