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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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는 지크의 무섭도록 빠른 태세 전환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토록 매정하더니, 가진 걸 모두 털어놓자 저렇게도 빨리 움직여줄 줄이야?
물론 따지고 보면 지크는 매정한 적이 없었다.
의도한 건 아니긴 했지만 앞길을 열어주었고, 묻어가려는 를 막은 적도 없었으니까.
단지 가 확실했을 뿐….
한편 지크는 대원들이 쏟아놓은 온갖 잡동사니들 중 꽤나 쓸 만한 걸 발견하고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오? 좋은 게 좀 있네?’
지크는 그 짧은 순간 거의 200개가 넘는 잡동사니들 중 쓸 만한 걸 귀신 같이 발견해 내었다.
그건 다름 아닌 라는 이름의 돌이었다.
엘리엇의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나온 는 고대의 룬 문자가 새겨진 돌로써, 매우 특별한 힘이 담겨 있었다.
모험가, 그러니까 게이머들이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손등에 새겨진 때문이라는 게 게임 BNW의 공식 설정이었다.
는 그런 을 강화시켜 줘서, 경험치 획득량을 3.3퍼센트 올려주는 고대의 룬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즉, 을 가지게 되면 앞으로 획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3.3퍼센트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진즉에 내놓을 것이지.’
지크는 저런 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퀘스트를 주지 않았던 엘리엇이 한심했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은 오직 게이머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고, 평범한 NPC는 그걸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한낱 조약돌에 고대의 룬 문자가 새겨져 있으니 이게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아무런 효과가 없는 유물인 건지 헷갈리는 것이다.
게다가 NPC들에게는 이 없기에 를 알아보는 건 어지간한 안목과 학식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지크는 게이머였기에 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서 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입을 슥 닦고 모른 척할 수도 있었다.
‘보상을 받았으면 일을 해야지.’
하지만 지크는 그 정도로 양아치는 아니었다.
는 확실히.
그게 지크의 지론이었던 것이다.
물론 언제 돌변해서 입을 닦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빨리 처치하고 자러 가야지.’
어쨌거나,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를 움켜쥐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둠 속으로 향했다.
[억울… 해.] [추워… 너무나도… 추워….] [가자… 우리와 같이… 여기서 잠들자….]시커먼 형상들은 마치 메아리처럼 들리는 중얼거림과 함께 지크를 향해 접근해왔다.
“응.”
지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안 춥게 해줄게.”
그와 동시에 가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 어두컴컴하던 눈밭을 밝게 비추었다.
“친구들도 필요한가?”
지크는 뒤이어 도 전개해 시커먼 형상들에게 어울리는 그림자들을 불러내었다.
[가자… 같이….] [가자….] [같이 가자….]그러자 시커먼 형상들이 일제히 지크에게 덤벼들었다.
파직! 파지직!
지크는 그런 시커먼 형상들에 맞서 에 명속성 에너지를 주입해 맞섰다.
그건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시커먼 형상들이 딱 봐도 암속성 몬스터들이니만큼, 명속성을 사용해 대응하는 건 아주 기초적인 상식이면서도 훌륭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짜릿하게 한 방 먹여줄게.’
지크는 가장 앞서 덤벼드는 시커먼 형상을 향해 명속성 에너지가 담긴 를 휘둘렀다.
파지지지직!!!
지크에게 덤벼들었던 시커먼 형상은 명속성 에너지에 의해 거의 전기 구이가 되다시피 하며 허물어졌다.
스으으으!!!
그 시커먼 형상은 눈밭을 나뒹굴며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었다.
명속성 에너지가 담긴 에 맞은 게 데미지가 꽤 컸던 모양이었다.
‘쉽네.’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덤벼드는 시커먼 형상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려갔다.
결과는 모두 같았다.
지크는 와 과 명속성 에너지의 힘으로 시커먼 형상들을 매우 빠르게, 그리고 쉽게 처치할 수 있었다.
“…뭐야.”
지크는 눈밭에 나뒹군 시커먼 형상들을 바라보며 싱겁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얘네가 여기 최약체인가….”
쿤룬산의 토착종들은 흔해빠진 생명체마저 엄청나게 강하고 호전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제일 무시무시하게 생긴 시커먼 형상들이 이렇게 약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긴. 생긴 게 다가 아니지.”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커먼 형상들을 뒤로하고 벙커로 향했다.
“뀨!!!”
바로 그때였다.
“주인 놈아!!! 뒤를 봐라!!!”
“응?”
“뀨우우우!!! 주인 놈아!!!”
지크는 햄찌의 외침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끄어어어억….] [추워….] [같이… 여기 잠드는 거야….] [가자… 함께 가자….]지크가 뒤를 돌아보니 시커먼 형상들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
“뭐시여, 저건.”
지크가 어이가 없다는 듯 시커먼 형상들을 바라보았다.
“부활 패턴인가?”
몬스터들 중에서 가끔 그런 부류가 있긴 했다.
최후의 순간에 갑자기 생명력을 회복한다거나, 아니면 전투력이 200퍼센트 정도 급격하게 올라간다거나 하는 부류들 말이다.
또, 생명력이 0이 되면 부활하는 몬스터들도 간혹 있지 않던가?
지크는 시커먼 형상들이 패턴을 가진 몬스터들이라고 생각하며 을 비추어 보았다.
[나이트 스토커]쿤룬산을 등반하다 억울하게 죽어간 등반가들이 지박령이 된 존재이다.
지박령이니만큼 오직 쿤룬산에서만 출몰하며, 살아생전의 억울함과 원통함을 해소하기 위해 살아 있는 인간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는 특징이 있다.
•존재 구분 : 몬스터
•타입 : 언데드
•레벨 : 280
•클래스 : 언브레이커블
•특이 사항 : 부활 무한(∞)
“무한대로 부활한다고?!”
지크는 들에 대해 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무한대로 부활한다?
이건 말 그대로 불사신이 아닌가?
그런데 의 특성은 단순히 부활만이 아닌 것 같았다.
[어딜 가? 같이 가야지?] [억울해… 억울하단 말이다!] [복수… 복수를…!!!]들은 부활하자마자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크를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빨라!’
지크는 조금 전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빨라진 들에 맞서 거리를 벌리는 한편 재빨리 스킬을 사용해 전방을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렸다.
우르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크를 중심으로 스킬이 부채꼴 형태로 뻗어나가 들을 덮쳤다.
위력은 확실했다.
은 덤벼들던 들을 단 한 마리도 빠짐없이 모조리 휩쓸어 버렸다.
덕분에 초토화된 눈밭에는 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시커먼 연기를 줄줄 흘려대었다.
“설마… 이래도 부활하나? 진짜로?”
지크는 에 적혀 있던 설명이 맞나 싶어 전방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스륵, 스르륵!
놀랍게도 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스으으으!!!
이전보다 더 강력해진 검은색 연기를 뿜어내면서 말이다.
“음.”
지크는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고민했다.
심지어 들은 더 강해져 있었다.
[나이트 스토커]•레벨 : 285
지크에게 한 번 죽었을 때만 하더라도 280이었던 레벨이 어느새 5가 올라 285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죽었다 부활하면 더 강해진다?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을 지경이었다.
“어… 으음….”
지크는 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무슨 오뚝이도 아니고, 죽이면 죽일수록 더 강해져서 부활하다니?
오뚝이는 넘어졌다 일어나면 그대로지만 들은 레벨이 오르고 있었다.
“아. 진짜 더러워서.”
지크는 들을 보며 투덜거렸다.
“나도 몬스터나 하던지 해야지. 누군 X빠지게 굴러서 힘들게 렙업 하는데 누군 그냥 죽었다 살아나면 레벨 업이네. 아오.”
지크는 엉뚱한 부분에서 분노하며 들로부터 돌아섰다.
상대할 방법?
생각나지 않았다.
언데드라 의 방사능 에너지도 통하지 않을 테고, 일반적인 물리 공격 역시도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데 굳이 힘을 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공간마저 일그러뜨리는 이라면 가능성이 없지 않겠지만 이 여러 마리라는 게 문제였다.
고작 한 마리를 처치하자고 을 쓸 순 없지 않겠는가?
“자자, 다들 들어갑시다.”
지크는 부활 중인 들을 뒤로 하고 벙커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
***
다시 벙커 안.
“…….”
“…….”
“…….”
는 지크의 행동에 너무나도 황당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저, 전하?”
엘리엇이 그런 지크를 향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더… 안 싸우십니까? 저것들을 해치워주셔야….”
“신경 쓰지 말죠, 우리.”
“예~”
“죽지도 않는데 싸워서 뭐 해요? 힘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하, 하지만!”
“낮 되면 알아서들 가겠죠.”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가 바닥에 털어놓은 잡동사니들을 주섬주섬 주워 자신의 아공간 인벤토리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지크가 입력창에 를 입력하자 손등에 자리한 가 환하게 빛나며 조약돌에 새겨져 있던 문양을 흡수했다.
띠링!
그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가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알림 : 경험치 획득량이 영구적으로 3.3퍼센트 증가합니다!]지크는 엘리엇이 가지고 있던 를 흡수한 후 자신이 원래 있던 자리로 가 누웠다.
“자자.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 다들 눈이나 좀 붙이죠. 아침 되면 알아서 사라지겠지.”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귀에 헝겊 조각을 쑤셔 박은 뒤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로부터 몇 분 후.
“드르렁~ 드르렁~.”
지크는 정말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지, 햄찌를 옆에 낀 채 코까지 골아대며 숙면을 취했다.
쾅쾅쾅쾅쾅쾅!!!
밖에서는 들이 벙커를 미친 듯 두들기고 있었는데도….
“허….”
엘리엇은 그런 지크의 태평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황당해서 그저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지크가 전투를 포기하고 벙커 안에 짱박히기로 한 이상 로서는 선택권이 없었다.
“우리도 잔다. 혹시나 벙커가 부서질지 모르니 짝을 지어 두 시간씩 불침번을 서는 것으로 하고, 취침에 들어간다.”
결국, 엘리엇은 취침을 명령해야만 했다.
쾅쾅! 쾅쾅쾅쾅쾅!!!
들은 밤새도록 벙커를 두드렸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들의 공격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아서 결코 벙커를 부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