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08
507
‘부리도?’
지크는 의 부리 역시 채취해 보았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깃털과 마찬가지로, 시스템이 부리 역시 하나의 재료템으로 인정했던 것이다.
‘발톱도 재료템일 거 같은데….’
지크는 칼날매의 발톱도 채취해 보았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는 의 사체로부터 날개 깃털, 부리, 발톱 이후로 눈과 고기와 꼬리 깃털까지 획득했다.
“오오? 뭔가 혜자인데?”
“뀨! 주인 놈아! 주인 놈 완전히 도축업자 같다! 뀨우!”
햄찌가 지크의 해체 실력에 감탄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지크가 발끈했다.
“뭐 인마? 너 지금 나한테 백정이라고 욕한 거야? 너 그게 얼마나 비하적인 발언인지 알고 하는 말이냐? 직업에 귀천이 어딨다고! 어?!”
“뀨우?”
햄찌는 지크가 괜히 발끈하자 그게 뭔 소리냐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햄찌가 언제 주인 놈 백정이라고 그랬냐! 도축업자라고 했다! 뀨우!”
“그, 그런가?!”
“괜히 제 발 저리지 마라! 주인 놈이 그런 생각하고 사니까 그렇게 들리는 거 아니냐! 뀨우!”
“크윽!”
“도축업자 없으면 고기 어떻게 먹냐! 뀨우! 고마운 분들이다! 뀨우우우!”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지크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니가 평소에 하도 날 쓰레기 취급하니까 내가 그렇게 받아들인 거 아냐.”
지크의 그 말은 진심이었다.
지크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쓰레기 취급하는 것에 이골이 나 있어서, 살짝 예민해진 상태였던 것이다.
“내가 언제 주인 놈 쓰레기 취급했냐!”
“했거든? 맨날?”
“뀨우! 주인 놈 속 좁다! 뀨우우우우우! 좀 놀린 거 가지고 맨날 꽁해 있냐!”
“시끄러, 인마.”
지크는 그렇게 햄찌와 티격태격하며 남은 들의 사체를 찾고, 또 해체해 재료템을 수집한 뒤에야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해가 지고 어둠이 아스라이 내려앉은 쿤룬산의 추위는 정말이지 막강했다.
휘이이이이이!
또한, 불던 바람 역시 더욱 거세져서 지크는 마치 얼음으로 만든 칼이 옷 밖으로 드러난 피부를 찢어발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 주인 놈아! 햄찌 춥다! 뀨우!”
“넌 털도 있잖아!”
“그래도 춥다! 뀨우우우!”
햄찌는 춥다고 징징거리며 몸을 작게 만들어 지크의 주머니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거 베이스캠프를 만들어야겠는데?’
지크는 쿤룬산의 혹독하기 짝이 없는 추위에 치를 떠는 한편, 휴식을 취할 만한 장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저쪽으로 가자.”
지크는 햄찌를 주머니에 넣은 채 최대한 바람이 닿지 않을 만한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걸로 새 아이템이나 제작해 봐야지.’
지크는 로부터 얻은 재료템을 이용해 새로운 아이템을 제작할 생각으로 매우 즐거워했다.
***
다행스럽게도 베이스캠프를 만드는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뭐 쓸 만한 거 없나….’
지크는 베이스캠프를 만드는 데 무언가 쓸 만한 게 없을까 싶어 아공간 인벤토리를 뒤적이던 도중 자그마한 모형 건물을 발견했다.
돔(Dome) 형태의 그 모형 건물은 란 이름의 아이템으로써, 랭커 데카르트가 죽으면서 떨궜던 랜덤 드랍 아이템이었다.
[이동식 벙커]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이동식 벙커.
버튼을 누르면 크기가 커져 최대 여덟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벙커가 된다.
내구도가 0이 되면 큰 폭발을 일으키므로, 혹시나 적의 공격을 버티지 못할 것 같으면 재빨리 탈출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타입 : 건물(휴대용)
•내구도 : 1,000/1,000
•방어력 : 75,000
•참고 :
– 여러 가지 옵션이 꽤 많이 들어간 벙커이므로, 무주택자들에게는 집이 될 수도 있다.
“오?”
지크는 를 꺼내 적당한 자리에 설치해 보았다.
그러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포장마차 크기의 벙커가 떡하니 나타났다.
“민속놀이에 나오는 벙커랑 비슷하게 생겼네?”
지크가 를 보고 중얼거렸다.
지크가 말하는 란 수십 년 전에 전 세계를 휩쓸었던 불후의 명작 PC게임인 를 뜻했다.
유독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는 오늘날에도 한국인 게이머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플레이되고 있어서, 우스갯소리로 한국의 전통 민속놀이라고 부르곤 했던 것이다.
“뀨? 스타크래프트 말하는 거냐? 주인 놈아?”
“스타는 니가 또 어떻게 알아? 너 한국인 게이머들이 이야기하는 거 듣고 말하는 거지?”
“그렇다! 뀨우!”
“너 그냥 앞으로 한국인, 아니 한국 쥐 해라.”
“캬아아악! 햄찌 설치류 아니다!”
“아니기는 개뿔.”
지크는 피식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벙커 안은 매우 따뜻했다.
[알림 : 체온이 올라갑니다!] [알림 : 생명력과 스태미나가 소폭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알림 : 캐릭터의 이동 속도 저하 효과가 사라집니다!]덕분에 지크와 햄찌는 무시무시한 추위로부터 몸을 녹이며 쉴 수가 있었다.
“야, 햄찌야.”
“뀨?”
“너 이리 와 봐.”
“왜 그러냐! 주인 놈아! 뀨우!”
“피 나잖아, 인마.”
“뀨우?”
“가만히 있어 봐.”
지크는 들에게 쪼여서 등짝에 여러 개의 상처가 난 햄찌에게 소독약부터 발라주기 시작했다.
“뭐 언제는 독수리쯤은 한주먹 거리도 안 된다며? 이게 뭐냐?”
“뀨우! 아니다! 원래 햄찌가 다 혼내주려고 했는데 주인 놈이 끼어든 거다!”
“웃기네~ 걔들이 너 설치류인 거 알고 너만 패더라.”
“캬아아아악!!! 아니다!!! 햄찌 설치류 아니….”
“어? 저기 칼날매다.”
“뀨우우우?!”
“구란데~.”
“…….”
“그걸 속냐? 큭큭큭!”
“캬아아아악! 주인 놈 가만 안 둔….”
그 순간.
“……!”
햄찌는 상처 부위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그만, 일순간 해 버리고 말았다.
치이이이이이이익!!!
지크가 소독약을 바른 상처 부위로부터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뀨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햄찌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이 터졌다.
“주, 주인 놈아!!! 햄찌한테 뭐 바른 거냐!!! 뀨우우우!!! 너무 아프다!!! 아파!!! 뀨우우우우우!!!”
“엄살은.”
지크가 고통스러워하는 햄찌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뭐 얼마나 아프다고 그러냐?”
“캬아아아악! 엄청 아프다! 햄찌 아프다! 대뇌의 전두엽까지 마비되는 기분이다! 캬아아아악! 도대체 뭘 바른 거냐!!!”
“아, 이거.”
지크가 소독약의 병에 적힌 이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부칠? 이라는데?”
“아, 알부칠?!”
“되게 효과 좋은 소독약이래.”
“캬아아악! 그 약 이상하다! 너무 아프다! 캬아아악!”
“아 좀! 가만히 있어! 상처 덧난다고!”
“캬아아아악!”
지크는 고통스러워하는 햄찌를 붙잡고 이란 소독약을 끝까지 발라주고, 뒤이어 포션까지 듬뿍 발라주었다.
‘흐흐? 아프지? 이게 효과는 쩌는데 그렇게 따갑다고 하더라고? 후후. 어디 뜨거운 맛 좀 봐라!’
지크는 사실 이 엄청나게 아픈 소독약이라는 알고 있었으므로, 햄찌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며 즐기고 있었다.
속 좁은 지크는 햄찌를 포함한 주변인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
그날 밤.
지크는 햄찌를 홀로 내버려 두기가 좀 그래서, 로그아웃하지 않은 채 캡슐 안에서 잠을 청했다.
다른 곳이라면 햄찌 혼자 놔둬도 딱히 별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이곳 쿤룬산은 인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곳이었기에 아무래도 좀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잠들기 직전.
‘내가 알던 쿤룬산이 아니네. 어휴. 괜히 사람들이 얼씬도 안 한다 했어.’
지크는 까지 가는 여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똑똑!
지크는 누군가 벙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었다.
“…뭐지.”
지크가 벙커의 입구 방향을 바라보았다.
덜컹덜컹.
누군가 문을 열려는지, 손잡이가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뀨, 뀨우우?”
햄찌 역시 지크의 옆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다가 그 소리에 깨어 졸린 눈을 비볐다.
“주인 놈아, 밖에 누가 있는 거 같다.”
“그러게.”
지크는 졸음이 쏟아지는 와중에 겨우 몸을 일으켜 원거리 공격을 위해 만들어진 포문을 살짝 열어 밖에 누가 있는지를 보았다.
그리고는 웬 눈동자와 눈을 딱 마주치고 심장이 멎을 뻔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웬 눈동자와 눈을 마주친 지크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쿵쾅쿵쾅!!!
그런 지크의 심장은 당장에라도 터질 듯 두방망이질을 치고 있었다.
“이보시오! 뭘 그리 놀라시오!”
그때, 지크를 놀래게 만든 눈동자의 주인이 문밖에서 소리쳤다.
“뭐, 뭐야! 너 뭐냐고!”
“등산객이오!”
“등산객?”
지크는 등산객이란 말에 황당해서 할 말을 잃었다.
누가 쿤룬산을 등반한단 말인가?
어떤 미친놈이?
“지금 등산객이라고 한 겁니까? 지금 그걸 말이라고….”
“우린 헤더 왕국의 후원으로 쿤룬산 정상의 등반에 도전하고 있는 산타 등반대요.”
그 순간.
“푸훕!”
지크는 등반대의 이름이 인 것에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엌ㅋㅋㅋㅋㅋㅋㅋ 산타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캬아아악! 주인 놈아! 빵 터질 때냐!”
“미, 미안. 풉! 근데 웃기잖아!”
“쓸데없는 거로 빵 터지지 마라! 캬아악!”
“아, 알겠다고.”
지크는 겨우 웃음을 멈추고는 포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총 일곱 명.
하나같이 두꺼운 외투에 등산용 장비, 그리고 배낭을 메고 있는 등반가들이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나는 산타 등반대의 대장인 엘리엇이라고 하오.”
지크를 놀라게 했던 중년 남성이 말했다.
“오늘따라 바람이 너무 혹독하오. 우리가 가진 텐트로는 이 매서운 칼바람을 극복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오.”
“그래서요?”
“부디 우리를 좀 들여보내 줄 수 있겠소? 아침이 되면 곧바로 떠나리다.”
“음.”
지크는 고민했다.
‘내가 이 사람들을 도와줘야 할 이유가 있나? 나랑 햄찌랑 둘이 자는 게 편한데?’
지크는 굳이 나서서 호의를 베푸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이러한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보시오.”
그때였다.
“하룻밤 신세 진 값은 톡톡히 치르리다.”
“들어오시죠.”
지크는 숙박비를 내겠다는 엘리엇의 제안에 번개처럼 벙커의 문을 열었다.
“오! 고맙소! 그대 덕분에….”
“잠깐.”
지크가 가장 먼저 벙커 안으로 발을 내디딘 엘리엇의 얼굴 1센티미터 앞에 를 겨누었다.
“뭐, 뭐요!”
엘리엇이 당황하며 양팔을 번쩍 들었다.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그런 엘리엇의 눈썹, 수염, 코 밑에는 허연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확인은 해야죠?”
“뭘 말이오?”
“당신네들이 몬스터인지 아닌지.”
지크에게 있어서도 쿤룬산은 미지의 영역.
만에 하나를 위해서라도, 지크는 끝까지 경계의 끈을 놓치는 않았던 것이다.
“좀 봅시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으로 엘리엇을 포함한 등반대원들을 비추어 보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