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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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가 없던 몬스터들은 를 기껏해야 한두 개, 혹은 아예 떨구지 않았다.
그러나 배리어를 가진 고위 등급의 몬스터들은 를 적게는 두 개에서 많게는 다섯 개까지도 매우 높은 확률로 떨구었다.
덕분에 지크 일행은 를 향해 가는 동안 엄청난 숫자의 를 모을 수 있었다.
에슈카 유적지를 약 10킬로미터 정도 앞둔 지점.
“일단 돌아가죠.”
지크는 철수를 결정했다.
“슬슬 힘들어지네요. 결정 업그레이드를 해와야겠어요. 방어구도 수리하고.”
지크가 철수를 결정한 이유는, 사냥이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에 가까워질수록 획득하는 의 개수가 늘어났지만,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배리어 역시 더 강해졌다.
그래서 의 힘으로는 고위 등급의 몬스터들이 가진 배리어를 뚫기가 힘들어서, 영 데미지가 박히지 않았던 것이다.
“예, 형님.”
“좋은 선택이에요.”
승구와 고스란은 군말 없이 지크의 의견에 따랐다.
그렇게 지크 일행은 을 뒤로하고 던전 앞에 마련된 주둔지로 향하게 되었다.
“승구야.”
“예, 형님.”
지크는 주둔지에 도착한 직후 승구를 불렀다.
“미안한데 나 부탁 좀 하자.”
“예? 어떤 부탁이십니까?”
“정수랑 방어구 줄 테니까, 크반트한테 가서 이그나이트 결정 좀 업그레이드해서 박아다 줘. 아, 그리고 이 쪽지도 크반트한테 전해주고.”
지크는 승구에게 자그마한 쪽지도 함께 건네주었다.
“알겠습니다, 형님. 그런데 뭐 바쁜 일 있으십니까?”
승구가 물었다.
“아, 슬슬 장사 좀 하려고.”
“장사…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형님 장사는 마법의 자동판매기가 담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게 있어.”
“음?”
“이따 보자.”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이 설치한 로 향했다.
***
정보의 힘이란 실로 막강하다.
정보는 곧 돈이요, 힘이다.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안다는 것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부를 창출할 수도, 막강한 힘으로 휘두를 수 있기 마련이 아니던가?
예컨대, 부동산에 관한 정부 정책을 미리 알고 그에 따른 투자를 한다거나 주식 시장의 고급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인생 역전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물론 가짜 정보에 스스로가 속아 넘어가는 순간 한강 물의 온도를 몸소 체크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손에 쥔 정보가 목숨을 걸 수도 있을 만큼 확실하고, 또 질적으로 우수한 고급 정보라면?
앞서 말했든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고, 힘으로써 휘두르는 것도 가능하다.
지크는 그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크는 경험을 통해 정보의 우위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알았고, 또 그걸 이용할 줄도 알았다.
그래서 지크는 이번에도 정보의 우위를 통해 이득을 톡톡히 보기로 했다.
그런 지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이 설치한 로 가서 아이템을 판매하고 번 돈을 수금하는 거였다.
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지크가 버튼을 누르자마자 수만 개의 금화가 아공간 인벤토리를 향해 쏟아지며 돈이 부딪힐 때 나는 특유의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었고.
“아… 아앗… 너, 너무 좋아… 흐응….”
지크는 그 소리에 취해 일종의 오르가즘(?)을 느끼며 전율했다.
그것도 잠시.
이내 곧 정신을 차린 지크는 에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캔 콜라 하나 분량인 250밀리리터(㎖) 단위로 나누어 등록했다.
[카우축 나무 수액 (250㎖)]카우축 나무에서 채취한 수액.
이 수액을 가지고 비머리언 공방으로 가 가공을 요청하면 산성 독액으로부터 방어구를 보호하는 코팅제를 제작할 수 있다.
또한, 변이 대정글 삐융을 쫓아내고 그 독성을 해독하는 효과도 있으니 참고할 것.
지크는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등록한 뒤 고용했던 호객꾼들에게 카우축 나무 수액의 판매를 홍보해 줄 것을 지시했다.
“카우축 나무의 수액 팔아요!”
“팔아요! 팝니다! 카우축 나무 수액! 팝니다!”
“남부 대정글 공략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카우축 나무 수액! 절찬리에 판매 중!”
호객꾼들은 지크의 지시대로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홍보하며 주둔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권능의 단물! 카우축 나무 수액! 이걸 마시고 작년에 죽은 강아지가 되살아나고! 고장 난 비행선이 저절로 고쳐졌습니다! 두통! 치통! 허리디스크! 고혈압! 심장병도 이 수액 하나면 만사 OK!”
개중에는 과대광고-라고 쓰고 사기라고 읽는다-를 하는 호객꾼도 있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호객꾼들의 광고는 게이머들의 어그로를 끌기에 충분했다.
“뭐? 산성 독액으로부터 방어구를 보호할 수 있다고?”
“변이 삐융이 안 꼬여?”
“도대체 그 카우축 나무 수액이라는 게 뭔데?”
게이머들은 호객꾼들의 광고를 듣고 홀린 듯 지크의 로 향했다.
그리고 미친 듯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알림 : 아이템이 판매되었습니다!] [알림 : 아이템이 판매되었습니다!)(중략)
[알림 : 아이템이 판매되었습니다!)카우축 나무의 수액은 순식간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가격이 상당히 비쌌음에도, 게이머들은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구매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살 수밖에 없었다.
산성 독액에 저항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카우축 나무의 수액이 아무리 비싸다고 한들, 장기적으로 보면 방어구의 수리비에 들어갈 비용보다는 훨씬 쌌기 때문이다.
“후후후.”
지크는 게이머들이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줄 서서 구매하는 걸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단물 다 빠진 정보니까.’
지크는 이미 를 깬 상태였고, 방어구에 소켓을 뚫는 비용도 공짜로 서비스를 받은 뒤였다.
즉, 카우축 나무 수액의 존재와 활용법을 안다는 정보의 우위를 통해 이미 이득을 볼 대로 본 것이다.
때문에, 지크는 게이머들에게 카우축 나무의 수액의 존재를 알리고 그걸 돈을 받고 판매함으로써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해도 되었다.
단순히 공략법을 공짜로 푸는 게 아니라 이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배포한 것이다.
그리고 지크는 또 다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어차피 남부 대정글은 내 땅이야. 에슈카 유적지를 점령하려면 군대가 필요하지. 후후후. 나의 군대가 되어라, 게이머들아.’
지크는 게이머들을 이용해 을 평정할 생각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를 점령해 보스 몬스터를 처치해야 하는데, 그건 지크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변이한 몬스터들에게 점령당한 를 탈환하려거든 반드시 군대가 필요했다.
그런데 프로아 왕국군을 투입하자니 도저히 손익 계산이 맞지 않았다.
전쟁은 곧 수없이 많은 생명과 자원을 소모하는 일!
NPC들인 프로아 왕국군의 힘만으로 를 점령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할 게 뻔했다.
하지만 게이머들을 이용한다면?
지크는 프로아 왕국군을 단 한 명도 동원하지 않고도 을 자신의 영토로 만드는 게 가능했다.
안 그래도 자발적으로 모여든 게이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기에, 지크의 입장에서는 그 점을 십분 활용해서 이득을 챙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크의 큰 그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잘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지크의 시선이 멀리 비머리언 공방의 이동식 대장간으로 향했다.
***
10분 전.
“음? 지크프리트 국왕이 내게 쪽지를 보냈단 말이오?”
“예. 읽어보시죠.”
“알겠소이다.”
크반트는 승구로부터 지크가 보내온 쪽지를 받고 그것을 펼쳐보았다.
쪽지 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모험가들이 카우축 나무 수액을 코팅제로 가공하러 갈 겁니다.
공짜로 해주지는 마시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적당히 돈 받으세요.
그리고 매출의 30퍼센트는… 아시죠?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이, 이건!”
크반트는 지크의 쪽지 내용을 단번에 이해했다.
1. 게이머들이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산다.
2. 게이머들이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코팅제로 가공하기 위해 비머리언 공방을 찾는다.
3. 비머리언 공방은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코팅제로 가공해주고, 매출을 발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지크에게 30퍼센트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4. 게이머들이 녹색 이계의 정수를 이그나이트 결정으로 가공,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비머리언 공방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역시나 매출이 발생한다.
이 일련은 수익 모델은 지크와 비머리언 공방이 의 상권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구조였다.
각각 카우축 나무의 수액과 를 독점하고 있는 지크와 비머리언 공방이 연합하니 제3자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오오! 지크프리트 국왕! 이렇게 병 주고 약을 주는구려!”
크반트는 지크가 전해온 수익 모델에 감동했다.
안 그래도 공방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어 있던 차에 이렇듯 한 지역의 상권을 독점할 수 있는 수익 구조가 생기니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와 같았던 것이다.
“지크프리트 국왕! 그대는 천재요! 이런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내다니! 오오오!”
크반트가 지크를 찬양할 때였다.
“저기요! 여기서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코팅제로 가공해준다면서요?”
“코팅제 의뢰하러 왔는데 얼마죠?”
“카우축 나무 수액 가공 좀요!”
게이머들이 속속들이 몰려들어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코팅제로 가공해 주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공방의 대장장이들은 들어라!”
“예! 수석 대장장이님!”
크반트의 외침에 비머리언 공방에 소속된 대장장이들이 우렁차게 소리쳐 대답했다.
“고객들 오셨다! 지금 즉시 카우축 나무 수액을 가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도록!”
“예!”
크반트의 명령에 비머리언 공방의 대장장이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게이머들의 의뢰를 받아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코팅제로 가공하기 시작했다.
***
지크가 카우축 나무의 수액을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은 더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수단인 카우축 나무 수액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더 많은 신규 게이머들이 유입되고, 또 더러운 패턴이 질려서 떠났던 게이머들이 돌아오면서 더욱 사람 수가 늘어난 것이다.
덕분에 앞은 그 여느 인기 던전들보다 더 많은 고레벨 게이머들이 득실거리는 사냥터로 바뀌었고.
씨익-
지크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게이머들한테 퀘스트 주는 NPC들의 기분이 이런 건가? 아니지. NPC들은 보상을 주잖아. 난 오히려 돈을 받지. 후후후.”
지크는 몰려든 게이머들을 바라보며 매우 뿌듯했다.
지크의 입장에서 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바치면서 앞으로 프로아 왕국의 정식 영토가 될 의 몬스터들을 퇴치해주는 걸 보고 있자니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기분이었다.
“이제 슬슬 에슈카 유적지 정찰을….”
그때였다.
“아오! X발! 뭔 NPC가 그렇게 세?”
“고통 여왕인가? 살다 살다 그런 변태 같은 NPC는 처음 본다니까?”
“토 나온다, 토 나와.”
한 무리의 게이머들이 지크의 곁을 스쳐가며 투덜거렸다.
‘고통 여왕?!’
지크는 게이머들의 대화에서 이란 단어를 캐치하고, 눈썹을 치켜떴다.
‘그거 잉그리드 아닌가?’
지크는 잉그리드가 오즈릭 교단에게 세뇌되어 사천왕 중 하나인 이 되었다는 걸 떠올리고는, 스쳐 지나가던 게이머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어? 지크 님이시네.”
“죄송한데 방금 고통 여왕이라고 하셨죠?”
“아? 뭐, 그랬죠?”
“혹시 고통 여왕이란 NPC를 만나셨어요?”
“만났죠.”
“어디서요?”
“정글 안에 있던데요?”
“……!”
“마주쳤다가 죽을 뻔했어요. 다짜고짜 공격해 오는데, 미친 뭔 스킬이….”
그 순간.
‘오즈릭 교단!’
지크는 오즈릭 교단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곳 에서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