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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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
데카르트는 지크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를 줍는 걸 보고 혈압이 올라 미쳐 버릴 뻔했다.
그래서 살짝 언성을 높여 지크에게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다.
“동작 그만.”
“951개, 952개, 953개….”
“동작 그만!”
“954개, 955개….”
“이 새끼가.”
데카르트의 입에서 기어코 욕설이 튀어나오던 순간.
쉬이익- 푸욱!
한 자루 창이 날아가 를 줍던 지크의 발밑 땅바닥에 깊숙이 박혔다.
그 창은 데카르트의 주무기인 였다.
‘이제 겁을 좀 먹었….’
데카르트는 자신의 위협이 지크에게 먹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데카르트의 생각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게 증명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1초도 채 되지 않았다.
지크는 겁먹지 않았다.
“어?”
대신에 자신의 발밑 땅바닥에 박힌 를 바라보더니 그걸 냉큼 뽑아들고는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와. 템 좋네요.”
“……!”
“14강이네. 데미지도 좋고. 옵션도….”
“야!”
데카르트가 그런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내 템에서 손 치워라! 어?”
“저 주는 거 아니었어요?”
“뭐? 주는 거 아니었냐고? 이 미친 새끼가! 누가 14강짜리 고렙 무기를 줘!”
“저한테 던지셔서 주시는 줄 알았는데….”
“이 꼴통 새끼가? 내 템 내놔라!”
“드려야죠.”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머가 현재 착용하고 있는 장비는 잠시 빼앗을 수는 있지만, 결국 에 의해 주인에게 되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즉, 지크가 먹고 싶어도 는 먹는 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돌려줘야겠지?’
지크가 그렇게 생각할 무렵.
“내놔라.”
데카르트가 지크를 향해 재차 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예,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지크가 스킬을 이용해 데카르트를 향해 를 냅다 집어던졌다.
쒜에에에에에에에엑-!!!
그러자 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데카르트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데카르트는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를 바라보며 놀라는 한편, 재빨리 반사 신경을 발휘해 손을 뻗었다.
덥석!
그리고 날아오던 를 보란 듯 잡아챘다.
그러나 를 잡아챘던 건 명백한 실수였다.
왜냐하면….
“으아악!”
데카르트는 를 잡아챈 순간 저 멀리 날아가 땅바닥에 우당탕탕! 하고 볼썽사납게 나자빠졌기 때문이다.
지크가 던진 에 실린 운동 에너지가 그만큼 어마어마했다는 증거였다.
“크윽….”
데카르트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956개, 957개….”
지크는 땅에 떨어져 있던 를 줍기에 여념이 없었다.
“와….”
“방금 그거 뭐지? 스킬인가?”
“미친… 저거 그대로 맞았으면 즉사했겠는데?”
데카르트가 데려온 파티원들은 그걸 보고 또 놀랐다.
“이런 X발….”
덕분에 데카르트의 분노 게이지는 순식간에 MAX치까지 도고 말았다.
“이 듣보잡 새끼가….”
데카르트가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몸을 일으키던 순간.
“그냥 가라.”
지크가 를 주우며 데카르트를 향해 경고했다.
“날도 어두워지는데 이게 뭐냐? 로그아웃하고 발 닦고 가서 잠이나 자.”
“뭐?”
“괜히 처맞지 말고.”
그 순간.
“이 X밥 새끼가!”
데카르트가 를 움켜쥐고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
사실 데카르트는 처음부터 지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며칠 전.
신규 던전이 오픈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데카르트는 호기심에 로 향했다.
물론 은 랭커인 데카르트에게는 맞지 않는 던전이었다.
데카르트쯤 되는 게이머라면 의 레이드 던전을 돌거나, 혹은 그보다 더 상위의 던전을 도는 게 맞았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굳이 이곳 에 놀러 온 이유는 관심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데카르트쯤 되는 랭커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관심병에 걸려 있기 마련이었다.
요즘 시대에 게임 BNW의 랭커라는 건 사실상 연예인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TV가 몰락하고 인터넷 비디오 플랫폼이 미디어를 장악한 시대 이후 게이머는 더 이상 비주류 직업군이 아니었다.
TV가 몰락한 후에는 연예인과 비디오 플랫폼 스타의 구분이 모호해진 지 오래였다.
이러한 시대에 게임 BNW의 랭커인 데카르트가 일종의 연예인 병에 걸린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개인 방송을 진행하면 시청자들의 후원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스폰서가 붙는다.
지튜브에 업로드한 영상은 광고를 한두 개만 붙여도 월간 수천만 원의 광고 수익이 들어온다.
이따금 올리는 일상 영상들에서는 시청자들의 선망 가득한 댓글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때문에, 데카르트는 앞에 어슬렁거리면 게이머들과 시청자들이 자신을 빨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데카르트의 기대는 지크라는 의외의 복병으로 인해 산산조각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데카르트가 앞에 도착한 직후.
[어? 지크 님이다!] [지크 님!] [지크 님! 잠시만요!] [야! 꺼져!] [밀지 좀 마요! 제발!] [우리가 먼저 찜했는데? 비키시죠?]게이머들이 관심을 표현한 대상은 데카르트가 아닌 지크였다.
‘뭐야? 지금 내가 아니라 저 듣보잡 새끼한테 가서 말을 건다고?’
데카르트는 지크에게 관심을 빼앗긴 것에 대해 분노했다.
‘어디 근본도 없는 X밥 새끼가?’
하지만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대뜸 가서 시비를 걸 순 없었기에, 데카르트는 좀 불만이긴 했지만 심심풀이로 파티를 만들어 을 들락거렸다.
그러던 중 아우토니카 공방으로부터 퀘스트를 받게 되어 지크와 본의 아니게 경쟁하게 되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들던 참에 경쟁까지 하게 되었으니 데카르트가 지크에게 적대적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주제 파악 제대로 시켜 줄게.”
데카르트는 를 무섭게 휘두르며 지크를 압박해 들어갔다.
“어어?”
“좋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너 그러다 진짜 처맞는다니까?”
지크가 데카르트를 향해 다시 한번 경고했다.
하지만 오만하고 자존심 센 데카르트의 귀에 그런 지크의 경고가 들릴 리 없었다.
“처맞아? 내가? 이 듣보잡 새끼가 정신 못 차리고? 아직 주제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인데, 너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랭커들 꽤 많거든?”
데카르트의 말은 사실이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는 법.
지크를 대하는 이들은 대체로 실력을 인정하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아닌 사람들도 분명히 많았다.
특히나, 기존 랭킹 페이지에 이름을 올리던 랭커들과 프로게이머들 중에서는 지크를 그리 좋게 보지 않거나 무시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그중 스스로를 이라 여기며 특유의 특권 의식으로 무장한 랭커들과 프로게이머들의 경우 지크를 이라고 여기며 인기가 많은 걸 매우 탐탁지 않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크는 그런 데카르트의 말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쩌라고?”
“뭐?”
“내가 니들 맘에 들어야 하냐?”
“이 새끼가!”
데카르트가 를 앞으로 쭉 내질러 지크의 하복부를 노렸다.
하지만 데카르트의 창술보다 지크의 창술이 더 우위였다.
텅!
지크는 창 형태를 한 로 데카르트의 를 튕겨내는 한편 스킬로 빈틈을 노렸다.
푸욱!
그러자 가 데카르트의 왼쪽 옆구리를 찔렀다.
“……!”
데카르트는 지크의 실력이 자신을 압도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한편 황급히 반격을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콰앙!
어느새 를 망치의 형태로 바꾼 지크가 땅바닥을 강하게 내리찍었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
화아아아악!
뒤엉킨 지크와 데카르트를 중심으로 원형의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곧 가 쳐져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
지크가 스킬을 사용해 가 쳐진 직후.
“아!”
“뭐야!”
“버퍼링 뭔데!”
지크와 데카르트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게이머들은 때문에 시야가 가로막히자 매우 아쉬워했다.
어떤 게이머는 지금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아. 똥 싸려다 만 기분이네.”
그건 대결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한마디였다.
흥미진진한 대결이 슬슬 시작되려는 찰나 가 시야와 소리를 완전히 차단한 덕분에 지켜보던 이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제3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승부를 예측해보는 것밖엔 없었다.
“누가 이길까?”
“지크 님이 네임드이시긴 하지만 데카르트 님은 랭커니까… 아무래도 데카르트 님이 이기지 않을까요?”
“그러네. 데카르트 님이 세긴 하지.”
여론은 데카르트의 승리를 점치는 의견이 우세했다.
반대로 지크 일행의 생각은 좀 달랐다.
“주인 놈… 또 스트레스 푸는 거냐….”
“그냥 곱게 가던 길 가지 형님을 건드네….”
햄찌와 승구는 지크의 필승, 아니 일방적인 구타를 예상했다.
“괜찮을까… 지크 님….”
반대로, 고스란의 경우 살짝 지크를 걱정하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
이렇듯 여론이 파티별로 나뉘는 가운데 1분이란 시간이 지나고.
와르르!
마침내 가 무너졌다.
“뭐야? 끝난 건가?”
“누가 이긴 거?”
“역시 데카르트 님이….”
바로 그때였다.
저벅저벅!
지크가 무너진 를 통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지크는 반쯤 기절한 데카르트를 땅에 질질 끌고 나오고 있었다.
“……!”
“……!”
“……!”
게이머들은 그 광경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데, 데카르트 님이 졌어?”
“지크 님이 데카르트 님을 털었다고?”
“대박… 사건.”
“헐….”
게이머들은 랭커인 데카르트가 지크에게 탈탈 털렸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반대로 햄찌와 승구는 지크가 이길 줄 알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데카르트를 동정했다.
“뀨우! 주인 놈아! 적당히 괴롭혀라! 주인 놈이 진짜로 괴롭히면 걔 자살한다!”
“형님, 적당히 혼내주시죠. 너무 혼내주시면 걔 진짜 자살할지도 모릅니다.”
지크는 그런 햄찌와 승구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씨익-
대신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데카르트를 돌아보았다.
“내가 발 닦고 가서 잠이나 자랬지? 괜히 처맞지 말고?”
지크가 그렇게 말하며 데카르트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저 멀리 던져버렸다.
철푸덕!
그러자 5미터쯤 날아간 데카르트가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사람이 말이야. 페어플레이를 할 생각을 해야지.”
“마, 말도 안 돼… 내가 저런 듣보잡한테… 크윽!”
“거 어디 듣보잡한테 더 험한 꼴 좀 봐야 정신을 차릴 인간인가?”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데카르트가 떨군 무기인 를 주워들었다.
그러고는 를 땅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는 들의 핏물에 집어넣었다.
치이이이이익!!!
그러자 들의 혈액에 섞여 있던 산성 독액이 를 부식시키기 시작했다.
“X됐다.”
승구는 그런 지크의 행동을 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형님 본성 나오셨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고스란이 승구에게 물었다.
“형님께서는… 가끔 인성이 터지십니다.”
“네? 인성이 터지다뇨?”
“숨겨진 본성이 나오시는데… 그때는 진짜 아무도 못 말립니다. 형님이 본성을 드러내시면 악마도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라서….”
“…….”
“저 랭커 이제 X됐습니다.”
승구는 데카르트를 동정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한편 데카르트는 지크가 를 들의 피 웅덩이에 집어넣는 걸 보고 경악했다.
“아, 안 돼!!!”
귀속된 아이템을 빼앗는 건 불가능했다.
그건 도적 계열의 클래스를 가진 게이머들이나 가능한 일이었고, 그들로서도 다른 게이머에게 귀속된 주무기를 훔치거나 빼앗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단순히 내구도 하락이라면?
‘템이 파괴될 수도 있어…!!!’
데카르트는 그제야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깨달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야.”
지크가 데카르트를 향해 말했다.
“예에?”
“이거 녹여버리기 전에….”
“……?”
“가진 거 다 내놔.”
그렇게 말하는 지크의 얼굴은 악귀가 따로 없을 정도로 섬뜩하고도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