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07
`506
“푸훕!”
지크는 들이 자신을 내팽개친 이유가 햄찌를 잡아먹기 위해서라는 걸 깨닫고 그만 웃음을 참지 못했다.
“큭! 큭큭… 맹금류는 설치류를 잡아먹지… 큭큭큭!”
실제로 들은 햄찌를 공격하면서도 그 황금색 매의 눈을 반짝이며 부리에서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햄찌는 자신이 설치류가 아닌 숲의 대정령이란 걸 강조했지만 들이 보기에는 그저 커다란 햄스터, 다람쥐, 혹은 쥐새끼일 뿐이다.
“엌ㅋㅋㅋㅋㅋㅋㅋ….”
지크는 이 웃지 못할 촌극에 웃음을 참느라 거의 실신할 지경이었지만, 햄찌는 아니었다.
“캬아아아아악! 주인 놈아! 지금 웃고 있을 때냐! 캬아아아악! 햄찌 죽는다! 독수리들이 햄찌 잡아먹으려고 한다! 캬아아아악!”
햄찌가 지크를 향해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자, 잠깐만! 지금 갈게!”
지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햄찌를 구하기 위해 내달렸다.
‘맹금류는 설치류를 잡아먹는다. 맹금류는 설치류를 잡아먹는다. 맹금류는 설치류를 잡아먹는다. 맹금류는 설치류를 잡아먹는다. 맹금류는 설치류를 잡아먹는다.’
그런 지크의 머릿속에는 란 공식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
햄찌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크가 를 휘둘렀을 때.
[삐익?]는 뭐가 자신을 귀찮게 하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게 꺾으며 날개를 척! 하고 치켜들었다.
카강!
그러자 와 의 날개가 맞부딪히며 불꽃을 피워 올렸다.
“야 이! 이건 사기잖아!”
지크는 의 날개가 선보인 엄청난 강도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보통 조류라고 하면 날개가 약점이기 마련 아니던가?
고위급 몬스터의 끝판왕이라는 드래곤조차 날개가 약점이며, 비행 직전 날개가 펼쳐지는 순간이 가장 공략하기 쉬운 때였다.
그건 드래곤 사냥에 두 번이나 참가해본 지크도 경험으로써 알고 있는 거였다.
용병 길드에서 발행하는 가장 보편적인 공략집인 에도 나와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었다.
하지만 는 달랐다.
촤라락!
는 지크가 휘두른 를 튕겨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날개를 마치 칼처럼 휘둘렀다.
에게는 날개가 약점이 아닌 하나의 훌륭한 방어 수단이자 또한 무기였던 것이다.
‘젠장!’
지크는 그런 의 무지막지함에 이를 부득 갈았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스킬을 켜 방사능 에너지를 뿜어내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뀨! 뀨우우우! 저리 가라! 햄찌 쥐새끼 아니다! 뀨우우우우우우!!!”
햄찌가 들과 뒤엉켜 있어서 스킬을 사용했다가는 대참사가 벌어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과 와 같이 광역 스킬 역시도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면….
“이판사판이다!”
지크는 곧장 를 움켜쥔 뒤 날개로 자신의 공격을 쳐내고, 오히려 반격까지 시도한 에게 달려들었다.
[구르륵?!]햄찌를 공격하던 는 지크가 공격해오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또다시 날개를 칼처럼 휘둘렀다.
지크는 그런 의 공격을 받아치지 않았다.
휘릭!
대신에 그 공격을 흘리는 한편 재빨리 와 거리를 좁힌 뒤 재빨리 등 뒤에 올라탔다.
[구륵? 구르륵?!]가 당황하는 사이.
꽈악!!!
지크가 양팔을 벌려 의 양쪽 날갯죽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를 켜 하늘 높이 솟아오르다가 무왕 레오니드의 그래플링계 비기인 을 시도했다.
휘이이이이이이!!!!
그러자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던 지크와 와 공중에서 순간 멈추었다가 빛의 속도로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0.1초 뒤.
콰아아아앙!!!
지크에게 붙잡힌 가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돌바닥에 머리부터 수직으로 처박혔다.
아니?
머리뿐만이 아니었다.
은 적을 엄청난 속도로 회전시켜 땅에 꽂아버리는 기술로써, 그 회전 속도란 가히 총알에 맞먹을 정도였다.
그 결과.
푸우우우우욱!
는 자신의 머리로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돌바닥을 마치 드릴처럼 파고들어 몸통까지 푹 처박히고 말았다.
즉, 돌바닥에 거꾸로 처박혀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난 두 다리만 삐죽이 내민 상태가 된 것이다.
과연 대륙 오성천의 일원이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무왕 레오니드의 비기다운 파괴력이었다.
‘위력 좋고!’
지크는 의 위력에 전율하며 곧바로 몸을 날려 다른 를 향해 덤벼들었다.
[삐이익!]그러자 그제야 지크가 위협적인 적이라는 걸 인식한 들이 고개를 홱 돌리더니 그 날카로운 부리로 지크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엄청 단단할 거다.’
지크는 그런 들의 부리의 강도가 날개 그 이상일 것이라 판단하고는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는 한편 을 전개했다.
그런 뒤 들의 그림자를 방패막이로 세우는 한편 슬로우 효과를 이용해 속도의 우위를 선점하고, 그 기세를 몰아 맹공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그런 지크가 노린 곳은 다름 아닌 들의 배 부분이었다.
날개, 부리, 그리고 발톱에 맞서기보다는 부드러운 털이 돋아나 있는 복부를 적극적으로 공략함으로써 들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이다.
지크는 덩치가 큰 들의 다리 사이사이를 누비며 를 미친 듯 휘둘렀다.
퍽! 퍼억! 퍽! 퍽! 퍽퍽! 퍽!
가 들의 복부를 연신 강타하고.
[삐이이이익!] [삑!] [삐이익!]약점을 공략당한 들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뀨! 주인 놈아! 햄찌도 거든다! 뀨우우우!”
덕분에 여유가 생긴 햄찌가 거대한 앞발을 휘둘러 지크와 함께 들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역전된 상황.
파닥! 파다닥!
들은 지크, 그리고 햄찌와 지상전을 펼치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하나둘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랐다.
“뀨! 주인 놈아! 이겼다!”
“아직 안 끝났어!”
지크는 거기서 전투를 포기하지 않았다.
공격을 당했으면?
보복을 해주는 게 인지상정!
“야! 업혀!”
“뀨우?!”
“얼른 업히라고!”
“뀨! 알겠다!”
햄찌는 서둘러 몸을 축소해 중형견 정도의 크기를 유지하고 지크의 등에 업혔다.
“주인 놈아! 뭐 하려고 그러냐! 뀨우!”
“뭐 하긴.”
지크가 등 뒤에 업힌 햄찌를 바라보며 씩 웃으며 대답했다.
“공중전이지.”
그와 동시에 지크가 의 힘을 빌려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
슈우우우우!!!
지크는 도망치는 들을 쫓아 날았다.
“윽!”
나는 건 쉽지 않았다.
부는 바람이 워낙에 강하고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쿤룬산 토종인 와 지크는 비행 능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크는 영리했다.
지크는 굳이 들과 공중전을 벌이지 않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더 높이 나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건 매우 영리한 전술적 행동이었다.
본래 매란 짐승은 급강하해 사냥감을 낚아채는 데 엄청난 재능이 있었지만, 공중에서의 기동성은 조류치곤 엄청나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때문에, 들보다 더 높이 비행하려는 지크의 노력은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삐이이익!] [삐이익!] [삑! 삐이이익!]들은 자신들보다 자꾸만 더 높이 나는 지크를 상대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 뿐 쉽사리 공격해오지 않았다.
‘이 자식들이 각을 보네? 후훗.’
지크는 그런 들이 공격할 틈을 노린다는 걸 깨닫고 히죽 웃었다.
“야, 햄찌야.”
“뀨우?”
“쏴.”
“뀨우우?”
“쏘라고!”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공중에서 하반신, 그러니까 아랫배를 앞으로 쭉 내밀고는 로 를 방출해냈다.
지이이이이이이이잉!!!
그러자 에서 뿜어진 레이저포가 들을 향해 쭉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역시 매우 영리한 전술적 판단이었다.
기본적으로 들은 원거리 공격이 불가능한, 그러니까 공중 근접 유닛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반대로 지크는 공중에서의 기동성은 좀 떨어졌지만 원거리 공격이 가능했다.
원거리 대 근거리.
누가 유리한지는 불 보듯 뻔했다.
물론 들이 거리를 좁힌다면 유리하겠지만, 이미 지크는 더 높은 고도에서 날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싸움은 이미 지크가 이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삐이이이이익!!!]한 가 레이저포에 맞아 등짝이 꿰뚫려 추락하기 시작했다.
요격.
공중에서 원거리 공격을 통해 를 격추한 것이다!
지크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휘리리리리릭!
지크는 레이저포를 뿜어내는 한편 를 내던져 스킬을 활용해 들을 공격했다.
햄찌 역시 그런 지크의 공중 화력을 지원했다.
“후아아아아아아아압… 뀨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햄찌는 숨을 크게 들이쉰 후 입을 크게 쩍 벌리고 을 뿜어내 들을 향해 쏘아 보냈다.
지크의 와 햄찌의 그리고 에 움직이는 까지.
이 세 개의 원거리 공격 수단은 공중전에서 들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삐익!]또다시 한 마리의 가 격추당해 추락하고.
그렇게 남은 는 한 마리.
“어어? 쟤 튀네?”
지크는 마지막 남은 를 처치하지 못했다.
이미 전의를 잃은 가 저 멀리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쩝….”
지크는 그런 를 쫓아가지 않았다.
아니, 쫓아갈 수가 없었다.
작정하고 도망치는 를 쫓아가기엔 지크의 비행 능력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뀨! 주인 놈아! 이겼다! 뀨우우우!”
“그러게.”
지크가 햄찌를 돌아보며 피식 웃고는 하강하기 시작했다.
***
지크는 땅으로 내려온 직후 곧바로 들의 사체를 찾아 나섰다.
‘킁킁!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나!’
지크는 본능적으로 들의 사체에서 뭔가 돈 될 만한 걸 얻어낼 수 있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는 고레벨 중립 생명체인 데다가 오직 쿤룬산에서만 서식하는 토종매(?)라서 굉장한 희소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중립 생명체라면 뭔가 돈 될 만한 걸 얻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렇게 찾아낸 의 사체.
뒤적뒤적!
지크는 곧장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를 꺼내 연장을 집어 들었다.
“뀨! 주인 놈아! 뭐하냐!”
“이게 뭔가 돈이 될 거 같아서 말야.”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 날개를 붙잡고 연장을 이용해 깃털을 뽑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의 날개 깃털은 엄청나게 단단하고, 또 날카로워서 아이템을 제작할 때 재료로 이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생각은 옳았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칼날매의 깃털]쿤룬산 높은 곳에 서식하는 의 깃털.
특수한 생체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굉장히 가볍지만 단단하고 날카롭다.
•타입 : 재료
•등급 : 유니크
•효과 : 아티펙트를 제조하는 재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지크의 생각은 옳았다.
시스템이 을 하나의 재료템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역시!’
지크는 눈을 빛내며 기세를 몰아 의 사체를 본격적으로 해체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