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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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양반들이 요즘 못 잡술 걸 자셨나….”
지크는 크반트의 말을 퀘스트 클리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단 이야기로 알아듣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아우토니카로 트롤을 하더니 크반트 님까지 이러시기….”
“지, 진정하시오!”
크반트는 지크가 화를 내려고 하자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그걸 뜯어말렸다.
“진정?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그 생고생을 했는데?”
“아니! 그게 아니오!”
“뭐가 아닌데요?”
“오해요! 오해!”
“오해라고요?”
“거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지 않았소? 잠깐 내 얘기를 들어보시오! 정 화를 내고 싶으면 그 뒤에 내도 되질 않소!”
그 순간.
‘한국말?!’
지크는 크반트가 정확하게 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황당했지만, 이내 곧 그러려니 했다.
요즘 게임 속 세계인 뉘르부르크 대륙에 게이머들이 전파한 지구의 격언이나 속담, 혹은 비속어들이 유행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크반트가 상대하는 고객 중 한국인 게이머가 지크뿐일 리가 없지 않은가?
“일단 진정하시오. 그리고 내 말을 차근차근 들어주길 바라오. 제발 짜증 내지 마시오. 부탁이오.”
“킁.”
“자, 그럼 지금부터 설명을 해주리다. 알겠소이까?”
“그러시죠.”
지크는 크반트의 설득에 가까스로 화를 누그러뜨렸다.
고스란은 그런 지크와 크반트를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커플 같잖아?!’
짜증을 내는 지크.
그리고 진땀을 빼며 그런 지크를 달래는 크반트.
어째 우리네 일상 속에서 이따금씩 찾아볼 수 있는 장면 같았던 것이다.
“아까 말했다시피, 이 물질은 우리 세계의 금속들과는 섞일 수 없소이다.”
“그래서요?”
“그래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아티펙트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오. 하지만 약간의 편법을 사용하면 이야기가 다르오.”
“편범이라 하심은?”
“일단 본 공방은 이 이계의 물질이 여러 개가 모이면 하나의 결정으로 융합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소이다.”
크반트가 지크에게 로 만들어낸 새로운 결정을 보여주었다.
[하급 이그나이트 결정]이계의 에너지가 담긴 결정.
녹색 이계의 정수를 조합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등급 : 유니크
•효과
– 공격 시 5초에 걸쳐 적에게 초당 15의 고정 피해를 줌.(재사용 대기시간 없음)
“어?”
지크는 크반트가 보여준 을 보고 살짝 놀랐다.
“이거 도트뎀이네요?”
“도트뎀이 뭐요?”
“아, 그게 그러니까….”
지크가 크반트에게 지구의 게임 용어인 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피해를 한 번에 주는 게 아니라 천천히 누적시키는? 뭐 그런 거죠.”
“맞소.”
크반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말대로, 이 새로운 결정은 도뜨….”
“도트뎀.”
“아, 그렇지. 도트뎀을 일으키는 성질을 지니고 있소이다.”
“상당하네요.”
지크는 로 만들어낸 이 적에게 상당한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걸 간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의 도트 데미지에는 쿨타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여기서 계산을 해보자.
15의 데미지를 적에게 5초간 준다면, 총 피해량은 75(15×5)가 된다.
이렇게만 보면 사실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재사용 대기시간이 없다는 건 적을 여러 번 때리는 다단히트 스킬을 보유한 게이머들에게는 엄청난 메리트였다.
적을 때릴 때마다 5초 동안 15의 데미지를 누적시킨다?
그렇다면, 지크가 로 짧은 순간에 적을 30번 강타했다고 가정해 본다면?
지크는 총 2,250(75×30)의 데미지를 더 누적시킬 수 있었다.
그것도 적의 방어력과 항마력에 관계없이 100퍼센트 조건으로 피해량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는 곧 전투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적을 때리면 때릴수록 누적시키는 총 피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지금 이 수치만으로는 엄청나다고까지는 할 수 없고, 꽤나 도움이 될 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흠. 이걸 어떻게 이용하죠? 구슬을 들고 있으면 되나요? 설마 적에게 구슬을 가져다 대야 하는 건 아니죠?”
“그런 방식으로 싸울 수 있겠소?”
“없죠.”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안 쓰고 말지.”
“그렇소이다. 그건 너무나도 비효율적이고, 비실용적이오. 그렇다고 이 보석을 이용해 아티펙트도 만들 수도 없고.”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이 보석을 이용할 수 있단 겁니까? 아니면 없단 겁니까?”
“이용할 수 있소.”
“어떻게요?”
“본 공방은 이 보석을 메인으로 아티펙트를 만들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다른 방법을 찾았소. 그건 바로 이 보석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라오.”
“업그레이드?”
“아티펙트에 소켓(Socket)이라는 구멍을 뚫어 그 안에 이 보석을 박는 것이오.”
“소켓…!”
“그렇게 하면 이 보석의 효과를 얼마든지 누릴 수가 있소이다.”
바로 그때였다.
띠링!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
[알림 : 축하드립니다!] [알림 : 업적을 이룩하셨습니다!] [알림 : 업적에 따라 명예로운 칭호가 부여됩니다!] [알림 :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칭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위대한 선지자 : 소켓]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칭호 중 하나.
이 모험가는 비머리언 공방의 수석 대장장이인 크반트가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타입 : 칭호
•등급 : 전설
•효과
– 명예 +5,000
– 뉘르부르크 대륙의 모든 공방으로부터 받는 존경심 +2,000
– 숨겨진 전설의 대장장이와의 인연이 생길 확률 +200%
– 게이머들이 소켓 시스템 이용 시 라는 이름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지크는 다른 게임에는 있었지만, 게임 BNW에는 없던 을 최초로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었다.
앞으로 수없이 많은 게이머들이 이용하게 될 에 자신의 이름 석 자-사실 석 자는 아니었지만-를 새기게 되어 더더욱 네임드 게이머가 된 것은 물론이었다.
“와우.”
지크는 칭호를 획득해 매우 기뻤다.
“구질구질한 것만 주더니 오늘은 꽤 좋은 게 나왔네.”
“음? 그게 무슨 말이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화제를 돌렸다.
“그럼 소켓을 뚫어서 이 보석을 박으면 된다는 거죠?”
“그렇소이다.”
“소켓은 어떤 방식으로 뚫죠?”
“이 보석을 분석해본 결과 손에 착용하는 방어구에 적용시키면 가장 좋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소.”
“저는 딱히 장갑 안 차는데요?”
지크가 착용하는 는 어깨부터 손까지 일체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따로 건틀릿이나 장갑을 착용하지 않았기에 한 질문이었다.
“상관없소. 그대가 착용하는 쿼드터보 숄더엔 어깨와 손등에 각각 두 개씩의 소켓을 뚫을 수가 있소이다.”
“아?”
“그러니 어깨 부위는 내버려 두고, 양쪽 손등에만 각각 한 개씩 두 개의 소켓을 뚫고 이 보석을 박으면 될 것이오. 주시오, 금방 뚫어 주겠소.”
“여기요.”
지크가 를 벗어 크반트에게 건네주었다.
“아, 거기 청년과 아가씨도 착용하고 계신 장갑을 내게 넘겨주시오.”
크반트는 승구와 고스란의 방어구까지 챙겨 대장간 안으로 향했다.
***
“여기 있소이다.”
지크는 크반트로부터 소켓을 뚫고, 그 안에 을 박은 를 돌려받았다.
그런데.
[쿼드터보 숄더]•1번 소켓 : 비어 있음
•2번 소켓 : 중급 이그나이트 결정
– 공격 시 5초에 걸쳐 적에게 초당 17의 고정 피해를 줌.(재사용 대기시간 없음)
– 같은 성질의 에너지에 간섭 가능
– 방어구 자체 독 저항력 +150
지크의 에 박힌 이 하급이 아닌 중급이었다.
“어? 중급 결정이 박혀 있네요? 능력치도 좀 올라갔는데요?”
“하급 이그나이트 결정 세 개를 조합하면 중급 이그나이트 결정을 만들 수가 있소. 때마침 결정이 좀 남아서 그대의 것에는 중급으로 박았소.”
“아하?”
“상급은 중급 결정 일곱 개가 필요하고, 최상급 결정인 이그나이트 결정은 상급 결정 33개가 필요하다오.”
크반트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크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이계의 보석]•내용 : 녹색 이계의 정수를 모아 비머리언 공방에 가져가 이그나이트 결정을 만들고, 업그레이드하라.
•타입 : 반복 퀘스트
•진행률 : 해당 없음
•참고
– 하급 이그나이트 결정 : 녹색 이계의 정수 100개 + 100골드
– 중급 이그나이트 결정 : 하급 이그나이트 결정 세 개 + 150골드
– 상급 이그나이트 결정 : 중급 이그나이트 결정 일곱 개 + 500골드
– 최상급 이그나이트 결정 : 상급 이그나이트 결정 33개 + 1,500골드
결국, 는 일종의 신규 노가다 컨텐츠였던 모양이었다.
‘노가다 좋지.’
지크는 노가다 콘텐츠를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크가 생각하기에, 노가다는 아무 생각 없이 던전을 돌다 보면 어느새 레벨도 올라 있고 원하는 목표도 이룰 수 있는 매우 정직한 콘텐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크는 전적으로 운에 의존하는 사행성 콘텐츠보다 이렇듯 땀 흘리며 던전을 도는 노가다를 더욱 선호했다.
“알다시피 상위 등급의 이그나이트 결정일수록 소켓에 박았을 때의 위력은 더 강해진다오.”
“그렇겠죠.”
“그러니 열심히 모아서 그대의 강함을 더욱 업그레이드시켜 보시오. 아, 참고로 그대와 그대의 동료들에게는 결정의 조합에 들어가는 비용은 안 받겠소.”
“진짜요?!”
“그대와 그대의 동료들에게는 공짜요!”
“역시 크반트 님!”
“껄껄껄!”
그렇게 지크는 퀘스트를 무사히 완료하고 크반트와도 훈훈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그럼 바쁠 터이니 어서 가 보시오. 나는 눈을 좀 붙여야겠소.”
“푹 쉬세요.”
지크는 크반트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해주고는 비머리언 공방의 이동식 대장간을 나섰다.
비머리언 공방의 이동식 대장간을 떠나 정글 입구로 향하는 길.
웅성웅성-
정글 입구에는 또다시 한바탕 난리가 나 있었다.
아니, 난리가 난 정도가 아니었다.
우당탕탕!
거의 수천 명에 달하는 고레벨 게이머들이 한곳에 모인 채 단체로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뒈져 이 새끼야!”
“죽어! 이 X발놈아!”
심지어, 던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로 스킬을 퍼부어대며 대놓고 PVP를 벌이는 게이머들마저 있을 지경이었다.
“뭐, 뭐야! 지금 무슨 상황인데? 길드 전쟁이라도 벌어진 건가? 설마 유나이티드 길드?!”
지크는 순간 유나이티드가 쳐들어와 이곳 앞을 장악하려는 줄 알고 흠칫 놀랐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니에요. 저기 보세요. 계속 보던 게이머들끼리 싸우고 있어요.”
고스란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난투극을 벌이고 있던 게이머들을 가리켰다.
“어? 그러네요? 그럼 뭐지? 왜 싸우는 거야? 소속 길드도 다 다른 거 같은데?”
“글쎄요?”
“그럼 뭐지? 단체로 더위를 먹었나? 저기요!”
지크는 때아닌 소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가장 가까이에 있던 게이머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