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87
486
“가, 가진 거 다 내놓으라고?”
데카르트는 지크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소리….”
“이거 주제 파악도 못 하는 주제에 머리도 나쁘네?”
지크가 데카르트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쏘아붙였다.
“자, 생각해 보자. 내가 여기에 니 무기를 풍덩! 하고 담으면 어떻게 될까?”
“그야….”
“무기가 몇 분 안에 치이익! 하고 녹아서 사라지겠지?”
“그것만은….”
“그러니까.”
지크가 데카르트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니 잘난 이 무기를 살리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도, 돈을? 내 무기를 내가 돌려받는데?”
“말귀를 못 알아듣네? 니 이 비싼 무기가 내 손에 달렸다니까?”
지크가 그렇게 말하고는 에 들이 흘린 피를 더욱 듬뿍 묻혀 보였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그러자 산성 독액이 의 표면을 매우 빠르게 녹여버리기 시작했다.
“아,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
데카르트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주무기는 게이머의 생명!
레벨 제한 280의 14강 무기가 눈앞에서 녹아내리는 걸 보고 있노라니 데카르트는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저게 얼마짜린데?
는 족히 거의 100억 단위가 넘어가는 고가의 고강 무기가 아니던가?
“잠깐! 잠까아아아아안!!!”
“응?”
“도, 돈 줄게! 돈 줄 테니까 제발!”
“80퍼센트.”
“80퍼센트나?!”
“왜? 싫어?”
지크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에 산성 독액을 묻히자 치이이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20퍼센트라도 건지지? 이 무기 시세가 대략 얼마더라….”
“…….”
“한 180억 하지?”
게임 아이템의 시세가 무려 180억.
10년 전 같았으면 게임 아이템이 현금 180억이라고 하면 정신병에 걸렸냐고 물었겠지만, 지금은 그게 현실이었다.
게임 BNW는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의 경우 계정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한 시대였으니까.
게다가 는 14강 무기치고는 꽤 저렴한 편에 속했다.
왜냐하면, 창은 검이나 도에 비해 주무기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시세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한 140억 원어치만 내놔.”
지크가 데카르트를 향해 말했다.
“40억이라도 건져야지?”
“그, 그건….”
“왜? 40억도 못 건지고 180억 다 날리고 싶어?”
지크가 그렇게 데카르트를 협박하던 순간이었다.
오싹!
지크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그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와.”
“미친….”
“140억을 쌩으로 뜯는다고?”
“미쳤다 진짜….”
게임 속에서 사람에게 100억 단위의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뜯어내는 사람이 지크 말고도 또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였다.
“사람 뇌 구조가 어떻게 생겨야 저런 생각을 해내는 거지….”
어느 게이머는 지크의 사고 회로가 평범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할 지경이었다.
“도, 도와줘요! 도와줘!”
그때, 데카르트가 자신이 이끌고 온 파티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데카르트를 도와주는 게이머는 아무도 없었다.
왜?
그들도 데카르트처럼 죽도록 처맞고 아이템을 쌩으로 뜯기기는 싫었으니까.
오죽 했으면 데카르트가 데려온 파티원들은 자신들의 주무기와 방어구를 이미 아공간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채 알몸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정도였다.
“야 이 비겁한 새끼들아! 좀 도와달라고! 제발! 니들은 인정머리도….”
“어쭈? 이거 안 되겠네? 너 그냥 180억 다 날려라.”
지크가 냉소를 지으며 를 아예 녹여버리려 했다.
“자, 잠깐!”
결국, 데카르트는 지크에게 항복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 알겠다고! 40억이라도 건질게! 그러니까 제발!”
“굿 초이스.”
지크가 히죽 웃었다.
“내놔.”
“아, 알겠어. 크윽!”
데카르트는 피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방어구들과 액세서리들을 하나둘씩 벗어 지크에게 넘겨주었다.
‘이런 X발 개 같은….’
속에서는 천불이 일어났지만, 데카르트로서는 순순히 삥을 뜯기는 수밖에 없었다.
180억을 날리느냐?
아니면 40억이라도 건지느냐?
물론 두 가지 선택지 모두 개 X같은 상황이긴 했지만,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40억이라도 건지는 편이 백번 천번 나은 게 사실이었다.
‘그래… X발… 이거 구하기도 힘든 무기인데… 크윽….’
데카르트는 가 매우 희귀하고, 또 강화된 매물을 찾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가지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지크에게 대략 140억 원어치의 아이템을 넘겨주었다.
덕분에 지크는 랭커인 데카르트가 착용하고 있던 초고가의 방어구들을 꽁으로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거래가 끝난 후.
“이, 이제 돌려줘.”
데카르트가 지크를 향해 를 돌려달라며 손을 뻗던 순간.
“어휴.”
햄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멍청하고 불쌍한 녀석…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어 주인 놈을 믿었냐… 뀨우….”
“그게 무슨 말이니?”
고스란이 햄찌에게 물었다.
“주인 놈은 처음부터 돌려줄 생각 같은 거 안 했다! 뀨우!”
“지, 진짜?!”
“그렇다! 주인 놈은 저거 돌려줄 정도로 정직한 사람 아니다! 처음부터 안 돌려줄 거였다! 뀨우!”
그런 햄찌의 외침은 데카르트의 귀에도 고스란이 들어갔다.
“아, 안 돌려줘? 설마?!”
데카르트가 지크를 돌아보았다.
씨익-
데카르트가 본 지크의 입가는 기괴할 정도로 활짝 웃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머리 위에는 이라는 칭호가 떠오른 채 반짝이고 있었다.
“야 이….”
그제야 현실을 깨달은 데카르트의 입이 열렸다.
“개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치이이익!!!
의 혈액 속에 녹아들어 있던 산성 독액은 기어코 를 완전히 녹여버렸다.
“아, 안 돼… 내 무기… 내 무기… 커헉!!!”
데카르트는 가 녹아내리는 걸 바라보며 정신 나간 사람-정신이 나간 게 맞다-처럼 중얼거리다 에 머리통이 깨져 강제 로그아웃을 당했다.
툭, 툭, 툭!
데구르르르….
죽은 데카르트가 떨군 랜덤 드랍 아이템들이 지크의 발밑을 나뒹굴었다.
“오? 마지막까지 혜자네?”
지크는 데카르트가 상당히 고가의 아이템들을 떨구며 죽자 매우 고마워하며 그것들을 또 주워 먹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가 가진 칭호는 주변에서 죽은 게이머들이 떨구는 랜덤 드랍 아이템의 개수를 늘리고, 비싼 아이템을 떨굴 확률 역시도 큰 폭으로 올려주는 것.
정말이지 재수 없게도, 데카르트는 하필이면 칭호의 옵션을 고스란히 적용 받아 엄청나게 값비싼 랜덤 드랍 아이템을 무려 세 개나 떨구고 죽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중 하나는 골드가 잔뜩 든 돈주머니였다.
“잘 먹었습니다아! 꺼어어어어억!”
지크는 거의 데카르트의 영혼까지 뽑아먹고는 거하게 트림까지 하는 것으로 이 작은 소동(?)을 마무리했다.
그러고는 데카르트와 파티를 맺고 있던 게이머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용건 있으신 분?”
그런 지크의 질문에 대한 데카르트 파티원들의 대답은….
절레절레!
이었다.
***
“아. 로그아웃해야지.”
“난 좀 바빠서….”
“하하… 갑니다.”
데카르트 파티에 속해 있던 게이머들은 하나둘 슬금슬금 자취를 감추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알림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1,000/1,000)] [알림 :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 크반트를 찾아가 보상을 받으세요!]그렇게 지크는 땅에 떨어져 있던 들을 주워 퀘스트를 완료하게 되었다.
“다 모으셨어요?”
고스란이 지크에게 물었다.
“네.”
“축하드려요! 지크 님!”
“별말씀을요. 다 고스란 님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그런 지크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고스란은 지난 며칠 동안 매우 뛰어난 냉기 마법으로 몬스터들을 능숙하게 얼려 버림으로써 지크가 손쉽게 사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크는 퀘스트의 보상을 받으면 그걸 고스란에게도 똑같이 나누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쩌죠?”
“네?”
“저 데카르트라는 랭커… 유나이티드 길드의 부길드 마스터잖아요. 보복이 들어올 것 같은데….”
고스란의 말은 옳았다.
비록 데카르트가 명백하게 시비를 걸고, 또 선제공격을 해온 게 맞지만 유나이티드 길드가 지크에게 보복을 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잘잘못을 떠나 길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양심이 있으면 닥치고 있을 거고, 양심이 없으면 보복하겠죠.”
“괜찮으시겠어요?”
“그게 무서웠으면 처음부터 설설 기었겠죠. 상대방이 랭커고, 10대 길드의 부길마라고 해서 제가 비굴하게 굴 순 없잖아요?”
“그건 그렇죠.”
“뭐. 정 보복하겠다고 하면….”
지크는 말끝을 흐려 굳이 뒤에 이어질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꽈악!
단지 를 세게 움켜쥐었을 뿐….
‘두 번 다시는 그럴 일 없어.’
지크는 디버프 마스터로 거듭나면서 다시는 자신보다 강하고, 돈 많고, 잘난 놈들에게 무참히 짓밟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지크가 제네시스에 이어 또 다른 10대 길드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에게 쫄 리가 없었다.
“뀨! 주인 놈아!”
그때, 햄찌가 지크를 불렀다.
“얘 어떡하냐! 뀨우!”
“으응?”
“아. 쟤가 거슬리던 걔구나.”
지크가 주인 잃은 럭키를 바라보았다.
“낑… 끼잉….”
럭키는 죽은 데카르트의 시체 주변에서 낑낑대고 있었다.
“확 된장을 발라버려?”
“뀨우?”
“아니지. 쟤는 주인 명령에 따른 죄밖에 없잖아.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또 귀찮으니까….”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럭키를 향해 다가갔다.
“낑… 끼잉!”
“야.”
“낑….”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면 그땐 된장을 발라서 푹 삶아버릴 테니까, 니 살길 찾아가라. 알겠냐? 좋은 주인을 찾아봐.”
“컹!”
럭키는 그런 지크의 말에 알겠다는 듯 짧게 컹! 하고 짖어 보이고는 어슬렁어슬렁 정글 속으로 사라졌다.
충직한 펫인 럭키로서도 지크 같은 악마의 적이 되면서까지 주인인 데카르트를 따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상황은 모두 종료되었다.
“이제 어떡하죠?”
“좀 늦긴 했는데, 던전 입구로 가서 퀘스트 마무리부터 하려고요. 아우토니카 공방에 따질 것도 있고요. 잠은 몇 시간 있다가 자도 되니까.”
“그래요, 그럼.”
“갑시다.”
지크는 를 클리어하기 위해 로그아웃을 잠시 미뤄둔 후 던전 입구로 향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