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95
494
스릉!
오스칼이 를 뽑아 들었다.
“자, 그럼….”
지크는 오스칼이 검을 뽑아드는 걸 보고는 잉그리드의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주었다.
재갈이 풀리던 순간.
“야 이 변태 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잉그리드의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부터 표독스럽고 앙칼진 사자후가 터져 나와 지크와 오스칼의 고막을 찢어발겼다.
“악!”
“윽!”
덕분에 지크와 오스칼은 귀청이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인상을 구겨야 했다.
“오스칼 경!”
“예! 전하!”
오스칼은 지크의 외침에 황급히 잉그리드의 목에 를 가져다 대었다.
스으으!
그러자 로부터 청명한 푸른색 기운이 뿜어져 나와 잉그리드를 감쌌다.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이 변태 새끼야!”
“심문이랄까?”
지크가 대답했다.
“원래 모습으로 돌려주기 전에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요. 세뇌가 풀리면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잖아요?”
“그게 무슨 개소리야!”
“글쎄요? 당신은 지금부터 진실만을 말하게 될 겁니다.”
“웃기는 소리 하네!”
“진짜라니까요?”
“개소리 마!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쓰, 쓰레기이?”
“이 변태! 쓰레기 같은 놈! 뺀질뺀질한 자식!”
잉그리드는 가 목에 닿아 있었음에도 지크를 향한 원색적이고 날카로운 쌍욕을 멈추지 않았다.
“어….”
지크는 그런 잉그리드의 말에 의문을 느꼈다.
“그거 잘되는 거 맞아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오스칼이 지크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해 말끝을 흐렸다.
“계속 저한테 변태니, 쓰레기니 욕을 퍼붓잖아요.”
“예?”
“진실이라면 그렇게 말할 리가 없는데?”
“전하… 그것은….”
“뭐, 뭡니까!”
지크는 오스칼의 반응을 보고 순간 당황했다.
“지금 제가 진짜 변태에 쓰레기라는 건 아니죠?”
“그것이 아니오라… 잉그리드 공주께서 전하를 진심으로 변태에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저 말은 진실일….”
“하하하하하하하!”
“……?”
“에이~ 오스칼 경~ 농담도 잘하셔~.”
“농담… 말씀이시옵니까?”
“아무리 세뇌를 당했다고 해도 저를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잖아요~.”
“…….”
“그렇죠?”
지크가 행복회로를 돌리며 잉그리드에게 물었다.
그러자 잉그리드가 대답했다.
“아니?”
“아, 아니라고?”
“난 정말로 네놈을 변태 쓰레기라고 생각하는데?”
“……!”
“미안하지만, 그건 진심이야. 거짓이 눈곱만큼도 없는 진심.”
그 순간.
‘죽어버릴까?’
지크는 밀려드는 자괴감에 혀를 콱 깨물고만 싶었다.
도대체 뭘 했다고, 왜 내가 변태란 말인가?
스스로 떳떳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지크의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내가 느끼기에 네놈은….”
“아아아아!”
“……?”
“안 들린다! 안 들려! 아아아!”
지크는 계속 를 반복하며 듣기 싫은 말을 회피했다.
“주인 놈아… 추하다, 추해. 뀨우.”
햄찌는 그런 지크를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잠시간의 해프닝이 지나간 후.
“흠흠.”
지크는 멋쩍은 듯 헛기침-스스로도 자신이 추하다는 걸 알았는지-을 한 번 하고는 잉그리드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소속은?”
“오즈릭 교단.”
“직책은?”
“사천왕.”
“관등성명은?”
“사천왕 중 고통 여왕… 잠깐! 내가 왜 이걸 얘기하고 있는 거야!”
잉그리드는 자신이 어째서 소속을 밝혔는지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전하, 효과가 있는 것 같사옵니다.”
오스칼이 잉그리드를 보고는 지크에게 말했다.
“그러네요? 진짜 효과가 있네?”
“뀨!”
그때, 햄찌가 끼어들었다.
“주인 놈아! 그럼 아까 잉그리드 공주가 했던 말도 다 진ㅅ….”
“닥쳐.”
“뀨, 뀨우?”
“된장 바르기 전에 조용히 짜져 있어라.”
“아, 알겠다. 뀨우… 햄찌 보신탕 되기 싫다….”
햄찌는 지크의 살벌하기 짝이 없는 협박에 귀가 축 처져서는 더 이상 깝죽거리지 않았다.
‘하다 하다 이젠 된장을 바른단 말까지 알아듣네? 저거 한국인 게이머들이랑 얘기 못 하게 하든지 해야지.’
지크는 햄찌의 한국어(비속어) 습득 능력에 놀라는 한편 다시 심문을 이어나갔다.
“여기 온 목적은?”
“파편의 회수.”
“파편? 그게 뭔데?”
“얼마 전. 본 교단은 다른 세계의 지배자인 아포칼리우스를 이 세계로 소환하는 의식을 치렀어.”
아포칼리우스.
그게 이계의 악마적 존재의 이름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수호자들의 방해로 아포칼리우스는 차원의 문을 넘던 중 그만 육체가 파괴당하고 말았지.”
“그게 파편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멍청하긴!”
“……?”
“아포칼리우스가 고작 육체가 파괴되었다고 해서 소멸할 것 같아? 어림없는 소리지.”
“그럼 그 파편이라는 게….”
“맞아.”
잉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포칼리우스의 육체는 다섯 개의 파편으로 나뉘어 전 대륙에 흩어졌고, 이곳 남부 대정글을 점령한 존재는 그중 하나야. 따라서 본 교단은 그 존재를 처치한 뒤 파편인 이그나이트 소울을 회수하려는 거야.”
“이그나이트 소울? 그걸 회수해서 뭐 하게?”
“아포칼리우스의 부활.”
“……!”
“다섯 개의 소울을 모아 부활의 의식을 치르면, 아포칼리우스가 부활하게 돼.”
“이런 미친….”
“그래서 나는 교단의 명령을 받고 이그나이트 소울을 확보하기 위해 여기 왔지만, 몬스터들이 가진 배리어를 깰 수가 없었어. 그래서 전투 중 어쩔 수 없이 후퇴를 명령한 거야.”
의 효과는 정말이지 탁월해서, 지크는 잉그리드로부터 오즈릭 교단의 의도와 이곳 이 어째서 변화한 건지를 알게 되었다.
‘이 새끼들… 포기 안 했구나.’
지크는 속으로 오즈릭 교단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며 추가적인 심문을 진행했다.
“오즈릭 교단의 본거지는 어디 있지?”
“몰라.”
“모, 모른다고?!”
“교단의 본거지는 교주 외에는 그 누구도 몰라. 출입할 때도 교주의 친위대들이 데려다주는 방식이고, 그들이 먼저 우릴 찾아. 그래서 누구도 알지 못해.”
“보안 수준 보소? 그럼 교주는 누구야?”
“몰라.”
“교주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교주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교단 내에서도 드물어. 우리 사천왕조차도 교주의 정체를 몰라.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니까 말 다 했지.”
“도대체 아는 게 뭐야?”
지크는 그 후로도 잉그리드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지만, 딱히 결정적인 정보를 건지지는 못했다.
‘아는 게 없네?’
잉그리드가 세뇌당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언가 다른 핵심 정보를 알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같은 사천왕의 신상 명세와 특징이 전부였을 뿐….
그마저도 쾌락왕 빌리엄의 경우 이미 알고 있는 사천왕이라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결코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오즈릭 교단이 아포칼리우스의 부활을 꾀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 다섯 개의 파편인 소울을 모으고 있다는 것.
이것만 해도 엄청난 고급 정보라고 할 수 있었다.
“뭐, 여기까지.”
지크는 심문을 끝마쳤다.
“오스칼 경.”
“예, 전하.”
“잉그리드 공주를 데리고 프로아 왕국으로 가세요. 그리고 세뇌를 풀 방법을 찾아서,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작업도 진행해 주시고요.”
“명령 받들어 모시겠사옵니다, 전하.”
“아, 그리고.”
지크가 덧붙였다.
“북부에 연락을 넣어서 라이언베르트 형님께도 이 소식을 전해주세요. 그동안 마음고생 심하셨을 테니까.”
지크는 잉그리드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의형제인 라이언베르트에게도 이 소식을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
***
지크는 잉그리드를 프로아 왕국으로 보낸 후 천우진에게 통신을 걸었다.
– 어? 니가 웬일이냐. 대정글에 있다며. 뭐 알아낼 거라도 있냐?
“응? 내가 대정글에 있는 건 니가 어떻게 알아?”
–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냐?
천우진이 지크의 물음에 어이가 없다는 듯 대꾸했다.
– 니가 대정글에서 데카르트한테 삥 뜯었다며.
“삥이라니! 그건 엄연한 거래….”
– 무기도 녹여버렸다면서 거래는 무슨.
“음. 그건. 흠흠흠.”
– 소문 다 퍼졌거든? 지금 지튜브에 니 영상이 실시간 조회수 1위야.
“그, 그래?”
– 이미지 관리 좀 해라. 그리고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너 그러다 진짜 길 가다 칼 맞을 수도 있어.
“경호원들 수를 좀 늘려야….”
– 미친놈 진짜. 큭큭.
“아무튼, 그건 그렇고. 야. 나 뭐 알아낸 거 있어.”
– 뭔데?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지크는 잉그리드에게 얻은 정보를 천우진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 그래? 그러니까 거기 보스를 죽이면 아포칼리우스의 파편을 얻을 수 있다는 거지? 이그나이트 소울이라는?
“어.”
– 그럼 그걸 얻어서 파괴하면….
“아포칼리우스인지 뭔지 하는 놈은 영원히 부활 못 하는 거지. 그럼 오즈릭 교단 놈들도 더는 이 문제 붙잡고 수작 부리지 않을 테고.”
– 좋은데?
“그래서 하는 말인데….”
– 으응?
“뭐 없냐?”
지크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 뭐, 뭘 바라는데?
“아니… 이것도 결국 니가 준 퀘스트의 연장선인데… 내가 그 이그나이트 소울을 파괴하면… 인건비는 줘야 하는 거 아니냐?”
– 차라리 날 죽여라. 후우!
천우진이 지크를 바라보며 질렸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 나도 요즘 힘들어… 퀘스트 발생시켜야 주든가 말든가 하지. 이건 니가 스스로 알아낸 정보라서 퀘스트도 못 준다고.
“쳇!”
지크는 천우진이 보상을 줄 수 없다고 하자 심통이 나서 입을 삐죽였다.
– 이번 건 그냥 니가 좀 처리해주면 안 되냐? 나중에 내가 보상해줄게.
“진짜지?”
– 아! 속고만 살았냐!
“왜 화를 내고 그래? 아무튼, 알겠다. 일단 그 헤네시인가 뭔가 하는 놈부터 처치하고 연락해 줄게.”
– 고맙다. 수고해라.
지크는 일단 천우진에게 정보를 공유해준 뒤 비머리언 공방에 들러 을 박은 를 수령했다.
“엄청난 위력이오. 아마 적들의 생명력이 심지가 타듯 타들어갈 것이라오.”
“오오!”
지크는 의 위력이 궁금해서 으로 살펴보려고 했다.
그런데.
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갑작스러운 지진이 일대를 덮치기 시작했다.
‘뭐지?!’
지크는 이 엄청난 지진의 여파에 본능적으로 쪽을 바라보았다.
번쩍!!!
중심부에서 초록색 섬광이 뿜어져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지크는 화들짝 놀라 비머리언 공방의 이동식 대장간을 뛰쳐나와 쪽을 바라보았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초록색 섬광… 모르긴 몰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보자.’
지크는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을 펼쳐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알림 : 스킬 발동!] [알림 : 의 내구도가 1 하락하였습니다! (98/100)]알림창이 떠오르고.
우웅!
이 지크의 눈앞에 전체의 미니맵을 제공했다.
‘헉?!’
지크는 의 미니맵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붉은 점.
변이 생명체들을 뜻하는 붉은 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서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보스인 헤네시의 고치가 자리한 역시도 변화는 뚜렷했다.
그중 지크의 눈을 사로잡은 가장 큰 변화는 다름 아닌 보스인 헤네시의 상태였다.
녹색 점.
보스 몬스터인 헤네시를 뜻하는 그 녹색 점 밑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떠올라 있었다.
[헤네시]•상태 : 부화 중 (1%)
•남은 시간 : 167시간 59분 55초….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